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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경의선숲길에 걸려있는 작은 공

아내와 함께 경의선숲길을 걸었다. 끈질긴 여름을 떨치고, 가을의 프롤로그를 느끼고 싶었다. 공덕동에서 걷기 시작해 서강대 가기 전 쯤이 되었다. 남매로 보이는 어린 아이 두 명이 나무에 걸린 공을 잡으려고 높이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공은 낮은 가지에 걸려 있었는데, 지나가던 젊은 연인이 발을 올려 쉽게 내려주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의 공은 더 높은 가지에 걸려 있어, 도저히 손을 뻗어 내릴 수 없는지 청년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때 멀찍이 작은 벤치에서 인기척이 났다. 벤치에 앉아서 작은 공들의 서사를 모두 지켜보고 있던 외국인 노부부가 우산을 건네주었다. 다행히 키가 꽤 큰 청년이 그 우산을 받아서는 두 번째 공을 가지에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학습도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습도시는 지역주민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학습도시로 전환하며, 지역주민들이 평생학습을 통해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들 간의 관계와 협력적인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지역 내에서 지식이 효과적으로 공유되기 위해서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네 가지 중요한 관계적 특성이 지식 공유를 촉진한다. 첫째, 다른 사람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 둘째,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얻을 수 있는 것, 셋째,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려는 의지, 넷째, 관계의 안정성이 학습과 창의성을 증진시킨다. 이 네 가지 특성은 학습도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들 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학습도시는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학습도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서로의 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서로의 전문성과 경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습도시의 핵심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주민들 간의 관계가 부족하거나 지식과 정보가 일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학습도시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주민들 간의 지식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필요한 시점에 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제한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정기적인 학습 모임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교류는 주민 간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지역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학습도시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주민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식 창출과 공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경의선숲길에서 우산을 건네받아 공을 내린 젊은 남성의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의 도구와 지식을 공유할 때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식과 경험이 공유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도시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11-04 10:16:0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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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바닷속 미네랄의 보고 '파래'

겨울이 되면 주변이 온통 스산해진다. 짙푸르렀던 녹음은 간데없어 꽃 피는 봄을 기다리게 한다. 하지만 바닷속은 많이 다른 모양새다. 김이나 매생이 같은 해조류들은 제철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파래'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파래는 김이나 미역만큼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영양소만큼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해외에서 슈퍼푸드로 인기가 높아진 김에 비견할 만하다. 다만 적지 않은 이들이 '파래김' 때문에 파래 역시 김의 일종이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김은 홍조류, 파래는 녹조류로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다. 파래김이라고 하면 김을 주재료로 일정 비율 파래를 섞은 상품을 말한다. 가장 먼저 파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30% 정도의 함량(말린 것 기준)을 자랑하는 식이섬유다. 몸매 관리에 적극적인 다이어터, 변비로 인해 고민이 많은 이들은 파래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말린 감태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못지않을 만큼 필수 아미노산 역시 가득 들어있다. 반면 지방은 거의 없으니 쉬이 살이 찌기 쉬운 겨울철, 체중 관리와 건강관리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식재료다. 파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필수 미네랄 역시 풍부하다. 가장 먼저 마그네슘을 꼽을 수 있다. 마그네슘은 단백질 합성, 그리고 근육과 신경 기능에 작용하며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는 필수 미네랄이다. 눈 주변 떨림과 근육 수축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영양제로 자주 찾는 성분이기도 하다. 해조류는 대체로 높은 마그네슘을 함량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 파래의 일종인 가시파래는 모든 식재료 중 최고 수준이다. 흔히 감태라고 알려진, 김처럼 얇으면서도 푸른색을 자랑하는 식재료가 이 가시파래로 만들어진다. 마그네슘 외에도 칼슘, 칼륨, 인, 요오드 등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눈에 띄며 미역에는 없는 비타민 C 또한 파래의 장점이다. 그 밖에도 엽산, 비오틴, 비타민 B12 등 비타민 B군 역시 우리가 파래를 꼭 먹어야 하는 이유다.

2024-11-04 04:15:3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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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8>"와인은 신이 내린 선물"…조지아 와인

<258>조지아 와인 "와인은 우리에게 시이자 종교이며, 일용할 양식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다. 우리의 고조선 건국이 기원전 2300년인데 조지아(옛 그루지야)는 기원전 6000년,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부터 포도를 경작해 와인을 만들었다. 고고학적 유물로 증명되면서 조지아는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만나보고 싶어도 막상 기회가 잘 닿지 않았던 게 조지아 와인인데 서울에서 조지아 와인 축제가 열렸다. 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 조지아 대사는 지난달 열린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 2024'에 참석해 "조지아는 500가지 넘는 토착 품종을 바탕으로 놀랍도록 다양한 와인이 있다"며 "조지아인에게 와인은 단순한 상품 이상의 신성한 것으로 공동체 축하와 기쁨, 따뜻함을 나눌 때 함께하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 와인은 처음이니 일단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크베브리다.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달걀 모양의 전통 항아리다. 우리에게 땅에 묻었던 김칫독이 있다면 조지아에는 와인독(?)이 있었다. 놀랍게도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고, 크베브리를 이용해 와인을 만드는 양조법은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어떤 첨가물도, 양조자의 개입도 필요 없다. 크베브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난다. 씨 등 잔여물은 아래로 가라앉아 쌓이고, 위에는 맑은 와인이 익어간다. 조지아 와인이 다른 곳의 어떤 와인보다 고유의 개성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크레브리로 양조한 와인은 와인 이름에도 크레브리를 명시한 경우가 많다. 다음은 와인을 만드는데 쓰이는 포도품종이다. 와인의 발상지 답게 무려 525종이 넘는 토착 품종이 있다. 이 가운데 상업적으로 와인 양조에 주로 쓰이는 품종은 30종 안팎이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하나도 기억이 안 날때가 많다. 이번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각각 대표품종 하나씩만 제대로 익혀보자. 레드와인 대표품종은 사페라비다. 진한 색에서 연상할 수 있듯 숙성 잠재력이 탁월하다. 재배 지역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날 시음한 '키베리오니 사페라비 2020'은 진한 루비색에 체리, 블랙베리향이 올라온다. 깊은 풍미로 여운은 길지만 타닌이 많지 않아 레드와인이라도 편하게 마시기 좋다. 화이트와인 대표품종은 르카치텔리다. 산미를 살리면서도 탄탄한 맛을 낼 수 있는 품종이다. '키베리오니 르카치텔리 2019'는 옅은 볏짚 색상인데 예상보다 무게감이 있는 화이트와인이었다. 신선한 과실향에 좋은 산미로 우리 음식 가운데 빈대떡 등 전류와 잘 어울린다. 현재 조지아 와인은 한국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조지아가 와인 수출의 전략적 지역으로 꼽은 7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조지아 내셔널 와인 에이전시의 마케팅 담당자인 마리암 메트레벨리는 "한국의 조지아 와인 수입은 작년 42%나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8월 말 기준으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조지아는 한국과 경제협력을 한창 논의 중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와인에 있어서는 큰 장벽인 세금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조지아 와인을 더 낮은 가격으로 맛볼 수 있게 된다. 칠레 와인도 FTA 체결을 계기로 수입이 크게 늘었다. 두 나라를 잇는 항공 직항 노선도 검토되고 있다. 조지아 와인의 마지막 잔을 비우기도 전에 이미 내년 계획이 세워졌다. 직항 비행기를 타고 '와인의 고향'에서 맛보든, 한국에서 싸고 다양해진 조지아 와인을 마시든 내년은 조지아 와인을 만나는 해다. 조지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기쁜 날엔 26잔의 와인을 마시고, 슬픈 날엔 18잔의 와인을 마신다. " 와인 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리가.

2024-10-31 15:52:5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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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이복현 금감원장과 PF 구조조정

10월이면 반드시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평소에는 존재감 없는 노래지만 10월의 마지막주에 대폭발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끝 무렵에도 모든 라디오 채널에서 모든 DJ가 한번 쯤은 꼭 틀어주고 있다. 이 노래는 연인과의 이별을 회상하며 가슴 아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어쩌면 이 노래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상기하는 효과도 있다. 부동산, 금융쪽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름이 떠오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2년전 10월, 자본시장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던 강원도 공기업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시장에 큰 충격이 나타나고,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크게 증폭되었다. 급기야 부동산 투기 열풍을 타고 급작스레 증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되며 매달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건설사들이 연이어 부도가 나고, 수십만명의 건설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무리하게 PF 대출에 관여한 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 부동산 신탁사들이 곤욕을 치르며 PF발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 때 '구원투수'로 전격 나선 것은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도 아닌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었다. 신속하게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재정비하고 이에 따라 모든 금융권역에 대해 평가한 뒤 옥석을 가려서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사실 금감원의 PF 대책은 PF 구조조정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원래 구조조정은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긴밀한 PF 구조조정 작업으로 위기를 단숨에 잠재웠다. 이복현 금감원장 덕분에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은 지금까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진두지휘한 구조조정 작업은 역대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성공 요소를 보면 첫째 타이밍이다. 통상 구조조정은 위기가 발생한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지만 이번은 달랐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시장의 부담과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금감원장의 강한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두번째는 메시지 관리다. 자칫 저항이 예상되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해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노력한 결과 반발을 최소화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세번째 체계적인 준비와 진행이다. 업권별로 상이했던 PF 평가 기준을 새로이 정비해 PF 부실을 제대로 평가할 수있는 기준을 만들고 전 권역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직설적 화법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PF 구조조정은 이복현 금감원장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대 금감원장을 살펴보더라도 과연 이정도 역량을 발휘했던 사람이 있을까 싶다. 현재 PF 구조조정은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마지막 험난한 과제가 진행중이다. 자칫 금융위기로 전환될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이복현의 금감원은 적절한 감독과 대응으로 시장을 안정화 시켰다. 그 성과는 대단하다. 이제는 한시적인 정책이 아닌 건전하고 안정적인 금융 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도 금융산업도 크게 발전할 수 있다.

2024-10-30 16:27:22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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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억제된 모험, 마늘의 매운맛

경악전서(32),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3), 광제비급(28), 교주부인양방(3), 군중의약(1), 금궤요략(3), 금료소초(3), 급유방(6), 내의원정례(탁지정례) (1), 단곡경험방(8). 이들은 '마늘'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한의학 고문서DB에 수록되어 있는 결과로, 괄호안 숫자는 마늘이 언급된 횟수다. 이 가운데 금료소초(金蓼小抄)에는 "卒然中暑氣閉, 取大蒜一握, 道上熱土雜硏爛, 以新汲水和之, 濾去滓, 灌之卽蘇. 見(避暑錄). 갑자기 더위를 먹어 숨이 막힌 경우에는, 마늘 한 줌과 길 위의 뜨거워진 흙을 한 데 섞어서 문드러지게 갈아서 새로 길어온 물에 타서 찌꺼기를 걸러내고 입 속에 부어주면 즉시 깨어난다"라고 쓰여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기를 내리고 악창을 아물게 하고, 토혈을 멎게 하고, 심장병에 도움을 준다고 했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필수적 조미 작물로 알려진 마늘은 우리에게 100가지가 유익하고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특이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뜻에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하였다. 마늘, 고추냉이, 양파와 같은 조미 향신료의 매운맛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맛이라기보다 자극과 고통이라는 감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맛을 즐기는 이유는 매운 물질을 감지할 때 나타나는 인체의 불편한 경고(시그널)에 대한 일종의 '억제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의 정상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고통을 그 자체로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매운맛과 같은 통증 감각은 뇌에서 천연의 통증 완화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 은근히 쾌감이 남게 된다. 우리가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적으로 즐기는 이유는 이러한 자극이 섭식에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화학적 원인 물질은 메탄에티올과 메틸알릴설파이드라는 함황화합물이다. 이러한 물질은 마늘이 소화기관을 통과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후 6~18시간 사이에 냄새가 정점에 달한다. 한편, 입안에 잔류하는 티올이라는 냄새 성분은 과일과 채소에 함유되어 있는 갈변 효소에 의해 마늘 냄새를 무취한 분자 형태로 변형할 수 있으므로 마늘 섭취후에 샐러드나 사과를 먹으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클로라민을 함유한 구강 세척제도 마늘의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다.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에서조차 마늘이 갖는 살균작용 및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 바이러스 작용 등 약리적 기능성으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한 바 있다. 마늘이 슈퍼푸드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알리신(allicin)과 아조엔 등과 같은 강력한 항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약리적 작용을 하여 심혈관 질환자나 당뇨환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마늘은 피로회복 비타민인 비타민 B의 흡수를 도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북돋는다. 마늘은 기원전 4000년경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마늘에 대한 비용을 적은 기록이 피라미드 벽에서 발견되었을 정도이며, 우리나라 삼국유사에 마늘(蒜)과 쑥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아 사람이 되었다는 건국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마늘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대표식품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유럽 혹은 중앙아시아로 추정한다. 고대부터 요리의 재료보다는 약재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래종으로 추운 지역에 적응한 지형과 따뜻한 기후에 적응한 난지형으로 구분한다. 재배 수량, 병해충 저항성 등 다양한 이유로 도입되어 적응한 도입종으로 남도마늘, 대서, 자봉마늘 등이 있다. 마늘은 무게의 6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타민 C, 비타민 B1과 B2, 칼륨, 인 등의 다양한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생리활성물질인 폴리페놀과 유기화합물인 알린(alliin)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알린은 마늘의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풍기게 하는 주성분으로, 알린 자체에는 향이 없지만 마늘을 다지거나 썰게 되면 마늘 속에 들어있던 알리나제(allinase)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알린이 알리신으로 전환된다. 마늘의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고 결핵균, 무좀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 콜레라, 장티푸스균 살균 효과가 있다. 마늘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고 위암이나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항암, 항산화 효능이 우수하고, 비타민 B는 우리 몸의 면역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10-30 10:53:1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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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우리시대 역이기를 위하여

중국의 진나라 말기, 진류현에는 나이가 60이 넘은 역이기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책읽기를 좋아했고, 뛰어난 능력과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진류현의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했다. 집안이 가난했던 역이기는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를 했다. 성문을 드나드는 소위 '영웅'이란 자들을 눈여겨보면서, 자신이 의탁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유방이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역이기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유방을 만날 수 있었다. 유방을 만났을 때, 유방은 의자에 앉아 시녀에게 자신의 발을 씻기게 하고 있었다. 역이기는 '정의로운 마음으로 봉기를 하였다는 자가, 연장자를 이런 태도로 맞이하는가?'라며 호통을 쳤다. 유방은 역이기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깨닫고, 그를 상석에 앉혔다. 이후 역이기는 유방을 도와 진나라와 항우를 무찌르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역이기는 나이 60이 될 때까지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 했지만, 다행히 유방을 만나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긴 역사 속에서, 넘칠 만큼 지혜를 가지고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능력을 썩혀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능력자들은 얼마나 많을까? 최근 흑백요리사라는 예능프로가 큰 화제가 되었다. 스타 셰프인 '백수저'들에게 재야의 고수 '흑수저'들이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흑수저들 중에는 학생들의 급식을 책임지시던 '급식대가', 중식당의 배달원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식당을 차린 '철가방',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배웠다는 '만찢남'과 같은 분들이 있었다. 모두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웃들이다. 비록 훌륭한 스승 밑에서 교육받은 분들은 아니지만, 생업에 종사하시면서 틈틈이 요리를 연구하셨지만, 그분들은 끊임없이 노력해 오셨다. 최고의 셰프 앞에서도 흑수저 요리사들은 당당했다. 가끔씩 흑수저 요리사가 승리할 때, 시청자들은 박수를 쳤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열심히만 살면,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드는 카타르시스였다. 이 흑수저 요리사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우리시대의 '역이기'인 것이다. 물론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 분야다. 그래서 올림픽의 육상경기처럼 완전히 객관적인 판단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서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출연한 요리사들도 최선을 다해서 기량을 발휘했다. 경쟁이란 것에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런 경쟁에서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백수저 요리사이든, 흑수저 요리사이든 자신이 살아온 삶의 철학을 요리에 담아내려는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청사진일 것이다. 경쟁의 기회, 공정한 심사,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주신 여러 요리사님들께 시청자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모든 분야의 '역이기'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있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10-29 12:58: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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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K-위스키의 발전을 위한 제언] ④전통주 접목 통해 글로벌 공략해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K-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는 K-위스키가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위스키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전통주와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독특한 스타일의 K-위스키가 등장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위스키의 가장 큰 잠재력은 한국 전통주와의 접목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오랜 역사 동안 다양한 전통주 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위스키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발효 방법과 현대적인 증류 기술을 결합한 차별화된 K-위스키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세심한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장인정신과 이를 통해 성취한 높은 문화적 완성도 역시 K-위스키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위스키는 보리에서 몰트, 몰트에서 맥즙, 맥즙에서 맥주, 맥주에서 증류주, 증류주에서 숙성 원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며 변화한다. 개별 요소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이를 적용한 기획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은 소수의 애호가들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를 넘어 위스키 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위스키에 대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확대하여 소비자들이 위스키의 매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위스키 시음회, 강연, 워크숍 등을 통해 위스키에 대한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전문가, 인재 양성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위스키 제조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이나 양조증류협회(IBD) 등 훌륭한 전문가 양성기관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전통주 제조 기술과 현대적 증류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정부와 주류업계가 협력하여 이러한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K-위스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또한 국내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로컬 증류소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에는 이미 다양한 전통주 증류소들이 존재하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K-위스키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소규모 증류소들이 가진 전통적인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현대적인 위스키 생산에 접목시킨다면 한국만의 독특한 위스키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며 로컬 증류소들이 위스키 생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K-위스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중요하다. 뉴월드 위스키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도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뉴월드 위스키는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위스키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만,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독특한 원료와 문화적 요소를 결합하여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뉴월드 위스키들이 그 예다. 이미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K-위스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주요 위스키 박람회에 참여하거나 국제적인 상을 겨냥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K-위스키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위스키는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위스키 산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위스키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본다. /정성운(서울대 사회학과 졸, 영국 헤리엇와트대학교 양조증류학 석사, 現 골든블루 마케팅팀)

2024-10-28 11:23: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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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항산화 성분 풍부한 여왕의 과일 '무화과'

이따금 입맛이 없을 때는 별미를 찾게 된다. 기름진 육류 위주의 요리나 맛도 모양도 화려한 디저트 종류도 좋겠지만 역시 향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하는 과일만 한 게 없다. 특히 평소 자주 접히기 힘든, 이국적인 과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다가 영양소까지 가득하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무화과'가 그런 과일이다. 터키로 대표되는 소아시아 지역과 지중해 쪽이 원산지인 무화과는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재배되었다고 할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즐겼다 하여 여왕의 과일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무화과(無花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꽃이 없이 열매를 맺는 이상한 나무"라고 무화과를 묘사하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열매라고 알고 먹는 부분이 바로 무화과나무의 꽃이기 때문이다. 무화과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 항염, 항암 효능이 있으며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관 건강을 개선해 준다. 역시 플라보노이드의 한 종류인 안토시아닌 또한 레스베라트롤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데 잘 익은 무화과의 보랏빛이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이처럼 몸에 좋은 성분이 껍질에도 풍부해서 되도록 신선한 무화과를 껍질째 먹는 게 맛도 영양도 가장 잘 살려 무화과를 즐기는 법이라 할 수 있다. 무화과는 필수 무기질이나 비타민 역시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과, 딸기, 오렌지 등 평소 우리가 흔히 즐기는 과일들과 비교했을 때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함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과일류에는 많지 않은 비타민 K 또한 풍부하다. 무화과를 구입할 때는 눌러보았을 때 살짝 말랑한 것이 좋으며 표면의 적갈색이 고르고 상처가 없는 것을 선택한다. 실온에서는 1, 2일이면 물러지기 때문에 바로 먹지 않는다면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2024-10-28 05:33:0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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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술에 대한 예술의 믿음

기술의 발전이 일상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로 인해 낯선 형태의 예술이 등장하고, 예술 창작의 전통적인 개념마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기술은 예술가들에게 창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영역 간 경계 없는 작업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아무리 빼어난 기술도 예술의 본질적인 요소인 인간의 감정, 경험, 직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선 한계가 명확하다. 기술이 과연 예술의 미래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미술관을 포함한 예술 기관에선 당대 흐름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현시점과 방향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11월 14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예술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연다. 독일의 유명 작가이자 무빙 이미지 제작자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을 포함해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 오묘초(OmyoCho) 등 모두 2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 창작의 원형에 초점을 맞춘다. 더불어 예술과 기술 융합의 시대를 4개의 섹션(기술과 예술의 만남, 예술의 본질 등)으로 나눠 조망한다. 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해 동시대 기술과 예술의 조류를 진단하는 포럼을 연계 행사로 개최한다. 포럼에선 예술가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적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지,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유 자생적 표현 능력의 상실과 피상적 감각 체계의 학습에 따른 지적 퇴행을 가져올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짚어본다. 영등포문화재단도 11월 4일까지 융복합기술탐구 기반 전시 '시간과 이야기(Time and Narrative)'를 선보인다. (구)농협하나로마트에서 지난 24일 개막한 해당 전시는 문화 도시 특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김신일, 비홉(BIHOP), 김동현, 최종운, L.A.B, 이지연, 소수빈, 크사베리 콤퓨터리(PL,Ksawery Komputery), 이은정&조혜정, 네비게이터, 티슈오피스 등 선정 작가와 기획 작가 총 18인이 함께한다. 재단 역시 포럼(11월 3일)을 통해 로컬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영등포의 지역성을 고찰한다. 영등포라는 장소를 바탕으로 기술과 예술의 동행이 인간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핀다. 세부 범주엔 포스트 휴먼, AI 존재론, 도시 기반 생태계 전반이 포함돼 있다. 기술과 예술에 관한 전시와 담론 형성을 위한 학술행사는 종종 있어 왔다. 최근만 해도 융·복합 콘텐츠의 창·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T(Arts & Creative Technology)를 비롯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융합지원 사업’에 의한 여러 프로그램 및 국제 컨퍼런스가 펼쳐졌다. 이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아트센터나비 등 기술과 예술의 창조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예술의 미래를 점쳐보는 무대는 적지 않았다.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Unfold X 2024)도 오는 11월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미술관과 기관에 소개된 전시들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할 뿐 반드시 예술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기엔 곤란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단지 시각 만족에 그친 채 휘발되는 사례도 곧잘 눈에 띄었다. 학술 프로그램 또한 일반론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기술과 예술의 상호 작용이 서로의 한계를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리라는 믿음은 유효하다. 싫든 좋든 기술에 대한 예술의 관심은 거스를 수 없는 동시대 미술의 한 현상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0-27 12:37:17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