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 >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리와 환율의 상관변화 ①

국민경제의 체력을 표상하는 환율과 혈압을 나타내는 금리는 단기는 몰라도 중장기에 있어서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변동하여야 경제순환이 순조롭다. 환율과 금리가 거시경제현상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환율의 예상변화율은 상대국간 금리 차이와 같아져야 한다. 다시 말해, 효율적 금융시장에서 양국 간 (시장)금리 격차와 그 변동방향을 관찰하면 환율 변동방향 또한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는 낮은 나라보다 금리 차이만큼 할인(discount)되고, 금리가 낮은 나라의 통화는 그만큼 프리미엄(premium)이 붙어야 정상이다. 예건대, 현재 환율이 1,100₩/$이고 시장금리는 미국 1%, 한국은 3%라고 가정하자. 미국에서 1달러짜리 채권을 사면 1년 후에 1.01(=1+0.01)달러가 된다. 1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여 한국에서 원화 채권을 사면 1,133{=1,100(1+0.03)}원이 된다. 따라서 1년 후, 대미 원화환율은 2%(22원) 오른 1,122(=1,133/1.01)원이 되어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순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금리는 양국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같은 거시경제여건을 제대로 반영하고 환율 역시 시장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성립한다. 환율이 금리와 균형을 이탈하면 어떠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가? 먼저, 미래의 환율이 이론가격(1,122원)보다 낮은 달러당 1,000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원화가치 상대적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으로서 선물환이든 현물환이든 원화 포지션을 높일 것이다. 예컨대, 현재 1달러를 1,100원에 판 다음 환율이 1,000원으로 내린 후에 다시 사면 기간 중 예금 금리 차이(3%-1%)를 제외하고라도 달러 베이스로 10%의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이지만 우리나라 국제신용등급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자 원화절상을 예상한 투기세력이 몰려들었음을 되돌아보자. 반대로 미래의 환율이 이론가격보다 높은 1,200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원화가치의 상대적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발 빠른 투자자들은 선물환이든 현물환이든 달러 포지션을 높일 것이다. 1달러를 1,100원에 사서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른 다음에 팔면 100원의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양국 간 금리 차이에 따른 손실은 차감하여야 한다. 달러 환율이 수급불균형으로 기초경제여건 변화 없이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수준에 도달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비정상 상황은 시차(time lag)가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해소되고 정상 상황으로 환원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외화 포지션을 줄이거나 늘려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려 할 것이다. 손실을 줄이고 나아가 초과이익을 얻기 위하여.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20-01-06 11:19:3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환율과 직결되는 국제투자포지션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환율과 직결되는 국제투자포지션 실물부문 경쟁력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가 일국 경제의 중간성적표라고 한다면, 경상수지에 더하여 금융부문 대외경쟁력을 포함하는 국제투자표지션은 최종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단기에 있어서는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면 환율급변동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로는 국제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에 나타나는 실질 대외지급능력인 순국제투자포지션(net IIP, 순대외금융자산)에 따라 환율은 결정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국내 경기침체에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으로 많은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외화유출 환율폭등을 우려하였었다. 그러나 반대로 외화가 유입되고 대미 원화환율이 동요하지 않는 까닭은 우리나라의 2019년 9월말 현재에도 우리나라 순국제투자포지션〔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 Net IIP〕이 5,026억달러에 이르러 대외지급능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적정수준 외환보유는 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하여 금융시장 단기 불안정을 해소하고 나아가 실물경제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추이만을 살피고 대외지급능력을 지레 짐작하다가는 상황 판단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상당수 중견기업을 도산시킨 KIKO 사태 반추를 통하여 환율 변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외지급능력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KIKO 사태는 당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환보유액이 늘어나자 원화가치가 상승하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분위기에서 초래되었다. 수출기업들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 확대로 환율하락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예상)손실을 미리 예방하려 하였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 반대로 원화환율이 미리 약정한 상한선보다 크게 상승하자 약정금액의 1~2배의 달러를 미리 정한 낮은 환율로 매도해야 하는 옵션에 걸려들었다. 그 결과 상당수 유망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무너졌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저하되는 직접적 원인이 되는 충격적 사건이었다. 금감원에서는 사건이 난지 10여년이 지난 최근에야 KIKO 사태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손해배상비율을 정하였다. 만약 당시 국제투자대조표를 보고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순국제투자포지션(순대외금융자산)이 2007년 현재 마이너스 2,100억 달러가 넘어, 한국경제가 외부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없었음을 인식하였다면 그 가공할 KIKO의 덫을 피해갈 수 있었다. 환율을 결정짓는 중장기 대외지급능력은 경상수지나 외환보유액이 아니라 경상수지에다 내국인 대외, 외국인의 대내 금융투자거래 손익을 포함하는 국제투자포지션(IIP)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까닭에 덫에 걸린 셈이었다. 총체적으로 국민경제의 체력을 나타내는 환율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초단기로는 귀신도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장기 외화 투자자, 차입자는 무엇보다도 국민경제의 최종 성적표를 나타내는 국제투자대조표 흐름을 살펴보고 환율의 변동방향을 가늠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12-23 11:09:2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적의 신화와 값비싼 교훈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적의 신화와 값비싼 교훈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어패럴 제품 판매로 시작하여 30여년 만에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에다가 임직원만 30만 명이 넘게 성장하는 기적(奇蹟)을 대우는 세웠다. 수출주도성장국가인 한국에서 대우의 수출액은 1998년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신화(神話)를 기록했다. 게다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널려 있는 돈이 보인다."고 하니 무수한 청년들이 외경심을 가졌다. 압축성장, 수출지원 시대를 숨 가쁘게 달리다보니 대우그룹은 어느 덧 41조원의 분식회계에다가 약 91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채 좌초하였다. 유수 금융기관과 수많은 대우채 소유자들에게 깊고 붉은 상처를 냈다. 혹자는 대우그룹 도산은 김대중 정부와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추측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술개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승자독식 경향이 강해져가는 상황에서, 대우는 음식료품을 제외하곤 거의 산업전분야에 진입했지만, 1위 기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상황에서 사실상 공짜인 초저금리 구제금융을 많이 받을수록 땀 흘려 연구개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거부가 되는 길이 있었으니 구태여 불확실성이 있는 기술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가? 과거 시중실세 금리가 10~15%인 상황에서 0.5~2%로 특별금융, 구제금융을 받아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순식간에 떼돈을 벌고 싶지 않아도 벌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당시 구제금융은 기업에 대한 정부(사실은 납세자가 부담하는)의 보조금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기적 아닌 기적'과 '신화 아닌 신화'가 가능했었다? 그러다가 금리자유화로 돈의 가격인 이자비용을 시장실세 금리로 지불하게 되면서 그룹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제가 모라토리움 위기에 처하자 IMF는 구조조정의 방안으로 무지막지한 고금리 정책을 권유하려 시장금리가 20%를 넘어섰다. 부채로 문어발 확장을 한 선단경영(船團經營) 기업들의 목줄을 죄어 간 셈이었다. 그런데도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져 일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소화되지 않고 4대 그룹만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대우그룹은 회사채를 한도대로 발행하여 부채 규모는 더 크게 불어났다. 대우그룹은 자산규모가 외환위기 이전 5위권 내외에서 아시아 외환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2위로 올라섰다. 물이 새고 배가 기우러지는데, 짐을 빨리 줄여 배를 가볍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짐을 더 실어 더 무겁게 한 셈이었다. 초고금리 상황에서도 큰 기업은 망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프레임을 신봉하고 외형 확장에 주력했던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까?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먼저 살아남아야 했었다. 정경유착으로 무섭게 몸집이 불어난 대우그룹의 부실이 심화되어가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계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생각건대,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대형부도사태는 시장실패보다는 정부실패가 더 크게 작용하였다고 판단한다. 만약 당시 정부가 부채가 쌓여가는 큰 대우그룹의 동향을 관찰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였더라면 부채 규모는 그렇게까지 크게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외환금융위기로 황당하게 퇴직당하고 퇴직위로금으로 고금리 대우채를 샀다가 날벼락을 맞은 황퇴자(荒退子)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을 것이다. 기적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다. 신화는 신비스러운 불가사의로 이 세상 일이 아니다.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는데 부가가치창출 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경유착에 의존하거나 비정상 금융기법으로 그 신화를 이루었으니 최악의 사태 돌발은 예상된 일이었다. 대우사태는 기업경영은 물론 국가경영에 값비싼 교훈을 주고 있다. 폴 크루그만은 "과거의 위기 사례가 배우지 못하는 교훈(unlearnt lesson)으로 버려진다면 위기는 다시 반복된다."고 하였다. 그 미증유의 불상사가 다시는 이 땅에서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12-13 14:21:3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과 국제투자포지션 ②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과 국제투자포지션 ②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보유액을 대외지급능력을 오해하기 쉬우나, 실질 대외지불능력은 국제투자대조표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국제투자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는 한 나라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금융자산(내국인의 대외투자) 및 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 잔액을 보여주는 통계다. 국제투자대조표에 나타나는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투자)를 차감한 순대외금융자산(net IIP)이 실질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낸다. 국제투자대조표에서 (대외지급)준비자산 항목으로 표시되는 외화보유액은 대외금융자산 구성항목의 하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투자 자금은 대외금융부채의 일부분이다. 예컨대, 외국인이 외화를 들여와서 환전하여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다면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외국인의 국내 자산보유지분이 늘어나 대외금융부채도 늘어난다. 국제투자대조표에서 대외금융자산과 대외금융부채를 차감한 순대외금융자산(순국제투자)이 실질 대외지급능력으로 2019년 9월말 현재 5,026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더하여 거주자 외화예금 750억 달러와 개인 금고 보유분까지 합하면 우리나라는 6,000억 달러 가까이 순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거주자 외화예금은 대외충격이 있을 경우, 1997년 외환금융위기 때처럼, 차익을 노리고 퇴장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외국인 투자 평가액은 금리·주가·환율 변동에 따라 매일매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대외금융자산 또한 그만큼 줄어들었다 늘어났다하기 마련이다. 경상수지는 국민경제의 중간 성적표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하여 외국인의 국내투자 손익과 함께 내국인의 국외투자 손익까지 포괄한 순대외금융자산(순국제투자)이 국민경제의 최종성적표로서 진정한 의미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낸다. 환율의 결정과 변동에는 단기로는 외환보유고, 투자심리, 국제정세 같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중장기로는 국가경쟁력의 총체적 결과를 나타내는 대외지급능력 즉, 국제투자포지션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IMF사태 이후 2019년 현재까지 경상수지 누적흑자가 GDP의 2/3에 육박하는 약 1조 달러에 육박하는데도 원화가치 평가절상은 사실상 없었다. 이처럼 어이없는 사태의 큰 원인은 내국인은 대외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었고,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투자여 커다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실물부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금융부문에서 외국인들에게 이리저리 빼앗긴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줄기찬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면서도, 대외금융자산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2014년 이후에 비로소 플러스를 기록하기 시작하여 2019년 9월 현재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이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 이의를 달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12-05 14:20:0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과 국제투자포지션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과 국제투자포지션 ① 가계나 기업의 유동성위험 관리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활한 국민경제순환을 위하여 일정 수준의 외환 보유가 필요하다. 경제규모에 비하여 외화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며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산금리가 높아진다. 외국금융기관이 신용라인(credit line)을 축소해 가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대외충격이 있을 경우, 금융시장 급변동 나아가 자칫 지불불능 같은 치명적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33억 달러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39억 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이 약 20년 만에 10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보유외환 중에는 순자산이 아니고 외국인투자액, 해외차입금 같은 부채도 포함될 수 있어 외환보유고 전부가 우리나라 순자산은 아닐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만 한다. 역으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금액보다 내국인이 외국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것이 더 많을 경우 실질 대외지급능력은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국제투자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에서 준비자산으로 계정되는 외환보유액 규모만 보고 외환사정, 나아가 환율 변동방향을 짐작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외화는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투자액, 해외차입금 같은 사실상 부채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단기는 몰라도, 중장기 환율 변동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실질 대외지급능력은 외환보유액이 아닌 국제투자대조표(IIP)에 나타나는 순국제투자포지션(순대외금융자산)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줄곧 마이너스였다가 2014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 상당 폭 개선되어 2019년 현재는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에도 핫머니가 유출되지 않는 까닭이다.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도 외환보유고와 실질 대외지급능력인 순국제투자포지션을 혼동하다가는 낭패 당할 수 있다. 예컨대, 상당수 수출중견기업을 무너트린 KIKO(knock-in, knock-out) 사태는 당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낙관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수출기업은 원화 평가절상(환율하락)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헤지하려 했지만, 예상과 반대로 원화환율이 미리 정한 상한보다 크게 상승하자 약정금액의 1∼2배를 미리 정한 환율로 매도해야 하는 옵션에 걸려 큰 손실을 보았다. 만약 순국제투자포지션(순대외금융자산)이 2007년 당시 마이너스 2,100억 달러가 넘는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인식하였다면 원화 가치 상승이 아니라 하락을 예상할 수 있어 KIKO의 덫을 피해갈 수 있었다. 당시 관계자들은 환율을 결정짓는 실질적 대외지급능력은 경상수지나 외환보유액보다는 경상수지 누적에다 대외 금융투자거래 손익을 포함하는 국제투자포지션(net IIP)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였기에 재앙을 초래하였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11-26 11:15:40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경상수지와 국제투자포지션 이해

경상수지와 국제투자포지션(대외금융자산)은 일국경제의 강우량과 저수지로 비유해 볼 수 있다. 경상수지는 일정기간 중 강우량이며, 국제투자포지션 일정 시점에서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에로 비유할 수 있다. 비가 내릴 만큼 내려야 저수지에 물이 고인다. 또 저수지에 새는 구멍이 있다면 비가 많이 내려도 물이 차지 않는다.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웬만한 가뭄도 이겨 낼 수 있지만, 저수지가 메말라 있다면 웬만큼 비가 내려야만 해갈된다. 1990년 대 한국경제를 질곡으로 빠트린 IMF 구제금융 사태는 저수지에 비가 내리지 않아 바닥이 갈라지고 있는데도 바닥 밑 물까지 긁어내다가 모라토리움 즉 국가부도사태에 이른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어 국제투자포지션이 마이너스 상태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원화절상)을 억지로 유도하다가 얼마 되지 않는 외화를 허공에 퍼부어 불거진 관재였다. 쉽게 말하면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이라는 정치인, 관료들의 허욕으로 말미암은 재앙이었다. 당시 거시경제상황은 환율인하와는 반대로 적극적 환율상승 정책을 펼쳐야만 했었다. 그 이후에 비는 많이 내렸으나 저수지에 구멍이 뚫려 물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다. 2019년 현재까지 한국경제는 약 1조 달러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외국인의 국내투자 수익과 내국인의 해외투자 손실이 누적되어 (순)국제포지션은 5천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앞으로는 남는 장사를 하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오랫동안 한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장면이다. 일정기간 거래개념인 국제수지표(Balance of Payment)는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으로 나뉜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수지, 그리고 임금 같은 본원소득수지 및 대가 없이 주고받는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자본수지에는 채무면제 같은 자본이전과 상표권 같은 비생산·비금융자산이 포함된다. 금융계정은 대외 직접투자, 주식, 채권 등 증권투자, 파생상품거래, 대출·차입 및 준비자산 변동 같은 금융투자거래가 계상된다. 일정시점 잔액개념인 국제투자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에서 국제투자포지션(net IIP) 즉, 대외금융자산은 금융계정 누적 결과로 거주자 입장에서 실질 국외 자산 또는 부채를 의미한다. 대외금융자산을 분류하면, 직접투자는 외국투자자와 대상기업 간에 발생하는 대외거래를 계상한다. 증권투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에 이루어지는 주식,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 준비자산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보유하는 외화보유액으로 대외지급능력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실질 대외지불능력인 (순)국제투자포지션의 일부분이다. 다음 회에 자세히 논의하자. [b]주요저서[/b]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2019-11-06 15:22:3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와 과제

[신세철의 쉬운 경제]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와 과제 외환보유액은 국제금융위기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갖고 있는 비상금과 같은 성격의 대외준비자산이다. 급격한 외화유출입 같은 비상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금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외환보유 적정규모'도 변화되어 왔다. ① 1953년 IMF기준에 따르면 적정외환보유규모는 그 나라의 3개월 치 수입액 혹은 연간 경상 지급액의 25% 정도였다. 상품거래를 하면서 경제가 순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수치다.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그 기준도 복잡하게 되었는데, 최근 IMF는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3,700억 달러 가량으로 측정한 바 있다. ② 1999년에 발표된 '그린스펀-기도티 룰'은 '3개월 치 수입액'에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인 유동외채를 합한 정도를 적정수준으로 여긴다. 세계경제가 개방경제로 바뀌며 자본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부문 자본 유출입에 따른 위험을 예방하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린스펀-기도티 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약 3,000억 달러 정도가 된다. ③ 2004년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 신흥국의 평균 외환보유액을 '3개월 치 수입액'과 유동외채에 외국인포트폴리오투자(foreign portfolio invest) 자금의 1/3 수준에 이른다고 측정한 바 있다. 아시아금융위기의 경험으로 비정상상황이 벌어지면 외국인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 자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로 신흥국들은 외화보유를 늘렸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부분 신흥시장국들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평가되었음에도, 외화유동성 부족 및 환율 급변동에 시달렸다. 여건변화에 따라 대외지급수요와 외환보유비용이 달라지므로 외화보유 적정규모를 장기적, 동태적 관점에서 평가하여야 한다. 국제금융 환경 변화가 빨라지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적정규모 산정은 쉽지 않다. 특히 외국인포트폴리오자금(foreign portfolio investment)이 많이 유입된 소규모개방경제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며 2019년 현재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대립구도에서도 원화환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까닭의 하나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며 대외경쟁력이 약해져 경상수지 흑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국면이다. 외화보유 규모가 넉넉하더라도 성장 동력이 약해지면 의미가 줄어든다. 최근 수년 동안 내국인의 대외투자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데, 미래의 원화가치 하락 예상에 따른 차익을 겨냥하는 자금도 있으며 일부는 언젠가 해외도피자금으로 변할 우려도 배제하지 못한다. 하여간 자금의 해외이탈을 막는 길은 경제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10-28 10:47:15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환율 스무딩오퍼레이션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환율 스무딩오퍼레이션 2019년 상반기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38억 달러를 순매도하면서 원화하락 속도를 늦췄다. 2019년 들어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에다가 경기침체가 예고되며 대미 원화 환율이 5월 중 달러당 1,200원 선을 넘어서자 환율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 조치를 하였다. 시장심리 불안이나 일시적 수급불균형으로 환율 급등락 위험이 있을 때,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변동 속도를 조절하려고 한다. 환율상승(평가절하) 폭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원화매입-달러매각을 통하여 달러 초과수요(원화 초과공급)를 흡수하여 원화의 절하속도를 조절한다. 반대로 환율하락(평가절상) 폭이 과다할 때는 원화매각-달러매입 조치로 달러화 초과공급(원화 초과수요)을 해소하여 환율하락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 필요조건은 외환보유액(Official Reserve Assets)이 충분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대외지급준비 외화자산이다. 각 경제주체의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고 시장에 일시적으로 외화가 부족하여 환율이 급격한 변동이 예상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준비하는 외화다. 경제적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국민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자국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외환보유액이 넉넉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보유외환을 매각하며 시장에 개입하다가는 초단기에 있어서는 환율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중장기로는 외환 부족 상태를 초래하여 오히려 환율 급상승 압력을 촉발하게 된다. 쉬운 예로, 19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바닥난 외화를 긁어내어 원화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황당무계한 조치로 환율을 천정부지로 솟구치게 만들며 모라토리움 위기로 내닫게 만들었다. 당시 정보의 불투명성에다가 외환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경제여건이 튼튼하다"고 아침저녁으로 되뇌는 정부의 말을 믿고 달러 베이스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말과 거꾸로 달러에 '배팅'한 내부자(?)들은 엄청난 초과수익을 거머쥐었다. 나라의 외화금고는 텅 비어 바닥이 들어나는 가운데, 거주자 외화예금은 반비례하여 늘어가는 충격적 비정상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 같은 외환사정과 환율예측과 관련한 정보비대칭성으로 말미암은 충격은 수년 후 키코(KIKO) 사태로 재연되었다. 쉽게 말하면, 가계운영이나 기업경영에서 환율 변동은 치명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기초경제여건이 튼튼하다", "2020년이 되면 경제도 좋아지고 디플레이션 위험"도 없어질 것이다"라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들으면서 쓸데없는(?) 걱정이 드는 까닭은 외환위기와 키코사태로 말미암은 '심정적 충격(mental trauma)"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2019-10-07 15:51:22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②

[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② 다음 수요측면에서는, 첫째,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돈이 돌지 않는다. 통화량은 늘어나도 화폐유통속도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돈이 너무 많아도 돈 쓸 데가 없고, 다른 쪽에서는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다. 돈이 한쪽에 몰려 있으니 구매력 부족으로 소비수요기반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어 물가가 오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경제 위험과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는 가계부채에 버금가게 추정되는 대규모 대기성자금이 떠돌고 있다. 이는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고 한 쪽에 몰려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가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현재, 하위 20%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 원이라고 하는데 집세, 이자, 교육비, 건강보험료 같은 비소비지출을 하고 나면 무슨 소비여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소비수요가 살아나기 사실상 어려운 지경이다. 둘째, 고령사회, 장수 시대가 전개되면서 미래 삶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미래소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현재소비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장수사회에서 언제까지 살지 예측하지 못하는 데다 건강수명 또한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소시민들은 미래불안을 지우기 어렵다.오늘날처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어느 누구도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이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환경에서 경제적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래소비를 위해 현재소비 억제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으니 불가피하게 소비수요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가계는 과거 상당기간 성장통화 공급과 함께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 IMF 사태 이후 2018년 현재까지 8,0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어도, 환율은 옛날보다 오히려 높거나 엇비슷한 수준에 있는 원화가치 저평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자연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안정이 어려웠었다. 쉬운 예를 들면,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보다도 우리나라 생활물가가 현재까지도 훨씬 비싼 까닭은 무엇보다도 환율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가안정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여 미래예측 능력을 높이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마련이다. 가계나 기업이나 물가가 안정되어야 미래를 내다보고 합리적 경제활동을 세울 수 있다. 1980년대는 세계적 물가불안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몇몇 중앙은행들이 0% 인플레이션(zero inflation) 목표에 통화관리의 초점을 두기도 했었다. 지속적 성장의 조건이 되는 물가안정은 공급과 수요의 조화와 균형으로 달성된다. 오늘날, 물가안정 나아가 물가하락은 공급측면에서는 기술혁신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인류의 축복이다. 그러나 수요측면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승자독식 경제구조로 말미암아 파생된 재앙이기도 하다.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축복은 최대화하고 재앙은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물가상승률에 집착하거나 안도하기보다 경제흐름과 시장동향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물가 변동의 원인과 파급효과를 거시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긍정적 요인은 더욱 살리고, 부정적 요인은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참고로 구매력 기준으로 본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2019-09-25 10:33:39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 하향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 하향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선진국은 유동성을 팽창시켜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미달하여 디스인플레이션 나아가 디플레이션 소용돌이까지도 우려하고 있다. 공급측면과 수요측면 양쪽 모두 물가가 오르기 어려운 환경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물가 하향안정은 한편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축복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순환을 위협하는 재앙이기도 하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물가안정 요인은 먼저, 공급측면에서 ①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 ②유통혁명으로 중간 마진 감소 ③세계화로 저임금 국가로부터 상품이동을 꼽을 수 있다. 다음, 수요측면에서 ④경기침체 또는 경제력 집중으로 말미암은 소비수요기반 취약 ⑤장수시대를 맞이하여 미래소비를 위한 현재소비 억제를 들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연속 0%대 이하를 기록했다.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가 2019년 8월 현재 104.81로 2018년 8월(104.85)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지수변동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셈하면 전년 대비 -0.04%로 유례없는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압력이 있어도 불거진 물가하락 현상은 중앙은행 물가안정목표(2.0%)와 너무나 동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유동성을 팽창시켜도 과거와 달리 일반 물가수준이 오르지 않는 까닭을 공급과 수요 양쪽 측면에서 들여다보자. 먼저 공급측면에서는 첫째, 기술혁신 가속에 따른 생산성향상으로 공산품 생산원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생산품 단위당 노동비용이 떨어지는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계절적 요인이 큰 농산품도 농업기술 발달로 작황이 늘어나 물가상승 압력은 줄어들고 있다. 기상이변이 있어도 해외수입으로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서비스업종의 경우 임금상승에 못 미치는 생산성향상에 한계가 있어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오르는 경우는 있다. 독과점 업자가 담합비용과 독점이윤을 많이 붙여 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둘째, 유통혁명으로 중간 마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남해안에서 생산된 멸치가 식탁에 오르려면 생산지 경매장, 도매상, 중간도매상과 소매상까지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쳐야 했다. 오늘날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유통혁명 소위 '아마존효과(Amazon Effect)'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과거의 배보다 배꼽이 몇 배나 컸었던 유통마진을 조금만 지불해도 되게 되었다. 가격은 싸게, 배송은 빠르게 경쟁하는 온라인 거래는 물가안정 효과가 크다. 물론 상가가 비어가고 중간상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셋째, 세계화 진전으로 저임금 국가의 생산품이 고임금 국가로 몰려들어 생산단가가 세계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생산한 값싼 제품으로 고환율 정책에서 비롯되는 고물가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 저임금국가의 인력 유입은 물가 안정에 기여하였다. 그렇지만, 저임금 근로자 유입은 생산요소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저부가가치 산업에 머물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2~3천 달러 시대 산업이 공존하게 만들어 산업구조조정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2019-09-23 11:27:47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 어디까지 내려갈까?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 어디까지 내려갈까? 진통 끝에 금통위는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1.50%로 내렸는데도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생산도 소비도 더 오그라들고 있다. 물론 경기위축 원인이 모두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주변에 몰아치는 미국·중국·일본 경제 삼각파도도 원인이고, 돈의 유통속도를 떨어트리는 여러 가지 경제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계자산의 약 65%를 차지한다는 부동산거래 위축도 부분적 원인이다. 모든 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이 되는 금리가 거시경제상황에 비하여 높아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통화파급경로를 통하여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가 한국경제가 현실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먼저, 금리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에 더하여 물가상승률에 따라 정해져야 경제순환이 순조롭기 마련이다. 가계와 기업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려면 먼저 기회비용 즉 금리를 감안하여야 한다. 그런데 2019년 6월 현재 예금은행 가중평균 총대출금리는 3.69%로 (예상)경제성장률(2.0~2.3%)에 물가상승률(0.5~0.7%)을 더한 값보다 상당히 높다. 이는 우리나라 역동성이 높은 기회비용(금리)을 제대로 지불하고 이익을 남길 기업 또는 사업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제2 금융권의 금리는 예금은행 금리에 비하여 상당히 높다. 다음,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국고채(3년)금리가 1.15% 내외로 금통위가 정하는 기준금리 1.5%의 3/4에 못 미치는 극히 비정상 수준이다. 기준금리를 한차례 내려도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변이 오래 동안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불균형을 바로 잡고 경기를 선순환 시키려면 먼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부터 경제상황에 부응하여 정상화하여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기상황과 함께 시장금리와 조화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수준은 적어도 0.75~1.0% 아래로 정해져야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결정은 어디까지나 금통위의 절대권한이어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경기수축 그림자가 뚜렷한 2018년 가을에도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와 시장을 의아하게 만들고, 뒤이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시장을 당황하게 하였음을 생각해보자.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미국 FOMC의 금리 예측자료인 점도표(dot plot)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걱정스럽다. 기준금리는 어디까지나 자국의 경제상황을 충실히 반영하여야 하며, 해외 여건에 따라 좌지우지되면 위험과 불확실성이 국내로 전이되고 자칫 증폭될 수밖에 없다. 곰곰 생각해보자.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2019-08-26 11:31:5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부채 디플레이션을 경계하여야

오늘날 한국경제는 어느 방향으로 몰아칠지 모르는 거친 삼각파도에 내몰려져 있다. 미·중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틈을 타서 일본은 우리에게 덤비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어, 중상주의로 회귀하는 듯 아시아태평양 경제 질서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무려 70%에 달하는데다가 내수기반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이동평균을 관찰하면 2020년에는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내우외환이 겹쳐지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웅크려야만 한다. 가계운용이나 기업경영에서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부채 비중을 낮추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황일 때는 (거시경제상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실질금리로 자금을 차입하여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 금리를 부담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leverage) 투자가 효율적 투자기법이다. 그러나 불황일 때는 수익성이 낮아지고 실질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므로 미리 부채를 축소해 가는 방어적 투자가 요구된다. 가계나 기업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디레버리징은 가계, 기업, 정부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인 부채 수준 감축을 뜻한다. 국민계정에서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에서 나타난 디레버리징은 거시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불황으로 이어졌다. 2008년 갑작스런 금리인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되면서 금융기관들은 모기지 관련 자산을 서로 처분하려는데, 자산을 매수할 상대방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유동성 부족 문제에 더하여 증권화의 증권화로 말미암은 모기지 자산의 가치산정 어려움까지 더해져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급기야 세계금융위기로 진행되었다. 2019년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잠재력 위축으로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부채 상환을 미루며 우물쭈물하다가 뒤늦게 각 경제주체들 간에 일시에 디레버리징 사태가 번지면 경쟁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려 들어 자산가격 폭락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칫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으로 진행되어 만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 (만약, 국제 경제 질서가 와해되어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돈을 무한정 풀어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자산가격 하락을 재촉하는 부채디플레이션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외면하다가 재앙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정말 문제는 일부 지역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말미암은 착시현상으로 부채디플레이션 그림자를 느끼지 못하다가 더운 물 속 개구리가 될까 두렵다는 사실이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8-12 11:33:3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소극적 거짓말과 적극적 거짓말

사회가 일그러져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져 사회가 일그러지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여간 얼마 전부터 부와 명예와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었던 거물과 그의 수하였던 인사들이 벌이는 거짓과 진실 게임을 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몰라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였던 그 저명(?)인사들 가운데 어느 한쪽의 말이 진실이라면 다른 한쪽 말은 시뻘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거짓말한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여 "거짓말의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러다보면 급기야 자신이 남을 속이는 것인지, 남이 자신을 속이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거짓의 늪에서 거의 평생을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거짓말 중에 소극적 거짓말은 자신을 스스로 뽐내려는 자만심으로 쌓여 있는 인사들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른다. 적극적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부당하게 추구하거나, 남을 음해하려 드는 것이다. 스스로 품격을 지키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거짓말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거추장스런 장식품이다. 정직한 자세와 행동은 특별한 각오와 커다란 외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자세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근검절약하는 사람들에게 불의와 거짓이 끼어들 틈이 어디 있겠는가? 달리 말하면, 불의와 거짓으로 찌든 인사들이 오염된 부를 축적하고, 허위 명성을 쌓고, 썩은 권력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살길을 제대로 못 찾고 허둥대는 사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뇌물처럼 거저 챙기는 불로소득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임을 생각해보자. 온갖 것을 거머쥔 거짓말쟁이들도 평범하지만 정직하게 사는 이웃을 겉으로는 무시하는 듯이 보여도 내심으로는 부러워하는 이율배반의 심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 않고 있다면, 어떠한 사기꾼도 저와 같은 거짓말쟁이 도둑을 존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거짓이나 꾸밈없이 바르고 곧은 마음의 상태"를 정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는 정직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궁극적 목표는 아마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무엇에 앞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 바로 '정직한 마음'일 것이다. 주요저서 -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2019-07-22 09:17:1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폴리페서, 폴리포터, 폴리티션

[신세철의 쉬운 경제] 폴리페서, 폴리포터, 폴리티션 얼마 전 이름깨나 알려진 '폴리페서', '폴리포터', '폴리티션 들이 주고받는 '언의의 유희'를 시청하면서 우습기도하고 어이도 없었다. 상대편은 이유 없이 틀리고 자신은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의 비생산적 논쟁이랄까 얼토당토 않는 훈계에 치우치다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맹목적 편 가르기를 통하여 자신들의 입지만을 다지려는 이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여론을 이끌고, 큰일을 논의하는 지도층이라고 생각하니 두렵다는 생각까지 든다. 토론이란 어떤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보다 나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믿지 않으려는 불신의 늪에 매몰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에게 토론이란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서로의 생각이 반대임을 확인하고 더 굳혀나가는 요식 행위인지 모른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상대를 불신하는데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견해를 교환하기보다 온통 "네 편은 틀리고 내편은 맞다"라는 이야기다. 토론 도입부에서 한 말을 종결부분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열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딴 생각을 하며 남의 말을 들으니, 소리는 귀로 들릴지 모르지만, 내용은 마음의 눈에 들리지 않는다. 막무가내 상대방을 불신하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도 불신하게 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인사들이 어느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다보니 남을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버릇이 생긴 까닭이다. 미래지향적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막무가내 자신이나 자신의 편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름에는 화로를 곁에 두어야 하고, 겨울에는 부채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억지논리, 동문서답으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그들 자신들이 정작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의식은 못하는 것 같다. 놀랍게도 마지막에 악수를 나누고 킬킬거리는 막후장면이 비춰졌는데, 싸우는 척하며 우매한(?) 시청자들을 논쟁의 들러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일부러 대립과 갈등을 조성하여 적을 만드는 대가로 더 많은 "적의 적"을 만들어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수작인지는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 불화를 고의로 조성하는 일에 열중하는 이들은 '공공의 적'인가? 기생충인가? [b]주요저서[/b] -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2019-07-08 13:45:2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 수준과 핫머니 이동

정책금리인 기준금리(1.75%)가 시장금리인 국고채(3년)금리(1.42%)보다도 0.33%나 크게 높아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금리불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식자 중에 혹자는 어느 나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정하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금통위가 시장을 외면하고 기준금리를 높이 유지하는 까닭의 하나는 가계부채와 대기성자금 증가 같은 금융불안정과 함께 외국인포트폴리오투자(FPI) 자금이 빠져나갈 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현상을 살펴보자. 1999년 7월~2001년 3월 사이와 2005년 8월~2007년 9월 중에 두 차례 있었지만 한국경제에 어떠한 충격도 주지 않았다. 1차 역전기 중인 2000년 5월~10월까지 6개월간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6.50%, 5.00%를 기록하여 1.50%p 금리차이가 벌어졌다. 2차 역전기에는 2006년 5월부터 4개월간 양국의 기준금리가 각각 5.25%, 4.25%로 1.00%p 차이가 나기도 했다. 1차 역전기 당시 채권시장에서 50억 달러 정도 핫머니가 빠져나갔지만 주식시장에서는 230억 달러가량이 순유입 됐다. 제2차 역전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00억 달러가 넘었다. 이 정도 유출입은 정책금리 수준 변화가 아니더라도 개방경제체제에서 언제든지, 수시로 있을 수 있는 모습이다. 2017년~19년 현재까지도 기준금리 역전으로 상당수 관계자들이 외국인포트폴리오자금 탈출을 염려하였지만 기우에 불과하였다. 외국인 탈출이 아니라 오히려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 정책금리가 외국보다 낮으면 외국인포트롤폴리오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가설은 미시적 단견이다. 외국인들은 자기나라 화폐단위로 계산하여 보다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지 금리차이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채권시장만이 아니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주가·환율의 변화 방향을 종합적으로 계산하고 자국 화폐단위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때 투자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사항은 투자대상국의 경제역동성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통화가치도 주식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한국경제 성장 동력이 뒤처져지지 않았다고 외국인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핫머니가 나가지 않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높아서 그런 것은 정말 아니다. 한국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순환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금리를 올려 핫머니를 붙잡으려는 발상은 외국인들에게 공짜로 투자수익률을 올려주겠다는 것과 다름없이 위험하다. 한국경제 성장과실을 그들에게 거저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가진다. 참고로 국제수지(BOP)와 국제투자포지션(IIP)을 보면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약 9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였으니 순대외금자산은 2019년 3월 현재 약 4,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이 그만큼 한국에서 많이 벌어갔는데 이의 원인은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이 그만큼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6-25 09:09:2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역발상 투자와 주식 매수리스트

[신세철의 쉬운 경제] 역발상 투자와 주식 매수리스트 역발상 투자의 귀재라는 존 템플턴은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표어를 자신의 책상 위에 걸어 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최적의 투자 타이밍은 비관론이 팽배할 때라는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시장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려고 하였다. 80년대 후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사태가 벌어져 미국 증시 공황상태에서, 주식을 많이 사들였는데, 80년대 초부터 반등한 미국 증시는 그 후 20여 년 긴 상승 곡선을 나타냈다. "위기는 최고의 투자 시점이다."라는 소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리저리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인간이 그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역발상 투자는 어쩌면 인간의 감성에 반대되는 투자행태인지 모른다. 주가가 맥없이 떨어질 때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팔려고 한다. 반대로 주가상승 시기에는 사람들이 덮어 놓고 몰려들어 가격불문하고 무작정 사려고 하다 보니 주가는 내재가치와 동떨어져 형성되기 쉽다. 주가폭락 상황에서는 너도나도 팔고 흩어지려 한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몰려들어 쏠림현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으로 행동하며 남들을 따라 집단본능에 따라 움직이기가 쉽다는 이야기다. 쉬운 예로 주가가 오르면 펀드로 자금 유입이 많아지고, 폭락하면 환매가 늘어나는 까닭으로 주식형 펀드의 잔고와 주가동향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반대로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템플턴은 평소에 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사고 싶은 주식 매수 리스트를 항상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언제 시장이 좋아질지, 붕괴할 지 예측하기 어렵기 없기 때문에 평소에 주식매수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적정주가보다 시장주가가 크게 낮아지면 매수하였다. 시장이 두려움에 휩싸여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로 떨어지면 사들이고 탐욕이 넘쳐 비이성적 과열 상황에서는 팔면 남다른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말이야 쉽지만 투자자들은 의외로 반대로 행동하기가 쉽다. 인간이란 탐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서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내릴 때는 더 내릴 것 같은 조바심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간 시장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으려면 서두르지도 말고 때를 놓치지도 말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템플턴이 남다른 초과수익을 누린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6-11 16:31:53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채권투자 위험과 극복

채권 투자에서 원리금 손실 위험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할 수 있다. 채권투자 위험은 크게 보아 채권발행주체의 지불불능위험 정도에 따라 ①원리금 상환불능 위험과 ②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하락 위험이 있다. 해외채권에 투자할 때 ③환위험을 고려하여야 뜻밖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의 지불불능사태는 날벼락처럼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선행하여 당해채권 발행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채권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경기침체 나아가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신용등급에 따른 채권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지불불능위험은 개별기업 경영부실에 따른 경우와 함께, 불황으로 시장에 위험회피성향이 확대되면서 멀쩡한 기업까지 유동성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아시아 외환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신용경색(credit crunch) 사태가 벌어져 일부 대기업 집단 외에는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며 부도사태가 줄을 잇고 흑자 도산하는 경우도 상당하였다. 다음,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할인율 변동으로 채권가격이 변동한다.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금리의 구성요소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금리가 상승으로 할인율이 높아짐에 따라, 기 발행 채권의 가격하락 위험이 도사린다.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만기구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하락폭이 커지기에 채권 만기구조를 단기화하거나 현금화 하여 유동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반대로 경기침체 조짐이 있으면, (무위험채권)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채권 만기구조를 길게 할수록 금리하락에 차익을 크게 거둘 수 있다. 채권의 잔존기간이 길어지면 가력등락폭이 주식보다 커질 수 있다. 주의하여야 할 점은 경기가 호전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위험회피성향이 낮아지며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에 따른 할인율 하락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 가격은 (무위험 채권과 달리) 오히려 상승한다. 반대로 경기하락기에는 무위험채권 가격은 상승하지만 고위험채권은 시장의 위험회피성향 확대에 따라 위험부담비용(risk premium)이 커지는 까닭에 할인율이 높아지는 만큼 채권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그 다음, 해외 채권투자에는 환위험이 항상 따라다닌다. 수익률이 높더라도 환율 하락폭이 그보다 더 높으면 매매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채권에 투자할 때는 먼저 자국화폐위로 당해 채권의 미래가치를 견줘보아야 한다. 채권에 투자할 때는 개별기업의 위험은 물론 국내외 경기 동향을 먼 시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신용경색 상황으로 우량기업도 흑자 도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모든 투자에 수익과 위험은 항상 따라 다닌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6-03 14:25:2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노후가 두렵지 않다. -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노후가 두렵지 않다. - ① 다가오는 미래사회에는 평균수명이 120 세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족 구조도 지금처럼 3~4대가 (때로는) 같이 사는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5~6대가 각각 혼자서 생존해야 하는 단선구조로 바뀔 것이다. 70세까지 일한다고 가정하면 약 50년간의 생활비를 미리 저축한 돈이나 연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금융산업 경쟁력 낙후로 화폐가치를 보장할 저축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무위험 금융상품은 적정수익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 비하여 실제수익률이 지나치게 낮고, 위험채권은 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직접 접근하기도 어렵고 위험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래저래 양에 차지 않거나 믿음직하지 못하다. ① 국민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5% 이상을 보이다가 2018년 중에는 -0.92%로 반전되었고, 개인연금 평균 수익률은 불과 1.01%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수준으로 보도되었다. ② 은행예금의 경우 가중 평균 총수신금리는 2019년 3월 현재 1.42%에 불과하다. 소득세, 물가상승률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사실상 별로 없다. ③ 채권시장 금리는 2019년 5월 현재 무위험채권 금리라고 평가되는 회사채(3년) aa-등급은 2% 남짓에 불과하다. bbb- 등급은 8% 내외지만 소액투자자들은 접근이 쉽지 않고 두렵기도 하다. 이처럼 열악한 저축환경을 감안할 때, 미래소비를 위한 소중한 '저축'을 아무 데다 맡겨두다가는 안정된 노후를 기약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금융소비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고 수익성과 안정성 있는 저축수단을 스스로 찾아 골라내야 한다. 저축을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장기저축일수록 조그만 수익률차이도 미래가치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변화를 알아야 성공적 저축이 가능하다. 거시경제여건과 동시에 금융시장 변화 추세를 꾸준히 관찰하는 시각과 감각을 가져야만 가치 있는 저축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효율적 금융자산관리는 노후에 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길로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 흐름을 익히는 일은 미래를 대비하는 길이다. 자산의 가격 특히 금융자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화하지만, 그 바탕은 어디까지나 내재가치에 있다.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가치와 가격은 금융시장에서 균형을 이루다가 이탈하고 다시 환원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의 변화와 그 틈새를 읽어내는 시각과 선택은 성공적 금융투자의 기본원칙이다. 저축과 투자, 생산과 소비 같은?경제적 선택의 기회비용이자 바로미터가 되는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위험과 불확실성도 금리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가계 자산운용,?기업 재무관리?전략은 거시경제 현상을 반영하는 금리의 변화 방향을 관찰하는데서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효율적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주가, 환율과 깊은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공동변화(co-movement)한다.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와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시장 가격지표가 공동변화 하는 모습을 동시에 관찰하여야 금융투자에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을 제대로 알면 불확실성 시대에도 미래가 두렵지 않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5-21 10:17:2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투자자는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신세철의 쉬운 경제] 투자자는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인간은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선택을 위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본능이나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 판단에 의존하여 경제적 행위를 한다고 기존경제학은 가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세계와 실제행동은 종종 비합리적이다. 사실이지 감성과 직감이 지배하는 인간에게 합리적 선택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사람들의 경제행위를 표면이 아닌 내면으로 접근하여 분석하려 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냉철하게 행동하기보다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고 설명한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투자를 행동으로 옳기기 전에는 논리적으로 계산하고 따지다가도, 사고파는 마지막 행동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직감에 따른다는 관점이다.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에 따른 집단적 비이성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팽창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냉각되어 역거품 까지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가격과 가치의 괴리 현상은 채권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도 그러한 광경을 종종 엿볼 수 있다.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 흐름을 관찰할 때, 인간은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하다가도 어느 순간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비논리적 주장을 펼치기 쉽다. 냉철한 이성보다는 집단본능이 시장 분위기를 이끌기 쉽다는 이야기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2019년 3월 25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한·중·일 주식시장이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효율적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recession) 예고지표로 그 파급효과가 아시아 주요국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가 시장을 급냉각 시킨 것이다. 논리적 추론보다는 감성적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쏠림현상을 나타내며 시장을 비관론으로 휩싸이게 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집단본능에 따라 비이성적 행동을 할 때 가격변동성은 급격하게 확대된다. 코스톨라니(A. Kostolany), 존 템플턴(J. Templeton), 피터 린치(P. Lynch) 같은 전설적 투자자들은 가치가 높아질 상품을 고르거나 급변동 시장에서 그 틈새를 보고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보다 크게 쌀 때 매수한 다음, 기다리다가 가격이 가치를 회복하면 매도하여 남다른 자본이익을 거뒀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을 때, 이성을 가진 극소수 투자자는 반사이익을 거두기 마련이다. 문제는 보통사람들이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서두르지도 말고 때를 놓치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나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쉬운 일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2019-05-14 10:53:0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에

[신세철의 쉬운 경제]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에 우리사회에서도 아껴 모은 큰 재산을 대학에 뭉텅 뭉텅 희사하는 분들이 늘어나 미래의 등불이 밝아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빈곤층, 막바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기부활동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어디로 갈는지? 자선모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후진사회일수록 거부들의 기부활동이 서민이나 중산층에 비하여 절대금액에서도 부진한 까닭은 무엇인지? 아마도 이 같은 현상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는 하나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정경유착, 담합, 내부자거래, 중소기업 뜯어먹기, 탈세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살얼음판을 건너면서 축적한 부를 남을 위하여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다면 지저분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체면이나 양심의 응어리를 같은 것을 물질로 채우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가? 아무리 쌓고 쌓아도 허기진 그 욕망의 세계, 그 완성될 수 없는 바벨탑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닐까? 기부활동이 활발한 선진사회 특색의 하나는 부의 축적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오히려 사회발전의 덕택이라고 생각하는 부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지 않고 공동체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부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생각건대,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며 비할 수 없는 행복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일군 사람의 한사람"인 워런 버핏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생에서 일 자체의 기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면, 돈은 일하는 기쁨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전리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물론 이 같은 이상적 논리는 빈곤으로부터의 공포가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부가가치 창출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쌓아 올린 부는 자랑스러운 열매다. 그리고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 그 결과에 대해 미련과 집착할 까닭이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니 그 열매를 사회가 더 밝아지기를 기대하며 사용할 때, 그 기쁨과 자랑의 금자탑은 더 우뚝 서고 더 빛나게 된다. 주변에서 보면 남모르게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밝고 여유롭게 비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아마도 자신이 포기한 조그만 효용의 대가가 다른 이에게는 몇 배 큰 효용을 줄 수 있다는 확신과 그에 따른 기쁜 마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실이지 우리가 시각을 조금만 넓게 하면 기부행위를 통하여 사회의 총효용을 확대하는 일은 생산증대와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부가가치 창출의 또 다른 방법이다. 땀 흘려 번 돈의 효용을 가능한 크게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적동물의 참된 경제적 행위라고 생각하면 답이 바로 나온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자선행위는 남을 위하기도 하면서 결국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바로 변하지 않고 반짝이는 금자탑을 쌓는 일이다. 한 번 잘못 판단하면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 시대에 자선활동은 너와 나를 위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한 갈래 길이다. 세금 마일리지, 기부 마일리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을 많이 도운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여 생계의 위협을 받을 경우 그 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로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 받는 다면 사람 사는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인간세계에서 영원히 미완성일 바벨탑과 반짝이며 빛나는 금자탑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마도 무지와 탐욕의 늪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백 냥짜리 금자탑이 만 냥짜리 바벨탑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깨달음만 가진다면 누구나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를 풀쩍 건너뛸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얼마 전 서울 맹학교에서 펼쳐진 한글점자 기념일 행사에서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웃에 사시는 90대의 윤 할머니께서 골동품 감정 일을 하면서 모아온 5억원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선뜻 회사하였다. 노욕을 가지거나 치기를 부리기 쉬운 그 연세에 그와 같은 결단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한참 생각해보게 된다. 더군다나 고향 언덕이나 유명대학 교정에 이름 석 자를 새긴 기념비를 세우는 일도 없는데... 그 금자탑은 여러 사람들 가슴 속에서 환하게 빛날 것이다.

2019-04-30 15:42:2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