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 “IB맨의 집념으로 투자 명가 명맥 이어”...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만든 'N2 성장 스토리'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꺼낸 첫 메시지는 "도약을 위한 첫번째 준비는 내부역량의 결집"이었다. 그는 "밖으로는 고객과 시장에 집중하면서 안으로는 조직간 화합과 협업을 통해 상호 레버리지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고, "화합과 협력은 회사의 모든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업부 내, 사업부 간, 영업조직과 지원조직 간 다방면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기업금융 현장을 누빈 'IB맨'의 철학은 협업과 실행, 그리고 시장과 고객으로 수렴됐다. 1967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윤 사장은 영등포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곧장 LG투자증권에 입사해 홍콩현지법인과 국제업무팀에서 근무하며 조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이후 기업금융으로 자리를 옮겨 실무를 쌓았다. 2005년 우리투자증권으로 이직한 뒤 기업금융팀장과 커버리지 본부장을 거쳤고,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이 바뀐 이후에도 기업금융 부문을 주도하며 그룹 내 비은행 수익 다변화에 중심축 역할을 했다. 2018년 IB1사업부 대표로 선임되면서 IPO·유상증자·여전채·인수금융을 총괄했고, 오스템임플란트의 '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 패키지 딜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첫 사례로 남았다.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다져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결국 대표이사 자리로 이어졌다. 대표이사 인선 과정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갈등의 상징으로 꼽혔다. 중앙회는 비금융 출신 인사를 밀었으나 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은 금융 전문성을 앞세운 윤병운을 지지했다. 결국 2024년 3월 27일, 오랜 기간 기업금융을 지휘해온 내부 출신 인물이 낙점됐다. 이는 농협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의 독자성과 IB 기능 강화를 반영하는 인사로 해석됐다. ◆ IB 성적표, 무게중심을 바꾸다 윤 사장의 취임 이후 성과는 숫자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NH투자증권 IB 부문 영업이익은 2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늘며 전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대표주관 2위, 여전채 1위, 유상증자 1위를 차지하며 굵직한 거래를 주도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유상증자, 호텔신라와 메리츠금융지주 회사채 발행 등이 대표적 성과로 꼽혔다. 세일즈부문은 2296억원, 트레이딩부문은 811억원, 기타부문은 494억원을 기록해 고른 성장을 이어갔지만 무게중심은 확실히 IB로 이동했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세일즈부문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지만, 윤 사장 취임 첫 해인 2024년에는 IB가 3927억원으로 세일즈(3723억원)를 역전했다. 30년간 'IB통'으로 불려온 이력은 실적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윤 사장은 IB에 머물지 않고 리테일·디지털·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PWM사업부를 신설하고 퇴직연금컨설팅본부를 독립시켜 고액자산가와 연금시장에서 차별화를 추진했고, '나무팜', '차분이', '큰손PICK'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며 대면·온라인 채널을 동시에 강화했다. 특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AI 기반 '투자 인사이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미국 '시킹알파'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콘텐츠를 요약·번역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 맞춤형 종목 분석과 대체 종목 가이드까지 제시하며 거래 플랫폼을 투자 파트너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자기자본 확충에도 속도를 냈다. 2025년 농협금융지주 출자로 6500억원을 유상증자 받아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리며 종합투자계좌(IMA) 진출 자격을 확보했다. 발행어음과 IMA를 합산해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며, 연내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운용규제 개편안 시행 전 마지막 기회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NH투자증권의 전략적 행보는 더 빨라졌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화두가 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도 가속화했다. 2024년 12월 이사회에서 NH투자증권은 지속가능한 ROE 12% 달성, 예측가능한 주주환원, PBR 1배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내놨다. 기업금융 경쟁력과 자산관리·운용을 연계해 시장 기대치를 초과하는 성과를 내고, 초부유층 고객 확대와 해외주식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배당정책은 기본배당 500원을 보장하고 추가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윤 사장은 "실현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담았다"며 "예측가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고 언급했다. ◆ '숫자' 너머의 리더십 윤 사장의 리더십은 성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성과 중심 평가를 강조하면서도 직원 복지를 '회사 자산'으로 규정하고, 전국 지점을 돌며 직접 임직원 목소리를 듣는다. 사회적 가치에도 눈을 돌린다. 지난해 말에는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아침밥 먹기 운동'을 열어 여의도 파크원타워 로비에서 직원들과 파크원 입주사 근무자들에게 우리 쌀 꾸러미를 나눠주며 쌀 소비 촉진을 알렸다. 전북 전주 사회복지시설에는 쌀 10㎏ 2000포를 기탁하기도 했다. 그는 "쌀 가격 불안정으로 시름하는 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수익성 제고와 더불어 농협금융 계열사 CEO다운 행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2025년 현재 NH투자증권은 IB 중심의 압도적 실적, 디지털 전환과 IMA 도전, 밸류업을 통한 주주환원, 그리고 농협다운 사회적 책무까지 아우르며 변곡점에 서 있다. 윤병운 사장이 강조해온 협업과 실행은 이제 성과와 철학, 사회적 책임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숫자는 결과일 뿐이며, 관계와 신뢰가 과정을 만든다는 그의 믿음은 NH투자증권의 내일을 향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 이력 1993년 6월 LG투자증권 입사 1995년 4월 LG투자증권 홍콩 현지법인 파견 1996년 2월 LG투자증권 국제업무팀 근무 2007년 1월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 3팀장으로 임명 2010년 12월 우리투자증권 커버리지 1그룹장으로 임명 2012년 1월 우리투자증권 커버리지 본부장 임명 2014년 12월 NH투자증권 커버리지 본부장 임명 2018년 5월 NH투자증권 기업금융 1사업부 대표에 임명 2023년 12월 NH투자증권 기업금융 1, 2사업부 총괄 대표(부사장)로 승진 2024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