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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임차인, 임차권등기 비용을 상계로도 행사 가능

주택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삶의 터전을 둘러싼 권리 분쟁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민감하다. 특히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의견 차이로 주택을 자발적으로 인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임차권등기명령'이다. 그런데 이 등기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며, 그 청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은 임차인이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기존까지는 이를 근거로 반드시 민사소송이나 소송비용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법에 '방법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 및 등기비용을 소송 없이 '상계' 방식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원고(임대인)가 피고(임차인)에게 아파트 인도 및 차임상당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자, 피고는 임차권등기를 한 뒤 발생한 비용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하고자 한 데서 비롯됐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2000만원, 차임 월 5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2년 뒤 임대차보증금을 2500만원으로 증액하였으나, 결국 피고의 차임 연체 등을 이유로 해지됐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후 그 비용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항변을 한 것이다. 원심은 이러한 피고의 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법에 임차권등기비용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은 인정하면서도 비용청구의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임차인은 민사소송으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도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임차권등기 외의 변호사 비용이나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피고의 상계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사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 상환받아야 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 또는 인도의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했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주택임대차법 제7조를 위반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증액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임차인이 민사소송이나 소송비용 확정절차 없이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등기관련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즉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임차권등기 비용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임차인은 굳이 비용청구를 위한 소송을 따로 하지 않고도 해당 금액만큼 보증금에서 공제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임차권등기 비용에 대해 임차인이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2025-06-29 09:35:0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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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9>이토록 우아한 호주 와인이라니…바-에덴 에스테이트

<289>호주 '바-에덴 에스테이트' 금보다 값진 와인이다. 금광 지대에서 금을 안 캐고 심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니 말이다. '금보다 와인'이라는 이 집의 홈페이지 첫 화면엔 "금은 단지 물질에 불과하지만 사랑은 영원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문구가 뜬다. 그래서 와인 '러브 오버 골드(Love Over Gold)'엔 포도나무가 뿌리 내린 땅에 대한 사랑, 와인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이상적, 감성적인 문구만큼 와인은 극히 우아하고 섬세하다. 바-에덴 에스테이트(이하 바-에덴) 오너인 피에르 앙리 모렐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형 와이너리와 달리 바-에덴은 가능한 최고 퀄리티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 호주의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수확량을 철저히 제한해 양보다 품질에 집중하며 생산량이 적다고 해도 와인 가격을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에르는 프랑스 남부 론 대표 와이너리인 '엠 샤푸티에'에서 경험을 쌓고는 2014년에 호주로 오면서 바-에덴과 인연을 맺었다. 굉장히 독특한 테루아라고 판단해 바-에덴의 땅에서 재배한 포도를 1톤 정도 사들여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것이 2022년에는 와이너리와 포도밭까지 모두 인수하게 됐다. 국내에서 유명한 호주 와인 '투핸즈'의 설립자 리차드 민츠가 피에르와 함께 바-에덴의 공동 오너다. 피에르가 반했다는 테루아를 살펴보자. 바-에덴이 자리잡은 곳은 남호주에서도 맹글러스 힐이다. 호주 와인 애호가라도 낯설게 느껴질 터. 와이너리 이름을 보면 힌트가 있다. 바(Barr)는 바로사 밸리, 에덴(Eden)은 에덴밸리다. 호주의 대표 와인 명산지 두 곳의 중간쯤이 바로 맹글러스 힐이다. 기반 지질은 약 5억만 년 전 변성된 암석 토양이다. 호주 땅덩어리가 분리되기도 전이니 따지고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땅에 포도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호주 자체는 신세계일지라도 말이다. 대륙성 기후에 속해 주변은 굉장히 건조하지만 바-에덴의 포도밭은 높은 고도와 지리적 이점 등으로 많지는 않지만 비를 얻을 수 있다. 양조는 전통적인 방법만 고집한다. 피에르는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며, 그마저도 포도알 하나하나를 손으로 줄기와 분리해 가장 완벽한 포도알만 골라낸다"며 "러브 오버 골드 시라즈의 경우 발효하면 딱 500리터 한 배럴만 나와 만약 곰팡이 등 문제가 생기면 아예 와인을 만들지 못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와인 생산량은 1만2000병에 불과하다. 와인 한 종류가 아니라 바-에덴이 한 해에 생산하는 총 규모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한 번 출시되고 나면 피에르라고 해도 맛볼 기회가 별로 없다.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는 남호주에서는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자란 그르나슈로 만든다. 아주 건조한 지역이지만 관개는 하지 않고 포도나무 스스로 살아남도록 한다. 포도나무엔 극한의 스트레스였겠지만 이게 또 와인으로 만들면 그렇게 집중도가 있으면서도 정제되고 우아하다. 2021 빈티지는 갓 자른 꽃 향기에 과실향, 향신료가 복합적이다. 입 안에서는 섬세한 타닌과 좋은 산미가 하나 거슬릴 것이 없다. 피에르는 "그랑크뤼 피노누아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특정 지역을 떠올리지 않는 오직 맹글로스 힐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런 우아함과 정제는 맹글로스 힐에서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순수함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양조과정에서 되도록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1년은 낮엔 덥고, 밤엔 서늘했다. 와인을 만들기 좋은 기후에 700병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너무 건조해 겨우 300병에 그쳤다. '러브 오버 골드 오마쥬'는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쉬라즈를 블렌딩했다. 호주 국보와인 '그랜지'를 세계 정상에 서게 한 마케팅 디렉터이자 바-에덴의 전 소유주인 밥 맥린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무르베드르의 비중을 높게 하고 그르나슈에 시라즈를 조금만 섞으려고 시작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무르베드르와 그르나슈의 비율이 각각 42%로 같고 시라즈를 16% 넣으니 완벽했다. 각각 양조한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와 쉬라즈를 사용하니 오마쥬는 바-에덴의 최상위 라인업을 모두 맛본다고 보면 된다. 숙성잠재력도 기본 10년 이상이다. 그는 "더 숙성될수록 복합미가 좋겠지만 우리 와인은 사서 바로 마셔도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출시 전에 테이스팅을 거쳐 마실 상태가 아니면 와이너리에서 추가로 숙성을 해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2025-06-26 15:23: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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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벼랑끝 자영업자와 '금융 생태계'

내수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람도 늘어 난다. 생존 자체가 도전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약 2860만명 가운데 자영업자 수는 560만~570만명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소상공인 기업체 수는 596만1000개, 종사자 수는 955만명이나 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이자 지역경제의 실핏줄로 불리는 이유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렸다. 지금은 소비와 투자가 급감하면서 내수침체 터널 속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다. 지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은행 등 금융권도 상생금융에 더해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정책금융,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등을 통해 단기적인 숨통을 틔웠다. 이제는 단기 처방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생태계'의 재편이 요구된다.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은 대부분 신용보증기금, 지역신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의 금융은 위기 국면에서 임시방편에 머무를 수 있다. 위기 이후에는 다시 대출 회수 압력으로 이어진다. 일관된 금융정책보다는 단기처방에 의존하는 구조다. 장기적인 '금융 사다리'와 '금융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최근 만난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를 위한 장기적인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창업 초기에는 보조금과 무담보 소액대출, 성장기에는 신용보증과 저리 운전자금, 안정기에 접어들면 정책자금을 통한 시설투자금 등 단계별로 정교하게 짜인 금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 때마침 은행연은 며칠 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 금융 지원부터 컨설팅과 판로 지원 등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정책 금융기관인 '소상공인금융공사(가칭)'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 접근성도 개선할 대목이다. 많은 소상공인은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 금융권이나 심지어 고금리 대부업체에 의존한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제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는 여전히 시스템 밖에 있다.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며 일부 핀테크 기업들이 대안신용평가(CB) 기반의 중금리대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한계와 법적 기반 부족으로 제도권화가 더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보다 과감한 '데이터 기반 금융'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 통신비, 배달매출, 카드거래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을 재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금융지원의 핵심은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자금이 자영업자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 대출지원이 아니라 경영컨설팅, 디지털 전환, 판로 개척 등 비금융적 지원과의 결합이 필요하다. 정책금융기관도 금융지원을 할 때 단순히 심사·대출을 넘어 컨설팅, 운영 역량진단, 사후관리까지 함께하는 구조여야 한다. 금융과 경영의 연결이 강화될수록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재도전의 기회가 확대된다. 마지막으로 금융은 본질적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에게 초기 자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진정한 금융생태계가 완성된다. '보수적인 심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유연하고 입체적인 금융 판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6-26 07:29:0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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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다시, 사회서비스원의 길을 묻는다: 공공돌봄의 초석을 다지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돌봄 기반인 사회서비스원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돌봄 인력에게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공급 주체로서 도입된 중요한 공급기관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회서비스원은 재정 지원 감소와 무관심으로 인해 조직 전반에 걸쳐 상당한 위기감이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회서비스원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바라보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전면적으로 폐쇄하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더욱이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사회서비스를 모르는 퇴임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와 다른 조직간 인위적 통합으로 내부 갈등이 극심해져 본연의 역할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통 속에서도 사회서비스원이 가진 공익성과 사회적 필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급증하는 돌봄의 요구 속에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통합돌봄체계의 초석을 다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서비스원의 정상화와 역할 제고를 위해 다음의 제언을 한다. 첫째, 사회서비스원, 특히 종합재가센터는 '시장 실패'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어촌, 대도시와 지방 간에 광범위한 시장 실패로 인해, 돌봄 서비스 공급자의 부재와 부족 등 돌봄 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민간 공급자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진출을 꺼리는 지역에서, 사회서비스원은 공평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돌봄 서비스의 보편성을 확보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지역 간 돌봄 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진정한 의미의 지역밀착형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사회서비스원은 시장에서 돌봄이 어려운 '고난이도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 거동이 불편하여 장거리 이동이 어렵거나 중증의 케어가 필요한 대상자 등, 민간에서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거부 사례들이 존재한다. 사회서비스원은 이러한 대상을 위한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간과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정립하고 전체 돌봄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기초자치단체로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광역지자체 소속을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초지자체는 주민의 욕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지역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단위이다. 기초지자체가 돌봄 공급 주체에 대한 관리와 운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돌봄 욕구 충족의 저변을 확대하고, 향후 시행될 통합돌봄 체계와 발맞추어 지역밀착형 공급 주체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돌봄 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넷째, 사회서비스원이 가진 공공기관의 경직성을 유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현재 사회서비스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업무 수행 절차가 까다롭고, 신규 사업 추진에 있어 민간에 비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종합재가센터는 민간의 혁신성과 자율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기존 공공기관보다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적합한 '준민간기관' 수준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불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함을 부여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의 당면한 위기를 직시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의 정상화는 단순히 기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의 좋은 기관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 공공돌봄의 초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돌봄이 필요한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용호 국립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5-06-24 11:09:0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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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이별의 뇌과학

"네가 없으면 세상이 다 사라질 줄 알았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가 털어놓는 이 한마디는, 이별을 앞두거나 이미 겪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농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랑이라는 바다를 함께 헤엄치던 두 사람이 헤어진 뒤, 조제는 현실의 차가운 모래사장 위에 홀로 남겨진다. 이별은 그렇게, 하나의 우주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더 잔인한 건 그 이후일 수 있다.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조제에게 담담히 이별을 전하고 돌아서는 여자 친구와 함께 걷던 길에서, 배우는 대본에도 없던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그것이 연기일지라도 감정의 깊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조금은 건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설명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실의 순간 우리의 뇌는 실제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이별 후 활동이 증가하는 영역은 바로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와 섬엽(insular cortex)이다. 이 두 부위는 원래 신체의 통증을 처리하는 영역인데, 이별이라는 정서적 고통을 겪을 때도 동일하게 반응한다. 뇌는 마음의 상처와 몸의 상처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별은 정말로 '아픈' 것이다. 또한, 애착과 관련된 도파민 회로 역시 큰 충격을 받는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자주 활성화되던 보상 시스템-특히 중뇌의 복측 피개 영역(VTA)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은 그 대상이 사라지자 일종의 금단증상처럼 갈망과 혼란을 일으킨다. 마치 중독자가 약을 잃었을 때처럼, 뇌는 "그 사람을 다시줘!"라고 절규하는 셈이다.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건조한 과학 이야기가 몸으로 다시 느껴질 것이다. 함께 지낸 장소, 공유한 물건들, 익숙한 냄새 하나까지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계속해서 예측하는 뇌의 회로 때문이다. 이 예측이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잊고 있던 이별의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함께 한 기억과 장소를 떠올릴 때 작동하는 신경세포들은 단순한 슬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뇌가 방향을 잃고 재정비에 애를 먹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별 후 흔히 나타나는 '멍함',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느낌', '기억력 저하' 등은 해마(hippocampus)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연결이 약화되면서 생기는 인지 기능의 변화다. 그렇다면 이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다행인지 혹은 잔인한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뇌는 유연한 기관이다. 반복되는 감정과 생각에 반응하며 구조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이를 독자도 들어왔을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애도란 결국, 사라진 대상이 차지하던 뇌의 회로를 다른 방향으로 연결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산책, 글쓰기, 새로운 취미, 친구와의 대화 같은 일상을 권유하는 이유는,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마음의 회복을 돕기를 의도한 것이다. 조제가 끝내 자신의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듯이, 뇌도 이별의 고통을 '경험'에서 '기억'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배운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통로라는 것을. 그리고 몇 번을 이별해본 사람들은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것이지 알게 되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던 어쩌면, 마음이 뇌보다 먼저 아파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조제처럼, 언젠가는 다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고 또 그게 이별임을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게 되는 것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6-23 11:29:2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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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죽순'

지난 몇 년간 많은 이들이 푸바오 때문에 참 많이 웃고 또 울었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푸바오를 향한 사랑은 각별했다. 그 덕에 판다라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판다가 평생 대나무만 먹으며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딱딱하고 별 영양가도 없어 보이는 대나무가 뭐가 그리 맛있을까 싶지만 사람도 '죽순'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외관만 보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벼과 식물이다. 판다는 마치 흰쌀밥을 먹듯 대나무를 먹어치우지만 인간이 대나무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도 대나무의 연한 싹, 죽순은 인간도 먹을 수 있고 몸에도 좋다. 보통 중식당에서 내놓는 짬뽕이나 볶음 요리에서 죽순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죽순에 대한 중국의 사랑은 특별하다. 조선 시대 문헌에 죽순밥을 비롯한 죽순 요리법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선조들 역시 죽순을 익히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본초강목』에서는 죽순에 대해 달고 독이 없으며, 가래와 담을 제거하고 소화를 촉진한다고 전한다. 죽순에는 찬 성질이 있다. 현대인들은 고질병인 스트레스로 인해 화가 쌓여 머리와 몸에서 열이 과하게 나고, 잠을 잘 못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죽순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평소 몸이 차거나 장이 허약하고 예민한 편이라면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양소 면에서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식물성 식재료임에도 제법 많은 단백질 함량이 돋보인다. 반면 칼로리는 낮아 체중관리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꼭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필수 미네랄 중에서는 칼륨 함량이 특히 높다.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라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죽순을 자주 접하는 게 좋다.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 B2, 비타민 C, 엽산의 함량이 높은 편이다. 죽순은 샐러드 등으로 가볍게 먹기에 좋은데 4월에서 6월 초여름까지가 제철인 만큼 지금 죽순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2025-06-23 05:05:3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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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다수의견 따른다’는 서면동의서의 법적 효력

서면의결권 행사제도는 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의 의결권행사를 보장하고,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총회에 직접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최근 "본인은 안건에 대해 추진위원회의 설명으로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고,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참석하지 못해 총회 참석자들이 결의하는 다수 의견에 따를 것을 의사표시하며, 본 서면결의 동의서로 총회 출석에 갈음합니다"라는 부동문자가 기재된 서면결의 동의서 양식이 서면결의서로서 유효한지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다. A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2006년 3월30일 주민총회를 개최해 B 회사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고, 정비사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조합은 2017년 8월31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진위원회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승계했다. 회사는 그로부터 거의 20년간 조합의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서 업무를 진행했다. 그런데 거의 20년이 지난 최근 조합원들은 조합과 회사를 상대로 2006년 3월30일 주민총회에서 회사를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 회사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법원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가합33194). 2006년 3월30일자 결의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는 것이 이유였다. 68명이 제출한 '서면결의 동의서'가 문제였다. 위 동의서 양식에는 부동문자로 '총회 참석자들이 결의하는 다수의견에 따를 것을 의사표시한다'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1심은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토지등소유자가 "어떤 업체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를 표시할 아무런 방법도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서면결의 동의서를 제출하는 토지등소유자의 의결권행사가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상 주민총회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출석(의사정족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의결정족수)이 요구된다. 총 토지등소유자 284명 중 155명은 직접 출석했고, 68명은 서면결의 동의서만 제출했다. 따라서 서면결의 동의서를 제외해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이상 출석이라는 의사정족수는 충족됐다. 그런데 직접 출석한 155명 중 75명만이 찬성투표를 했다. 따라서 문제가 된 서면결의 동의서를 제외하면, 직접 출석한 155명의 과반수인 78명 이상에 미달하는 75명만이 투표한 것.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다. 조합과 회사는 1심 판결 선고 이후인 2024년 12월28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위 회사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용역계약, 기 수행업무 추인 및 승계의건'을 추인하는 결의를 했다. 그리고 조합과 회사는 항소심에서 "위 조합원총회를 통해 2006년 3월30일자 결의를 추인했으므로 원고들의 소는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은 이러한 조합과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국 원고의 소를 각하했다(서울고등법원 2024나2039326). 2심은 소송요건이 적법하다는 가정하에 의결정족수도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2심은 도시정비법 및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등은 서면결의서의 형식을 제한하고 있지 않고,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내용을 정하고 있지도 않으며, 의사표시 방법 등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요한 근거로 들었다. 직접 출석하고 위 회사에 찬성투표 한 75명과 서면결의 동의서를 제출한 68명을 더한 143명이 위 회사에 투표한 것으로, 의결정족수가 충족된다고 본 것이다.

2025-06-22 10:08:0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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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구구팔팔을 위한 지중해식 식단

구구팔팔(9988)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구구팔팔이라는 표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는 말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앓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이 표현은 특히 노년의 건강한 삶을 강조하며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표현을 사용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는 동기를 얻기도 한다. 유네스코는 2013년 지중해식 식문화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음식만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 환대, 세대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즉 식단에 국한하지 않고 지중해 지역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반영하는 요소로 인정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중해식 식문화는 키프로스, 크로아티아,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모로코, 포르투갈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식습관과 관련된 기술, 지식, 의례, 상징, 전통을 포함한다. 농사, 수확, 채집, 어로, 축산, 저장, 가공, 조리 등의 과정뿐만 아니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소비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생활방식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지중해식 식문화가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지중해식 식문화는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다이어트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공동체적 문화유산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산물, 올리브유, 견과류와 같은 건강한 지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필자가 언급했던 초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와 같은 유형과 아주 먼 대척점에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지중해식 식단은 항산화 물질과 오메가-3 지방산, 식이섬유, 다양한 비타민이 풍부한 최소가공(Minimally Processed Foods) 식품군에 해당한다. 이들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ROS)와 염증 반응을 줄여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노화 과정을 늦추는 데 기여한다. 특히 비타민, 폴리페놀, 오메가-3 등은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DNA와 세포막의 손상을 방지해 세포 노화를 억제한다. 장기간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한 사람들은 세포 노화의 지표로 밝혀진 세포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덜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 실제로 세포 수준에서 노화가 늦춰지게 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DNA의 변형이나 손상이 억제되는 효과로 인해 젊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식 식단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보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선과 채소, 견과류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뇌의 위축 속도가 5년 정도 지연되고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기억력 감퇴 예방에도 효과적으로 밝혀졌다. 포화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및 대사질환의 위험을 줄여 전반적인 건강 수명을 연장한다. 지중해식 식단은 항산화 및 항염 효과, 세포 노화 억제, 뇌 건강 보호, 대사 건강 증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화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면 노화 속도가 지연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5년간 2만500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단을 철저히 준수한 그룹은 사망 위험이 23% 감소했으며 특히 암 사망률 20%, 심혈관질환 사망률 17%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KORMED) 적용 시 노년층의 인지 기능 향상과 우울감 감소 등 부수적 효과도 확인되었다.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의 건강한 원칙을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게 변형한 식단이다.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에서는 올리브 오일 대신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한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활용하고 샐러드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나물이나 야채 무침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또한, 생선과 해산물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며,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한다. 이러한 식단은 심혈관 질환 예방, 당뇨병 관리, 항산화 효과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하게된다. 이 식단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현미, 보리 등 통곡물을 주식으로 하고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은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을 포함하여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푸드톡톡 독자들 모두 한국형 지중해식 식습관으로 구구팔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기대한다. /연윤열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6-19 16:01: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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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8>신세계와 구세계의 매력이 한 병에…레꼴 넘버 41

<288>美 워싱턴 와인② 신세계 와인의 매력이라면 잘 익은 과실미다. 해마다 기복없이 좋은 햇살을 담뿍 받아 착착 쌓인 풍미는 신세계 와인을 단숨에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결국 다시 구세계 와인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은 신세계가 따라올 수 없는 구조감과 신선함, 복합미다. 이런 신세계와 구세계 와인의 매력이 한 병에 들어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워싱턴 와이너리 레꼴 넘버 41의 라이언 페닝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워싱턴 콜롬비아 밸리는 낮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 포도가 완숙되면서도 밤에는 7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온도차로 신선하고 좋은 산도를 지닌다"며 "레꼴 넘버 41은 워싱턴에서도 신세계와 구세계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레꼴은 프랑스어로 학교를 말한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던 1900년대 당시 워싱턴에도 프렌치 타운이 형성됐고, 41번지에 위치한 학교 건물을 와이너리가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레꼴 넘버41이라고 부르게됐다. 레꼴은 1983년에 설립됐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역사가 길지 않지만 레꼴이 위치한 왈라왈라 밸리에서는 3번째로, 워싱턴 전체로도 20번째로 생겼으니 와이너리로는 터줏대감이다.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지금은 3대가 운영을 하고 있다. 레꼴은 와인을 양조하면서 전통방식을 추구한다. 손수확을 하고, 여과를 위한 필터도 사용하지 않는다. 라이언은 "레꼴의 와인은 중력만을 이용해 가라앉은 효모 앙금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만약 필터를 사용해 효모 앙금을 모두 걸러낸다면 와인의 아로마나 풍미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세미용 2019'는 세미용을 주로 쓰고, 소비뇽 블랑을 10%로 안팎으로 섞었다.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느낌이 올 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반대다. 소비뇽 블랑을 주품종으로 하고 세미용을 살짝 섞는다. 세미용이 보통 산도가 낮고 두텁게 느껴져서 비중을 높이기가 어렵지만 워싱턴에서는 큰 일교차로 자체 산도가 높다보니 소비뇽 블랑의 도움없이도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꿀과 감귤류에 미네랄 등 복합미가 좋으며, 좋은 산도로 10년 이상도 숙성도 가능하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시라 2021'는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론 스타일의 우아한 시라다. 이를 위한 레꼴만의 비법이 따로 있다.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째 넣어 만드는 홀번치 발효다. 그런데 홀번치를 많이 하는 부르고뉴와도 방식이 다르다. 라이언은 "시라는 줄기가 쓴 맛이 강해 신선함 주겠다고 홀번치 발효를 하다보면 쓴 맛이 과실 풍미를 다 뒤덮을 수 있다"며 "일단 포도알만 분리해 양조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줄기 성분이 필요한 지를 분석해 선별적으로 소량의 줄기를 섞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만든 시라는 민트 뉘앙스와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음식으로는 달콤 짭짤한 양념 갈비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나파밸리라고 하면 카버네 소비뇽이 떠오르듯 사실 워싱턴 하면 멀롯이다. 멀롯은 빨리 익는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산도가 확 꺾이고 밋밋하게 퍼져버리기 십상이다. 워싱턴은 일조량이 풍부해 멀롯이 잘 익지만 서늘한 밤 사이 풍미만 농축하고 퍼지지 않는다. 레꼴 역시 멀롯이 대표작 중 하나로 설립 초기부터 만들어왔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카버네 멀롯 2020'은 달콤한 검은 과실미와 가죽과 담배향까지 복합적이다. 입안에서는 매끈한 타닌이 느껴지지만 구조감도 탄탄하다. '레꼴 넘버 41 레퍼 브릿지 빈야드 애퍼지 2020'는 카버네 소비뇽 56%에 멀롯과 말벡, 카버네 프랑 등을 섞어 만들었다. 페퍼 브릿지 빈야드는 왈라왈라 밸리는 물론 워싱턴 전역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밭 중 하나로 꼽힌다. 레꼴 넘버 41의 포도밭 가운데 가장 서늘해 수확 시기도 제일 늦다. 포도품종 별로 각각 양조를 끝낸 다음에 와인메이커가 블렌딩 비율을 결정한다. 향신료와 함께 검은 과실, 담배, 가죽 등의 풍미에 부드러운 초콜릿같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애퍼지란 달의 궤도 상에서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 또는 정점을 뜻한다. 최고의 품질을 가진 와인을 만들려는 레꼴 넘버 41의 노력을 상징한다.

2025-06-19 14:26: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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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7>과거보다 현재,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워싱턴 와인

<287>美 워싱턴 와인① 리슬링에서 소비뇽 블랑, 샤도네이, 알바리뇨까지.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까지. 보통 한 지역에 공존하지 못하는 품종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어느 한 대륙, 또는 어느 한 와인 생산국에서 나오는 품종을 망라한 것이 아니다. 모두 미국 워싱턴에서 선보이는 와인이다. 사실 워싱턴은 나파밸리나 소노마를 품고 있는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과거사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현재는 풍성하다. 1970년대만 해도 10개에 불과했던 와이너리 수는 현재 1000개를 넘어섰고, 품질면에서나 스타일에서나 최고의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생산자들의 혁신이 더해지면서 현재보다도 미래가 더 기대되는 게 바로 워싱턴 와인이다. 워싱턴 와인 생산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마스터 오브 와인(MW)인 브리 스톡은 지난달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와인 메이커스 오찬회에서 "워싱턴에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던 품종과 스타일의 와인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토양과 기후는 물론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혁신을 거듭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워싱턴 와인이라고 하면 의문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시애틀이다.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오는 곳에서 좋은 와인이 나올리가 없다. 캐스케이드 산맥을 경계로 태평안 연안은 연간 강우량이 1500mm에 달하지만 와인 산지가 위치한 동부는 200mm에 불과하다. 소위 '비그늘 효과'로 포도재배에 관개를 허용할 정도로 강우량이 적다. 워싱턴 와인을 이해할 첫 번째 키워드는 숫자 46이다. 워싱턴 와인산지가 위치한 위도다. 나파밸리가 북위 38도니 햇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생장기에 일조 시간이 17시간까지 되며, 연중 일조일도 300일이 넘는다. 타닌이 완벽하게 익을 수 있다. 두번째 키워드는 불과 얼음이다. 화산 폭발은 없었지만 땅 속에서 엄청난 규모의 용암이 분출되면서 현무암 지반이 됐고, 빙하기 말기에는 거대한 홍수가 충적토를 워싱턴에 실어다놨다. 이런 지질적 격변이 수십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독특하면서 상급 와인을 만들기 좋은 토양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은 극도의 일교차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워싱턴 와인이 놀라운 산미와 골격을 지닐 수 있는 이유다. 브리 스톡은 "바람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불면서 포도 송이와 알을 작게 만든다"며 "타닌은 고우면서 단단하고 산미를 잘 유지시켜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며 장기숙성이 가능토록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선보인 와인은 '포멈 셀라스 이딜리코 알바리뇨 2023'이다. 석회질 느낌의 미네랄이 산미와 만나면서 표현력이 극대화됐고, 포멜로같이 쌉쌀한 맛이 남는 것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 알바리뇨로 스페인의 화이트 품종이다. 스페인의 알바리뇨 주요 산지와 워싱턴은 공통점이 별로 없다. 브리 스톡은 "와이너리가 스페인의 스타일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큰 일교차와 그에 따른 생동감을 잘 담을 수 있는 품종을 생각하다 보니 알바리뇨였다"며 "여름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골뱅이 무침이나 고추튀김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번에도 의외의 품종, 그르나슈다. '그로스그레인 케니 힐 빈야드 그르나슈 2022'는 올드바인 그르나슈로 만들어 잘익은 과실풍미에 생기가 느껴지는 산미가 인상적이다. 삼겹살 등 기름기있는 육류나 구운 버섯과 어울릴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워싱턴에서 생산량으로나 품질면에서나 가장 중요한 품종이다. 건조하고 햇빛이 강하니 익는데 오래 걸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에는 천혜의 기후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 포도알이 작고 농축돼 나파밸리의 진한 과실 풍미에 보르도의 구조감과 신선함이 모두 들어있다. 여기에 금상첨화, 한 가지가 더 있다. 화려한 과거가 없었던 덕분에 가격 접근성도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는 '아베하 헤더 힐 카베르네 소비뇽 2021'과 '블레드소 패밀리 와이너리 카베르네 소비뇽 2022'이 선을 보였다. 아베하 헤더 힐은 왈라왈라 밸리에서도 남서부에 위치해 더 잘익은 과실 풍미가 특징이다. 산미도 살아있어 생동감이 있는 와인이다. 블레드소 패밀리 와이너리는 미식축구리그 출신인 드류 블레드소 선수가 은퇴 후 왈라왈라 밸리로 돌아와 운영하는 곳이다. 2022년은 워싱턴에서도 탁월했던 빈티지로 농축미와 산도가 모두 좋다. 워싱턴 와인협회 크리스티나 켈리 사무총장은 "워싱턴 와인의 매력은 모든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면서 품질도 좋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으로 앞으로도 워싱턴 와인의 특별함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2025-06-19 13:12:29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