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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패스트무비 등 리뷰 콘텐츠 제작자는 긴장해야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짧은시간에 자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 콘텐츠 소비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까지도 짧은시간 내로 요약해 결말까지 알려 주는 '패스트무비(fast movie)' 등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스트무비'는 한 편의 영화나 여러 회 분량의 드라마 시리즈를 요약한 리뷰 영상 콘텐츠를 말하는데, 장편 또는 장시간의 콘텐츠를 핵심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맞물려 비슷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패스트무비'는 해당 콘텐츠의 영상과 음성, 내용 등을 편집ㆍ요약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재산권 침해 등(복제권, 공중송신권 침해 등)을 구성하게 된다. 과거부터 '패스트무비' 등이 원저작물(요약된 영화 등)의 흥행이나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묵인되거나 어떨 때에는 제작사 측에서 직접 패스트무비의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패스트무비'가 원저작물과 대체적 관계에 있어서 원저작자의 피해로 귀속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서 저작권자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제작년 동경지방재판소가 패스트무비 제작자에게 5억엔(약 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방재판소에서는 패스트무비 제작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가 패스트무비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서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고소를 제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패스트무비'의 경우에는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 저작재산권 침해를 부정하기 어렵고, 거의 대부분의 '패스트무비'는 유의미한 창작적 노력이나 변형 없이 원저작물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용의 목적이나 성격, 이용된 부분의 비중(거의 모든 분량), 원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등에서 공정이용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5) 등이 적용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트무비'와 관련해 민사, 형사상의 법적조치가 이뤄지게 된다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물론이고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영화 유튜버 등은 창작하는 리뷰 콘텐츠의 성격상 원저작물의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는 이상 원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 등을 받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리뷰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도 결국은 창작자이므로 창작자와 창작물의 보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4-10-27 12:36:4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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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7>국민 마리아주 와인의 탄생…몬테스 윙스

<257>칠레 몬테스 윙스 같은 작물인데도 늦게 익는 만생종이 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에서는 까르미네르가 그렇다. 제대로 맛이 들기 전에 일찍 수확하면 풀을 씹는 것 같이 풋내가 나고 신맛만 튄다. 그렇다고 푹 익혀버리면 과일잼이 되어 버린다. 달달한게 산미라곤 없는 밋밋함으로 사람을 금방 질리게 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을 시기를 찾아냈더니 잘 익은 과실미에 부드러운 타닌으로 마시기 쉽고, 음식의 맛은 더 살려주는 후추같은 와인이 됐다. 프랑스에서 멸종됐던 품종 까르미네르가 칠레에서 다시 태어났다. 프랑스와 달리 칠레 천혜의 기후에서는 잘 익으면서 병충해를 피할 수 있었고, 와이너리 몬테스가 까르미네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해 내면서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카를로스 세라노 수출총괄 이사는 최근 '몬테스 윙스'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까르미네르는 어디서 재배하는지, 어떻게 양조하는지에 따라 잠재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며 "포도가 익어 당도가 올라온 뒤에도 부드러운 타닌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폴리페놀이 완숙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잘 익은 까르미네르는 검은 후추 풍미에 모카 커피의 느낌까지 품게 된다. 사실 몬테스 역시 까르미네르라는 난제를 잘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원산지 프랑스에서는 배울 것이 없었고, 만생종임을 알고 있어도 비가 오는 6월 전에 빨리 수확하고자 하는 조바심이 컸다. 처음엔 와인을 양조하면서도 카버네 소비뇽 70%에 까르미네르를 30%만 섞어 보는 식으로 시작했다. 세라노 이사는 "품종에 확신이 설 때까지 연구를 거듭하고는 2003년에 까르미네르 비중이 92%인 아이콘 와인 '퍼플 앤젤'을 선보이며 선구자로 우뚝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몬테스가 찾은 모범답안은 까르미네르를 주품종으로 하되 다른 품종을 약간 섞어 고유의 특징을 더 끌어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몬테스 윙스는 까르미네르 85%에 카버네 프랑 15%를 섞었다. 까르미네르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이었던 만큼 다른 풍미나 아로마를 더하는 품종이 아니라 구조감만 보충해줄 카버네 프랑을 선택했다. '몬테스 알파 까르미네르'는 까르미네르 90%에 카버네 소비뇽 10%를, 퍼플 앤젤은 까르미네르 92%에 쁘띠 베르도 8%로 만든다. 몬테스 윙스 2020은 코에서는 블루베리 같은 검은 과실에 향신료, 모카향 등 복합적이다. 입에서는 타닌은 실크같이 부드럽고, 좋은 구조감에 실제 산도가 높지 않음에도 충분히 신선하고 생기가 있다. 과한 구석이 없는데 후추같은 칼칼함이 있다보니 음식이랑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릴 와인이다. 매콤한 양념 육류와도 마시기 부담없고, 와인과 상극이라는 겨자 소스와 같이 마셔도 좋다. 특히 와인하고는 제약이 많았던 한식 입장에서는 국민 마리아주급 와인이 생겨난 셈이다. 몬테스 윙스는 까르미네르 품종의 혁신 뿐만 아니라 와이너리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창업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와 그의 아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가 함께 만든 와인이어서다. 같은 이름에 같은 공간에서 지냈지만 그간은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켜왔다. 하나의 와인에 같이 매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다. 그래서 윙(Wing)이 아닌 윙스(Wings)다. 두 세대 서로가 한 쪽 날개가 되어 함께 비상하겠다는 몬테스의 미래와 희망을 와인에 담았다.

2024-10-24 17:29: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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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체감물가

요즘 고깃집에 가면 상추, 깻잎 등 야채 인심이 박하다. 아예 조금 내놓거나 넉넉히 주더라도 부족한 것을 채워주진 않는다. 야채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깻잎 한 장이 100원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2.0%)에 근접해 기준금리가 인하(3.50%→3.25%)됐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한은이 내놓은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125.81)는 한달 전과 비교해 5.3%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이 전월 대비 5.7%나 상승했다. 배추는 61.0%나 급등했다. 토마토 51.1%, 상추도 44.7%나 뛰었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돼지고기(16.1%), 쇠고기(11.1%)를 중심으로 8.2%나 상승했다. 밥상물가가 오르니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야채값이 오르면서 '금치', '금추'란 말이 나온다. '기후인플레이션(기후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상승)', '피시플레이션(생선값 상승)', '애그플레이션(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등 신조어가 새롭지 않은 시대다. 일반 식당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1인분 1만원이 보통이다. 직장인들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기 바쁘다. 젊은층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주거 등의 물가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입하지 않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 품목을 다양화하고, 교육제도 등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물가 수준을 낮춰야 한은의 신뢰성도 커지는데, 지금 물가 상승률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구조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엥겔지수(생계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상승은 서민에게 재앙이다. 식료품비 지출이 늘어나면 생활고를 피할 수 없다. 외식 산업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음식점들은 식재료 비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선식품과 연동되는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가격도 도미노 처럼 오를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원료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물류비용도 크게 늘어나 해운, 항공 등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식당은 물론 요식·숙박·여행업, 레저 스포츠 등 연관 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랄땐 물을 사먹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20년 후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돈 쓸 일은 많아지고, 또 비싸지고 있다. 그러니 소비를 줄인다. 두 벌 사던 옷은 한 벌을 산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먹는다. 내수(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이유다. 내수가 위축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니 중견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경제가 쪼그라드는 이유다. 경제성장률 연 2.0% 시대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농수산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생산·유통을 데이터화해 관리해야 한다. 핵심 수출품목도 늘려야 한다. 수 년이 걸려도 가야할 길이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전망이 밝아야 기업이든 가정이든 지갑을 연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10-24 07:40:2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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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나쁜 감정의 좋은 이유

심리검사를 하거나 임상장면에서 많은 내담자나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경우 부정적 정서로 알려진 우울과 불안감이 마치 기본 옵션처럼 따라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검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그래선 안 되지만-진단명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흔한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필자의 머리에 항상 한때 지속되던 질문이 슬며시 떠오른다. '인간이 진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정과 혼란을 경험하도록 진화했단 말인가?' 여기에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아니 세상에는 꼭 이런 우울, 불안 혹은 분노 뭐든 좋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고 그냥 조증(躁症)인 기분을 죽을 때까지 느끼면서 살다가 삶을 가장 즐거운 상태에서 죽도록 진화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곧 현실적인 필자의 직업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탄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만약에 그랬으면 이런 직업으로 먹고 사는 게 불가능했을 거고, 그럼 난 아마 술이나 퍼먹고 있겠지? 연이어 소시오패스의 마음 상태로 변화되면서 세상의 불안과 우울이 존재하게 해준 진화의 신에게 감사하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의 하나로 제시되는 학문이 '진화정신병리학'이다. 진화정신병리학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연선택이 진화의 본성 중 하나인데 불안, 우울 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제거하지 않고 왜 남겨둬서 그로부터 인간을 고통 받게 했을까? 질문이 있으니 답이 있어야 하는데 답을 아직 줄 만큼 연구가 많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학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뒤집힌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게 없으면 우린 다 죽어….' 어? 무슨 말인가?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인간이 불안, 우울 등등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는 것은 우리가 주관적인 경험과 인간적인 가치로 장애인 것이지, 자연계에서는 인간이 보이는 불안과 우울은 오히려 정상인 것이고 그게 없었으면 인간은 눈앞의 호랑이나 사자에게 까불다 한 끼의 식사가 되었을 것이며, 같은 위험한 장소를 기억하면서도 또 찾아가서 돌에 머리가 깨지거나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용기로 다양한 위험 행동을 해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좀 말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구의 여러 생명체에 비하면 그 생존의 시기가 길지 않고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지구를 망치면서 개체를 퍼뜨리기 시작 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한 없이 연약한 존재로서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노력 했던 조상이 만약 항상 긴장하고 불안하고 또 뭔가 지나치게 돌아다니지 않도록 기운 쳐지게 하지 않고 또 죽을 뻔 한 경험을 하거나 뭔가에 실패하고 좀 가만히 있도록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지는 인생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설명이 지금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적어도 정상·비정상을 구분한다면 우울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비정상이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더 비정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꼭 정상과 비정상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도달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해서, 우울과 불안의 고통이 당연하니 꾀병을 부리지 말하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우울과 불안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병이기보다는 오히려 우울과 불안이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기능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를 더 오래 적응하도록 만들었다고, 그래서 본질적으로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것이 '정상 인간'이라는 점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10-23 10:10:3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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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초밥 1인분

초밥은 일본의 에도(江戶)시대에 탄생해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요리다. 초밥은 밥 위에 올려져 있는 생선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그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 초밥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참치만 해도 부위별로 가격이 다르고 조리법에 따라 또 가격이 다르다. 따라서 초밥 가격은 가게마다 다르고, 한 가게 안에서도 종류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회전 초밥집에는 다양한 색깔의 접시 위에 놓인 초밥들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접시의 색깔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초밥 가격이 이렇게 천차만별인데 모든 초밥집에서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초밥 정식 1인분에 사용되는 밥의 양과 개수다. 초밥집에 가서 정식을 주문하면 1인분에 8~10개의 초밥이 나오는데 보통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함께 나온 작은 우동 한 그릇이 아주 맛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본 초밥 장인들은 초밥 1인분에 10개로 정한 덕분에 일본의 초밥집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동경에는 3천 개가 넘는 초밥 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 초밥집의 생명과도 같은 쌀과 생선이 배급제로 전환되면서 초밥집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일본은 쌀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게다가 이전에는 부족한 곡식을 식민지로부터 조달하고 있었는데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이 또한 어려워져 극심한 식량난을 맞이하게 된다. 급기야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일본 시민들은 정부에 식량난을 해소해 달라고 거세게 요구했다. 이에 카타야마(片山) 총리가 식량난 타개책의 하나로 '음식 영업 긴급조치령(飮食營業緊急措置令, 1947년)'을 발표한다. 주요 내용은 식량 사정 개선을 목적으로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은 배급 허가권을 취급하는 식당, 여관, 찻집 등만 영업하도록 하고 이외는 음식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 조치에 따라 대부분 음식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초밥집 역시 모두 사라질 운명 앞에 놓였다. 이때 초밥 조합의 간부인 긴자 초밥집 야기(八木) 사장을 중심으로 모인 초밥 장인들이 초밥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고객이 배급받아 가져온 밥을 이용해서 초밥을 만들어 파는 위탁 가공업으로의 전환이었다. 초밥은 적당히 간이 된 밥 위에 날생선을 올린 요리다. 그런데 고객이 밥을 가져오면 간을 하고 날생선을 올려주는 작업만 하면 이는 음식점 영업이 아니라 가공업에 해당하므로 음식점 영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발상이다. 야기 사장 등이 야스이(安井) 당시 동경도 지사와 직접 면담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하였으나 도지사는 쌀은 고객이 배급받은 것을 가져오니 문제가 없지만, 초밥에 사용되는 생선은 배급에 영향을 주는 품목이라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초밥 조합 장인들이 다시 고민해서 내놓은 결과는 배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료의 사용이었다. 예를 들어, 조개, 새우, 달걀, 표고버섯, 민물장어와 같은 민물 생선 등은 배급 품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초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쌀 배급량을 고려해 밥을 조금 적게 해서 1인분을 10개로 정하고 재료비와 가공비를 포함해 40엔의 합리적인 가격을 받겠다고 다시 동경도에 허가를 요청했다. 그 결과 '음식 영업 긴급조치령'에도 초밥 가공업으로 전환한 초밥집(握り壽司の加工業に切り替えた壽司屋)은 영업 제한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되었다. 이후 초밥의 양과 개수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초밥에 날생선 이외의 재료가 사용된 것도, 정식 1인분이 10개로 정해진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두 개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10-22 14:27:2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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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K-위스키'의 발전을 위한 제언] ③새로운 세계 위스키 시장 트렌드

[인트로] 최근 몇 년간 위스키 시장에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만을 포함한 '뉴월드 위스키'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독창적인 접근 방식과 높은 품질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뉴월드 위스키의 성장과 이들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위스키 시장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위스키 강국으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외에도 대만을 포함한 '뉴월드 위스키' 생산국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뉴월드 위스키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과 높은 품질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은 최근 몇 년간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카발란(Kavalan)'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2008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카발란은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대만의 위스키는 대만의 독특한 기후와 자연환경 그리고 전통적인 증류 기법과 현대적인 기술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며 이는 짧은 숙성 기간에도 불구하고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대만 위스키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대만뿐만 아니라 호주도 뉴월드 위스키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호주는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기후를 활용해 다양한 스타일의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호주산 위스키는 풍부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타스마니아(Tasmania) 지역은 호주 위스키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그 품질과 독창성으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역시 뉴월드 위스키의 중요한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위스키 소비국 중 하나이며 최근에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도 위스키는 독특한 향신료와 과일 향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인도의 기후와 토양, 그리고 전통적인 증류 방법에서 기인한다. 이미 몇몇 제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인도 위스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뉴월드 위스키의 부상은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다양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위스키 강국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뉴월드 위스키 생산국들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위스키 문화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 호주, 인도 등 뉴월드 위스키 생산국들은 각자의 독특한 기후와 재료, 제조 방식을 활용해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인 위스키 대회에서 수많은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품질 중심의 경쟁은 전통적인 위스키 강국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으며 전반적인 위스키 시장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생산하는 국가 반열에 합류하여 세계 위스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세심한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장인정신과 이를 통해 성취한 높은 문화적 수준을 위스키에도 접목한다면 앞으로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위스키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강국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뉴월드 위스키와 함께 다채로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아웃트로] 다음 회차에서는 K-위스키의 가능성과 국내 위스키 산업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정성운(서울대 사회학과, 영국 헤리엇와트대학교 양조증류학 석사, 現 골든블루 마케팅팀)

2024-10-21 11:05:2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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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소기업 수출에 대한 단상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중소기업인이 열을 내며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코트라(KOTRA)가 해외바이어를 국내로 초청, 기업들과 연결해주는 행사를 기획·호출했는데 상담 명단을 보니 경쟁사가 8군데나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인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코트라가 부른 바이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었다. 이 기업에게는 이번 행사가 자칫 새로운 판로 확대 기회가 아니라 국내 경쟁업체에 일감을 뺏길 수 있는 위기가 될 상황이다. 그러면서 이 기업인은 "국민 세금으로 항공료, 호텔비 등 다 주고 바이어를 데려와 국내 업체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라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보니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지난 16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전 세계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청, 국내 기업과 비즈니스 계약체결을 지원하는 '수출 붐업코리아 Week'였다. 코트라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 기업인 뿐만 아니다. 기자가 적지 않은 기간 중소기업을 취재하면서 코트라에 대해 서운한 이야기나 현장의 볼멘 목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코트라는 현재 전 세계 84개국에 129곳이나 되는 해외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보, 인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해외 진출시 기댈 곳이 코트라 밖에 없다. 이에 비해 16개국, 26곳에서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21개, KSC(코리아스타트업센터)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코트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주무부처가 다르고 서울(코트라)과 진주(중진공)의 거리가 먼 만큼 따로 논다는 이야기까지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코트라, 중진공이 하고 있는 고유 업무 및 역할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은 지원기관들의 정책 가짓수를 더 늘리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돌파구는 해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맏형격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제주에서 연 '리더스포럼'의 주제를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로 정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도 지난 7월초 있었던 여성기업주간에 '여성기업의 글로벌화'를 가장 큰 화두로 꺼냈다. 그러나 현실은 암울하다. 2023년 기준으로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4635개로 10만개가 채 되질 않는다. 이마저 2019년 당시 9만8584개에서 더 줄어든 숫자다. 24만여개 여성기업 중 수출기업 수 역시 1.9%로 4500개에 미치지 못한다. 중소기업 수출 확대라는 본원의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그리고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파고도 잘 넘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출신 중기부 장관이 지난 5월 내놓은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도 관심이다.

2024-10-21 11:04:4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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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영조의 장수를 도운 보약 '인삼'

보약이라고 할 때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약재는 무엇일까?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인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 십전대보탕이나 경옥고처럼 잘 알려진 보약에 들어가는 주요 본초다. 삼을 쪄서 말린 홍삼의 경우는 아예 그 자체만으로도 공진단, 경옥고, 침향환, 우황청심환 등과 함께 5대 보약으로 꼽히기도 한다. 인삼의 학명인 파낙스 진생(Panax ginseng)에서 파낙스란 만병통치약을 의미한다. 이렇듯 인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최고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삼이 자라는 데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고려인삼'의 명성이 높다. 인삼은 예로부터 "오장육부의 허약한 기를 보강해주며 손상된 몸을 치료한다."고 한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대표적인 보기(補氣) 약재로 꼽힌다. 본디 몸에 허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 몸에 찬 기운이 많아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자주 감기에 걸릴 만큼 면역력과 체력이 떨어진 이들에게도 필요하다. 평균 수명이 턱없이 짧았던 시절, 몸이 찬 영조가 즐겼던 본초가 인삼인데, 인삼이 들어간 차를 즐겼던 영조는 80대까지 장수를 누렸다. 인삼이 몸에 좋은 이유는 현대의학을 통해서도 검증되었는데, 인삼을 대표하는 성분으로는 사포닌의 일종인 진세노사이드가 있다. 진세노사이드는 면역력 강화, 항염증·항산화에 효과가 있으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선조들은 일찍이 삼의 효능을 알아보고 귀한 약재로 다루어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먹는다고 다 좋은 게 아니며 체질과 현재 상태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경우 함부로 복용하는 것을 주의하고 꼭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체력을 관리해야 하는데 겨울철에는 따뜻한 인삼차로 즐기면 간편히 음용 가능하면서도 꾸준히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인삼차는 물 1리터 기준 삼 30g을 넣어 1시간 정도 끓여주면 된다.

2024-10-21 05:32:3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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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기망에 의한 대여금 채권도 상계 항변은 가능

상계(相計)란 쌍방이 서로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때 그 채무를 각 대등액으로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단독행위로 상대방의 승낙 필요 없이 채무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493조 제2항). 이처럼 상계는 일방의 의사표시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민법에서는 상계가 가능한 요건과 상계가 금지되는 경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492조, 제496조 내지 498조). 민법 제496조에서는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돼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받을 돈이 있는 사람이 그 돈을 핑계로 상대방에게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뒤, 위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자신이 받을 돈과 상계하겠다고 하는 경우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한편 이 규정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것이고, 고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고의에 의한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함과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법원은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행위에 기초해 두 개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해 경합하는 경우나,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원인에 기초해 두 개의 청구권이 발생해 경합하는 경우 등 상계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동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등 참조). 다만 최근 대법원은 "상대방의 기망으로 인해 금전을 대여한 사건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상 채권에 따른 대여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4696 판결). 계약상 채권은 상대방의 기망행위가 아니라 쌍방 사이의 계약에 기초해 발생하는 권리다. 그 급부의 이행으로 지향하는 경제적 이익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동일해 양자가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민법 제496조가 정한 상계금지의 취지에 비춰 계약상 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없기 때문이다.

2024-10-20 13:16:1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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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쌀이 천덕꾸러기 돼서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쌀이 천덕꾸러기 돼서야 요즘 저녁 술자리에 앉으면 소주브랜드 '처음처럼'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국산 쌀과 보리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여타 브랜드를 제치고 이 소주를 택한다는 설명이다. 한두번 겪은 게 아니다. 시중에서 가장 흔히 소비되는 국민 술, 희석식 소주. 각 제조회사들은 주정판매회사에서 주 원료인 주정을 사서 거기에 물과 감미료, 기타 첨가물을 넣어 만들 뿐이다. 이 때문에 주정회사도 아닌 특정 주류회사만이 굳이 소주병에 붙이는 '식품표시사항 라벨'에 굵은 글씨로 이를 표시하는 것이 의아했다. 소주제조회사가 특정 주정회사와 직거래하지 않고 9개 주정회사 제품을 판매대행하는 회사와 거래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구매해 쓰는 주정은 국산 곡물이라는 것을 부각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소주의 주정은 1960년대까지는 쌀이나 잡곡으로 만들었다. 쌀 부족문제가 현안이 되자 정부는 1965년 쌀을 이용한 주정제조를 금지했고 수입산 카사바나 고구마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후 1990년대들어 쌀의 사용이 허용됐고 요즘은 적극 권장하는 단계이나 비용문제 등으로 대량소비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각의 '국산 쌀 소주'에 대한 원인불명 '국뽕식'사랑을 애주가들은 다소 어리둥절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쌀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정부로서는 한줄기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년내내 적정량의 쌀 수급과 가격안정 대책을 놓고 정치권, 농민과 씨름하고 있다. 올해 국회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화두는 단연코 쌀 문제였다. 지난해 정부가 쌀값을 80kg 기준 20만원선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쌀값은 17만원중반대까지 추락했고 여야 국감위원들은 거세게 농식품부를 질타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화까지 구조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여전히 '농자천하지대본'을 금과옥조로 여겨서인지 공급측면의 쌀산업 구조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은 쌀 소비량의 감소일 것이다. 1992년 112.9kg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0년전인 2014년 65.1kg으로 절반가까이 줄었다. 다시 지난해는 56.4kg으로 더 줄었다. 어쩔 수 없다. 반면 연간 미곡생산량은 1992년 533만톤에서 2014년 424만톤으로 어느 정도 줄었으나 이후 큰 감소없이 370만톤선에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먹거리 소비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쌀 생산현장의 변화는 물론 소비형태의 전환이 뒤따르지 못해 심각한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 처한 상황이다. 식량안보측면도 있겠지만 생산량은 쉽게 적정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급구조적 문제에 대응해 쌀소비 확대 노력이 먼저 시작됐다. 1998년쯤이다. 이명박 정부때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이 본격화됐다. 쌀국수, 쌀막걸리, 쌀과자 등 쌀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과 '가래떡 데이(11월11일)' '쌀의 날(8월18일)'까지 만들며 소비독려가 있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며칠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밥 먹기'를 독려한다 해서 쌀소비가 늘겠나"며 혼잣말같이 허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쌀소비를 권장하는 즉석밥 나눠주기 행사에 참석한 뒤 느낀 소회였다. 송 장관은 일본의 사케(일본 술 혹은 청주)업계를 벤치마킹한 전통주산업을 장려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 술이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주업계에도 적용한다면 쌀 소비확산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안보적 측면에서라도 생산을 수요에 못맞춘다면 소비를 늘려서라도 쌀 수급균형을 하루빨리 구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4-10-17 17:53:31 차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