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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인공지능(AI)이 조리한 맛

세상에서 최초로 요리사(셰프) 대신에 기계가 조리하는 모습을 선 보인 해가 2014년이다. 총 11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그(녀)는 영국태생으로 '몰리(Moley)'라는 이름의 로봇키친(Robot Kitchen)이다. 요리사는 주방에서 정해진 역할만 수행하는 반면, 몰리는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가 끝나면 주방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자외선 빛을 이용해 소독까지 하는 시스템키친(System Kitchen)이다. 로봇키친은 관절이 회전하는 로봇 팔, 오븐, 식재료와 도구를 올려놓는 선반, 요리 레시피까지 제공하고 로봇을 조작하기 위한 터치 스크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터치 스크린을 통해 로봇키친을 작동하면 된다. 이 로봇 시스템은 사람의 손처럼 관절형 손가락을 지닌 두 개의 로봇팔, 모터 24개, 마이크로 제어장치 26개, 센서 129개가 장착돼 있어 요리사처럼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다. 최대 5000종류의 요리가 가능하며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조리법도 학습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재료 꺼내기, 화력(불세기) 조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도물을 냄비에 따르기, 식재료 혼합하기, 접시에 음식 담기(플레이팅) 등의 조리에 필요한 각 단계별 동작을 사람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수행한다. 관절이 회전하는 로봇 팔은 모든 게 정해진 위치에 세팅되어 있다면 감지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주방기구와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식재료가 있다면 이를 치우기도 한다. 사용자가 메뉴 플랫폼 화면에서 레시피를 선택하기만 하면 로봇이 알아서 요리를 한다. 로봇키친은 셰프가 요리하는 장면을 3D모션 캡쳐기술을 활용해 미리 학습한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셰프가 레시피를 업로드 해 놓으면 태블릿이나 터치 스크린으로 내려받아 활용 할 수도 있다. 로봇 팔은 요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동작을 멈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 스크린이 있으며 다칠 염려가 있는 칼 대신에 안전장치(Safty Sensor)가 장착된 음식처리장치(food processor)를 사용한다.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고객이 원하는 규격(Spec)대로 기능과 사양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덕분에 2014년 출시 당시 가격은 약 3억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1600여만원 정도로 대폭 낮아졌다. 한편 2017년 당시 일본 도쿄의 국제전시장에서 스즈모(鈴茂)기공에서 선보인 초밥로봇은 한 시간당 4800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고 고추냉이를 올려주거나 접시에 옮겨 담는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높이 60㎝가량의 기계 윗부분에 밥알을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르자 마자 초밥 덩어리가 눈 깜작할 사이에 쏟아져 나왔다. 최근 국내 푸드테크 기업 중 한 곳은 분자단위의 센싱기술로 음식의 맛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AI조리 로봇을 통해 외식업계의 최대 난제인 인건비 문제와 음식의 퀄리티 편차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기업의 핵심기술은 분자 수준의 카메라 감지 센서를 활용하여 마이야르 반응, 육즙의 손실, 콜라겐 변성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제어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음식의 풍미와 색깔을 결정짓는 중요한 화학 반응으로 고기의 아미노산과 당분이 고온에서 반응하여 갈색으로 변하면서 독특한 풍미를 생성하는 현상이다. 이 반응은 스테이크, 구운 야채 등 다양한 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육즙 보존은 음식의 촉촉함과 풍부한 맛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AI셰프 로봇은 이러한 요소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분자 센싱이란 음식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을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다. 마치 현미경으로 세상을 보듯이 아주 작은 단위까지 분석하여 맛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식화하는 것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각각의 식재료가 가열되면서 수많은 물질들이 분자화학 반응을 일으켜 동일한 조건이라 하더라도 매번 맛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현존하는 자동화 솔루션은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요리의 퀄리티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헤드셰프의 요리를 수치화해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고 AI셰프 로봇이 동일한 수치로 조리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퀄리티 향상이 가능하다. 분자 카메라 센서를 사용하여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 단위로 수치화하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 기업은 출시 9개월 만에 35개 브랜드의 도입이 결정되었으며, 올해의 생산량은 계약이 완료된 상태이다. 내년에는 1200대의 로봇을 공급할 예정이며, 평균적으로 매달 4개의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027년에는 약 1만6000대의 로봇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또 다른 AI는 사용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양정보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이상적인 식사를 제안한다. 딥러닝 기반 이미지 분석을 통해 식단을 추적하고 사용자 맞춤형 영양정보를 추천하는 서비스로서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면 음식의 내용을 인식한 후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영양정보를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아침에 먹은 토스트와 계란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을 분석해서 "토스트에는 탄수화물이 많고, 계란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식으로 이미지 탐지를 통한 사용자의 영양상태를 평가하여 사용자의 영양 상태에 맞는 영양정보를 추천한다. 이 AI는 아마존 다이나모DB, 아마존 EC2, YOLOv3, 패스트API, 플러터 등의 기술을 활용하였다. 최근 개발된 자동으로 회전하는 AI오토웍(Auto Wok)은 중화요리 업계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조리한 맛의 시대에 돌입 한 듯하다. /연윤열 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03-03 15:58:5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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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3>먹고 마시고 행동하라…美 소노마코스트 '레인'

<273>미국 소노마코스트 레인(RAEN) 장미꽃과 딸기 같은 붉은 과실, 홍차의 향까지 우아하다. 피노누아의 본고장인 부르고뉴 마저 알코올 도수가 13도는 기본으로 올라가는 요즘인데 미국 캘리포니아 피노누아가 12.5도 밖에 안된다. 신선하면서 섬세한 것이 부르고뉴보다 더 부르고뉴스럽다. 해안가에서 2~3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아 '트루(True) 소노마 코스트'로 꼽히는 곳에서 키워낸 레인(RAEN)의 피노누아다. 와이너리 레인의 설립자이나 와인메이커인 카를로 몬다비는 지난 24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좋은 와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키워내는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먼저 프랑스의 그랑크뤼 포도밭과 같은 개념으로 피노누아가 탁월하게 자랄 수 있는 지역을 찾고, 다음은 제초제 등은 일체 쓰지 않는 등 그 땅과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성에서 다들 짐작했듯 카를로는 몬다비 패밀리의 4대손이다. 1세대인 체사레 몬다비, 2세대로 몬다비를 세계에 알린 로버트 몬다비, 3세대로 현재 컨티뉴엄을 이끌고 있는 아버지 팀 몬다비에 이어 형제인 카를로와 단테가 2013년 레인을 설립했다. 레인(RAEN)은 '자연 속에서 농업과 양조학의 연구(Research in Agriculture and Enology Naturally)의 약자다. 여기에 레인의 가치와 철학이 다 담겼다고 보면 된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는 순전히 자연의 힘에 맡긴다. 포도나무에 해충이 있다면 제초제를 뿌릴 것이 아니라 새가 잡아먹도록 새둥지를 지켜준다. 포도밭 주변으로 둘러싼 숲과 나무들도 그대로 두고, 포도나무 사이로는 야생화가 만개한다. 야생동물 구조와 방사 지역으로 지정돼 스라소니와 여우가 살 정도다. 카를로는 "모두들 지난 10년 간 기후가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면적의 절반이 농지일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잘못된 농법으로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고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인과 무슨 상관이냐고? 기후변화로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9번은 무덥거나 따뜻한 빈티지, 그 중에서도 3번은 와인을 만들기 힘든 재앙적인 기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카를로는 와인메이커가 아닌 땅을 섬기는 와인재배자이자 환경운동가다. 2016년부터는 '모나크 챌린지'를 시작했다. 자연 친화적인 농업을 실천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모나크는 우리말로 제왕나비를 말한다. 카를로가 어릴 때만 해도 지천에 날아다니던 모나크는 이제 대표 멸종위기종 중 하나다. 와인 양조 역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토착효모를 쓰고, 정제나 여과도 하지 않는다. 특히 레인은 줄기 등을 제거하지 않는 전송이 발효를 한다. 보통 포도알만 즙을 내서 기계로 잘 섞이게 해주면 발효는 빨리 되지만 열이 나면서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고 섬세한 아로마가 없어진다. 반면 포도송이째 탱크에 넣으면 층별로 발효 속도가 달라 시간은 길게 걸리지만 낮은 온도에서 장미꽃 등의 향이 잘 살아난다. 부르고뉴보다 더 부르고뉴 같은 와인이 가능했던 비결이다. '레인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우리 나라에 들어올 땐 와인명을 간결하게 했지만 원래 '레인 소노마 코스트 로얄 세인트 로버트 퀴베 피노누아'로 할아버지이자 미국 와인의 전설인 로버트 몬다비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레인 설립 10주년을 맞은 지난 2023년에는 와인스펙테이터 톱100 가운데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 빈티지였다. 이번에 시장에 풀리는 2023 빈티지 역시 제임스 서클링(JS)으로부터 99점을 받았다. 카를로는 "2023년은 레인을 시작한 이후 최고의 빈티지가 될 것"이라며 "덥지 않은 날씨로 다른 해 대비 수확을 한 달은 늦게 시작하면서 포도가 긴 시간 천천히 익으며 풍미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인 프리스톤 옥시덴탈 피노 누아'는 레인의 포도밭 가운데 가장 서늘한 곳에서 키워냈다. 높은 고도에 해안가 영향을 받아 완숙에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있는 와인이 된다. 좋은 구조감을 주는 산도에 매끈한 타닌, 미네랄 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2023 빈티지가 JS 100점을 기록했다. 그는 "인생의 한 축은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다른 한 축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 한 잔 일지언정 우리가 먹고 마시기 위해 선택한 모든 행동의 결과는 당장 디디고 서 있는 땅, 그리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역시 실천이 어렵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우아한 피노누아를 계속 마시기 위해서라면 과감한 행동주의자로의 전환을 다짐해본다.

2025-02-27 15:18: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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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불법공매도 제도 정비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공매도 비중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연별기준으로 계산한 시장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코스피시장이 평균 0.62%이며, 2014년부터 1% 수준을 넘어서 2018년에는 가장 높은 1.84%를 보일 정도이다. 2014년부터 공매도가 늘어나면서 불법공매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금융당국이 2010년에서 2023년 8월 기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불법공매도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와 과징금부과 조치는 118건이 있었고, 주의가 56건이었다. 2015년까지 과태료와 과징금부과누적 건수는 11.02%인 13개 건이고 나머지가 2016년 이후부터 발생한 것이다. 또한, 이들 118건 중에서 외국인 위반 건수가 94.75%인 100건을 차지하고, 국내 기관투자자의 위반 건수비율은 5.25%로 매우 낮다. 이들의 불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가져왔다. 급기야 정부는 2023년 11월 5일 공매도 자체를 금지했고, 공매도 제도 정비를 통해서 오는 3월 30일 재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제도 정비는 불법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그리고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간 공매도 제도의 불공평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먼저, 불법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은 두 개의 축으로 기관투자자에 대한 자체 잔고관리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시스템에 설치되는 불법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은 기관투자자들이 자체 전산을 통해서 보유잔고를 초과하는 매도를 사전 예방하려는 것이다. 불법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은 기관투자자들의 잔고 내역과 거래를 집계해 매도주문이 매도 가능한 수량보다 많은 불법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자동탐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동안 개인투자자로부터 줄곧 불만으로 지적되어온 개인투자자가 이용하는 대주제도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이 이용하는 주식대차 사이의 불공평한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선사항이다. 정책당국은 주식대차와 대주 사이에 상이했던 상환 기간과 현금담보비율을 각각 90일, 105%로 균일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주식대차와 달리, 대주제도는 거래 종목과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엔 NSDS가 기관투자자 주문에 대한 확인과정이 없는 현행체계에서 보면 진일보한 불법공매도 방지방법이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점도 존재한다. 첫째는 증권사가 기관투자자에 대한 주문을 확인하는 대신에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인 시스템 개발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주문확인을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거래소의 매매체결시스템에서 NSDS 시스템 설치 운용은 모든 기관투자자의 주문에 대해서 건별로 실시간 체크하는 방법으로서 시스템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자원 낭비와 과다투자 문제가 내재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런데, 증권사가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와 같이 증거금을 부과한다면 종래와 달리 기관투자자들의 주문확인을 증권사가 수행할 유인이 커진다. 이 경우 정책당국이 구축 중인 매매체결 시스템내 NSDS의 설치가 불필요해질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이 비용을 수반하는 NSDS를 구축하는 것은 현행 거래체계와 관행을 유지하려는 데에 있다고 본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기관투자자들에게 증거금부과를 면제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기관투자자들에 대해 증거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왜냐면 증거금부과는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제도개선에서 아쉬운 점은 미국의 개인투자자 처럼 국내 개인투자자 중 전문투자자에게 증권사 보증하에 주식대차를 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다. 한국에서 개인은 예탁기관에 계좌를 설정할 수 없으므로 주식대차시장 참여가 어렵다. 증권사가 개인전문투자자에 대해 신용을 부여한다면 개인은 증권사 계좌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공매도 관련한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해소함과 더불어 자본시장에서 증권사 간 고객에 대한 서비스 경쟁을 촉발하는 순기능도 있다. 이거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2-27 07:43:1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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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노년기의 잠 못 이루는 밤

필자는 유년시절 조부모와 3대가 한집에 살았다. 동이 트기 전 이른 아침부터 단잠을 깨우던 소리는 다름 아닌 조부모님의 이른 기상 습관이었다. 필자는 그 나이가 들도록 수십년이 지나고 나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카페인 섭취 등 다양한 수면 방해요인들로 인해 피로감, 집중력 저하, 건강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천연 호르몬으로, 인체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주로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파인트랄라민에서 생성되며, 어두운 환경에서 생성량이 증가한다. 시각중추가 어둡다고 느낄 때 분비되므로 수면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멜라토닌은 주로 생체 시계와 연관되어 있으며, 주로 수면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어두운 환경이 조성 되면 뇌에서 분비되어 몸이 수면을 취하도록 준비를 시작하고 일정한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을 유지한다. 한편 멜라토닌은 수면과 더불어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멜라토닌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해외여행자, 교대 근무자들에게 시차로 인한 수면장애를 개선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수면영양제는 수면개선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식품을 말한다. 단순히 잠을 유도하는 수면제와는 달리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수면 리듬을 조절한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는 멜라토닌, 가바(GABA), 테아닌, 마그네슘, 비타민B군 등이 있고 이러한 성분들은 각각 수면조절, 신경안정, 스트레스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 수면영양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 및 복용하는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하고 복용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 수유부, 만성질환자는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수면의 질을 개선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피하며, 침실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어두 컴컴한 환경에서 휴대폰의 인공조명(블루라이트)에 장시간 노출되는 습관은 좋지 않다. 밤늦게 전자기기 사용을 피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더욱 원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또한 중요하다. 수면영양제는 이러한 노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멜라토닌은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효과, 면역력 강화, 염증을 줄이고 관련된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항염증 효과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멜라토닌은 주로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밤에 주로 분비량이 증가하며 낮에는 감소한다. 멜라토닌은 저녁 8시부터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어 새벽 3시가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최고조에 도달한다. 즉 이 시간은 신체가 가장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는 시점으로, 멜라토닌이 신체의 낮과 밤 주기를 확실히 조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침 7시가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면서 신체는 점차 깨어나는 상태로 전환된다. 빛 노출에 따라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고 각성을 유도한다. 멜라토닌 분비 그래프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 야간의 충분한 어둠 확보, 그리고 아침의 빛 노출이 건강한 수면과 생체리듬에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낸다. 한편 연령별 멜라토닌 분비량 변화 패턴에서는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이 감소하며, 이는 수면 패턴 및 질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유아기(0~10세)에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가장 높은 시기로 어린 시절에 깊고 안정된 수면을 하게된다. 신생아와 유아기는 생체리듬이 조율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하다. 청소년기 이후(10~20세)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수면 리듬이 뒤로 밀리는 저녁형 생활패턴을 나타낸다. 성인기(20~40세)에는 분비량이 청소년기보다 감소하며, 수면 패턴이 안정화되는 시기이다. 노년기(40~70세)가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노인이 불면증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로, 생체리듬이 약화되며 밤과 낮의 구분이 모호해 진다. 결과적으로 얕은 수면이 잦아지고 수면 지속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멜라토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로 비타민 C나 E보다 60~70배 강력한 항산화력을 나타낸다. 이는 DNA 손상을 방지하고 세포 노화를 억제하며 암, 심혈관 질환 등 대사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멜라토닌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을 방해하고 이를 제거하여 뇌 건강을 유지하며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멜라토닌의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유지하고, 필요시 적정량(2~5㎎)의 멜라토닌 보충제 섭취를 권장한다.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품으로는 멜라토닌 합성을 돕는 물질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타트체리와 바나나, 호두 등의 견과류, 쌀, 귀리, 보리 등 일부 곡물과 씨앗류, 토마토, 포도를 추천한다. 체리는 천연 멜라토닌 함량이 높아 특히 효과적이다. 멜라토닌은 항산화 작용, 면역력 강화, 지방대사 조절에도 기여한다. 특히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증가와 지방의 연소를 돕는 갈색지방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 /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02-24 11:11:2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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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현대인들의 천연 수면제 '복령'

사람을 괴롭히는 병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벼운 감기나 복통부터 암과 같은 중증질환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어떠한 병이 되었든 우리 신체 중 어디 한 군데만 불편해도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몸에 나타나는 통증이 아니어도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병이 있다. 대표적으로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가 있다. 현대인에게 불면증은 어쩌면 숙명일지 모른다. 더없이 바쁜 일상과 중압감,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불면증에 안 걸릴 수가 없다. 그래서 커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심각한 경우 전문 클리닉을 찾기까지 한다. 이처럼 밤잠 이루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본초가 있다. 바로 '복령'이다. 복령은 소나무의 뿌리 등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이다. 울퉁불퉁한 공 또는 타원형의 덩어리 모양으로 땅속에서 자라난다. 크기는 지름이 주먹만 한 것부터 4, 50cm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며, 표면은 갈색 또는 검은색이며 내부는 흰색 또는 연한 적색을 띤다. 하얀색일 경우 백복령이라 하고, 붉으면 적복령이라 하는데 주로 백복령을 약재로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복령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신농본초경』에 이름이 등장할 만큼 복령은 아주 오래전부터 약재로 활용되었다. 비록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한 경옥고의 주요 약재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인해 불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복령에 생지황, 마른 대추, 영지 등을 더하여 만든 복령고를 처방하기도 한다. 복령고는 신체의 순환이 잘되게 만들어 숙면을 돕는다.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효능도 있어 석창포, 원지와 더불어 총명탕의 주재료로도 사용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복령에 함유된 성분들에 항암, 항염,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복령의 항염 작용은 위장의 염증이나 궤양을 예방하기도 하고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개선시킨다. 요즘처럼 아직 쌀쌀할 때는 복령의 껍질을 벗긴 후 알맹이를 건조시켜 차로 달여 마시면 더욱 좋다.

2025-02-24 05:39: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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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법인회생, 경영권 지킬 수 있는 길 열려

소기업은 경영자가 회사의 대주주의 지위를 가지면서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권을 확보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의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경영자가 가지고 있던 주식 지분이 50% 미만으로 훅 줄어들면서 경영권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법원이 회생 이후에도 기존 경영자가 주식 지분을 50% 이상으로 유지해 경영권을 여전히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회생계획안을 인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면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에서는 차등을 두는 것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권리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우선되는 것이 회생담보권이고, 그 뒤로 ▲일반의 우선권 있는 회생채권 ▲그 외의 회생채권 ▲잔여재산의 분배에 관해 우선적 내용이 있는 종류의 주주·지분권자의 권리 ▲그 외의 주주·지분권자의 권리가 차례로 이어져있다. 주주·지분권자의 권리는 회생채권자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실무상 ▲회생채권자들이 현금으로 변제받지 못하는 나머지 일부 채권액을 출자전환(주식 지분으로 변경)하고 ▲기존 주주들이 가지는 주식은 병합함으로써, 병합 이후 채권자들이 새로운 주식지분을 획득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낮춰 주주의 지분율이 회생채권자들 중 가장 낮은 변제율보다 적은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회생계획안을 인가해 왔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주주 B가 회사에 대해 전체 주식 중 40%(1200주)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자. A회사의 회생계획안이 공정하고 형평 한 차등을 둔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회생채권자들의 변제율 15%보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주식병합과 출자전환을 거친 이후의 주주 B의 주식 지분율이 더 낮도록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회생절차는 이미 재정적으로 자금경색이 발생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회생계획안 상 회생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율이 50%를 상회하기란 어렵다. 통상 소기업의 경영자들은 80%에서 90%와 같이 높은 주식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한다. 회생절차에서는 회생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율 보다 주식 지분율이 낮아지므로 주식 지분의 과반수를 독점할 수 없어 경영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C기업이 '회생채권 중 현금변제 부분(50%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에 대해 출자전환하되, 이후 주식병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5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회생계획안을 그대로 인가했다. 즉, 회생채권의 현금변제율보다 주주인 경영자가 가진 주식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다. 단지 현금변제율이나 지분비율과 같은 수치상 차등 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연속적인 운영과 효율적인 회생, 그를 통한 회생계획의 성공적인 수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인 공평과 형평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C기업의 회생채권자들도 위와 같은 회생계획안에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다만 위 사안은 C기업의 재정난이 경영자 개인 사유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촉발됐고, 아마도 C기업의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향후 C기업의 경영과 원활한 변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채권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법원을 상대로 과반수 주식 지분율을 유지해 경영권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 회생계획의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잘 설득해야 하고,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돈독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5-02-23 11:19:25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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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몇 초만에 쓴 댓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클릭 한 번, 몇 초 만에 쓴 댓글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을 영원히 짓밟을 수 있다. 최근 배우 김새론의 사망 원인이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우리는 온라인 폭력이 만들어낸 비극을 마주하게 됐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디지털 장의사'로서 매일같이 온라인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단순한 실수 하나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 하나로 끔찍한 악플에 시달린다. 하지만 인터넷은 가해자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에게는 가혹하다. 악성 댓글을 남긴 사람들은 쉽게 잊고 지나가지만, 그 말들은 끝없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피해자의 삶을 무너뜨린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언어는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감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강력한 도구"라고 했다.악성 댓글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한 사람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익명성을 방패 삼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상대를 한 명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조롱하고, 비난하고,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공인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한다는 말도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유명세가 악플을 견뎌야 할 의무로 바뀌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를 상실한 것이다. 악성 댓글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죽이는 흉기다. 디지털 세상에서 남긴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가해자는 쉽게 잊어도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나는 디지털 장의사로서 각종 디지털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하지만, 진짜 해결책은 처음부터 그런 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악성 댓글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기억력이 좋고,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익명 뒤에 숨은 비겁한 공격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가 쉽게 내뱉은 그 말,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덮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더 큰 이자가 붙어 가족에게까지 돌아갈 수 있다. 그때 가서, 하늘을 탓하지 마라. 그건 하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뿌린 말의 씨앗이 자라 돌아온 것일 뿐이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상처 준 만큼, 언젠가 더 깊은 상처로 되돌아올 것이다. 부디, 그때 가서 "설마 나한테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어리석은 변명이나 늘어놓지 않기를.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2025-02-20 14:49:29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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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관세 전쟁과 '골든 타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부동산 업자였다. 뉴욕 외곽 퀸스와 브루클린의 아파트를 돌며 월세를 받을 때 어린 트럼프를 데리고 다녔다. 트럼프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가차없는 월세 수금 방법을 배웠다.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가이던 1987년 자신만의 협상 전술을 소개한 책 '거래의 기술'에서 "압박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철두철미한 장사꾼 기질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한 국력을 무기로 상대를 약탈하는 '경제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날인 지난 달 20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고율 관세(1일 정식 발표 뒤 3일 한달 유예)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 방침(4일부터 관세 부과)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부과에 있어 "동맹도 예외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강·알루미늄 25% 관세(10일)와 상호 관세(13일), 자동차 관세(14일) 계획도 발표했다. 글로벌 무역 질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 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오는 등 제조업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트럼프가 펼칠 감세 정책으로 발생하는 세수 공백을 관세를 통해 메우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각국 관세 전쟁이 확전될 경우 환율 변동과 인플레이션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해 거의 모든 미국산 물품이 무관세이지만 미국이 불합리하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주력 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까지 위험에 빠졌다. 대미 수출의 41%가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진짜 위기 요소는 미·중 '관세 폭탄'의 후폭풍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의 중국이 아니다. 첨단산업 육성과 시장 다변화, 그 어려운 두 가지를 해냈다. 대미 수출 비중은 줄고(2000년 21%→2024년 10월 누계 15%), 아세안과의 무역 비중이 확 늘었다(2004년 9.2%→2023년 15.4%). 미국이 시장 장벽을 높이면 중국은 아세안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럴수록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인해전술'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협상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한국은 12·3 계엄 사태 여파로 트럼프의 대화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정상간 직접 협상 방식을 선호하는데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18일 관세 전쟁 대비 올해 무역금융을 360조원 규모로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언발에 오줌 누는'식이다. 이런 대책으로는 미국의 관세 전쟁 '해일'을 감내하기 부족하다. 한시라도 빨리 '탄핵 정국'을 마무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정부, 기업이 역량과 지혜를 총동원해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할 '골든 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5-02-20 08:00:1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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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바늘찾기

해가 질 무렵, 어느 노파가 집 앞 길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이웃 사람들이 물었다. "할머니. 무엇을 잃어버렸어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바늘을 잃어버렸어. 해가 지고 있어서 시간이 별로 없어." 이웃 사람들은 할머니를 도와 바늘을 찾았다. 그러나 길가에서 바늘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웃 중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할머니 바늘을 어디서 잃어버리셨나요?" 할머니는 곤란해 하며 대답했다. "집 안에서 잃어버렸네." "집안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왜 길가에서 찾으세요?" "집안에는 불빛이 없어서 바늘을 찾을 수 없어. 그나마 해가 지기 전에 길가에서 찾아야 돼." 이웃들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오쇼 라자느쉬'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40대 여교사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온 국민이 비통해 했고, 눈물을 흘렸다. 해당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 국민들의 관심은 정신질환으로 모아졌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무척 위험하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들도 증오와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우울증에 대해서 '증오와 공격성이 내부로 향한 것, 즉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내사(introjection)이라고 부른다. 살다보면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때로는 화가 나서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문명화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마음의 찌꺼기는 쌓여 가고, 결국 증오와 공격성이 내부로 향해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우울증이란 말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우울증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울증은 자기 파괴적인 질환이지, 타인을 파괴하려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가해 여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우울증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정치권은 '하늘이 법'제정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제자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질환 교사에 대해서 직권 면직'등을 내세운 법안은 선생님들을 위축시키게 된다. 문제가 된 우울증의 경우를 보면, 평생 유병율이 15%에 달하는 질환이다. 10명 중 1.5명이 걸리는 질환이고, 교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리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권면직 등을 내세우면, 우울증을 앓는 선생님들은 정신과 병원에서 진단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하늘이는 온 국민의 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교사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책의 중심을 정신질환으로 집중한다면, 바늘을 집안에서 잃어버리고는 밝은 길거리에서 찾는 꼴이 된다. 국민들도, 그리고 하늘이의 부모님들도 선량한 선생님들께서 피해를 보시기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충분히 숙고하고, 좀 더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주시기를 당국에 부탁드린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2-19 06:59: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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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 없는 삶이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아픔을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Twenty Love Poems and a Song of Despair, 1924)라는 시집에 새겼다. 카스파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는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8)에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기록했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사후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레퀴엠'(Requiem, 1791)에 녹여냈다. 세 작품 모두 인간 감정의 깊이와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걸작으로 꼽힌다. 예술은 시공간에 가로막히지 않은 채 길 잃은 자들의 조타로써,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예술을 사치나 여가 활동 정도로 치부한다. 최근엔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종교가 돼버린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다. 예술의 역할은 크다. 인간 존재의 심도를 헤아리고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요, 어둡고 탁한 사회를 예술의 언어로 치환해 밝음으로 인도하는 산파다. 예술가의 신념과 문화의 가치, 삶의 근본 원리를 담는 그릇인 것도 맞다. 미술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강렬하고 원초적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품을 보라. 고립된 인간의 영혼과 고통에 잠식된 실존이 배어 있지 않은가. 오토 딕스(Otto Dix)의 '전쟁'(War, 1929-1932) 제단화는 또 어떤가. 삼면화(triptych) 형식의 이 그림은 종교적 도상을 차용했지만, 내용은 전쟁이 남긴 처참한 폐허와 인간 존재의 허무함으로 가득하다. 부패한 시신, 폐허가 된 전장, 공포에 질린 병사들의 모습은 전쟁의 두려움과 인간의 무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오르크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이 말했듯이 "예술은 시대정신의 감각적 표현"이다.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 1937)는 전쟁의 참상을 드러낸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 다니엘 노어(Daniel Knorr)의 연기 작품 '날숨 운동'(Expiration Movement, 2017)은 나치의 만행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위령임과 동시에 오늘을 성찰하는 다층적 함의다. 이 밖에 미술은 험난한 세상살이에 치이고 할퀴어진 인간의 상처를 소독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말년의 클림트(Gustav Klimt)가 애착을 가졌던 풍경화나, 미술사적으로 숱하게 반복하며 표상해온 '피에타'(pieta),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화에서 엿보이듯 붓의 움직임, 빛과 색채의 조화, 저마다의 형상에 낱낱이 각인된 이야기는 마음의 혼란을 달래고 정화하는 묘약이다. 물론 미술은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식이자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곳에 근간한 작품들은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며, 남루한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그 주체인 예술가들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태고의 날들'(Ancient of Days, 1794)에서처럼 이성과 상상의 힘을 통해 또 하나의 창조자가 돼 속박 없는 세상을 끝없이 개척해낸다. "음악이 없다면 인생은 실수가 될 것이다"라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발언은 잘 알려져 있다. 아마도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에서의 예술, 특히 음악이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미술을 포함한 예술 없는 삶이야말로 인생의 실수다. '그저 살아감'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2-18 10:49:29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