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25 전략과 비전]<4>우리금융, 신뢰회복과 비은행 강화
우리금융은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해 추락한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해 내부통제 혁신과 주요 사업 및 자본적정성, 위험관리 역량 등 핵심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25년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면서 신뢰 회복과 그룹 도약 기반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내부통제 혁신과 핵심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조직쇄신 드라이브 임종룡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내부통제 혁신과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해 고객과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석이다. 먼저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임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선에서 1968년생인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선임했다.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어리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돼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한일은행 출신인 정 행장의 입행 시기는 1995년이다. 현재 우리은행 본부 부서장과 지점장급들 중 다수가 1998년 이후 입행한 통합세대인 만큼 정 행장 이후에는 통합세대 출신 은행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은 올해 초 계파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임 회장의 주도 아래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 한일은행의 퇴직직원 동우회가 양 은행 합병 26년 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했다. 우리금융은 그간 상업은행, 한일은행 간에 계파갈등이 계속되면서 우리금융그룹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았다. 우리은행으로 통합한 이후에도 퇴직 후 출신은행들이 각각 다른 동우회에 가입하는 관례가 이어지며 계파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당시부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고,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계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동우회 통합을 시급한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통합 동우회장 선임 등 후속 절차가 남았지만 이번 동우회 통합은 계파갈등 해소의 첫걸음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내부통제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신임 CEO 인사에서도 개혁 의지를 분명히 내비쳤다. 우리금융그룹은 카드 대표로 외부 인사를 임명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우리금융이 그룹 주요 계열사인 카드사에 외부 출신을 대표로 선임한 건 처음이다.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는 1989년 삼성카드에 입사한 이래 30여 년간 카드 업계에 종사하며 마케팅, 고객관계관리(CRM), 리테일, 운영 등 주요 영역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는 평화은행 출신 기동호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을 기용했다. 우리금융 주요 자회사 CEO에 외부출신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 2019년 지주사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CEO가 선임됐다.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다. 정 대표의 강한 추진력을 통해 채권 회수율을 개선하고 비추심 부문 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후 계파갈등 종식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던 부분이다"라며 "향후 통합으로 인해 임직원간 융화를 통한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명가재건 위해 비은행 강화 우리금융은 탄탄한 '도약기반'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제고가 목표다. 올해 힘든 금융시장 환경에서 은행, 카드, 캐피탈, 증권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새로운 금융 영역으로의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재출범시키는 등 비은행 계열사 분야를 강화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합금융이 소형 증권사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합병해 만들어졌다.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18위권이다. 향후 5년 안에 업계 10위권 증권사로 도약하고,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획득하겠다는 게 목표다. 다만 도약을 위한 관문이 많다. 우투증권은 지난해 7월 말 금융투자업 변경 예비인가 취득 후 출범과 함께 투자매매업 본인가 신청을 진행하고 있으나, 심사 지연 등 이유로 5개월째 본인가를 취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금융(IB) 관련 업무를 아직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증권사가 주식거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 회원사 등록이 필요한데 회원사 등록마저 지연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수입보험료 기준 6위로 ABL생명은 업계 9위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자산 50조원 규모의 6위권 생보사를 자회사로 갖게 된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의 후속으로 발표될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부여받으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가 지연·불발될 수 있다. 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증권사 출범을 실현한 데 이어, 보험사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숙원사업'을 이루고 종합금융지주 청사진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임 회장은 "새로운 금융 영역으로의 도전에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미래성장을 위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시장 변화를 선도하며, 우리의 고객 저변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냉철한 인식과 반성을 통해 우리금융을 더욱 단단한 신뢰의 기반 위에 세워가자"며 "올해 신뢰 회복을 위한 절실한 노력을 임직원들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