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억 달러 자금 유입 늦춰진다…韓국채 WGBI 선진그룹 편입, 올해 11월→내년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이 최종 확정됐다. 다만 실제 편입 시점은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5개월 연기됐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지수 제공업체인 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을 공식 발표하고, 편입 시작 시점을 내년 4월로 조정했다. 당초 계획됐던 분기별 편입 방식은 월별 분할 편입으로 변경됐으며, 최종 편입 완료 시점은 기존과 동일한 2025년 11월이다. FTSE 러셀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시스템 테스트 수요 등을 감안한 기술적 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계 투자자의 비중이 40%에 달하는 점에서, 실거래 준비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변경이 투자자 편의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제도 개선과 관련한 추가 요청은 없었고, 오히려 시장과의 소통과 개방 의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완료 시점까지 조정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에선 최근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취약한 산업 구조, 대통령 탄핵 이후 계속된 정치적 혼란 등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흔들었고, 이로 인해 편입 일정이 미뤄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해외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 8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또 한 차례 낮췄다. 이는 일주일 전 1.2%에서 0.9%로 조정한 데 이어 다시 하향한 것이다. 지금까지 WGBI 편입이 확정된 이후 편입 시점이 조정된 사례는 없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올해 안에 기대됐던 외국인 자금 유입, 국채 조달비용 경감, 환율 안정 등의 효과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최대 560억달러(약 75조원) 규모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기대가 약화되고, 국고채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WGBI 패시브·액티브 자금 유입 시점이 늦춰지며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SE 러셀은 과거 중국 사례에서도 투자자 준비 상황에 따라 편입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될 WGBI 편입이 한국 채권시장의 외국인 기반을 넓히고, 외환시장 안정 및 자금조달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