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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저출생과 중소기업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 공공기관의 인사담당 직원은 일년내내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주 업무다. 1년짜리 임시직을 채용하기위해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보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를 무한 반복한다. 이렇게 애쓰면서도 1년만 일하고 그만둘 사람을 찾기란 녹록치 않는 일이다. 처우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공공기관의 상황이 이런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기업,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채용우선권을 준다거나 내국인 대신 외국인력이라도 우선 배정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회사를 크게 일군 한 기업의 회장은 꽤 오래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라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기업에게 맡겨라"며 일침을 가했다. 기업에게 저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전권을 주라는 것이다. 듣고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깎아준다. 기업은 법인세를 덜낸 돈으로 직원과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직장에 만든다. 그런데 만약 집과 회사의 거리가 멀어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하기 힘들 땐 집과 가까이 있는 다른 회사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대신 회사는 그 빈자리를 인근에 사는 또다른 회사 직원을 위해 열어준다. 상부상조다. 가임여성 1명당 0.78명의 합계출산율,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초고령화사회.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비혼주의자와 딩크족의 증가, 고물가로 인한 육아비용 부담, 높은 사교육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형화한 교육제도 등등 저출생 요인은 다양하다. 기업이 어린이집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누구나 직장을 다니고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고 특히 잘 길러야한다면 저출생 해소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많다. 9981. 전체 기업수의 99%와 고용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숫자다. 이런 차원에서 이달 중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기업계가 이를 위해 해야할 일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협력 중소기업과 저출생 해법을 같이 찾는데서 동반성장·상생 문제의 또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고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대체인력 정규직 채용시 인센티브 제공 ▲출산휴가 고용보험 급여 지원 확대 ▲여성친화 ESG 상생협력기금 조성 ▲지방 생산직 근로자 혜택 및 지원 확대 ▲채용지원금 인상 및 원활한 대체인력 공급 ▲동료 업무분담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계 대표단체인 중기중앙회는 올해 기준으로 2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노란우산'(소기업·소상공인공제)을 운영하고 있다. 노란우산을 활용해서도 저출생을 위한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이디어 중 하나다. 국가산업단지를 운영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역시 일·가정 양립을 위해 국가산단에서 더 많은 실험을 해야한다.

2024-07-28 11:58:19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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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46>올 상반기 뉴질랜드 와인만 날았다

<246>2024 상반기 수입주류 통계 와인의 인기가 시들하다는데 판매가 오히려 더 늘어난 와인이 있다. 바로 뉴질랜드 와인이다. 유럽이나 미국, 칠레 와인에 비해 기존 수입 물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율 48%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수치다. 수입금액으로 보면 호주 와인을 이미 앞질렀다. 다만 와인 시장 전체로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와인은 물론 하이볼을 등에 업고 살아나는 듯했던 위스키까지 주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와인 수입 규모는 2억2371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3%나 줄었다. 전년 7.9% 감소에서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연간 수입규모가 5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물량 기준으로는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상반기 수입된 와인은 2445만 리터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성장률로 보면 와인 시장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수입규모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 69.6%로 급증했지만 2022년 3.8%로 주춤하더니 작년 -12.9%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202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와인 뿐만이 아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수입 주류의 인기가 다 시들해졌다. 작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위스키 수입량은 상반기 1266만 리터로 전년 대비 24.9% 급감했다. 수입 주류 가운데서는 맥주 정도가 물량 기준 감소폭 9.2%로 선방했다. 계절적으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물량을 쟁여놓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수입 맥주 역시 신통잖은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인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저가 리큐어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종 대부분의 수입이 줄었다"며 "업장 쪽에서 소비가 워낙 침체됐다고 토로하는 상황으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와인 수입이 줄었기는 한데 국가나 와인별로 보면 다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국가별로는 뉴질랜드 와인의 수입이 유일하게 늘었다. 수입 규모로 보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어 호주를 앞질렀다.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 칠레, 스페인에 이어 6위로 올라섰다. 수입량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48.3%나 증가했다. 레드 와인이 수입규모 기준으로 22.8%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화이트 와인은 8.7% 감소에 그쳤다. 화이트 와인의 비중이 절대적인 뉴질랜드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와인 업계 전망은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뉴질랜드 와인처럼 팔리는 상품은 또 잘 팔리니까 말이다. 바뀌는 와인 소비 트렌드에 따라 좀 더 고급화 하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와인찾기가 한창이다. 국내 와인 수입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나라셀라는 올해 1분기보고서를 통해 "2022년 기준 한국의 인당 와인소비량은 1.9병으로 OECD 국가들 대비 와인소비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여전히 향후 시장 성장에 대한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나라셀라는 또 "특히 와인시장은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한 번 높은 등급의 와인을 맛 본 이후부터는 더욱 높은 등급의 와인을 찾는 특성이 있다"며 "실제 중고가 주류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와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7-25 16:50:3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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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대통령과 국민의 경기 체감 온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 힘' 제4차 전당대회 축사에서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선데다 수출은 9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상반기 수출이 9.1% 증가하면서 무역 수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우리 성장률을 앞다퉈 조정하고, 2026년에는 우리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을 빌자면 "정치는 몰라도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에 가까운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평가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지 의문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내수 침체와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게 한가롭지만은 않은 상태다. 당장 윤 대통령 발언 이틀 후인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지난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을 했던 우리 경제가 2분기에는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0.2%로 집계되며 '역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역성장'의 주된 요인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 0.7%에서 2분기 -0.2%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1분기 3.3%에서 2분기 -1.1%로 떨어졌다. 고금리, 고물가 영향에 소비자들이 쉽사리 식료품 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았고, 건설경기 부진으로 시중에 돈이 돌지않으면서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것이다. 내수 부진 쇼크는 예상보다 골이 깊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때 매출이 줄면서 한껏 받았던 대출이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 잔액은 1043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 뛰어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출 창구엔 여전히 자영업자들이 많다. 은행에서 소외되면 저축은행 같은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그래도 급한 사정이 이어질 경우 더 금리가 높은 대출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말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작년 말의 3.16%보다 1.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대출을 갚다 갚다 더 못버티면서 폐업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86만7292명)에 비해 11만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다. 문 닫는 자영업은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 순으로 많았다. 물가 불안도 여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월 연속 2%대 후반을 보였음에도 농산물, 외식 등 생활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외적인 변수도 많다. 내수를 진작하려면 고금리 해소가 시급한데 환율 불안 등으로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위태 위태한 경제 상황 속에 많은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2026년에 우리 1인당 GDP가 4만불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서민이나 소상공인 등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24-07-25 10:19:11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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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유인촌도 '필요성' 인정한 '국립근대미술관'

23일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세미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예술인총연합회와 국립20C(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공동 주최했다. 미술인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국립근대미술관' 조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행사는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과 다테하타 아키라 쿠사마야요이 미술관 관장의 기조 발제로 문을 열었다. 이들은 각각 '국립근대미술관 존재 이유-한국미술의 총체적 인식의 장'과 '한국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둘러보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근대미술관 건립은 우리 미술의 총체적 이해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뿐더러, 국내외 새로운 문화 발신의 근원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첫 번째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6·25전쟁을 비롯한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같은 재난 및 인재에 의해 잃어버린 유산의 복원, 디아스포라 미술의 집결지로서의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의 당위성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국립근대미술관 기공의 첫 삽을 떠달라고 주문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한결 미술사학자는 이탈리아 로마의 보르게세미술관을 비롯한 독일 에센의 포크방 미술관 등 유럽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근대미술관이 설립돼 제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한국의 미술사가 온전하게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맡았다. 정 전 실장은 '국립 20세기(근대)미술관 구상'이라는 글에서 국립근대미술관 컬렉션은 한국미술의 근대성과 예술의 자유를 상징한다고 했다. 청산의 대상인 동시에 보존과 기억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지닌 '근대의 가치'를 정립하고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근대미술관 조성은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근대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기관 형태에 대해선 특수법인의 민간기관으로 하되, 국가가 예산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지만, 정부부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영국의 '비부처 공공기관' 모델을 제안했다. 소장품 확보 방안으로는 기존 공공기관과 이건희 기증 근대미술작품 외, 국내외 기증 운동을 제시했다. 미술관 건립 부지 확보에 관한 의견도 꺼냈다. 현재 '이건희미술관' 조성 대상지로 낙점된 서울 송현동 (송현문화공원 내)을 포함해 청와대 여민관과 경호동, 수송부 부지, 그리고 대통령 의무실 격인 서울지구병원, 청와대 경비를 담당했던 서울경찰청 202경비대 부지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관람객 접근성, 지속 운영의 가능성, 역사성, 뮤지엄 복합지구로서의 연계 효과 등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 전 실장은 이건희 기증품을 한데 모은 종합 백화점식 이건희미술관은 한계가 명백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기증 유물 중 근대기 미술품을 가려 국립근대미술관의 기반으로 삼고, 기증자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고 이건희 기증실'을 설치하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들 공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인사말을 통해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건립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앙정부의 굳건한 의지와 확약은 물론, 당위성과 설립의 논리가 보다 폭넓게 공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시민의 지지와 동참을 위한 미술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대든, 현대든 미술관의 핵심 주체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7-24 14:12:1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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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삼복(三伏)더위는 장어 보양식으로

복(伏)날은 일년 중 가장 더운 날을 뜻하며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삼복(三伏)이라고 하였다. 음력으로 6~7월, 양력으로 7~8월 사이에 끼여 있는데 초복 (初伏)은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로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에 해당하고, 중복(中伏)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로 양력으로는 7월 25일이고, 말복(末伏)은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로 양력으로 8월 14일이다. 이 시기는 소서와 대서 사이 기간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이기도 하다. 냉방장치가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이 기간 동안 길고 긴 무더위를 견디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보양식을 섭취함으로써 체력도 보충할 겸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복날 만큼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고안해 낸 우리나라 고유의 창발적 식문화였다. 2024년 올해는 초복 7월 15일, 중복 7월 25일, 말복이 8월 14일이다. 복(伏)이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개(犬)를 합성한 상형문자로 무더위에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을 뜻한다. 보양식(保養食)은 체력이 크게 고갈되었을 때 체력증진을 위해 섭취하는 음식을 말한다. 보양(保養)의 기본 개념은 부족한 체력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모 언론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보양식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84%가 '복날에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고 답했으며, 선호하는 보양식으로는 삼계탕, 장어, 한우, 과일, 오리고기 순이었다. 필자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무항생제로 키운 무태장어를 강력 추천한다. 장어는 단백질 함량이 30%대에 이르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레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학습능력과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A가 쇠고기의 120배에 달하며, 비타민E가 풍부하여 노화방지 및 피부건강에도 효과적이다. 칼슘과 인, 철분, 레티놀, 비타민B1, B2, C, 나이아신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의 성장과 허약체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 섭취는 영아기에서부터 평생에 걸쳐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고성능어군탐지기등 현대의 어업기술은 고도로 발전하여 물고기의 개체 수를 위험할 정도로 격감시킬 뿐 아니라 바닷속에 버려진 그물과 낚싯줄같은 해양 폐기물 때문에 다른 종에게까지 우발적 피해를 입히고, 해저 바닥의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양식이다. 장어는 민물장어부터 뱀장어에 이르기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해양수의 오염으로 자연산 장어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키운 양식장어가 안전성 검증을 받고 유통되고 있다. 각 국가별로 양식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양식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미국에서 소비되는 무지개송어와 메기는 대부분 양식한 것이다. 노르웨이는 1960년대에 연안의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대서양 연어를 양식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40% 이상이 유럽과 북미, 남미에서 양식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종의 물고기가 양식되고 있다. 양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양식업 기술자들이 물고기의 생육 상태와 출하시기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서 품질이 향상된다. 양식할 어종은 빠른 성장 속도를 비롯해소비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계까지 일정하게 양식한다. 수온과 조류의 속도, 밝기를 조절함으로써 야생에서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도록 유도하며, 에너지 소비와 근육의 탄력성간의 균형을 조절한다. 대체로 양식 물고기는 자연산보다 지방과 수분이 많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낚시에 걸리거나 그물에 걸리거나 갑판에 내동댕이쳐질 때 입게 되는 신체적 손상을 입지 않게 되므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한다. 오메가-3와 같은 지방산이 많은 바다생선을 적절히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고기는 파이토플랑크톤이라는 미세한 바다식물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직·간접적으로 얻는다. 모든 물고기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포화지방을 조금밖에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육류 대신 생선을 먹는다면 그만큼 동맥을 손상하는 혈중 콜레스테롤 낮아지며, 심장병 위험이 줄어든다.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생선만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맛을 가진 것은 없을 것이다. 생선의 맛은 생선의 종류, 서식지의 염도, 먹이, 생선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해산물이 육류나 민물고기보다 맛이 깊고 풍부한 이유는 바닷물에서 염도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아미노산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바닷 물고기의 살은 일반적으로 소고기나 송어와 거의 같은 비율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아미노산 함유량은 3~10배에 이르며 특히 단맛이 나는 글리신과 감칠맛이 나는 글루탐산염이 풍부하다. 생선맛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APT(아데노신 3인산염)라는 화합물이다. 세포가 APT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면 이 APT는 일련의 더 작은 분자로 변형되는데 그 중 하나인 IMP(이노신1인산염)도 글루탐산염과 비슷한 감칠맛을 나타낸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있는 장어요리로는 장어탕·덮밥·구이·회·샤브샤브·초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여 즐길 수 있다. /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07-24 11:04:5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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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설득 불가능한 믿음, 망상

망상(妄想, delusion)은 실제 근거가 없는 사실을 진짜로 믿는 것이다. 보통은 병리적인 수준의 믿음을 의미하지만, 믿음보다는 가정(假定)이나 의견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상학적으로는 망상은 사실과 다르고 설득되지 않는 믿음으로, 그 믿음을 믿는 사람의 교육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부합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환자는 망상 내용을 확고하게 신봉하고 스스로 진정 옳다고 믿는다. 이런 면에서 주관적으로 정상적인 믿음과는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면에서 간단히 정리하면 망상이란 자신은 사실이라고 믿으나 타인들이 보기에는 잘못된 생각이다. 망상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피해망상이다. 보통 자신의 삶이 타인으로부터 방해 받고 도움은커녕 해를 입는다고 느낀다. 이것의 변형된 형태의 하나는 편견 망상이다. 이 망상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이익 때문에 무시당하고 경시되며 승진에서 추월당한다고 믿는다. 가해자는 꼭 사람만이 아니라 기계, 체계, 조직, 제도일 수도 있다. 다른 흔하게 볼 수 있는 망상 중 하나는 병적 질투가 있다. 병적 질투는 지배관념과 연관되는 측면이 있다. '그녀는 나에게 속하고', '나는 그녀에게 속한다' 그런데 이 서로의 지배 관계에 누가 끼어드는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병적인 질투를 보이는 환자는 자신이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해 자신만이 누려야 하는 정절의 권리를 침해 받는다고 느낀다. 특히 이런 경우 망상의 내용은 성적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질투 망상에서 희생자는 성적으로 더 많은 매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환자 스스로 과거 성적으로 문란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자신의 배우자도 비슷한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이런 망상은 폭력을 동반하게 되고 망상의 대상이 되는 연적보다는 배우자에게 더 강하게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면에서 스토킹도 가볍게 진행되는 질투 망상의 색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치료자들은 망상을 변화시킬 수 있거나 설득하기 불가능한 영역으로 보고 접근한다. 그래서 망상의 주제 자체를 가지고 논박하거나 설득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여긴다. 아직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늘에 보는 태양이나 달은 둥근 데 지구만 어떻게 평평한가'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그들은 다양한 논박을 한다. 이런 형태의 망상이 심하게 작동하면서 자신을 괴롭히거나 타인을 괴롭힌다면 우리는 치료를 권유한다. 그러나 어떤 망상들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언 듯 볼 때 망상으로 보였던 생각들이 실제 실천되면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한 면도 있다.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이 없었다면, 혹은 우주를 개척할 것이라는 망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시대를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좋은 망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 자체가 망상일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한 좋은 망상인지의 여부는 인간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그 망상이 실현되었을 때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그려 본다면 좋은 망상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망상'을 가져본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7-23 14:09:1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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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공정위 승소율 90.7%… '뭣이 중헌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기업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일부승소 포함)한 비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90.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지는 경우가 눈에 띄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취지다. 공정위는 10건 중 1건에 패소한 결과를 '무리하게 기업 제재를 남발하는게 아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 제재에 대응한 행정소송에서 공정위의 전부승소율은 2020년 70.9%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83.7%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공정위 전부승소율은 2021년 82.0%로 다시 높아졌다가 2022년엔 다시 70.9%로, 2023년엔 71.8% 수준에 머물렀다. 통계적으로 공정위 승소율이 종전보다 높아졌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공정위는 과징금액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공정위가 처분한 제재 금액의 99.2%가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징금 처분 금액 또한 변수가 많아 큰 의미가 없다. 공정위가 SPC에 부과한 647억원의 과징금은 전액 취소돼 이번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쿠팡과의 33억원 과징금 소송의 경우도 2심까지 공정위가 패소해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로 빠졌다. 추후 상급 법원에서 언제든 과징금을 되돌려줘야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해상운송 담합 사건, 지멘스 헬시니어스 거래상 우월지위 남용 사건 등 주요 사건에서 패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 되돌려준 과징금은 1016억원에 이른다. 환급금 지급시엔 과징금을 낸 이후 법정 이자인 가산금까지 국고에서 얹어 지급하는데 공정위는 이날 가산금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7~2023년 행정소송 패소로 기업에 되돌려준 환급액은 5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환급가산금으로 444억원을 돌려줬는데, 재원은 국민 세금이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큰 규모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잇따라 패배하면서 공정위 제재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키운것도 문제다. 승소한 기업들도 과징금을 돌려받고 공정위 제재로 얻은 불명예는 해소했다해도 소송은 기업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공정위가 이에 대응한 인력과 세금 낭비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정위는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우선 공정위 처분에 기업이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제기되는 비율부터 낮추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기업이 애초에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규정을 명확히 하고 모호한 조항은 개정해 기업이 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법적 불확실성은 소송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므로, 법 해석에 관한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분쟁이 법정에 가기 전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와 조정 절차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승소율을 높인다고 심사인력과 예산만 늘리는건 해법이 아니다. 이 또한 국민 세금을 써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2024-07-22 16:50:5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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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장어'

한여름 반복되는 무더위와 장맛비에 기력을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으레 보양식을 찾곤 한다. 보양 식재료 중에서도 힘겨운 여름철 기운 솟게 하는 것으로 팔팔한 '장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장어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장어라고 하면 전문점에서 파는, 비싼 장어구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장어도 여러 종류가 있고 특색이 달라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 방금 말한 장어구이로는 보통 민물장어라고 알려진 '뱀장어'가 많이 쓰인다. 우선 왜 보양식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뱀장어 구이를 꼽는지, 그 영양 성분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장어구이(뱀장어, 100g 기준)는 칼로리가 200kcal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소고기(등심)에 비해 칼로리는 낮으면서도 단백질은 함량 1.5배 정도로 월등하다. 그만큼 몸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인데 근육을 합성하고 피로회복을 돕는 류신, 이소류신, 발린 등과 함께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아르기닌, 간 기능을 보호하는 아스파르트산이 특히 풍부하다. 이렇듯 장어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지방질 역시 뇌 기능을 발달시키고 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다. 구이로 많이 애용되는 장어 중 하나는 바닷장어로 알려진 '붕장어'이다. 뱀장어의 경우 산란철을 제외하고는 민물 생활을 하여 민물장어라고 불리지만 붕장어는 평생을 바다에서 지낸다. 흔히 '아나고'라고 알려진 게 바로 붕장어로 뱀장어처럼 구이, 회로 사랑을 받는다. 특히 여름이 제철인 '갯장어'의 경우 『동의보감』, 『자산어보』에도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전해져 왔다. 대표적인 국민 술안주 꼼장어는 '먹장어'로 만드는데 위에 언급된 장어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비록 다른 종류라고는 하나 뱀장어든 붕장어든 먹장어든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한 것만큼은 틀림없다. 양질의 단백질, 지방질과 함께 비타민 A가 풍부해서 항암, 항염증, 세포의 성장, 눈 건강 보호에 도움이 된다.

2024-07-22 05:34:39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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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세상] 추가지정 우선수익자라도 선행 압류채권자가 우선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한 지급이 금지되고, 채무자는 채권의 처분과 지급이 금지됩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채권을 소멸, 감소시키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처분행위 또는 제3채무자의 변제로써, 처분 또는 변제 전에 먼저 압류한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1다10748 판결,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56378 판결). 이는 채권 가압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담보신탁에서 위탁자의 수익채권이 가압류·압류된 이후에 2순위 우선수익권이 추가지정된 경우, 2순위 우선수익자는 선행 가압류·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므로, 이러한 행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위탁자가 우선수익자를 추가하는 행위는 '2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에 상응하는 부분'만큼 위탁자의 수익채권을 감소 내지 소멸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담보신탁을 한 경우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보수 등을 지급하고 남은 돈에 대해 우선수익자는 수익채권을 가지고('우선수익권'), 위탁자는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을 '차감한' 잔여대금 상당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수익권'). 이러한 담보신탁에서 위탁자가 다른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추가지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그 우선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의 범위 내에서 수익채권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위탁자가 가진 잔여대금 채권은 새로운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 상당액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위 법리를 명확히 하는 판결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다261704 판결). 위탁자의 수익채권이 압류된 이후에 5억원의 2순위 우선수익권이 추가지정된 사안에서, "2순위 우선수익자는 위탁자의 수익채권으로 확정된 금원인 15억원에서 아무런 돈도 배당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사안입니다. 위탁자가 5억원의 범위만큼 위탁자의 수익채권을 소멸,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이는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위 사안에서는 2순위 우선수익권 지정 이후로 후행 압류·추심명령도 있었습니다. 2순위 우선수익자는 적어도 후행 압류채권자에게 배당된 금원만큼은 본인에게 배당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압류의 처분금지효'는 상대적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후행 압류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5억원 중 5억원은 선행 압류채권자가 혼자 전액을 배당받을 권리가 있고, 나머지 10억원은 선행 및 후행 압류채권자가 채권액에 따라 안분배당받을 권리가 있을 뿐이며, 2순위 우선수익자는 아무런 금원도 배당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처분금지효의 상대적 효력에 따라 5억원에 관해선 후행 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은 맞지만, 5억원에 대해 선행 압류의 효력은 미칩니다. 선행 압류채권자가 5억원 전액을 혼자서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신탁계약상 권리는 그 내용 자체가 복잡하고, 신탁계약상 권리가 가압류·압류되거나 그 권리에 질권이 설정되는 등의 경우 법률관계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된 경우 미리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24-07-21 12:54:0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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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45>이탈리아 화이트와인의 재발견…알토 아디제

<245>이탈리아 알토 아디제 상·중·하로 따져본다. 우선 산미. 모두 중상 이상. 화이트 와인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지만 입안에서 침 고이게 좋은 산미를 가진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합격. 다음은 골격 혹은 힘을 보여주는 바디감. 이것도 중간 이상이다. 화이트 와인인데 집중력 있게 탄탄하다. 품종을 불문하고 구조감이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가끔은 짭쫄하게, 때론 젖은 돌에 혀를 댄 것처럼 미네랄이 느껴진다. 알토 아디제의 화이트 와인들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좋은 화이트 와인 산지로 꼽힐만 하다. 슈퍼투스칸에 끼안티, 아니면 바롤로.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떠올려보니 죄다 레드와인이었다. 와인 좀 마셔봤다면서도 그간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레드와인만 먹던 이라도 딱 좋아할 만한 화이트 와인인데. 그야말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재발견이다. 안드레아스 코플러(Andreas Kofler)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장(사진)은 '알토 아디제 그랜드 테이스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알토 아디제 지역은 생산하는 와인의 98%가 DOC(이탈리아 와인 등급 가운데 상위) 와인"이라며 "와인생산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이 고급 와인이며, 그만큼 품질을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알토아디제 지역은 이탈리아 최북단이다. 지도로 장화 모양을 떠올리면 입구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산지 규모로 보면 이탈리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안 되지만 대부분이 고급 와인이다보니 존재감이 있다. 알토알디제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양성이다. 포도품종부터 와인 종류, 와이너리 운영 형태까지 그렇다. 재배하는 포도품종만도 20여 개에 달한다. 주력 품종으로 추려봐도 화이트 품종이 피노 그리지오와 샤도네이,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소비뇽 블랑 등 5개, 레드 품종이 스키아바와 피노누아, 라그레인 품종 등 3가지다. 다양한 품종이 다양한 테루아를 만났다. 알프스 산맥의 남쪽에 위치해 해발고도가 200~1000m, 토양은 150개가 넘는 다양한 암석으로 되어 있다. 코플러 협회장은 "낮에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에는 알프스 그늘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며 "하루 일교차가 커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기후로 아로마와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좋은 환경 덕에 차별화되는 게부르츠트라미너와 소비뇽블랑 와인이 만들어졌다. 게부르츠트라미너 답게 향은 향수만큼 진한데 생동감 있는 산미가 화려함을 다듬어주고, 구조감까지 균형을 이룬다. 소비뇽블랑 역시 새콤하지만 잘 익은 열대과일에 허브향이 어우러지고, 힘과 함께 짭조름한 풍미까지 갖췄다. 알토 아디제의 레드와인 생산비중도 35%로 낮지 않다. 토착품종인 스키아바를 비롯해 라그레인, 피노누아 등이 레드와인 대표주자다. 스키아바는 즙이 풍부하고 알콜도수가 낮은 편이다. 가볍고 부드럽게 즐기기 좋다. 생산자들이 추천한 음식궁합은 비프 카르파치오다. 라그레인은 진한색부터 딱 구별이 된다. 색만큼 잘 익은 체리향에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풀바디 와인이다. 코플러 협회장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가 많다고 해도 대량으로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가족 단위의 생산자들이 각자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포도재배부터 와인양조까지 최고의 품질을 위해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18 15:36:33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