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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용기와 만용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용기와 만용 (12월12일자) '용기(勇氣)'의 국어사전 뜻은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다. 중국말로는 위험을 두려워않는 기개를 말한다. 통속적으로는 '배짱이 좋다'란 말로 흔히 쓰인다. 영어 단어 'courage'를 우리는 용기로 표현해 쓰고 있다. 이는 위험이나 불이익을 분명히 알고도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 뜻을 좀더 들여다 보면 지극히 어렵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옳다고 여긴 일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인간의 필수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용기있는 사람이 얼마되지 않는다. 용기가 부족한 사람을 흔히 '겁쟁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도덕적 용기란 말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봐야겠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의 위험이 더 커 의심이나 두려움이 있는데도 도덕적 이유로 행동하는 용기이다. 고통, 위험, 불확실성, 협박에 직면하는 나약하지만 강인한 인간의 선택이자 의지로 볼 수 있다. '12.3 계엄정국'에 수많은 시민들이 결연한 의지와 기개로 반민주적 폭력에 맞섰다. 12월 엄동설한에 전국 곳곳에서 거리로 나와 날밤을 지새며 저항의 기치를 들었다.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때문에 용기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소수일 것이란 그 본래 의미는 상당히 무색해졌다고 할 만하다. 요며칠새 말없이 지내던 필부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실로 오랜만에 목격했지만 특히 눈길끄는 '용자'가 보였다. 지난주말 부산의 한 계엄반대 집회현장에서 연설한 여고 3학년생이다. 이 학생은 "막 걸음마를 뗀 제 사촌동생들과 남동생이 먼훗날 역사책에 쓰인 이 순간을 배우며 제게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여기 나와 (의견을)말했다고 알려주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라며 발언을 시작해 10여분간 비상계엄의 부당성과 기성 정치인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의 오만, 무능, 비겁함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한국이 늘 싫어 떠나고 싶었으나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버린 정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가자고 촉구하며 발언을 마쳤다. 18살 앳된 소녀의 연설이 인터넷상에 회자되자 그 용기에 찬사가 쏟아졌다. 현실을 외면해온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철부지같던 MZ세대 청소년들에 신뢰를 갖게 됐다는 답글도 부지기수였다. 진정한 용기는 굳센 기운, 기질, 호기, 무모함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기질처럼 인간 육체에 기반한 물리적 용기와는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또 담화를 발표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조기퇴진을 기대했지만 현 사태의 단초를 거대야당의 잘못으로 돌리며 전혀 그럴 뜻이 없음을 밝혔다.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라고 표현한다. 한자에서는 '사리를 분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으로도 정의한다. 애초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과 탄핵, 검찰총장 등의 과정을 거치며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집권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보인 것은 만용이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사리를 분간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스런 정치인이란 여론이 세상 가득하다. 자신의 행동이 만용임을 깨닫고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는 소수가 되기를 바란다면 과한 바램일까.

2024-12-12 16:45:42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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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4>2021 보르도 화이트에 빠질 시간…"韓시장 성장세 주목"

<264>佛 로낭 라보르드 보르도 그랑크뤼연합(UGCB) 회장 인터뷰 "보르도 와인은 해마다 아로마도, 밀도도 다르다. 매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다. 여기에 포도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대는 관개농업 등이 금지되다 보니 작황을 예측할 수 없듯, 매년 어떤 와인이 탄생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해마다 빈티지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UGCB)의 로낭 라보르드 회장(사진)은 지난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24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에 참석해 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2021년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에 최적의 기후 조건으로 신선하며 화려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레드 와인 역시 아로마의 표현력이 뛰어나며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라보르드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UGCB를 이끌고 있으며, 보르도 포므롤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또 클리네의 오너이기도 하다. UGCB가 주최하고 홉스코치 시즌(구 소펙사 코리아)이 주관한 이번 시음회는 65개 그랑크뤼 와이너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2021년 빈티지를 선보인 자리였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현재 132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UGCB는 1973년에 설립됐다. 수확을 끝내고 11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생산자들이 30여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와인을 소개한다. 와인 애호가 입장에서는 연말이면 새로운 빈티지를 경험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와인행사 중 하나다. 올해도 800명에 가까운 와인 수입업체와 소믈리에 등이 참석했다. 2021년은 최근 몇 년만에 극단적인 기후가 없었던 해였다. 따뜻해 일찍 재배를 시작했지만 수확은 예년과 비슷했다. 그만큼 포도가 천천히 익어갔고, 부드럽게 숙성했다. 포도가 충분히 익으면서도 신선할 수 있었다. 라보르드 회장은 "고온 건조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2021년은 보르도의 특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균형과 순수미를 느낄 수 있다"며 "빈티지 특성도 있지만 10여년 전부터 보르도 와인은 그랑크뤼라도 숙성잠재력도 있지만 바로 마셔도 좋은 와인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와인시장에서 보르도 와인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 하다. UGCB의 아시아 투어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생산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 그는 "한국은 보르도 그랑크뤼에 있어 중요한 시장으로 2022년 수입량이 2020년 대비 3배 가 늘었다"며 "올해 전세계 와인 소비가 다소 줄었다고 해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다른 국가 대비 유독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수입국가를 규모로 보면 한국은 10위 안팎이다. 20년전 만해도 20위 밖에 있었다. 라보르드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시음 행사를 넘어 보르도와 한국 간의 관계가 얼마나 견고하고 깊은지를 잘 보여줬다"며 "UGCB는 한국과의 이런 관계를 더욱 깊이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24-12-12 15:58: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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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마누라 빼고 다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 후폭풍이 대한민국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치르지 않아도 될, 예측 못한 기회비용을 엄청나게 감당해야 한다. 정치 상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혼돈 그 자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가 사람의 문제인지,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의원내각제나 독일식 양원제·의원내각제를 벤치마킹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논의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나오는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번 비상계엄이 우발적인 수준이 아니라 나름대로 '치밀하게' 사전 모의를 통해 이루어졌던 것으로 나타나 전 국민을 계속 경악케 하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발표하기 이틀 전부터 사전 모의가 진행됐으며 어디어디를 장악하고 누구누구를 어디에 가둔다는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섬찟한 것은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쟁까지 계획했다는 점이다. 아직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에 드론을 보내 국지적 도발을 벌이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 비상계엄을 위해 온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고갈 뻔 한 진짜 '중대 범죄'다. 국지전은 그들의 기대일 뿐, 전면전이 될지 세계3차대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모의자들의 의지대로 '국지전'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만의 하나 전면전으로 확전이라도 됐더라면 지금쯤 대한민국은 핵미사일이 오가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아비규환의 불바다 그 자체가 됐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다. 경제분야에는 이미 비상계엄 사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치솟는 환율에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투자중단, 고용중단뿐 아니라 인력을 포함한 구조조정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대외신인도마저 추락하게 되면 기업들의 고통은 몇십배 가중될 수 있다. 이미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를 전후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내년 경제전망치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비롯한 여러 경제기관·단체들에서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정치적 혼돈의 파장이 경제분야로 계속 영향을 줄 경우 1% 중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생경제도 파탄났다.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되살아나던 내수시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회복 불가능 수준의 타격을 받았다. 유통, 호텔, 레저, 관광 등의 분야는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서는 이번 계엄 선포를 '윤석열의 절박한 스턴트 쇼'라면서 이번 계엄선포 사태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킬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적인 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오랜 기간 할부로 갚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동은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부인인 김건희 여사만 빼고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제대로 못한 채 치국(治國)을 한 결과는 평천하(平天下)가 아니라 '생지옥'이다.

2024-12-11 14:57:2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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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장님을 이끄는 장님

'장님을 이끄는 장님'(1568)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배경 아래 여섯 명의 장님이 줄지어 걷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런데 주인공들의 미래는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앞에 있던 장님은 이미 구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두 번째 장님은 막 넘어지려는 순간이다. 균형을 잃은 채 비틀거리는 그의 표정에는 공포와 당혹스러움이 역력하다. 나머지 사람들 역시 곧 첫 번째 장님과 같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피터르 브뢰헬이 그린 이 풍자화는 성경의 마태복음 15장 14절에 나오는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라는 구절에 근거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통찰 없이 다른 사람을 이끌 경우, 자신과 타인을 모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장님을 이끄는 장님'의 경고가 현실화됐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즉 비상계엄이다. 야당에 대한 감정적 반발로 인한 그의 돌발 행동에 나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으며 경제는 올 스톱됐다. 장갑차와 헬기가 등장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점령하려 하자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했다. 12월 7일, 헌정 중단을 시도한 내란 수괴인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표를 미뤘지만 10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석열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나타난 2021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평소의 상스러운 언행과 낮은 지적 수준은 둘째 치고, 궁지에 몰리면 제2의 계엄, 전쟁 도발도 감행할 수 있을 만큼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존재다. 김건희 비리 방탄과 독재 집권을 위해서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정에서 손을 뗀단다. 왕정 국가도 아니건만 국정 운영을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는 순순히 자신의 권력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일임'은 언제든 철회한다고 하면 그만이고, 국정 관여도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8일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말한 윤석열의 직무 배제 및 '질서 있는 퇴진' 약속은 애초 지켜질 수 없는 헛된 망상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내란죄 수사 대상인 한덕수 총리와 행정부의 일에 관여할 아무런 법적 지위와 권한이 없는 한동훈은 정부와 당이 협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권한을 특정인이나 정당에 위임 또는 승계하거나 정당 대표가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특히 국민 누구도 그들에게 국정 운영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탄핵만이 답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연명은 더 큰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장님을 이끄는 장님'에서처럼 우매한 지도자가 인도하는 길엔 불행한 말로만 있다. 그러나 현실은 민주 헌법을 유린한 쿠데타의 주범을 대통령직에 그대로 둬야 하는 상황이다. 쿠데타도 하나의 정치 행위로 간주하는 정신 나간 지도자와 내란조차 용인한 정당이 협잡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판이다. 국민은 윤석열을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론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윤석열 내란 공범의 길을 선택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믿지 않는다. 모두 축출해야 한다. 숱한 피를 흘리며 지켜온 자유와 권리, 헌정을 위해 국민이 나설 때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2-10 15:23:5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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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권한대행인가

[기고]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권한대행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밤 계엄령발동 책임을 묻는 지난 주말 국회의 탄핵표결이 여당 의원들의 대부분 불참으로 무산된 이후 국정혼란 양상은 여전하다.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발동으로 인한 혼란상을 해소하려는 장부 여당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신뢰와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오히려 위기상황이 깊어질까 우려된다. 그 이유는 여당인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의 처신 때문이다. 틴핵표결이 무산된 지 하룻만인 지난 일요일 오전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동담화문을 발표하였는데, 한 대표의 담화내용이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 국정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대통령의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과 국제사회에서 우려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단언하였다. 한 대표는 "지금 진행되는 비상계엄 수사가 성역없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정부나 당이 대통령을 포함해서 누구라도 옹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더 나아가 "당 대표와 총리 회동을 정레화하고 주 1회 이상 상시 소통을 통해 경제 국방 외교 등 현안 대책을 마련해서 국정공백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도 밝혔다. 우리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해놓았다. 이번 국회의 탄핵표결이 무산돼 윤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현직 대통령이며, 만약에 탄핵이 성립되었다면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헌법상의 권한을 행시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 조문 그 어디에도 당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거나 대리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정당이라는 건 정치결사체일 뿐이어서 당 대표가 경제 국방 외교 등 국정 현안 대책을 대통령을 대신하여 추진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당 대표와 총리의 법적 지위나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 계엄령발동을 저지당한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대표가 아당과 함께 탄핵강행을 시사하는 듯 한 '대통령 직무정지 필요성' 초강경발언을 해가며 대통령을 압박한 끝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한 대표는 담화를 통해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대통령권한에 대한 제약도 확약하였는데, 당 대표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행사 결정을 정치결사체에 불과한 정당에게 일임하거나 정당 대표가 승계하려는 건 헌법규정에 없으므로 위헌이다. 정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제약하며 대리행사하려는 시도도 위헌이며 위법하다. 윤 대통령의 심야 게엄령발동을 위헌 위법이라고 규정했던 한 대표가 대통령권한을 나눠 행사하려는 듯이 위헌 위법한 의지를 대국민담화로 선언한 처신은 또다른 국헌문란 행위이다. 이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극렬한 저항과 반대가 에상되며 싱당수 국민들도 거리로 나설 것임은 지난 촛불시위에서 봤듯이 자명하다. 헌법에 명시된 바 이외의 어떠한 방식이나 합의로든 대통령권한을 일임할 수도, 승계할 수도 없다. 이것이 대통령 단임제를 규정해놓은 우리 헌법정신이다. 방송으로 생중계된 한 대표의 일요일 오전 담화발표를 보고 들으면서 마치 '대통령권한 인수' 포고문을 낭독하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정국수습은 커녕 여야의 극한 대립과 국민갈등을 더욱 촉발할 우려가 높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적극 동의나 협조 없이 윤 대통령 하야 이후의 지난한 정치일정을 진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생경제나 외교 국방 등 국내외 주요 현안들을 여소야대 정치 현실에서 총리나 여당 대표의 주례회동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황당한 계엄령선포에 이어 대통령권한을 대리행사하겠다는 위헌 위법한 담화는 해괴하기까지 하다. 법률전문가라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왜 이런 위헌 위법한 시도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가. <안봉모 前 대통령 국정기록비서관>

2024-12-09 17:37:26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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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4. 밀턴 프리드먼과 평생교육 바우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20세기 경제학의 아이콘이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로서 마치 경제학의 나침반처럼 자유시장의 길을 밝혔으며, 정부 개입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려 했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경제학자는 예측자가 아니라 설명자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의 '설명자(explainer)'는 복잡한 경제적 상호작용을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리와 메커니즘을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뜻했다. 밀턴 프리드먼이 그의 아내 로즈 프리드먼과 함께 쓴 <선택할 자유>는 자유시장의 가능성을 한 폭의 서사시처럼 펼쳐내며, 개인의 선택이 억압에서 번영으로 가는 열쇠임을 설파한 경제 자유주의의 걸작이다. 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자유시장은 이러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메시지다. 교육도 선택할 자유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교육은 가장 소중한 투자이자, 선택의 자유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번영을 이루는 기반이었다. '학교교육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표제로 교육의 딜레마를 다룬 대목에서다. 초·중등교육은 대부분 정부가 직접 제공하며, 지역에 따라 차별적인 질과 접근성을 가진다. 프리드먼 부부는 이러한 공교육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선택권을 제한하며, 교육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고등교육은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로 운영되며, 정부의 지원은 대학 간의 경쟁을 약화시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한다고 분석한다. 고등교육 지원이 부유층 가정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며, 저소득층은 여전히 고등교육 접근이 어려운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초·중등교육에 선택의 날개를 달아줄 바우처 제도를, 고등교육에는 책임과 자율의 씨앗을 심을 장기 학자금 대출과 민간 재원 활용을 제안하며 교육 혁신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학부모에게 이용권 형태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학부모는 이용권을 사용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하여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정부는 교육에 자금을 지원하지만, 학교 운영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밀턴 프리드먼의 교육 바우처는 개인의 학습 여정을 지원하는 기틀이 되어, 한국의 평생교육 바우처로 이어졌다. 40년을 훌쩍 지난 2021년, 평생교육법에 평생교육이용권으로 명시되며 생애 전반에 걸친 학습의 권리를 제도화한 열매로 결실을 맺었다. 평생교육 바우처는 학습자들이 직접 이용권을 받아 자신에게 적합한 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성인에게 우선적으로 이용권을 발급하여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도 뚜렷하다. 학습자가 교육 콘텐츠의 공급자를 선택하는 구조를 통해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평생교육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기능이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로 돌아가 보면 평생교육 바우처는 민주사회의 토대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정 수준의 교양과 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안정된 민주사회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프리드먼의 메시지를 잊지 않으려는 우리의 다짐인 것이다. 이 제도는 선택의 자유와 배움의 기회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키고자 하는 현대적 구현인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12-09 15:22:3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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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조합원 권리가액 산정은 감정평가액*비례율

도시정비사업에서 '비례율'은 사업성을 말하는 것으로, 종전자산의 총 감정평가액분의 '총 수입 - 총 지출'로 계산합니다. 총 수입에는 조합원분양분, 일반분양분 등이 포함되고 총 지출비용에는 공사비, 금융비 등이 포함됩니다. 한편 조합원의 '권리가액'이란 종전자산의 감정평가액에서 비례율을 곱한 값을 말하므로, 비례율이 높아지면 권리가액이 높아집니다. A조합은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비례율이 증가하게 되자 '조합원들 권리가액'도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들은 상가1채를 분양받는 것 외에 추가로 오피스텔 1채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게 됐고, 오피스텔 1채를 추가로 분양 받기를 희망했습니다. 조합은 이를 받아들여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를 하고 조합원들과 오피스텔 공급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조합이 '종전자산의 감정평가액 그 자체'를 권리가액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와 같은 조합원 총회 결의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11. 23. 선고 2022구합71165 판결). 조합은 기존의 관리처분계획에서 '분양대상 분양신청자의 권리가액은 종전자산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피스텔 분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은 종전자산 감정평가액 그 자체가 아니라,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산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종전자산 평가액 그 자체를 권리가액으로 보고,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이는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권리가액 산정방법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조합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역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10. 24. 선고 2023누71829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조합에서 일단 내부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므로,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하고,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조합원들이 침해받은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해야 한다"는 판례를 인용했습니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539 판결). 그러면서 법원은 "종전 관리처분계획에서 '권리가액은 종전자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산정한다'고 명시했고,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됐다고 할 것인데, 이와 다르게 해석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나 제3자의 이익보호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조합원총회 결의가 신뢰보호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12-08 11:44:02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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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3>'오트쿠튀르'를 입은 와인…伊 테누타 디 트리노로

<263>伊 테누타 디 트리노로 2020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프랑 92%에 메를로 8%를 섞었다. 2021년 빈티지는 메를로의 비중이 60%로 더 높고, 카베르네 프랑은 나머지 40%다. 이 두 와인은 같은 와인일까, 다른 와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빈티지별 블랜딩 비율이다. 전설로 남은 안드레아 프란게티가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알리게 된 그 와인이다. 비니 프란게티 그룹에서 와이너리 테누타 디 트리노로와 파소피시아로를 이끌고 있는 벤자민 프란게티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와인은 매년 그 해의 땅과 기후의 개성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다"며 "어떤 빈티지든 기분좋은 긴장감에 구조감과 복합미를 가지고 있어 '아 이게 트리노로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벤자민은 안드레아의 아들이다. '느낌적인 느낌'이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쉽게 옷 이야기로 풀어보자.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다 샤넬 스타일의 옷을 보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매년 선보이는 프랑스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어떤 원단과 컬러로든 고유의 스타일로 샤넬은 샤넬임을 나타내듯, 세대가 바뀌고 숫자는 달라졌지만 트리노로 역시 트리노로였다.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난 안드레아의 마지막 작품이 2020 빈티지다. 이번에 선보인 2021 빈티지는 아버지 없이 오롯이 아들의 손길만으로 만들어졌다. 먼저 테누타 디 트리노로가 만들어지는 포도밭을 봐야 한다. 토스카나 남부에서도 발도르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안드레아가 근처를 여행하다 점토 토양을 보고 보르도 우안을 떠올리면서 와인 양조를 도전하게 됐다. 같은 보르도 품종이라도 토스카나에서 많이 심던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니라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심었던 이유다. 3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근방에 다른 와이너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 배우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직관과 감성에 공대 출신의 아들은 체계와 분석을 더했다. 20헥타르로 원래도 넓지 않은 포도밭을 벤자민은 50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눴다. 독립된 구획은 철저히 각각의 컨디션에 맞춰 50번의 수확과 50번의 양조 과정이 진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50개의 와인을 가지고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이름에 맞는 블랜딩을 찾아간다. 테누타 디 트리노로에 쓰이는 구획은 보통 4~5곳, 많아야 6곳이다. 나머지는 세컨드 와인에 쓰인다. 그는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낸 오트쿠튀르 처럼 마련된 50개의 재료를 가지고 빈티지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지향점만 있고 정해진 레시피가 없기에 2020과 2021 처럼 블랜딩 비율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벤자민은 매 해를 와인에 잘 담아내는 숙련된 장인인 셈이다. 스타일이 아니라 빈티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포도가 잘 익은 해는 알콜 도수가 높을 수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블랜딩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기 때문에 어느 것도 뾰족하게 튀지 않는다. 실제 '테누타 디 트리노로 2021'은 레이블에 알콜 도수가 15.5%로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정도로 균형감이 뛰어나다. 신선함과 산도가 모두 받쳐준 덕분이다. 벤자민은 "좋은 와인이란 바로 마시기도 좋아야 하고, 30년간 숙성 잠재력도 있어야 한다"며 "2021 빈티지는 힘도 있지만 속에 신선함을 감추고 있어 마시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2024-12-05 14:04:2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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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중소기업 M&A 지원과 인센티브

2022년 KOS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는 735만2787개로서 중소기업이 99.87%인 734만3521개이고, 나머지 0.13%는 대기업이 3966개, 중견기업이 5306개다. 중소기업 중에는 소상공인이 98.1%인 721만2868개이고, 중기업이 1.9%인 13만653개다. 2021년 중기벤처부의 기업 규모별 종사자 수를 살펴보면, 전체 종사자 2286만5491명 중에서 중소기업이 80.9%를 차지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19.1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 분류기준에서 보면, 대기업은 보통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을 의미하고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에서 5조원 미만인 기업이 중견기업,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을 중소기업이라 지칭한다. 정부 부처별 관리기준에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고, 중소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한다. 그런데, 기업 규모별 분류기준에서 중견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기업이 창업과 설립을 통해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내적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내적 성장을 통해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수합병(M&A)은 기업 측면에서 보면 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외적 성장전략이자 투자전략이 된다. M&A 관련 필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M&A 성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이 제일 크고, 다음이 중소기업 간 M&A 이며, 대기업 간 M&A 성과가 가장 낮다. 이의 결과가 우리의 경제 현실에 주는 첫 번째 의미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과 중소기술혁신기업의 사업기회가 결합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 간 M&A는 경영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규모경제 달성을 통해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건 중소기업 간 M&A이다. 앞의 KOSIS 자료에서 보듯이 13만개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건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업현장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의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으로서 지원받고 있는 세제와 자금지원 등의 혜택을 상실하는 데에 있다. 세제의 대표적인 예가 최저한 세율이다. 중소기업에는 7%의 최저한 세율이 부과된다. 그런데, 중소기업 유예기간을 거친 후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면 중견기업에서 3년간 8%, 그리고 4년차 및 5년차에 9%로 최저한 세율이 증가한다. 이후에는 과표에 따라 100억 이하이면 10%, 100억 초과 1천억 미만이면 12%, 1천억 초과이면 17%가 부과된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최저한 세율의 혜택 유지 등을 위해서 실질적으로는 중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중소기업 형태를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정부도 이런 측면을 고려하여 지난 6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혜택 유지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에게는 2년을 추가하여 총 7년까지 중견기업 지정을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상기 중소기업 유예조치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 수가 얼마나 늘어날까? 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 수를 대폭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간 M&A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정책 마련이 다음과 같이 필요하다. 첫째, 중소기업 간 M&A에 의해 중견기업으로 전환될 기업에 대해서 M&A 정책자금지원과 함께 후속 지분투자 제공이 강구되어야 한다. 왜냐면, 이들 중소기업 간 M&A에는 자금부담이 존재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지분투자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최저한 세율유예조치를 지난 6월 3일에 제시한 7년보다는 10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늪에 빠지지 말고 과감한 지원과 유예조치를 하자. 중견기업 전환 수가 늘게 되면 추후 고용 및 세수증대의 경제적 효과는 더 크다. 중소기업 간 M&A가 한국경제의 혁신과 신장을 꾀함을 잊지 말자.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12-05 08:06:0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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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비상계엄이 삼일 천하도 아니고 '세시간 천하'로 끝난 이유

"에이, 설마…. 가짜뉴스 아냐"로 시작했다가 "에휴, 나라 꼴이…. 애꿎은 군인들만 불쌍하다" "나라 망신살이 뻗쳤다"로 끝난 3일 밤의 '비상계엄 소동'은 사실상 세 시간만에 끝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여 만에 이를 해제했지만, 이미 그 전인 4일 자정무렵 국회에서 재적 과반수가 넘는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긴급 소집돼 전원 찬성으로 계엄 무효를 선언했기 때문에 삼일 천하도 아니고 세시간 천하가 돼 버렸다. 온 국민과 전 세계를 경악케 만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언이 사실상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부족했다는 게 가장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4분께 긴급 국민담화를 통해 정부관료 탄핵, 정부 예산안 삭감 등을 비상계엄 선포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국회의 정쟁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국회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종북세력, 안보위협'이라는 등식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국회 예산안은 매년 여야가 갈등을 겪어왔던 문제였고, 국무위원이나 검사들에 대한 탄핵도 여야의 정치 이슈다. 더군다나, 야당이 삭감한 예산은 당초 정부예산안 677.4조원 규모에서 4.1조원 수준이었다. 전체 예산의 0.6%다. 이 4.1조원에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내용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의 사유로 든 건 너무 나간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동조세력도 없었다. 심지어 여당의 수장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마저 비상계엄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을 정도다. 군과 경찰은 비상계엄사태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되는 자원이지만, 이들도 진정 국가가 비상사태이고 대통령의 명을 마음으로부터 따라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예전과 확 달라진 시민의식도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킨 커다란 동력이다. 지금은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당시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경험을 한 세대이고, MZ세대들은 소통 없이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에 따를 세대들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과 미디어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예전엔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군대가 출동해 국회와 신문·방송사를 폐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수 만 군데에서 중계되는 시대다. 국내 포털을 장악하더라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유튜브나 다른 SNS 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더군다나 지금 언론사는 2만여 군데에 이른다. 예전처럼 신문사 몇 군데와 방송사를 장악한다고 국민의 귀와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비상계엄 선언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후폭풍은 그냥 넘길 해프닝 수준이 아니다. 이미 국격은 땅에 떨어졌고, 그 동안 힘들게 국민과 기업들이 쌓아올린 '대한민국'이란 브랜드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상식에서 벗어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 선언에 대해 관련자들은 반드시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24-12-04 11:47:55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