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25 전략과 비전]<5> 농협금융, ‘원팀’으로 디지털 강화·실적개선
농협중앙회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는 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 보험,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했다. 다음 달 취임하는 이찬우 내정자의 과제는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계열사와 '원팀'을 구축해 내부통제와 수익성 강화가 꼽히고 있다. ◆ 수익 확대·내부통제 과제 농협금융은 지난해 12월27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찬우 내정자는 오는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한 후 다음 달 3일 정식으로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이번 인사에서 농협금융의 관(官) 출신 선호 기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신경(신용·경제부문)분리 이후 초대 신충식 회장과 6대 손병환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농협금융 이외에도 NH농협은행(강태영), 농협손해보험(송춘수), NH농협생명(박병희), NH농협캐피탈(장종환), NH농협카드(이민경), NH저축은행(김장섭), NH벤처투자(김현진), NH농협리츠운용(임정수), NH아문디자산운용(길정섭) 수장도 교체됐다. 주요 계열사 10곳 중 무려 9곳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이 내정자의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3151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2023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다만 농협금융의 이익 구조는 농협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 은행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농협은행은 농협금융 당기순이익의 71.5%를 차지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8%로 하락했다. 또한 연간 실적이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의 실적 차이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1248억원에 불과하다. 은행과 비은행의 고른 성장과 신사업 추진 등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방안을 마련해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내부통제개선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농협금융에서는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6건 발생했고, 총 사고액만 약 45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가 작은 금융사고까지 합치면 16건(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책무구조도 도입이 본격 시행되는 첫해이기 때문에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찬우 내정자가 경제통으로 불리는 만큼 수익적인 부분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 구축 농협금융은 올해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의 사업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켜 모바일 앱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실행 중이다. 은행·비은행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을 통해 디지털 강화와 편의성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실제 농협은 디지털금융 시스템 개편을 앞두고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 간 전자금융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 이번 개편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고객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편하고자 진행된다. 또한 농협은 디지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장에 강태영 전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임명했다. 강태영 은행장은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섰던 디지털 전문가다. 강 행장은 이달 취임식에서도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올해 은행의 주요 목표로 소개했고,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확산하는 속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밖에도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 역시 디지털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신임 대표는 최근 취임사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강조했고, 이민경 NH농협카드 사장은 뉴 NH페이 플랫폼 강화, 상품 경쟁력 제고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강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업무 재설계로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며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shift)으로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과 과감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