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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결과 사이 인과관계 필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작년 12월19일 "중대재해처벌법 상 형사처벌을 위해선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그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 위 죄로 처벌할 수 없다"(2023고단510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함)고 판단했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고 있고, 다수의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그간의 판결들은 주로 중대재해처벌법 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업체들이 범죄 혐의를 모두 자백하거나, 일부 부인하더라도 대부분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 상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체계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었다. 그러다가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판결(2014. 10. 16. 선고 2023고단226)에서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지 여부가 문제됐다. 관급공사에서 관급자재비용이 분리발주 된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사금액 산정에 관급자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 부칙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점에서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은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이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결과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행위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가 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중대재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인들은 근로자들이 문제가 된 수공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어려웠고, 그 사용 용법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위 수공구가 기계에 끼어들어가 튕겨나와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예견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할 수 없었다. 이처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성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제 담당 직원이 순회점검 등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으므로 전담조직을 두지 않은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이 사건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된 부분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담조직도 갖추지 않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무 불이행과 중대재해 결과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수사기관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된 위험성 평가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5-02-09 12:58:2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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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고래 싸움 속 새우된 '수출 中企'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우려했던 관세전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 수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현지화를 통해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원청 기업이 해외로 가면서 동반진출한 것이어서 독자적으로 의사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수출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4년 당시 8만8486개였던 수출 중소기업 숫자는 2024년 현재 9만5905개로 늘긴 했다. 하지만 2019년 당시 9만5229개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절 주춤했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2020년 당시 19.6%까지 증가해 20%를 넘는 듯 하다 이후 하락하며 지난해엔 16.8%까지 줄었다. 대기업, 중견기업 수출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활동반경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내수에 집중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수출은 한류의 영향을 받은 화장품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수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뷰티업체들의 공략에 한국 기업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현직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국격까지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한류가 언제까지 잘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화장품 수출도 풍전등화인 셈이다. 중고자동차도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 2위에 이름을 올리며 화장품과 함께 선전하고 있는 대표 종목이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교통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각국의 중고차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유엔환경계획(UNEP)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연합해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위한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한 중고차'(Safer and Cleaner Used Vehicles for Africa)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 수입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가는 2020년 47개국에서 62개국까지 늘었다. 여기에 중국이 글로벌 중고차 수출시장에 가세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한국의 중고차와 경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품목인 중고차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고차를 수출하는 업체 10곳 중 4곳 가량은 5인 미만 소기업이다. 10곳 중 7곳은 업력 10년 미만의 초기 기업들이다.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보호무역의 담은 갈수록 단단해지고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래만 쳐다보다 바다의 중요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새우의 씨를 말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25-02-09 11:50:2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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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정녕 'AI푸어'가 되려는가

"'디지털 푸어'처럼 AI(인공지능)도 'AI푸어'를 만들 수 있다" 재벌 회장중 AI에 가장 진심을 보여주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9일 한 방송사 대담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디지털시대에 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디지털 푸어'로 구분했듯이 AI도 이를 잘 활용하고 기회를 포착해서 차별적 효과를 얻는 사람과 오히려 희생되고 사회적으로 낙오되는 형태의 사람들이 생기는 'AI디바이드(격차)'가 생길 것이란 말이다. 비단 사람 생활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사의 주요 기술들은 민족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이끌었다. 역사적으로 기술혁명에 뒤처진 집단과 나라는 어김없이 쇠퇴하거나 지배를 당했고 많은 경우 멸망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청동기, 철기시대가 열리면서 석기, 청동기 공동체가 소멸했다. 총포의 기술은 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고 근대국가의 헤게모니를 바꿨다. 증기기관 기술에 기반한 산업혁명은 영국을 200년 가까이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반면 그 이전까지 전세계 산업생산력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동방의 패자, 중국대륙의 국가는 기술혁명에 뒤처지면서 굴종의 세기를 보내야 했다. 기술혁명의 관점에서 AI는 인류생활의 변화나 경제적 진보 뿐만 아니라 미래 지구촌의 헤게모니를 바꿔놓을 거대한 트리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의 보편화가 가져온 현대사회의 변화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최태원 회장은 AI디바이드, AI푸어가 사람 개개인에 적용되는 현상을 빗댔지만 이는 지엽말단적인 것임을 암시했을 수 있다. AI 지배력을 가진 국가가 이를 갖지 못한 국가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AI란 용어는 지난 1955년 미국의 컴퓨터 및 인지과학자 존 매카시(1927년~2011년)에 의해 처음 공식 사용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생물학적 두뇌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 행동하는 기계에 대한 상상과 개발노력은 있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면서 실용화의 가능성을 높였고 딱 70년만인 올해 중국 딥시크사의 저비용 R1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AI기술에 있어 미국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기존 관점을 중국토종, R1이 일거에 흔든 것이다. 중국은 AI개발에 십수년전부터 사실상 무한투자를 해왔다. 현재 기술경쟁력에서는 다소 뒤처지만 특허규모에서는 미국을 이미 압도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AI발명특허 출원 건수는 전년대비 17.4% 증가한 10만2000건으로 사상최고치였다. 최근 10년간 출원된 생성형AI 관련 특허도 전체 5만4000건중 중국이 70%선인 3만8210건으로 미국의 6200여건을 크게 앞섰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강점은 14억명의 인구와 방대한 시장, 탄탄한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인터넷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과 CCTV 대중감시시스템 '스카이넷' 등을 운영하며 미국을 능가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중이다. 만약 중국의 저비용AI가 각국에 빠르게 확산된다면 AI주권은 넘어갈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딥시크 R1에 차단경보를 내리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신뢰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AI기본법을 제정했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U에 이은 세계 두 번째 관련법 입법국가가 됐다. 2027년까지 'AI3대 강국'을 실현한다는 청사진도 최근 냈다. 그러나 정부의 실행의지는 너무 빈약해 보인다. 올해 AI 관련 예산은 1조8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27%에 불과하다. 미국의 이번 회계연도 관련 예산 29조원에 비하면 조족지혈수준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동안 AI데이터센터에 5000억달러(720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프로젝트를 공표했다. 중국도 올해 예산의 0.68%인 1917억 위안(39조원)을 관련 인프라 구축에 배정했다. AI기술은 과거 어떤 기술혁명보다 패권쏠림 양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말로만 '세계 3강'으로는 'AI식민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25-02-06 17:03:41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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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1>와인시장 바닥은 어디…화이트 와인만 선전

<271>2024년 수입주류 통계 와인업계에 곡소리가 난다지만 작년에도 잘 팔린 와인이 있다. 화이트 와인이 늘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뉴질랜드 와인이었다. 유럽이나 미국, 칠레 와인에 비해 기존 수입 물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율 77%(물량 기준)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수치다. 호주 와인을 이미 앞질렀고, 금액 기준으로는 스페인 와인보다도 많이 팔렸다. 다만 와인 시장 전체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와인 뿐만이 아니라 주류업계가 다같이 울상이다. 하이볼을 등에 업고 살아나는 듯했던 위스키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수입맥주는 완전히 내리막길로 접어든 모양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4년 와인 수입 규모는 4억6208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7% 감소하면서 5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수입된 와인은 5203만 리터로 물량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8% 줄었다. 와인시장은 팬데믹으로 열풍이 불었던 2021~2022년을 정점으로 엔데믹과 함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입규모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 69.6%로 급증했지만 2022년 3.8%로 주춤하더니 2023년 -12.9%, 2024년 -8.7%로 감소세가 굳어졌다.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202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주종을 불문하고 수입 주류 대부분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23년 수입량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위스키는 작년 2744만 리터로 전년 대비 10.3% 줄었다. 상반기 반짝 유행하던 데킬라도 연간으로 보면 물량이 4.5% 감소했고, 수입 주류 가운데서는 사케 정도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종을 불문하고 전체적으로 업장 쪽에서 타격이 워낙 컸다"며 "일부 소비가 된다고 해도 가정용으로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팔리는 정도며, 2030 젊은 층에서 데킬라가 인기를 끌었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작다"고 설명했다. 와인 수입이 줄었기는 한데 와인이나 국가별로 보면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레드 와인은 수입규모 기준으로 13.3% 감소한 반면 화이트 와인은 8.4%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주요 생산지 가운데 유일하게 뉴질랜드 와인의 수입이 늘었다. 수입 금액으로 보면 전년 대비 55%나 늘어 스페인과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됐다. 종합해보면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의 선전이 전체 와인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아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젊은 층, 그리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레드 와인 대비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고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했고, 소비뇽 블랑이라는 대표 품종으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와인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예상 범위보다 벗어날 정도로 급등하면서 앉아서 수십억씩 손해를 봤다는 수입사들도 나오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보수적으로 경영 계획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5-02-06 15:38:3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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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잘 지내길 바라"

이별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사랑이 짙을수록 헤어짐의 생채기도 깊다. 흔히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말로 위로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작별한 이들에겐 공허함만 부풀릴 뿐이다. 사랑과 상실은 동일한 서사 안에서 반복됨을 모르진 않음에도 그렇다. 프랑스 개념 미술가 소피 칼(Sophie Calle)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일상적 경험을 재치 있는 방식으로 풀어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그녀는 2004년 연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편지를 받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랑한다면서도 갈라서길 원하는 듯한 편지에 칼은 대체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지막에 쓰인 "Take care of yourself(잘 지내길 바라)"라는 문장은 꽤나 혼란스러웠다. 다시 만나자는 것 같기도 하고 떠나겠다는 것 같기도 한, 한마디로 이게 무슨 뜻일까 싶었다. 이에 소피 칼은 그 편지를 문학가, 철학자, 기자, 정신 분석가, 배우, 가수, 변호사,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107명에게 각자의 전문적 관점으로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철학자는 사랑과 이별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펼치며 편지 속 문장이 어떻게 윤리적·존재론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살폈고, 정신 분석가는 편지를 보낸 사람의 심리 상태와 무의식적 의도를 추론했다. 이 밖에도 댄서는 춤을, 가수는 노래를, 변호사는 법적인 관점에서 책임과 계약적인 요소를 뽑아냈다. 소피 칼은 그 결과물과 과정을 글과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했다. 전시를 열고 책을 만들었다. 이후 그의 '이별 극복기'는 거대한 다원 예술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바로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 국가관에서 처음 공개된 'Take care of yourself' 프로젝트이다. 개념 미술의 중요한 특징인 텍스트와 다중 해석 가능성에 주목한 이 작업은 '부재'를 화두로 한 전작들의 연장이다. 그녀는 1981년 베니스의 한 호텔 객실 청소부로 일하며 손님이 나간 객실을 촬영해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자취를 담은 'L'Hote'(호텔, 1981)이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에펠탑에 작은 방을 설치해 놓고, 방문객들과 같이 누워 대화를 나눈 작업 'Room with a View'(전망 좋은 방, 2002)에서마냥 'Take care of yourself' 프로젝트 역시 누군가의 참여로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베니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성을 몰래 따라다니며 그의 행적을 기록한 'Suite Venitienne'(베니스의 추적, 1980)이나, 자신이 타인의 관찰 대상이 되는 경험을 다룬 'The Shadow'(그림자, 1981) 등은 'Take care of yourself'와 마찬가지로 사생활과 공적 영역, 관음과 관찰을 넘나드는 구조로 돼 있다.다만 'Take care of yourself'의 경우 이전 대비 사적인 이야기를 사회적·문화적 담론으로 확장시키면서, 예술과 삶의 경계가 보다 얇아진 측면이 있다. 실재를 벗어나 심리의 부재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 예술은 더 이상 작가 개인의 내러티브에 머무르지 않고 집단적 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열린 결말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도 하나의 차이다. 'Take care of yourself' 프로젝트는 1970년대 이후 지속된 페미니즘 미술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디 시카고(Judy Chicago)나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여성적 경험의 재구성과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My Bed'(나의 침대, 1998)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h)의 'The Artist Is Present'(예술가가 여기 있다, 2010)에서처럼 파국적인 연애와 개인적인 상실을 예술적 문법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페미니스트 아트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소피 칼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이별의 아픔도 무뎌졌다고 했다. 그녀는 가슴 아픈 이별을 객관화해 공유함으로써 마음속 상흔을 완전히 털어냈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이의 바람대로 잘 지냈다. 아니, 잘 지내고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2-05 14:37:0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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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트럼프식 관세정책, 허언될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공언했던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예외·면제가 없을 것이며 상대국의 대응에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관세' 조치도 포함했다. 트럼프는 이같은 조치가 불법 이민이나 마약 팬타닐 유입 경로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선전포고를 받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대응 의지를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적인 대응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추진키로 했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상응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중국의 대응은 트럼프 1기 때를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의 보복관세 부과나 핵심광물 수출 통제 등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유럽에도 관세 부과를 공언한 바 있으며, 반도체, 철강 등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도 조만간 실행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어 유럽연합과도 무역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전쟁이 주요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주요국에 대한 관세 부과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공급망 등 글로벌 통상지도가 큰 전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관세를 무기로 한 통상정책은 글로벌 통상환경의 혼란과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실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지,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직후 미국 철강노조는 "매년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제품이 미국 내 140만 개, 캐나다 내 230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 등으로 비판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자체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 부과가 외국 기업이나 외국에 나간 기업이 국내도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물가 인상과 인플레이션만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들여오던 야채와 과일 등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고, 캐나다산 석유값도 올라 이미 오른 미국 내 유류가격도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본인의 선거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기 위해 자국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해야 할 상황인데, 물가 인상과 일자리 축소를 반길 미국인은 없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공언은 점차 힘을 잃고 허언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긴급 회의를 열어 "부내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시나리오별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이익이고 우리도 이익이 되는 방식, 윈윈하는 방식을 계속 찾아야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1일이라는 행정명령 시한이 있다"며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마련한 대응 시나리오에는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 등 대미 무역흑자 축소 방안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의 선전포고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레 우리의 양보카드를 보여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2025-02-04 13:56:3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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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자발적 불편

한해가 시작되는 원단에는 새로운 설계를 하게 되는데 그 중 압권은 건강과 관련된 각오일 것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아침에 냉장고에서 꺼내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냉동식품, 점심에는 밀키트를 활용한 간편식, 저녁에는 배달 앱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문앞까지 배달되는 요리들. 이러한 풍경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손쉽고 빠르게 먹을거리를 마련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가져온 이면에는 건강 악화와 환경 파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숨어 있다. 식품산업의 벨류체인(Value chain)과 연관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편리함에 안주하게 되는데 건강을 위해서는 때때로 자발적인 불편함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자발적 불편'이란 스스로 덜 편리한 방식을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얻게 되는 내면의 만족감을 의미한다. 식습관에 이를 적용한다면 인스턴트 음식보다 가공이 덜 된 '최소가공식품(Minimal Processes Foods)'을 선택하고, 빠르고 간단한 요리보다 손이 조금 더 가더라도 직접 조리하는 습관을 통해 건강한 식탁을 되찾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선택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식습관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균형 잡힌 영양소의 섭취는 면역력을 높이고,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반대로 불규칙한 식습관과 영양의 불균형은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발적 불편을 실천하기 위해서몇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미숙하더라도 직접 요리하는 습관을 권장한다. 배달 음식이나 즉석식품 대신 식재료부터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은 비록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몸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신선한 재료를 직접 선택하고 조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당분과 소금, 첨가물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주 일정 시간을 정해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에 미리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해두면, 평일에 간편하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간편하기는 하지만 수많은 첨가물이 함유되어 있다. 자발적으로 가공식품 섭취 횟수를 줄이고 신선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외식 역시 편리하지만, 영양소 조절이 어렵고 칼로리가 높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추천한다. 식재료의 원산지와 생산 과정에 관심을 가져 보자. 대형마트에 뽐나듯 포장된 식재료 대신 지역 농산물 직매장이나 로컬마켓을 방문해서 제철 식재료를 구매하면 편리함이 주는 즉시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우리 몸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여유있는 식사를 하자. 허겁지겁 빠르게 먹는 대신 음식의 맛과 영양을 음미하며 천천히 씹어 먹는 습관은 소화를 돕고 포만감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과식을 방지할수 있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구입하는 스낵 대신 직접 견과류를 볶아 간식으로 준비하거나, 과일을 다듬어 먹도록 하자. 이런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이 쌓이면 우리의 건강은 서서히 변화될 것이다. 늘 먹던 메뉴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료와 조리법을 시도한다면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요리에 대한 즐거움과 창의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발적 불편을 통한 건강한 식습관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식습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요리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건강이 개선되면서 자신감과 행복감이 증가한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이 결국에는 더 나은 건강과 삶의 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 배달 음식으로 인한 포장 쓰레기, 간편식 생산 과정에서의 자원 낭비 등이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새해부터는 식습관의 작은 변화를 실천 해보자.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작은 불편함이 독자들의 삶에 예상치 못한 행복과 변화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No Pain No Gain'을 명심하자./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02-03 11:26: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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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에게도 좋은 '율무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에는 저절로 따뜻한 아메리카노 생각이 나곤 한다. 물론 커피도 나쁘지 않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차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과 효능이 다른 차는 두말할 나위 없는 건강 지킴이다. 특히 고소한 맛이 일품인, 한 잔만 마셔도 속이 든든해지는, 건강에도 좋은 '율무'차는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 중 하나다. 율무의 주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중국 후한 시대부터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키워져 왔다. 흔히들 율무라 하면 밥이나 죽, 차, 과자 등의 재료로만 알고 있는데 한의학 쪽에서는 그 효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약재로도 활용했다. 껍질을 벗긴 율무는 의이인(薏苡仁)이라는 본초명을 가지고 있는데,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물론 소변을 잘 배출시켜 열을 내리고 고름을 빼내는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담긴 영양소만 보더라도 율무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건강에 좋은 곡물로 익히 알려진 현미와 비교하더라도 식이섬유의 함량은 모자람이 없으며 단백질은 더욱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근래 들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부 미용에도 좋은 게 율무다. 곧 봄이 되면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데 따가운 햇볕에 피부 까맣게 탈까 봐 고민도 함께 늘어난다. 율무는 멜라닌의 침착을 완화하여 피부 톤을 환하게 유지시켜준다. 강한 햇볕 때문에 피부가 칙칙해지거나 기미, 잡티 등이 늘었다면 율무 가루를 물이나 꿀에 개어 팩으로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이어트, 피부 미용에 좋은 율무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반면 "율무는 먹으면 정력이 감소된다."라는 소문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율무를 기피하기도 한다. 이는 근거 없는 낭설로 오히려 율무에는 근육 성장과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군이 풍부히 함유돼 있으므로 안심하고 율무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2025-02-03 05:38: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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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최근 빌린 빚 많아도 개인회생개시신청 가능해

"최근에 빌린 대출이 좀 많은데, 만일 법원에서 제가 빚을 많이 지고 일부러 안 갚고 개인회생개시신청을 통해 면책 받으려 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죠?" 채무자회생법 제595조 제7호에서는 '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 즉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의 진행에 따른 면책효과만을 목적으로 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해당 신청을 기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시신청에 근접해 발생한 채무가 많을 경우, 법원은 이미 변제를 할 수 있는 의사와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채무를 일으켜놓고서는 회생절차를 통해 채무의 대부분을 탕감 받으려는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회생의 경우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채무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적시에 회생절차를 밟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초기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면, 다시금 신규대출을 일으키거나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대여하게 된다. 그 사이 뚜렷한 소득의 증가가 없는 한, 신규대출 또는 차용한 금전의 변제일이 다시 다가오면 그보다 고이율의 추가 대출을 이용해 변제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지급불능이라는 자신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렇듯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단지 최근에 빌린 채무가 전체 채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만으로는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 사유인 '부당한 목적'이 있다고 일률적으로 보기 어렵다. 법원도 같은 입장에서, "전체 개인회생채무 중 개인회생개시신청일 전 약 1년동안 새로 발생한 대출금채무가 전체의 80%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대출금 중 상당부분이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됐고 나머지도 채무자의 생활비, 범칙금 납부 등에 사용됐다면 단지 이 사건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에 근접해 발생한 채무액이 전체 채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당한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3. 3. 15.자 2013마101결정). 물론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일에 근접해 발생한 채무가 전체 채무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이미 그 당시 변제할 능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채무의 사용처가 단순 사치성 소비나 오락, 여행, 도박 등과 같이 성실한 채무자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라면 당연히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은 법 제595조 제7호에 의해 기각될 수 있다. 다만 해당 법 규정은 '부당한 목적'으로 개시신청을 한 경우를 기각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사례를 '사치성 소비, 오락, 도박' 등과 같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구성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실무상으로는 위와 같은 사유라고 하더라도 개인회생 개시신청을 인용하되 채무 변제율을 높은 비율로 높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회생절차는 상석에 판사석이 있어 소송당사자가 재판부를 우러러보게 하는 일반 법정과는 달리 통상적으로 법관과 채무자, 채무자의 변호사, 관리위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 채무자에게 이 회생절차가 얼마나 필요한지,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큰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비교적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심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든 단지 법조문이나 기존 판례의 입장만을 가지고 자신의 회생절차 기각 여부를 선제적으로 단언해선 안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효적인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2025-02-02 13:03:3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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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0>경기침체엔 가성비 와인으로 무장

<270>밸류와인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있다면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하는 편인가.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와인 애호가들에게 나쁜 소식 먼저 전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저렴한 와인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100대 미국 와인을 선정하고 보니 리스트에 오른 와인의 평균 가격이 무려 170달러(약 24만원)에 달했다. 5만원대 이하 와인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프랑스나 미국의 비싼 와인이 부담스러울 때 찾곤 했던 칠레와 아르헨티나 와인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번엔 좋은 소식이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저가 와인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와인의 맛이나 품질 대비로는 가격이 낮은 소위 '밸류(value) 와인'은 더 늘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양조기술에 와인 생산자들의 열정이 더해지면서다. 특히 특정 국가나 생산지에 국한되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데다 테루아나 품종 고유의 특성에 집중해 눈길을 끄는 밸류와인도 많아졌다. 와인스펙테이터가 가격 이상의 만족을 주는 가성비 '갑'인 밸류와인들을 골라냈다. 100점 만점 기준에서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가격은 40달러(약 5만8000원) 이하가 기준이다. 물론 우리나라로 수입되면 워낙 오른 환율에다 세금에 제반비용까지 더해져 가격이 좀 뛰긴 하겠지만 그래도 가성비 매력은 여전하다. 미국 소노마에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아르헨티나 멘도자 등 각 국가에서도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이름난 곳들이다. 1위는 '세게지오 소노마 카운티 진판델' 2022 빈티지다. 두 가지 장점이 더해졌다. 먼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소노마 카운티는 진판델 품종이 진가를 발휘하는 지역이다. 다음은 세게지오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이민자가 130년 전에 건너오면서부터 진판델을 재배한 곳으로 소노마 진판델을 대표하는 곳이란 점이다. 세게지오는 진판델만의 풍성한 과실미는 살리지만 타닌은 과하지 않도록 한다. 가격은 26달러에 불과하다. 2위와 4위도 미국 와인이다. 2위는 로드레 에스테이트의 스파클링 와인인 '브뤼 앤더슨밸리 NV'다.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루이 로드레가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샤르도네 60%, 피노누아 40%로 만들었다. 4위는 오리건주에서 생산된 '아가일 윌라멧밸리 피노누아' 2022 빈티지다. 제임스 서클링 역시 밸류와인을 고르는데 있어 가격을 40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하거나 생산량이 적은 와인은 제외했다. 서클링은 비싼 프랑스 와인 가운데 저평가된 지역의 와인에 주목했다. 1위와 4위가 보졸레 지방의 와인이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를 온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씌워버리기도 했다. 장기숙성은 힘들고 햇와인만 가능하다는 편견이다. 서클링은 "보졸레는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과소평가된 지역"이라며 "보졸레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포도나무가 가장 많이 있는 곳 중 하나로 좋은 평가를 받는 부르고뉴 와인과도 경쟁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1위는 '장 마크 뷔르고 모르공 꼬뜨 두 피' 2022 빈티지다.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는데 26달러면 살 수 있다. 가메 품종이지만 화강암과 편암 토양에서 자라면서 탄탄한 구조감과 함께 집중력 있는 레드와인이 만들어졌다. 2위는 미국 워싱턴주의 시라 와인이다. 케이 빈트너스의 '야키마밸리 모터 시티 키티' 2021 빈티지다. 시라 특유의 흙내음과 향신료향에 짭짤한 듯한 미네랄 느낌이 특징인 와인이다.

2025-01-30 10:14:16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