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사업 접고 뜨는 사업 키우고…최태원의 딥체인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비전인 '딥 체인지(근본적인 혁신)'를 위해 조용한 사업재편으로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해운, 중고차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주력 사업은 접는 대신, 바이오, 모빌리티 등 뜨는 사업을 키우는 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SK해운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불황의 늪에 빠져 '앓던 이'였던 해운업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인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SK그룹은 1982년 유공해운(현 SK해운)을 설립한 지 36년 만에 해운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SK그룹 관계자는 "한앤컴퍼니 측과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며 "투자유치와 관련,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4월 물적 분할을 통해 SK해운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해운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391%, 차입금은 4조4000억원이다. SK해운이 매각되면 SK그룹의 사업 재편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날 SK그룹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내 2위 물리(출동)보안업체 ADT캡스 인수를 완료하며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SK그룹은 지난 3월 5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3년 간 총 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핵심소재와 5세대(5G) 인프라,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이 주요 투자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 역시 이 같은 신사업 투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바이오, 제약 부문에서도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SK㈜는 최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 개발·생산업체(CDMO)인 암팩(AMPAC)의 지분 100%를 51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해외 제약 회사 M&A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SK그룹의 사업 개편은 홈 케어와 모빌리티에서도 두드러진다. 최신원 회장이 수장인 SK네트웍스는 모빌리티와 홈 케어로 사업 방향성을 잡고 사업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SK는 중고차 오프라인 사업인 SK엔카 직영을 지난해 정리하는 대신, 국내 3위 렌터카 업체인 AJ렌터카를 인수키로 지난달 21일 결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와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1위인 롯데렌탈과 비슷해져 업계가 양강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략에서다. SK렌터카가 SK주유소, 스피드메이트 등 차량관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인장기렌터카 사업에 주력해왔다면, AJ렌터카는 30년 이상의 사업 운영을 통한 노하우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16년에는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하며 홈 케어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SK매직은 SK그룹 계열사가 된 이후 지난 7월 말 기준, 렌탈 누적 계정 145만을 돌파하는 등 렌털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2·4분기엔 1615억원의 매출을 올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도 기록하기도 했다. SK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출액이나 이익을 기본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측정했다면 현재 SK그룹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비용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고객 관점에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