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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이름이 법이 될 때 外

◆이름이 법이 될 때 정혜진 지음/동녘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가 된 이름들이 있다. 지난 2018년 겨울 한국발전기술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재가 분명했지만, 원청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하청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면 원청이 책임질 것', 이 당연한 말을 법에 새기기 위해 김용균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세상에 내어줬다. 어떤 이름들은 산재 위험에서 노동자를 지키는 법이,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구하는 법(태완이법)이, 어린이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법(민식이법)이 되기도 한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책은 법이 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써 내려간 르포르타주 에세이로, 우리가 타인의 이름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252쪽. 1만5000원.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 최인숙, 고향갑 지음/구름바다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 세계는 지금 인간의 초라함을 목격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20세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은 땀 흘려 노동하고, 대가로 돈을 지불받았다. 하지만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됐다. 돈을 벌지 못하면 소비를 할 수 없게 돼 경제가 마비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을 때 국가가 나서서 무상의료를 펼치지 않았다면, 재난지원금을 풀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책은 위기에 직면한 세계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훌륭한 생각은 처음에는 조롱받고 공격받지만 결국 받아들여진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기본소득 역시 받아들임의 여정을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236쪽. 1만5000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지음/북드라망 백수는 단순히 '노는 사람'이 아니다. 놀면서 배우는 사람이다. 세상이 스승이고, 인생이 학교인 청년 백수는 네 가지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노동이 아닌 활동을 통해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기, 고립이 아닌 공감으로 우정의 기예 연마하기, 방황 아닌 탈주를 위해 노마디즘으로 무장하기, 반복에 빠진 삶이 아닌 생성하는 삶을 위해 지혜의 파동에 접속하기가 바로 그것. 책은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오늘날 청년 백수의 삶과 18세기 조선 시대 연암 박지원의 청년 시기 삶과 사유를 교차시키며 풀어낸 인문학적 백수론이다. "일하지 않아도 굶주리지 않고, 거기다 100세를 살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인류사의 축복이다. 그럼 그 기나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배우면 된다. 이것이 백수 시대에 백세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전략이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다. 고로 백수는 미래다"고 저자는 말한다. 304쪽. 1만6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9-09 13:48:3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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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이상한 성공

윤홍식 지음/한겨레출판사 8일 저녁 가족들과 쇼파에 참새처럼 나란히 앉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시청했다. 처음엔 깔깔대고 웃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 엄마, 아빠, 나, 동생 넷 다 꺽꺽대며 울었다. 고시원에 살던 20대 청년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출연자로 나온 유품 정리사가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전 세계 모든 가난한 나라가 꿈꾸는 부유한 국가가 됐는데도 국민 개개인을 찬찬히 뜯어 보면 행복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상한 성공'은 빛나는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행한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가난했던 나라는 지금도 가난하고, 부자였던 나라는 지금도 부자다. 그런데 한국만은 유일하게 가난을 탈출해 부자 나라가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바뀐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하니 기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믿을 수 없는 성공에도 한국인들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 저자는 '사회가 없는 세상'을 불행의 원인으로 꼽으며, 마거릿 대처 집권 기간의 영국을 예시로 든다. 사람들이 문제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처는 복지국가를 축소하고 국가의 힘을 이용해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려 했다. 그 결과 대처 정권 막바지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지니계수, 팔마비율)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사회가 없는 세상'을 만든 대처 이야기가 '성공의 함정'에 빠진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성공은 사회란 없고 개인이 각자의 안락한 삶을 위해 행동한 기적인 노력들이 모아진 결과로 보인다"면서 "한국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는 일에 인색해진 이유는 공적 복지의 확대 없이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불평등을 낮췄던 놀라운 성공의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안타깝게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사회는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일으키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우리의 비극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제 성공의 덫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좋은 일자리와 돌봄 역할 분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조성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자를 설득한다. 416쪽. 2만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9-09 12:54:1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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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사진가 이호준 작가 '걸으면 보이는' 출간

뚜벅이 사진가 이호준 작가 '걸으면 보이는' 출간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듯이 찬찬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버스와 지하철, 승용차로 출·퇴근 하는 도시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걷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풍경이 그것이다. 이호준 사진가가 지난 10여 년 간 두발과 자전거로 세상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과 글을 담아 '걸으면 보이는'을 출간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걷는 사진가'인 이호준 작가는 지금까지 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없는 말 그대로 뚜벅이다. 평일 새벽이나 주말에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혼자 세상에 나선다. 그에게 걷기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이자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느끼는 방법, 좋은 피사체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벼락같은' 장면을 만난다. 도시가 아직 잠에서 깨기 전 혼자 강가를 걸으며 발견한 풍경, 추운 겨울 건물 옥상에 올라 바라본 도시의 모습, 한강변을 배회하던 가마우지 한 마리가 어느 건물 옥상에 앉던 순간. 그 모든 순간, 그곳에 작가와 카메라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작가의 예민한 시선이 닿으면 흘러가버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간을 붙잡듯'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 우포늪 사진가로도 유명한 정봉채 작가는 추천사에서 "이호준 작가는 사진놀이를 하는 진정한 사진가다. 그가 가는 곳은 사진이 된다"고 적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 사진가가 아닌, 우체국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전문 사진가가 보낸 최고의 찬사다. 사진 놀이를 하듯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으로 찍는 이호준 작가의 사진에서는 상황과 시선에 집중한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건강의 적신호가 오던 때부터 산책과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후부터 차곡차곡 일상의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프로 사진가는 아니지만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목표다.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방송위원회 등을 거쳐 현재 우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호준 사진가는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찍기를 시작해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을 했고, '서울을 걷다', '남도를 걷다', '나주를 걷다' 등 '걷기'를 테마로 한 사진 개인전 열었다. 'SW중심사회', '트래비' 등의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하는 등 사진찍기와 글쓰기로 활기찬 중년을 보내고 있다.

2021-09-09 09:37:00 김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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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아랍영화제, 전 회차 매진…시네토크 예정

아랍의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제10회 아랍영화제(ARAB Film Festival)가 오는 5일까지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아랍영화제는 한국-아랍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아랍 중심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선 레바논, 모로코, 수단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랍 10개국 8편의 화제작을 선보인다. 영화제는 인기에 힘입어 상영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개막작으로는 튀니지의 여성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가 선정됐다. 피부에 타투를 새기는 예술가의 작업을 거쳐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되는 시리아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고찰한다. 동시대 아랍의 삶과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과 지난 영화제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ARAFF 10주년 기념 앙코르' 섹션도 마련돼 있다. 영화 제작진과 직접 온라인으로 만나 아랍 영화와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온라인 '아라비안 시네토크' 이벤트도 이어진다. '너는 스무 살에 죽을 거야'를 연출한 암자드 아부 알알라 감독이 함께하는 시네토크는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9월 4일 밤 10시부터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온라인 인터뷰 형식의 '피부를 판 남자' 시네토크에는 주연 배우 야흐야 마하이니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사전 문답 영상은 영화제 기간 중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랍영화제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2021-09-04 12:45:24 양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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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外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마야 괴펠 지음/김희상 옮김/나무생각 생존을 위협해오는 기후 문제,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갈등, 현 사회의 양극화는 해온 대로 계속하는 게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가 아님을 일깨운다. 성장 우선주의 정책으로 만들어낸 물질적 풍요는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문제를 일으켰다. 자연은 이제 인간에게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책은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계에 직면한 지구를 회생시키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한다. 외면이 아닌 분담과 책임으로 미래를 바꿔 나가자고 저자는 말한다. 264쪽. 1만5800원. ◆죽고 싶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유규진 지음/북랩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코로나19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10.2%)은 최근 2주 내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는 이런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책은 청소년 자살 예방법으로 '감시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인 SNS자살예방감시단 유규진 단장은 청소년들이 개인 SNS에 올린 글, 그림, 사진, 영상 속에 보이는 자살 암시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아이들이 남긴 흔적으로 심리 상태를 파악해 위험 수준에 처해 있으면 구조 작업에 나선다. 20년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애써 온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들의 소중한 생몀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304쪽. 1만4800원. ◆늦가을 억새바다 김이환 지음/도훈 드넓은 들판에서 억새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건조하고 메마른 들판, 거세게 밀려드는 바람. 다 견디고 되돌아본 것은 바다처럼 물결치는 은빛 억새이다. 이것이 인생 아닐까. '늦가을 억새바다'는 시인 김이환이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에 이어 두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김이환 시인의 시어에는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이 실렸다. 박수빈 문학평론가는 "세상은 변화무쌍하다. 뉴스는 이런저런 모양의 동정을 실어 나른다. 산다는 건 이런 하루하루를 겪는 것. 시집을 일별하면 김이환 시인은 하루하루의 일상성을 다루면서 금생에 감사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했다. 112쪽. 1만원.

2021-09-02 14:22:4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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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부키 "가난한 사람은 게을러서 돈을 못 버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고, 빈곤층을 멸시했다.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 '게으르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식만 많이 낳는다', '의존적이다'고 폭언하며 손가락질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가난 혐오자들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빈곤의 원인을 상위 1%를 위해 설계된 사회 구조에서 찾지 않고 개인에게 돌린 탓에 미국의 최저 임금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시간당 5.15달러에 머물렀다. 저자는 시간당 6~7달러를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기로 마음먹고 직접 저임금 노동 현장에 뛰어든다. '노동의 배신'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워킹 푸어 생존기다. 책에는 저자가 월마트에서 일했던 당시 월급이 세전 1120달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200~300달러를 내면서 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불합리한 선택을 한 일화가 나온다. 그는 성수기 때 세 들어 살던 아파트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고, 외곽으로 거처를 옮기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길바닥에서 날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임금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집값의 고공 행진은 계속됐고, 가난해 돈이 더 드는 상황은 반복됐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용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금 상승을 막아와서다. 그렇다면 피고용인들은 왜 고용주에게 임금을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거나 좋은 직장을 찾는 합리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일까? 저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그 이유로 꼽는다. 갑부와 억만장자 운동선수들을 우상화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간당 7달러를 받는 건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부 고용주들은 급여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금기에 의존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들에게 급여를 얘기하고 비교하지 않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저자는 "1935년 전국노동관계법이 제정되면서 자기의 급여 액수를 알려 줬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지만 이러한 관행은 회사마다 개별적인 법정 소송을 통해 뿌리 뽑히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저임금 노동자를 볼 때 느껴 마땅한 감정은 수치심이라고 말한다. 다른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못 받으며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워킹 푸어는 우리 사회에 없어선 안 될 박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남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고, 남의 집을 광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은 수준 이하의 집에 산다. 그들이 궁핍을 견딤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주가가 올라간다. 식당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게일이 말했듯이 그들은 '주고 또 준다'" 312쪽. 1만4800원.

2021-09-02 13:39:2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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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外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제정임, 곽영신 지음/오월의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학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고, 1등을 비롯한 상위권에 모든 걸 몰아주는 방식에 있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수능과 내신점수, 상장, 동아리, 생활기록부 등 스펙 관리를 해준다. 관리받은 학생들은 서열 높은 학교에 진학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상위권 대학에 집중돼 명문대 학생들의 경쟁력은 더 향상된다. 이들은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많은 소득을 벌어들인다. 사회 제도가 소수 상위권 학생들을 위주로 짜여 있어 성적이 낮은 학생은 갈수록 소외·배제된다. 책은 대학 이름이 계급장인 사회에서 과잉 능력주의가 낳은 차별의 피라미드를 고발한다. 296쪽. 1만6000원. ◆불쉿 잡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김병화 옮김/민음사 책은 "당신의 직업은 세상에 쓸모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에 따르면 세상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무의미한 일자리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수백만 노동자들은 주 40시간 이상을 자신들이 싫어하는 직업에 소모하고 있다. 왜일까? 저자는 현대 사회의 병폐 현상으로 '불쉿 직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불쉿 직업이란 유급 고용직으로 그 업무가 너무나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고 해로워서, 그 직업의 종사자조차도 그것이 존재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직업 형태로, 종사자는 그런 직업이 아닌 척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비참한 기분으로 책상에 얽매여 있는 직장인들과 엉터리 일자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책은 기본소득으로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제안한다. 512쪽. 2만2000원. ◆인권의 정신에 대하여 댄 에델스타인 지음/정원순 옮김/생각이음 권리는 개인의 최후 수단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1765년까지만 해도 노예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그렇다면 인권은 언제, 어떤 계기로 부상했을까? 책은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 계몽주의, 영국의 정치사, 자연법 이론, 신스콜라주의, 위그노 저항이론, 중세 후기 공의회우위설, 로마법에 이르기까지 인권의 뿌리가 어떻게 서구문화와 지적 역사에 새겨져 있는지 추적하고, 오늘날 각국의 헌법과 정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근대 초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480쪽. 1만9000원.

2021-08-26 15:27:3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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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 고3이었을 때 반에 시크릿 열풍이 불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아이들도 주변에서 시크릿에 나온 대로 했더니 정말로 소원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하나 둘씩 나오자 '이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간증(?) 내용은 다양했다. 시크릿 실천법을 따라 해 급식 시간에 장조림을 3개 더 받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전부터 사고 싶었던 한정판 운동화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심지어 누구는 중간고사 성적이 올랐다고도 했다. 코로나 시국에 주식을 안 하는 사람처럼, 당시 시크릿을 안 믿는 학우는 반에서 바보 취급을 받았다. 시크릿이 한국에서만 큰 인기를 끈 건 아니었다. 2006년 말 미국에서 시크릿은 폭발적 성공을 거두면서 단 몇 달 만에 380만부를 찍는 기염을 토해낸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크릿에 열광한 걸까. 사회 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의 배신'에서 시크릿을 필두로 한 동기 유발 산업의 뿌리를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다운사이징 여파로 미국에서는 약 3000만명의 전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도 민간도 이런 사회적 혼란의 희생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게 됐다. 저자는 '평생 직장의 상실'로 인해 1990년대 코칭업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 AT&T는 향후 2년간 1만500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날, 샌프란시스코 직원들을 '성공 1994'라는 동기 유발 행사에 보냈다. 이 행사의 주연급 연사인 동기 유발 강사 지그 지글러는 "해고를 당하면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체제를 탓하지 마십시오. 상사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세요."라고 말했다. 에런라이크는 책에서 이러한 긍정적 사고가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고 지적한다. 낙천성이 물질적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자리를 잃었다면, 그건 성공을 믿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당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긍정적인 사고를 구명구라도 되는 듯 여기지만 이는 내려놓아야 할 짐에 불과하다"며 "긍정적인 '생각 통제' 노력은 잠재적으로 판단을 가로막고 지극히 중요한 정보로부터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지금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긴장을 늦추는 게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고 조언한다. 304쪽. 1만3800원.

2021-08-26 15:00:5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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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차미' 드라마화…페이지1·스튜디오레드·오로라미디어 맞손

제작사 페이지1은 창작뮤지컬 '차미'를 스튜디오레드, 오로라미디어와 함께 공동제작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두 회사와 공동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드라마 시나리오 개발 및 공동 제작에 주력하던 스튜디오레드는 올해부터 한국 드라마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채널A에서 방영 예정인 '쇼윈도:여왕의 집'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차미'를 선정했다. 오로라미디어는 MZ 세대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레이블을 지향하는 신생 제작사로, 초록뱀 그룹의 계열사로 설립된 회사다. 3사는 뮤지컬 '차미'를 원작으로 드라마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총 16부작 드라마로 완성시킬 예정이다. 대본 개발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짓고 내년에 드라마 편성을 받을 계획이다. 뮤지컬 '차미'가 드라마로 제작되면 창작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최초의 사례가 되며, 창작뮤지컬의 IP 활용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스튜디오레드의 이태형, 구본근 대표는 "'차미'는 SNS 세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원작"이라면서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가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시청자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다"고 말했다. 김정환 오로라미디어 대표는 "창작 뮤지컬을 드라마화하는 시도와 최근 트렌드인 가상인물 및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활용해볼 수 있는 소재라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페이지1이 제작한 뮤지컬 '차미'는 지난 2020년 초연돼 창의적인 스토리와 유쾌한 메시지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평범한 취업 준비생 '차미호'의 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가 현실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개발돼 2017년과 2019년 두 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약 4년여 간 무대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되며 현대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새 웰메이드 창작뮤지컬로 거듭났다.

2021-08-23 16:31:54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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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등학생들, 러시아 국제 합창 콩쿠르 휩쓸었다

한국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권위 있는 국제 합창 콩쿠르에서 각종 상을 휩쓸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8월 5~1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합창 콩쿠르 에 온라인으로 출전한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의 '그라시아스 소년소녀합창단'(이하 소년소녀합창단)이 대거 입상했다. 콩쿠르에 출전한 총 40개의 러시아 합창단 가운데 유일한 한국 팀이었던 소년소녀합창단은 '혼성합창' 부문과 '현대음악'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작곡가 유리 팔릭(Yuri Falik) 최고연주자상, 러시아 민요 작품 최고연주자상, 최우수 지도자상, 최우수 솔로이스트상, 최우수 반주자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콩쿠르 주최 측은 콩쿠르 최고상인 그랑프리상 시상(오프라인) 대신 각 부문별로 시상했으며, 소년소녀합창단이 전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대회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본 콩쿠르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작곡가 유리 팔릭 최고연주자상과 러시아 민요 작품 최고연주자상을 수상한 것이다. 소년소녀합창단은 대한민국 유일 클래식음악 전문학교인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의 설립과 함께 2009년에 창단된 합창단이다. 2011년 부산국제합창제, 2012년 전국 학생음악콩쿠르대회, 2018년 부산국제합창제에서 입상한바 있다.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겸 현재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에서 합창지휘를 역임하고 있는 세르세이 스보이스키(Sergey Svoysky)도 이번 콩쿠르에서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서 합창지휘과를 졸업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예술대학 지휘교수,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 이번 콩쿠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위원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카펠라 국제협력센터 'Inter Aspect', 상트페테르부르크 작곡가연합이 후원했다. 총 8개의 부문(혼성합창, 동성합창, 어린이 합창, 청소년 합창, 성악 앙상블, 종교음악, 현대음악, 민속음악)별로 치러진 콩쿠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러시아 작곡가 유리 팔릭을 기리기 위한 이번 콩쿠르는 합창 예술을 대중화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민들에게 여러 나라 합창단과 교류하여 세계 합창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개최되고 있다. 한편, 소년소녀합창단은 국내에서 정기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주 활동을 펼쳤으며, 인도, 일본,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해외 무대에도 매년 활발히 공연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진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연주 영상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연주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1-08-23 14:10:49 김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