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상속세 개편논의와 조커 카드
줄곧 재계에서는 우리의 높은 상속세율이 부의 해외이전, 편법적 탈피, 기업승계 폐지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현행 상속세 체계는 최고세율이 1999년에 45%에서 50%로 개정된 후 25년간 유지되고 있다.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방식으로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엔 최고 60%까지 세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일본이 55%로 제일 높고, 한국이 두 번째로 높으며, 그 다음으로 45%의 프랑스, 40%의 영국과 미국 순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OECD 평균 최고세율이 15% 수준임을 생각하면,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각 국가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볼 때 실효세율 측면에서 여러 공제제도나 소득세 등과의 연계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국가 간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행 상속세 과세 방식이 높은 과세 표준적용으로 과세부담이 과중하고, OECD 국가보다 최고세율이 높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그런데, 상속세 완화는 '부의 대물림'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항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상속세 부담완화법안은 부자감세라는 민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던 상속세 완화 법안이 22대 국회에 들어와 논의가 재연되고 있다. 7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올해 상속세 완화 논의의 첫 단추는 윤 대통령이 꿰었다. 1월 1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상속세의 과도한 부과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현행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과세라며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후 상속세 개편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빗장 풀린듯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여·야 의원의 대표적인 발언을 보자. 여당인 국민의힘 재정·세제특위 위원장인 송인석 의원은 지난 6월 20일 한 토론회에서 상속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인 민주당 임광현 의원도 지난 6월에 최고세율은 그대로 두고 상속세 일괄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 역시 6월 20일 여당 주최 토론회에서 인적공제액을 높이고, 최고 50%인 상속세를 낮추고, 주주상속세 할증제도를 낮추는 방향으로의 상속세 개편 방향을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여·야 의원들의 발언에서 공통된 점은 상속세 개편 필요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다는 점이다. KOSIS의 2022년 자료를 보면, 피상속인수는 1만9506명이고, 이들의 상속자산액은 56.5조원이다. 이 중 상속세율 50% 적용 대상인 과세표준 30억 이상인 피상속인 수는 1275명으로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여·야나 정부가 상속세 개편 목적으로 중산층의 부담경감을 언급하는데, 과연 이들을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도 이들 의원처럼 인심 쓰듯 상속세를 낮추자는 주장에 동의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벌어지는 추세를 살펴보자. 처분가능소득 기준의 소득 10분위 배율은 2020년 9.59에서 2022년 9.92로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더욱 이 기간 2~3배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자산가치를 반영한 양극화는 더 확대된다. 부의 양극화는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우리의 상속세 완화는 작금 해외에서 초부자에 대한 부유세 부과논의 상황과 엇박자 처럼 보인다. 큰 부자일수록, 기업 대주주일수록, 이들 부자의 자산가치 증가에 대한 세금부과는 이들에게 자산투자보다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고, 양극화 해소라는 경제정의와도 부합이 된다. 다만, 대기업집단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지방 소멸이 진행되는 현실에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상속세 개편의 조커 카드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대폭 감면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독일 처럼 지역별로 대기업 1~2개가 존재하는 현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발전에 필요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