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DGB회장·대구은행장은 누구?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물러나면서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눈길이 쏠린다. DGB금융은 제왕적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하고, 내부 출신보다는 외부 인사를 공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분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지난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정해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속개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박인규 회장 겸 대구은행장을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김경룡 부사장과 박명흠 부행장을 각각 지주 회장,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 지주 회장과 은행장에 취임한 뒤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 의혹,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난달 23일엔 대구은행장, 29일엔 지주 회장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30억원을 조성해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구은행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검사에 이어 검찰 수사에서도 채용비리 혐의가 포착됐는데, 검찰은 박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차기 CEO 선임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제왕적 지배구조와 순혈주의 등에서 야기된 각종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선 기존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DGB금융은 먼저 지배구조 체계를 수술대 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DGB금융은 국내 은행 지주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 행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3개 지방금융지주는 모두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 왔으나, 지난해 BNK금융지주의 성세환 전 회장 겸 부산은행장 구속 이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줄줄이 분리에 나섰다. 아울러 금융 당국에서도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체계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DGB금융도 이번 이사회에서 회장과 행장 분리 선임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 쇄신을 위해 CEO 외부 공모 방식이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친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내부 출신이 차기 CEO가 되면 사실상 박 회장의 입김이 닿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EO 풀도 부족하다. 지난해 말 임원들이 대거 퇴임하며 지주 부사장(사내이사)은 김경룡 회장 직무대행과 대구은행 부행장은 박명흠 행장 직무대행 뿐이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박 회장과 대구상고·영남대 동문이고, 박 행장 직무대행도 영남대 출신이다. 이에 내부 출신보다는 제3의 인물인 외부 인사를 선임해 지배구조 및 경영의 투명성·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방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포문을 열었던 BNK금융지주는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김지완 회장이 오면서 조직이 빠르게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도 원하는 차기 CEO의 덕목 등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사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차기 CEO는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 판단해서 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CEO 선임 시 내부 직원들의 바람을 참고할 수 있도록 차기 CEO가 갖춰야 할 덕목, 능력 등에 대한 노조의 의견을 모아 다음주 중 임추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