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체, 10년후 은행 소비자금융 수익 60% 잠식
앞으로 10년 후 은행들이 소비자금융 수익의 60% 가량을 핀테크 업체에 빼앗길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담보대출,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등 구조가 복잡하거나 기업고객 대상 업무에서 겨우 체면 치레 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금융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 개혁 의지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금융개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질타할 정도로 금융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개혁은 은행권의 보신주의 영업 관행 타파, 당국의 규제 완화와 감독체계 개편 등 금융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고비용 인력 체제와 직원들의 노동생산성 등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이재은 연구원은 20일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Mckinsey Global Banking Annual Review)'를 근거로 이 같이 진단했다. 매킨지는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90개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2025년 핀테크(FinTech·정보기술과 금융의 융합)가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진입 장벽이 낮고 기술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리테일(소매금융) 분야에서 은행의 수익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개인 신용을 바탕으로 신용대출, 할부금융 등을 제공하는 소비자 금융에서의 강세를 예상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2025년 은행 소비자금융 매출의 40%, 수익의 60%를 앗아갈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혁신속도가 빠른 지급결제나 중소기업에서 소호(SOHO)까지를 아우르는 자영업자(SME) 대출,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핀테크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급 결제 분야에서는 은행 매출의 30%, 수익의 35%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 대출에서도 매출의 25%, 수익의 35%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관리(WM) 분야는 은행 매출의 15%, 수익의 30%를 잠식하고 주택담보대출은 매출의 10%(수익 20%)를 은행으로부터 빼앗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자산담보대출, 신디케이트론 등 비교적 구조가 복잡하거나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업무는 은행의 강세를 예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산업의 평판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은행과 고객의 단단했던 신뢰 관계가 무너지면서 고객들이 핀테크 기업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이 나오고 기술발달로 인한 새로운 고객 형태가 나타나는 점도 핀테크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살아 남으려면 고객중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위한 과제로 ▲은행 조직문화 변경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소구하는 브랜드 구축 ▲개인화된 고객경험 제공 등을 주문했다. 아울러 데이터 거버넌스 및 활용에 투자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해 디지털 금융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재은 연구원은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가 보편화하고 고객의 온라인 선호가 증가하면서 핀테크로의 고객 이동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금융, 지급결제, 중소기업 대출 및 자산관리 등 리테일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은행업이 이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부단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국내 은행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일까.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분야의 성숙도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80위다. 아프리카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나(52위)·보츠와나(53위)·콜롬비아(63위)보다 낮다. 세부 평가항목에서도 은행 건전성 122위, 대출 이용가능성 120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 107위,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100위 등으로 하나같이 100위권 아래였다. 수익성과 고용창출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금융권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을 보면 한국은 지난해 0.4% 수준이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