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100만좌 돌파…흥행 속 불안 여전
ISA 출시 보름 만에 100만 계좌 돌파…논란 딛고 '흥행' 1만원 깡통계좌 다수…금융사 "승자 없다" 자조적 반응 최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 간 과도한 유치경쟁에 따른 소액계좌가 많아 '속빈 강정'이란 지적도 잇따른다. 3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ISA 판매 금융회사의 가입자 수는 지난 29일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공식 집계는 지난 14일 ISA가 판매된 이후 25일까지 92만6103명, 가입금액 5192억원을 기록했고, 28~29일 이틀간 10만명이 추가 가입해 102만7633계좌, 가입금액 5883억원을 달성했다. 업권별로는 가입자 수가 은행 93만9829명, 증권사 8만7367명으로 여전히 은행이 90% 이상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가입금액은 은행 3337억원, 증권사 2540억원으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고액 고객이 증권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증권 291만원, 은행 36만원으로 증권이 은행의 8배에 달했다. ◆가입자 수, 32만에서 5만명 수준으로 급감 12거래일 만에 ISA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다른 절세상품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란 평이 나온다. 지난 2013년 재출시 된 재형저축도 12거래일 동안 118만명이 가입하며 인기를 끈 바 있다. ISA는 출시 첫날 32만명을 돌파한 이후 둘째 날 11만명, 셋째 날 8만명 등으로 떨어져 현재 일 평균 5만명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은행·신탁형 위주의 가입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탁형이 전체의 99.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첫 주에 비해 둘째 주부터는 일임형의 비중이 2% 이상으로 늘고 1인당 가입금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사전예약 등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 출시 초기에 비해 첫째 주 이후부터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점차 안정화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출시 초기의 사전예약 등에 따른 은행 편중 현상이 완화되면서 업권간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둘째 주의 자금 유입규모는 은행에 비해 증권사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권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깡통계좌 비판…금융당국 "진성계좌 늘 것" ISA는 초기 불안감을 극복하고 흥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과도한 마케팅에 '깡통계좌'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1인당 ISA 가입액은 평균 36만원 수준에 그쳐 '국민의 재산증식'이란 초기 목적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ISA는 출시 전부터 은행, 증권 등 금융사들이 자동차, 골드바 등 고가의 경품을 걸고 고객유치에 열을 올렸다. 일부 금융사는 직원에게 ISA 판매 할당량을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300개까지 부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 압박 때문에 고객에 ISA를 개설하라고 권유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법을 알고 가입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며 "거품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승자 없는 싸움'과도 같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장기투자 목적으로 개설된 ISA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깡통계좌'란 지칭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ISA는 우선 계좌를 트고 이후 서서히 납입금을 늘려갈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4월 중 일임형에 대한 온라인 가입을 허용하고 6월에는 상품 수익률 비교공시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투자일임업을 등록 신청한 10개 은행에 대한 등록 절차가 4월 초까지 마무리된다"며 "은행이 일임형 ISA를 취급하고 온라인 가입도 허용되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ISA의 수익률 경쟁을 유도해 경쟁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