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시장 겨냥한 유통가 투자 결과는 기대 이하
전국민의 1/4에 달하는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한 '반려동물 시장'.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뛰어든 유통기업들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2010년대 초 시작된 유통 대기업, 특히 플랫폼 업계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중소형 전문쇼핑몰들의 선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팬데믹 사태를 맞아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자 다시 붐이 일었다. 유통가는 성장한 버티컬 플랫폼을 인수하고, 재단장했다. 반려동물 시장 진출이 많았던 팬데믹 시기를 지나 엔데믹(풍토화)에 이른 현재, 이들 기업의 성과는 다소 초라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 중 가장 선제적으로 반려사업에 뛰어든 이마트는 PB '몰리스펫샵'을 2021년 정비했다. 오프라인 숍 중심으로 전국 이마트와 스타필드 내 입점한 몰리스펫샵은 반려동물 용품 관련 쇼핑도 빠른 속도로 온라인으로 전환 되는 데에 따라가지 못해 2021년 여름까지도 인수자를 찾는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마트는 전략을 바꿔 2021년 9월 온라인 커머스 전환 후 2022년 1월 SSG닷컴 내에 전문관 '몰리스 SSG'을 입점했다. 지난 1월 SSG닷컴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몰리스 1년여간 누적 주문건수는 88만건, 누적 주문 상품 수는 217만개를 기록했다. 누적 구매고객은 23만 명, 2회 이상에 걸친 재구매율은 50%로 나타났다. 취급 상품 수 또한 론칭 초기 30만 개에서 50만 개 수준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들과 증권사에서는 실질적으로 몰리스펫샵이 성장세에 편입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이마트가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연결기준 전문점의 총매출액은 2731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975% 신장한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관계자들은 몰리스펫샵이 포함된 전문점 영역에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이마트의 주요 PB들이 포진했기 때문에 명쾌한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관련 기업 인수와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2018년 어바웃펫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 지분을 추가 매입해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펫전문몰을 퀵커머스 등과 함께 묶어 "GS리테일의 미래 먹거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하다. 지분 확대는 어바웃펫 주주인 나옥귀씨와 강연진씨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매입한 내용이다. 이들은 풋옵션 기간이 끝나자 바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까지 GS리테일이 어바웃펫에 인수, 투자로 지출한 금액은 2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올해 대여금만 1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올해 3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조카인 허치홍 상무가 어바웃펫 사외이사로 급파됐고 4월에는 자체 물류센터인 경기도 김포 강서 물류센터를 닫았다. 물류 업무 일체를 3자 물류로 변경해 운영하기로 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GS리테일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사 대비 차별점도 부재하다"며 "빠르게 적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손실 지속으로 주가에 대한 매력도도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 중심 사업이 아닌 상품 개발에 나선 유통기업들 중에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도 나오는 등 성과가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이 2017년 펫푸드 시장에 진출한 하림과 대한제분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반려견 사료 시장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국내 식품 기업은 이 두곳 뿐이다. 더리얼, 밥이 보약 시리즈 등을 내놓은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366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33% 늘었다. 대한제분은 2020년 자회사 우리와를 통해 ANF, 이즈칸, 웰츠 등을 선보인 후 지난해 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업 부진을 겪는 기업과 아닌 기업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는 '접근성'과 '브랜딩'의 차이로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굉장히 많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반려동물 사업에 진출하고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관점에서 과연 각 기업들의 사업과 브랜드 이미지가 명확한 곳이 몇 곳이나 될 지 의문"이라며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