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AI 스피커 '완판 행진'…판도 바꾸나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포털의 인공지능(AI) 기세가 무섭다. 30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는 두 차례에 걸친 정식 판매에서 물량이 조기 완판되자 29일 오전 11시부터 추가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의 통합 AI 플랫폼인 '카카오 I(아이)'의 음성형 엔진, 대화형 엔진, 추천형 엔진이 적용된 AI 스피커다. 지난 9월 첫 예약판매를 개시한 후 38분 만에 물량 3000대가 매진됐다. 지난 7일 열린 1차 정식판매도 개시 9분 만에 수량 1만5000대가 모두 완판됐으며 지난 28일 2차 판매에도 26분 만에 2만5000대가 동나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네이버는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두 번째 AI 스피커인 '프렌즈'를 지난달 공개했다. 지난 5월 한정적으로 출시한 AI 스피커 '웨이브'는 1, 2차 판매 이벤트를 통해 모두 매진됐다. 지난해부터 AI 스피커를 출시한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네이버 AI 스피커의 경우 1차 스피커는 블랙 원통형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자사 라인프렌즈 캐릭터인 '브라운'과 '샐리'를 모티브로 해 친근한 디자인을 2차 스피커로 내놨다. 네이버는 향후에는 디스플레이 기능도 추가한 '페이스(가칭)' 등 다양한 라인업의 AI 스피커를 준비하고 있다. 양대 포털 업계의 AI 스피커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인기를 끄는 요인은 포털이 보유한 콘텐츠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미니는 음원 강자 멜론과 결합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음원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멜론 정기·신규 가입자에게는 정가 11만9000원의 절반 가격인 4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달 6일까지 네이버 뮤직 무제한 듣기 1년 결제(9만원, 이후 월7500원)를 하면 12만9000원인 프렌즈 스피커를 증정하고 있다. 카카오미니의 경우 이용자가 4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이 연동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카카오미니에서는 카카오톡이 연동돼 메시지를 음성으로 보낼 수 있고, 재생 중인 음악과 뉴스도 카카오톡으로 공유할 수 있다. 나만의 채팅방도 활용할 수 있어 메모를 보내고 일정을 등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미니와 프렌즈의 인기요인으로는 네이버, 카카오톡 등 포털이 보유한 플랫폼과 멜론, 네이버뮤직 등 음악 서비스가 꼽힌다"며 "AI 스피커는 PC, 스마트폰 다음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킬러 디바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사는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자사 AI 스피커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자·IT·건설 업계 등과도 손을 맞잡으며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전념하고 있다. 네이버는 LG전자와 손잡고 '씽큐 허브'에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다. 또 대우건설과 협약을 맺고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민들 세대 내에 자사 음성인식 IoT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외에도 여러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GS건설, 롯데정보통신, 삼성전자(빅스비, 가전), 코맥스 등과 제휴를 맺고 자동차, 아파트, 오프라인 매장, 가전, 홈서비스 등의 영역에 자사 인공지능 기술의 접점을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생활 가전제품에 카카오톡과 AI 플랫폼 '카카오 I'를 연동해 스마트 가전 서비스를 구현하고, 현대·기아자동차와 카카오 I의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서버형 음성인식'을 기술로 개발한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금 집안 온도가 몇 도야?", "보일러 좀 켜줘", "작은 방 불 좀 꺼줘"라고 대화하듯 명령하거나 집 안에서 음성으로 다양한 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