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롤타워 없는 삼성, 人事 해 넘기나
삼성 관계사들의 임원 인사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 인사는 지난달 마무리됐지만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서비스 계열사와 삼성카드, 삼성생명·화재 등 금융계열사 인사는 깜깜무소식이다. 재계는 "그동안의 삼성 인사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주도적으로 단행해 잡음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해체 후 계열사별로 인사가 되면서 늘어지는 모습"이라며 "예전 같은 기민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 비전자 계열사 인사를 마지막으로 올해 인사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일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16일 임원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늦어도 그 다음 주부터는 제조, 서비스, 금융 등 비전자 계열사들도 인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예상은 빗나가 한 달 만에 겨우 제조 분야 계열사의 인사만 났을 뿐, 서비스와 및 금융 계열사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동안의 삼성 인사는 기준을 정하면 예외를 두지 않고 실시돼 왔다. 뒷말이 나올 것을 염려해서다. 하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삼성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알력 다툼으로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의 삼성 사장단 인사를 보면 50대 CEO로의 '세대교체'와 내부 승진을 통한 계열사의 '조직안정과 독자경영'으로 정리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최성안 플랜트사업1본부장(57)을, 삼성중공업은 거제 조선소장인 남준우 부사장(59)을, 제일기획은 유정근 현 부사장(54)을 사장으로 각각 내정했다. 삼성전자가 지나달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부문장에 김기남 사장(59)을, CE(소비자 가전)부문장에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장(56), IM(IT·모바일) 부문장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56)을 임명하며 '50대 CEO 체제'에 물꼬를 튼데 이어 다른 계열사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래전략실이나 전자 출신 임원에 대한 계열사간 이동은 전무하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전문성과 업무성과를 강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조는 남은 인사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남은 삼성 인사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교체되면서 삼성물산 인사도 지난주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을 비롯해 김신 상사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방 모두 1957년생으로 올해 만 60세를 넘겨,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최치훈 사장에 대해서는 예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뒤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초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계속 대표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하만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전장부품기업 하만의 본사가 있는 뉴욕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만 경영진으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인사는 내년으로 넘어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사장을 추천한 뒤 이사회가 의결, 발표하기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린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들 CEO는 모두 60대가 맡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 등 아직 인사가 단행되지 않은 계열사의 인사와 관련해 시기나 인물 모두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현 CEO들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세대교체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