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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한은의 딜레마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가안정과 고용시장 둔화로 금리인하 시기가 가까워졌다. 우리나라도 인하 기대가 높다. 고금리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은 금리인하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기준금리(연 3.5%) 동결 이후 "지금은 금리인하를 위해 차선을 바꾸고, 방향 전환을 언제 해야할 지 고민하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언제 방향을 전환할 지 여부는 위험요인이 많아 불확실한 상태"라고 했다. 물가안정 등 일부 조건은 충족해 차선을 바꿨지만 실제 방향전환(금리인하)은 언제일 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한은이 실제 깜빡이를 켜기 어려운 이유는 외환시장 움직임(원화가치 하락)과 수도권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위험요인이 많아서다.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380원~1390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값이 약세다. 일부에선 1400원 돌파도 우려한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 부담이 커진다.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집값도 심상치 않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이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국 평균을 끌어올렸다. 지난 6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전월대비 0.04% 상승했다. 월간 동향에서 집값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11월(0.04%) 이후 7개월 만이다. 수도권(0.19%)과 서울(0.38%)의 6월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집값상승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늘었다. 서울, 성남 등 일부 아파트 청약시장도 뜨거웠다. 금리인하가 유력하니 지금이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야 한다는 수요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를 기록했다. IIF 정기 보고서에 들어가는 59개국 가운데 4위다. 우리나라는 영끌 바람이 불었던 2019년 이후 5년 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 100.5%로 100%를 돌파한 뒤 3년 반 만인 올 1분기에 처음으로 90%대로 내려온 것이 다행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6조3000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 상반기 주담대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였다.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한은 금통위는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고금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금리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트리거가 부족하다. 금리는 타이밍이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집값·외환시장 안정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충분조건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방정식이 복잡해졌다./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07-18 07:28:5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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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사실상 분당(分黨) 된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미 '사실상 분당' 상태가 됐다.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이후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심기일전하겠다며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이 전당대회는 분당(分黨)대회가 돼 버렸다. 실제로 분당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분당을 주도하고 새롭게 세력화할 정도의 그릇도 국민의힘에는 없어 보인다. 어쩌다 국민의힘이 화끈하게 분당도 하지 못하면서 자중지란을 맞게 됐을까.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수습하겠다며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나선 것부터 갈등은 예고됐다. 본인의 정치적 세력을 만들기 위해 출마한 한동훈 후보와, 대통령실과의 교감으로 당을 내줄 수 없다며 나선 원희룡 후보는 애초에 서로 결이 달랐다. 이들의 갈등은 말싸움으로, 감정싸움으로, 폭로전으로 번졌고, 같은 당의 당원들끼리 의자를 집어던지고 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두 율사들 간의 싸움은 법적 지식도 풍부해서 추후 독화살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나도 댓글팀 운영 문제는 그냥 덮을 수 있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의힘의 '무능'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폭주를 막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의 모든 역량은 '이재명 방탄'에 맞춰져 있다. 방탄을 위해 고(故) 채 상병 특검을 밀어붙였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이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까지 다시 꺼냈다. 이재명 전 당 대표 수사와 관련 있는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으며, 대통령 탄핵이란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두 장짜리 탄핵청원서로 39명의 증인과 7명의 참고인을 소환할 방침이며, 23개 기관에는 266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 탄핵청원서에는 심지어 대북확성기 사용도 대통령 탄핵 사유로 포함돼 있다. 상식을 넘어선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사유가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힘이 실리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사실 총선 직후 이미 예견됐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압승 결과에 대해 이재명 당 대표는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했다기보다는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민주당은 국회의 주요 상임위원회 자리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국회의 관례나 법도 무시하고 법제사위를 비롯한 주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민주당은 '국민이 윤석열 정부 심판을 선택했다'를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로 해석했고, 이를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란 뜻'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17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우리 국민 가운데 여러 설문조사에 양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을 하는 적극 지지층은 30~40%이며 기타 정당을 지지한다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국민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부정평가도 60% 근처에서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한 상태여서 30~40%를 차지한 쪽이 모든 것을 휘두르는 왝 더 독(Wag the dog)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07-17 15:58:2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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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북청 물장수

필자가 젊은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이 책을 한권 빌려 주셨다. 책의 내용은 이러했다. 옛날 무위도식하며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자신도 밥벌이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특별한 재주가 없는 청년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청년이 사는 동네는 물이 귀했다. 동네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강에서 물을 길러 와야 했다. 청년은 물을 길러 와서 팔기로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점 돈을 버는 재미가 생겼다. 청년은 더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했다. 그런데 너무 무리했더니, 몸에 탈이 났다. '나도 결국은 늙을 텐데, 계속 물장수를 할 수는 없겠구나.' 고심하던 청년은 파이프로 강과 동네를 연결했다. 청년은 강에서 흘러온 물을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더 많이 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청년처럼 자신만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돈이 저절로 굴러오게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며칠 후, 지인을 다시 만났다. 책의 내용이 좋았다고 하자, "선생님에게 꼭 맞는 파이프라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라며 카탈로그를 꺼내 들었다.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다단계 판매를 권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구한말까지 우리나라에도 물장수가 있었다. 특히 서울의 물장수들 중에는 함경도 북청 출신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을 '북청 물장수'라 불렀다. 북청 물장수들은 새벽부터 서울의 구석구석에 식수를 공급했고, '성실'의 대명사로 통했다. 얼마 전 어느 목사가 3천억대의 불법 다단계 혐의로 고발되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다단계 사기와 폰지 사기는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건이다. 이제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질 만 한데,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해답은 목사의 말에서 추정할 수 있다. 목사는 '나는 놀아도 회사가 존재하는 한은 돈을 받는다는 점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즉 평생 돈이 나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주겠다는 유혹이었다. 더구나 피해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었다. 기업들은 위축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세상.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시던 어르신들은 여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래도 인생 경험이 많은 분들인데, 어떻게 의심을 안 해 보았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성적인 의심과 불안한 감정이 부딪히면, 대부분 불안이 이성을 물리치게 된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이다. 이렇게 다단계 사기와 폰지 사기는 약자의 공포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이 흘러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 보통의 사람들이 자기 집 앞마당에서 유전이 발견되는 행운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통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북청 물장수의 성실함'이 파이프라인이 되어주는 세상일 것이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그리고 팍팍해져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북청 물장수의 성실함만으로는 살아가기는 힘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기가 이어질 것 같다. 이런 답답하고 불안한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07-16 16:02:10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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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평생교육 정책이야기

평생교육이야 태초에 사람들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터득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고, 또 배웠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또 후대에 걸쳐 가르치며 인격을 길렀으니 평생교육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여정이라 하겠다. 평생교육은 오래되어 묵은 것이지만 그 것을 정책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프랑스혁명이 발단이니까 그 해인 1789년을 기억해두어도 괜찮겠다. 모든 연령에 걸쳐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콩드세르의 교육개혁법안이 서막을 열었다. 1929년엔 드디어 익슬리(Yeaxlee)의 라이프롱 에듀케이션(Lifelong Education, 평생교육)이 출간되면서 평생교육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생을 위한(for life), 생을 통한(through life), 전 생애에 걸친(throughout life) 교육이라는 3가지 표제가 여기서 각인되었다. 이를 풀어보면 평생교육정책은 ①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②가정·직장·사회의 실생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며 ③나이와 성별, 사회적 지위에 상관 없이 일생 동안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화한 평생교육은 유네스코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쌍벽을 이루며 정책 생산의 장이 된다. 먼저 유네스코는 1965년 랑그랑 보고서를 발표하여 평생교육의 국제적 통용을 이끌더니 1972년 포르 보고서에 이어 1996년 들로르 보고서를 공표하면서 평생교육정책을 선도하였다. 전 세계 대표급의 교육정책 수장(우리나라의 교육부 장관도 참여)들이 공동집필자로, 그 시기 유네스코 의장이었던 포르와 들로르가 각각 대표 집필자로 참여했다. 포르 보고서가 '존재를 배우기(Learning to be)'라면, 들로르 보고서는 '학습은 우리 안의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이라는 타이틀이다. 마침 1996년 1월 16일과 17일엔 OECD가 회원국의 장관급 교육위원회 회의를 열어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For All)'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은 후였으니 유네스코의 들로르 보고서는 OECD에 한 발 뒤처진 셈이다. 유네스코의 정책노선은 평생교육이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서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조화를 이루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OECD는 평생학습을 통해 기술과 역량을 개발하여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꾀했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걸 정책노선을 삼았다. 두 가지 정책노선은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한국의 평생교육정책을 탄생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1999년 우리나라는 사회교육법을 평생교육법으로 전부 개정하고, 2000년 밀레니엄시대에 들어서 곧바로 "모든 국민은 평생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다"는 이념의 평생교육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 동안 평생교육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 7대 영역에 이르는 조직적인 교육활동이라는 정의도 확립하였다.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5개년의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이 추진되었고, 그 사이 평생교육정책은 장애인 평생학습도시와 평생교육바우처에서 읍·면·동 평생학습센터와 노인평생교육시설까지 확대되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7-15 12:56: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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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약재로도 음식으로도 부족함 없는 보양 재료 '흑염소'

참 먹거리가 많은 세상이지만 주로 먹게 되는 고기류는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따금 독특한 고기 요리가 없나 살펴보게 된다. 특히 보양식의 계절인 여름이 되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새로운 요리를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식재료 중 하나가 '흑염소'다. 염소는 소나 돼지, 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키워지는 가축으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흑염소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오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흑염소는 우리 민간에서도 오래전부터 약재, 보양식의 재료로 사용돼 왔으며 다른 고기류와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함이 없는 양질의 식재료다. 『본초강목』에서는 흑염소에 대해 "허약한 사람을 낫게 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보양제"라고 이르며, 『동의보감』에서는 "위장을 보하고 떨어진 기운을 끌어올리며, 마음을 편히 다스린다."고 흑염소를 설명한다. 이렇듯 평소 기력이 약하거나 병을 앓아 몸이 약해졌을 때 약재로 흑염소는 썼다. 약재로도 훌륭하지만 일반 식재료로도 얼마든 요리가 가능하다. 탕, 구이, 불고기, 전골 등으로 활용하고 근래에는 인기가 높아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맛도 맛이지만 흑염소가 보신 음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영양소의 덕이 크다. 체력 유지와 원기 회복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이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비교했을 때 더욱 풍부하다. 흑염소만의 장점으로 또한 좋은 지방질의 함유를 꼽을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 그중에서도 생선이나 참기름, 올리브유 등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 오메가6 등의 함유 비율이 높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 풍부한 비타민 B군을 꼽을 수 있다. 각종 대사에 관여하는 티아민과 니아신, 임신부와 영유아에게 필수적인 엽산 등이 풍부하다. 필수 미네랄 중에서는 혈관 건강에 필수적인 칼륨, 성장과 면역력 강화를 돕는 아연을 함유하고 있다.

2024-07-15 05:34:4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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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빚 독촉·추심, '회생' 검토해 볼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채권자들의 변제 독촉 연락과 그들의 위임을 받은 추심업체의 압류·추심과 관련된 압박이다. 대부분의 채무자들이 그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심한 경우 충분히 회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으로 폐업신고를 한 뒤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채권자들의 변제 독촉과 추심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 회생개시신청을 고려해 볼 만하다. 회생개시신청이 진행되면 통상적으로 법원은 직권으로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에 대하여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의 금지를 명하는 것이다(채무자회생법 제45조 제1항, 제3항, 제593조). 포괄적 금지명령이 발령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행해진 강제집행 등은 중지되므로 채권자들의 압류·추심이나 경매법원의 경매절차도 중단된다. 그리고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무효가 된 회생채권자의 강제집행 등은 추후 채무자의 회생절차가 폐지되더라도 다시 효력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02740판결). 법원은 포괄적 금지명령과 함께 채무자에 대해 보전처분명령도 발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전처분명령은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그 가치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명하는 제도이다(채무자회생법 제43조, 제592조). 위 명령에서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를 금지시키므로, 채무자는 채권자들에게 법원의 명령에 기해 변제가 불가함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도산절차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회생절차개시신청 사실과 함께 위 명령이 발령된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변제 독촉을 중단하기도 한다. 위 명령에도 불구하고 채권 추심을 강요하거나 협박을 동반하여 변제를 종용한다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에서는 채무자가 변호사법상 변호사,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을 채권추심에 응하기 위한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를 채권추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 채권추심자가 직접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 법원으로부터 금지명령을 발령받지 못했고 그에 따라 채권 추심에 대한 연락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본인에게 직접 독촉 연락이 닿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채권자들의 독촉과 추심으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면 다방면의 법적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조력을 받기를 권한다.

2024-07-14 11:45:0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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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급발진 공포, '날벼락'에 그칠까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급발진 공포, '날벼락'에 그칠까 "길을 걸어가는데 바로 옆 차도에서 갑자기 차량이 덮치면 어떡하지" 요즘 가장 핫한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차량 급발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느닷없는 사고를 당했을 때 '날벼락'이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 몰아친 날벼락이 '급발진포비아'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량조심, 보행조심을 주문한다. 2019년 이후 당국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300건을 훨씬 넘는다. 이중 자동차 메이커의 잘못이나 기계적, 차량 시스템적 결함은 한 건도 없이 운전자 귀책으로 그럭저럭 넘어왔다. 그런데 우리들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대형 참사의 그림자가 상상도 못했던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현실화됐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에 이어 비슷한 유형의 사고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3일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택시가 돌진해 보행자 3명과 차량 4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6일에는 서울역 인근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 2명을 덮쳤다. 9일엔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의 3차선 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차로의 차량 5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운전자는 모두 급발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사는 운전자의 조작실수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동안의 급발진 의심사고를 조사해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운전자가 기계적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근본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고조사를 위해서 국과수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역량을 더 제고해야 한다. 나아가 민간의 전문화된 기관이 사고를 교차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사고원인 논란과는 별개로 부정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는 점이다. 온국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날벼락을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해야 하는 '사회적 트라우마'가 생겼다. 일상속에서 무엇보다 친숙한 차량이 두려워졌고 가장 안전해야 할 도심 인도에 대한 공포증이 만연해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최근 사고가 고령자 등 고위험운전자에게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 부각되며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급한게 있다. 사고 운전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차량의 돌발행동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보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고도로 전자화, 전기장치화하면서 가끔 먹통이 되곤 하는 컴퓨터처럼 언제든 오작동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원천차단하는 시스템을 장착하면 훨씬 신뢰를 받지 않을까. 이를 위해 자동긴급제동장치(AEB) 등 첨단 운전보조장치를 모든 차량에 장착하도록 하는게 시급하다. AEB는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해 충돌이 예견될 때 차량 스스로 감속 또는 정지하도록 하는 제어장치이다. 버스와 트럭에선 이전부터 장착돼왔고 지난해부터는 승용차와 3.5톤 이하 화물 특수차로 의무화가 확대됐다. 그러나 이미 운행중인 차량엔 강제 장착이 어렵다. 일본의 경우 내년 6월부터 신차에 대해 페달 오조작에 따른 사고를 막아주는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이 장치는 차량 주변을 감지하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을 때 엔진 출력을 자동으로 줄여준다. 2012년부터 이 장치가 탑재된 자동차를 판매했고 2022년엔 90%의 차량에 탑재됐다.미국도 오는 2029년부터는 모든 차량에 AEB를 의무 장착할 예정이다. 모든 기계장치엔 비상시 즉각 작동을 멈추게 하는 최후의 수단이 있는데 자동차만 이런게 없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더욱 의아하게 하고 있다.

2024-07-11 17:50:34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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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44>기후변화? 두렵지 않다!…佛 샹파뉴·알자스

<244>프랑스 샹파뉴+알자스 제로 도사쥬(Zero Dosage) 샴페인. 알자스의 레드 와인. 요즘 따끈따끈한 와인 트렌드다. 이 두 가지를 관통하는 이슈가 있다. 와린이라면 어려운 와인 용어에서부터 막혀 알쏭달쏭 감을 잡기 힘들 테지만 중급자부터는 아마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모두 기후변화가 몰고 온 변화라는 점이다. 사실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운 와인 생산지는 없다. 유럽은 지난 2003년 이후 여름이 계속 더워지고 있다. 포도가 빨리 익을 수밖에 없다. 20~30년 전과 비교하면 수확시기가 최대 한 달 이상 당겨졌다. 특히 화이트 와인 산지들은 더 비상이 걸렸다. 포도알이 빨리 푹 익어버리면 화이트 와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산도를 제대로 살리기가 힘들다. 샹파뉴(샴페인)와 알자스는 프랑스에서도 샴페인을 포함해 고급 화이트 와인의 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찾은 이들 지역 와이너리들은 기후변화를 말하면서도 울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해진 약간의 온기가 다양성을 가져다줬다는 분위기다. 샴페인을 만들 때 보면 도사쥬라는 과정이 있다. 숙성을 진행하면서 병목에 모아진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나면 모자라는 용량만큼 와인과 당을 추가하는 일이다. 이때 첨가하는 당의 양에 따라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제로 도사쥬라고 하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몇 년 사이 많이 선보인 제로 슈가 소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당을 추가하지 않았단 얘기다. 그간 너무 튀는 산도를 일부 눌러주기 위해 달달하게 해야 했는데 재배기간 따뜻해진 날씨 덕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제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샴페인 하우스가 첨가한 당의 양을 줄이는 추세다. 요리를 할 때도 조미료를 덜 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것처럼 샴페인 하우스들 역시 포도품종이나 떼루아의 특징을 살리는데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기후변화에 표정이 밝았던 진짜 이유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알자스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피노누아 품종으로 그전에도 와인이 나오긴 했지만 이제 알자스 그랑 크뤼급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한 수준이란 말이다. 알자스는 2022년 빈티지부터 51개 그랑 크뤼 지역 중 두 개 지역에 대해 피노누아에도 그랑 크뤼 등급을 표기할 수 있게 허락했다. 알자스가 그랑 크뤼 등급을 만든 197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샹파뉴와 알자스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기후변화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터. 와인생산자들은 지속 가능한 유기농법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알자스&샴페인 마스터클래스에서 "매년 날씨를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기후변화의 위기는 그냥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의 변화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와이너리들이 모두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포도나무가 건강하면 어떤 변화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라며 "알자스처럼 친환경 재배가 앞선 곳은 물론 샹파뉴와 같이 기후적으로 쉽지 않은 곳도 유기농법으로 전환 중"이라고 전했다.

2024-07-11 14:56: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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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화100'을 보셨나요?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얼마 전 막을 내린 미술 오디션 프로그램 '화100'(MBN)을 시청한 이는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해도 알 사람은 알았을 것이고 볼 사람은 봤을 것이다. 사회적 화제까진 아니었지만, 적당히 회자되고 외면받지는 않았구나 싶을 만큼의 이야깃거리는 됐을 것이라 여겨지니 말이다. 실제로 심사위원으로 함께한 필자의 경험도 그랬다. 최근 미술계 현장에서 만난 미술인들은 가장 먼저 '화100' 얘기부터 꺼냈다. 연락 뜸하던 학창시절 동기들의 안부 속에도,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일반인들의 인사말에도 '화100'은 자주 등장했다.(방송으로 연장된 비평 직능이 혹자에겐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화100'은 논쟁적인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곧잘 비교되는 '아트스타코리아'(CJ E&M)에 견주면 확실히 그렇다. 사실 국내 최초의 미술 서바이벌을 내세운 '아트스타코리아'는 2014년 방송 당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미술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에서부터 목적을 부여하는 미션에 대한 미학적 이견까지, 그야말로 방송 내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더구나 주어진 가치 체계와 강령에 작가들 스스로 정주한다거나 "예술에 등수를 매긴다"며 본방 전부터 빗발치던 전문가들의 비판은 '아트스타코리아'를 뜨겁게 달궜고, "예술의 상업화를 부채질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립미술관이 후원에 나서면서 논쟁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리고 그 논란 내에는 미술과 방송의 관계, 예술과 구조의 문제, 예술가의 삶의 방식 등, 여러 담론을 생성하는 성과도 들어 있었다. 그게 10년 전이다.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은 누구도 예술의 상업화를 말하지 않는다. 미술인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미술계 내 등수 매기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만은 무관하다는 듯한 전문가들의 태도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순응적 가치 체계를 만들어 온 주체들의 객쩍은 소리 역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특히 미술을 포함해 음악, 요리, 모델 등의 온갖 유사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방송에서의 '경쟁'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또한 스스로 계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방송 출연만으로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기대감조차 포박한 채 예술의 순수성과 예술가의 태도를 놓고 예민하게 반응하던 양태마저 소멸시켰다. 사람들은 이제 돈을 벌기 위해서든, 아트스타가 되기 위해 혹은 작가 자신과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에 출연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 삶의 문제로 여긴다. 그것이 욕망의 발로든 용기를 낸 선택이든 상관없이 존중한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이는 예술과 예술가를 엄격하게 정의하며 장르를 구분 짓던 '아트스타코리아' 때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화100'은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참가자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잘 살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로 보인다. 다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특성상 예술적 논의나 작품 분석이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향후 '화100'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다시 만들어진다면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신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예술의 본질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을 지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을 위한 단기 상품으로서의 관점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참여 작가들에 대한 수준 높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고.■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7-10 13:29:2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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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 인하 서둘러야 할까?

세계 각국은 미 연준(FRB)의 향후 기준금리 예상치를 그린 점도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와 조정폭에 대한 의견은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등락해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기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와 달리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물가 안정 조짐이 뒤바뀔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며 경계한다. 거시경제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금리 왜곡으로 통화의 대외가치가 흔들리면 어쩔 수 없이 금융부문은 물론 실물부문 순환을 교란하여 경쟁력을 떨어트린다. 통화의 대외가치 급등락은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환투기 심리를 부추겨 실물부문을 교란하여 불확실성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2024년 6월 달러 인덱스 구성 국가인 ECB, 캐나다, 스위스의 기준금리 인하에 즈음하여 달러 인덱스가 올라가며 달러 가치 급등으로 각국 금융시장이 들썩이기도 했다. 금리·주가·환율은 거시경제 현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지만 개방경제 체제에서 자국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일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유동성 또한 급팽창되고 있다. 2024년 4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이 무려 4,000조원을 넘어섰다. 현금 같은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예·적금 등을 포함해 시중 통화량을 측정하는 지표인 M2가 늘었다는 것은 유동성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메시지다. 한쪽에서는 돈 가뭄이 들고 다른 쪽에서는 유동성 홍수가 넘쳐나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화폐가치가 타락하는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는지 모른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금리인하로 갈 곳을 잃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두렵다. 섣부른 금리인하가 한국경제를 멍들게 한 '부동산 악몽'을 재현시킬지 모른다. 오늘날 대부분 나라들이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고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시점이어서 자국 통화가치 약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국 통화의 대외가격이 하락하면 수출증대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원자재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물가 상승 압력 또한 거세질 우려가 있다. 기술혁신으로 경제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와 달리 가격경쟁력보다 품질경쟁력이 중시되는 국면에서는 금리인하로 환율을 불안하게 하여 수입물가 상승 유도는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민생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금리가 급변동하면 환율 불안이 뒤따르고 경제 심리가 불안해진다. 만약, 경기를 부추기려는 욕심을 내고 무리하게 금리를 인하하다가는 가까스로 진정되기 시작하는 물가 불안을 재연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그린스펀이 2000년대 초 유동성 완화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안정되자 성장 욕심까지 내고 금융을 계속 완화하였다. 결국 거시경제 상황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저소득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여 2008 세계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4-07-10 09:27:39 최규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