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의혹 직권조사··· 여가부,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지원방안 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직권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30일 열린 제26차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 계획안' 안건을 비공개 심의해 직권조사 실시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별도의 '직권조사팀'을 구성해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행위와 서울시의 피해 묵인·방조를 조사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 개념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나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성희롱 사안에 관한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도 함께 살펴볼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는 최영애 인권위원장을 비롯해 인권위 상임위원인 정문자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상철 위원(옛 자유한국당 추천), 박찬운 위원(대통령 지명)이 참석했다.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 구성위원 4명 중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상임위를 개회해 공개 안건들을 먼저 심의하고, 오전 11시 47분께부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 '직권조사 계획안' 안건을 심의했다. 직권조사는 피해 당사자 등으로부터 진정이 없더라도 인권위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개시하는 조사 형태다. 앞서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독립기구인 인권위가 이번 사안을 직권으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이달 28일 인권위에 제출한 직권조사 요청서에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 고소 사실 누설 경위 등 의혹 전반을 규명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2차 가해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와 공공기관 기관장 비서 채용 과정상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실태조사, 선출직 공무원의 성범죄 비위에 대한 견제조치 마련 등 제도개선 요구들도 담겼다. 한편 이날 여성가족부는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를 특별 현장점검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가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서울시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 관련된 사람과 부서가 많아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가부는 서울시가 피해자 보호·지원 계획을 수립할 때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할 것, 피해자 고충상담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력자를 지정해 운영할 것, 인사상 불이익 방지 조치를 포함할 것을 요청했다. 여가부는 서울시가 피해자 지원, 2차 피해 방지, 사후 모니터링, 통계관리 등 사건처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2차 피해가 무엇인지 전 직원에게 교육, 피해 발생 시 제보절차와 처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서울시가 2차 피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현장점검에서 드러난 지적사항을 서울시가 재발방지대책에 반영해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전문가 회의, 20·30대 간담회,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거쳐 지자체장 사건처리 방안, 폭력예방교육 실효성 제고 등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는 "여성가족부가 현장점검을 통해 지적한 주요 개선요청 사항을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대책 수립에 반영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하루속히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 직권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