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1.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정말 망할까

한 번은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임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동시간을 공평하게 맞추려고 KTX 오송역에 회의 장소를 잡았다. 멀게는 제주도에서 청주공항으로 올라오고, 대구·부산·김해·광주·전주에서는 고속철도에 잇닿아 도착했다. 이렇게 모처럼 지방대학 교수들의 수사적 향연이 시작되었다. 그 때 몇 번이고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만큼의 레토릭이 있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것이다. 봄이 오면 벚꽃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따뜻한 바람을 타고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겠지만, 지방대학들은 남쪽에 있는 대학들부터 먼저 폐교의 위기를 맞을 것이란 얘기다. 대학에서 시작된 이른바 '벚꽃엔딩'을 실험해보는 일도 벌어졌다. 교육학자인 양정호 교수가 서울 경복궁을 기점으로 전국 대학들의 주소와 위도 및 경도를 활용해 거리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이 거리에 따른 대학의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그리고 졸업생 취업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분명한 '거리의 패턴'을 보여주었다. 데카르트가 만든 좌표평면에 지방대학들의 위치가 점으로 찍혀 있는데, 거리 축(x축)의 크기가 커질수록 경쟁률 축(y축)의 크기는 감소하는 '음의 상관관계' 분포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학의 3가지 지표 모두가 감소하는 것이다.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더 이상 지방소멸이 수사가 아님을 알려준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자연히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지방대학의 소중한 입학자원이 희소한 게 당연하다. 그나마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재목(材木)들이 괴나리봇짐을 싸듯 서울로 향한다. 지방도시의 청년 유출은 '강물을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연상시킨다. 우리나라의 '벚꽃엔딩'이 거리에 울려퍼지는 사이 외국에선 '빛 좋은 개살구'가 무르익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부질 없는 사회라는 거대담론이 열리고, 미국에선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63%로 10년새 가장 낮다는 소식도 들린다. '캠퍼스의 위기', '폐허의 대학'은 이렇게 보면 지방대학이니 수도권대학이니 편가를 문제가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가 아니라 여름이 오기 전에 고목의 존폐를 단단히 각오하라는 시그널이다. "대학, 스스로 재발명하라. 그러지 않으면 소멸될 것이다(reinvention or extinction)." 미국에서도 지극히 지방에 있는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일성이다. 대학에 난데없이 '은퇴자 커뮤니티'가 들어서고, 구글·엔비디아·오픈AI 같은 첨단기술의 성인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벚꽃 피는 순서는 고사하고, 허리띠를 거듭 고쳐 매는 대학혁신이 코앞에 있다. 며칠 전 대학의 입학자원을 결정하는 수시모집이 끝났다.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차치하고 평생학습자 전형의 신입생 경쟁률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경상권 및 전라권에 있는 대학들의 성인학습자와 기업 재직자 지원 비율이 모집정원을 넘어섰다. 적게는 100명 모집에 140명이, 많게는 300명 모집에 500명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성숙한 학습자'가 대학의 신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9-23 14:27:22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 기준금리 내려야 할지 의문

한국경제는 장기간 단기 부양책에 치중하다 보니 잠재성장률은 2% 아래로 추락한 데다 재정적자 누적에다 경기부양 유혹으로 (자산)인플레이션 압력이 잠재하고 있다. 서둘러 물가를 잡으려다가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성급하게 경기를 부추기다가는 물가 불안을 재연하고 증폭시킬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아래서, 일거리는 줄어들고 금융비용, 생산비용이 높아 저소득 가계, 한계기업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지금 같은 진퇴유곡 국면에서 섣부른 대책을 펼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다가는 경제는 균형을 잃게 되어 무기력해질 우려가 있다. 2024년 현재, 시중 유동성(M2)이 무려 4,000조 원을 돌파한 데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국가부채가 3면으로 확대되어 총액이 물경 5,800조 원에 이른다. 가계·기업·국가의 부채는 갚을 능력이 있을 때는 각각 책임지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전 국민이 고통을 받다가 미래의 주인인 후손들이 짊어져야 한다. 만약 이래도 저래도 갚을 능력이 보이지 않을 때는 가계와 기업은 자국 통화가 아니라 남의 나라 화폐를 선호하게 되어 경제정책 효과가 무력해진다. 그 정도가 심해지다 보면 경제적 주권을 빼앗기게 되는 사례들은 포퓰리즘 국가들이 아니더라도 볼 수 있다. 빚이 많은데도 성장에 욕심을 내다가는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하다. 물가가 안정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착각하고 저성장 기조에서 성급하게 탈출하려 욕심을 내 비추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되살릴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안정목표 수준으로 접근한다고 하지만, 물가 불안 요인들은 곳곳에 도사린다. 기후 위기, 경제패권 쟁탈전, 산업간 경쟁력 양극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구촌 지역 분쟁으로 향후 물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동성 완화와 재정팽창이 동반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초인플레이션 위험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금리는 생산, 소비, 투자 같은 모든 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이다. 기준금리 크기의 영향을 받는 시장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범위에서 결정되어야 경제가 중장기 균형으로 이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금리는 우리나라 거시경제 현상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지 남의 나라를 따라 올리고 내리다 보면 자국 경제를 불균형으로 이끌 수 있어 위험과 불확실성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자국 거시경제 현상보다 남의 나라를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불균형이 확대되어 대내외충격을 시장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재앙을 일으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p 내렸어도 아직은 우리나라 3.50%보다 1.50%p나 높은 5.00% 수준이다. 골치 아픈 부동산가격 문제가 아니더라도 양국 간의 거시경제 현상을 비교할 때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2024-09-23 09:39:50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아낌없이 주는 약재 '꾸지뽕 나무'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열매, 가지, 줄기 그리고 그루터기까지 한 사람을 위해 전부 내주고도 늘 행복했던 나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약재로 주는 나무가 있다. 바로 '꾸지뽕나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지역에 자생하는 꾸지뽕나무는 이름에서 유추가 가능하듯 뽕나무에 속한다. 뽕나무가 아닌데 굳이 뽕나무라 하여 꾸지뽕나무가 됐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설이 있는데 뽕나무와는 다르게 줄기에 가시가 있다. 꾸지뽕의 열매는 호두 정도의 크기이며 늦가을이 되면 붉은 빛을 띠며 익는다.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눌러 보면 하얀 진액이 흘러나오는 특성이 있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열매가 큰 편이라 약재로 쓰거나 잼, 술 등을 담그는 데 주로 쓴다. 꾸지뽕 열매는 영양 성분만 따져보아도 얼마나 몸에 좋은지 알 수 있다. 식이섬유 함량은 사과나 고구마보다도 많으며 각종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있다. 기본적으로 칼슘,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며 항산화 성분을 대표하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를 비롯하여 비타민 B군, 비타민 E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혈액의 응고와 염증 완화로 위장 건강을 돕는 비타민 K의 경우 대표 식품인 양배추를 능가한다. 열매보다 더 좋은 건 꾸지뽕나무의 잎이다. 얼핏 보면 감잎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영양소 면에서도 열매보다 월등하고, 활성산소 제거와 항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또한 볕에서 말린 잎을 우려서 차로 간편하게 즐길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줄기, 옹이, 뿌리까지 꾸지뽕나무는 전부 약재로 사용될 만큼 어느 한 군데 버릴 곳이 없다. 또한 꾸지뽕의 효능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여성들의 자궁 건강을 지키고 자궁암에 효과가 있다. 신경통이나 관절염도 마찬가지인데 잎과 줄기, 뿌리 등을 달인 물을 꾸준히 음용하면 통증을 줄여준다.

2024-09-23 05:45:3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과거 양육비 성인 후 10년이내 해야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생긴다.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다.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해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등 참조).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해 현재 및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다. 또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대해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그래서 과거 우리 법원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결정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뤄진 과거 양육비 청구는 과거 양육비에 대한 권리가 이미 시효로 소멸됐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구상권의 실질을 가진다.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이를 과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해 보더라도 재산적 권리라는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수 있는 채권 내지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이후 10년 이내에는 청구하도록 주의를 해야 하겠다.

2024-09-22 13:19:34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김승호의 시선] "콩 싸오(khong sao)"

베트남어 "콩 싸오(khong sao)"를 우리말로 풀면 "괜찮아", "문제 없어" 정도가 된다. 영어 "노 프라블럼(no problem)", 중국어 "메이원티(没问题)"와 유사한 말이다. 기자는 9월초 베트남 하노이에 잠시 머물렀다. 마침 베트남은 태풍 '야기' 때문에 비상 상태였다. 간만에 휴가를 이용해 간 베트남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칼럼의 서두에 언급한 "콩 싸오"는 잘 알지도 못하는 베트남 말 가운데 내가 사흘간 하노이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다. 베트남 지인들이 휴대폰으로 태풍이 오는 경로를 보여주며 걱정하는 소리에 이방인인 내가 외친 말도 "콩 싸오"였다. 현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태풍이 온다며 사나흘치 식량을 집에 사다 놓은 이도 적지 않았다. 실제 태풍이 오기 직전 기자가 잠시 들른 식료품 가게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물건을 사느라 혼잡했다. 일부 마트는 문을 닫고 아예 장사를 접었다. 한 한국식당 주인은 태풍이 온다며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느라 분주했다. 베트남 지인이 보여준 유튜브엔 태풍에 깨진 유리창이며 바람에 날아다니는 물건 등의 영상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그것을 보면서도 내가 한 말은 역시 "콩 싸오"였다. 어떤 이는 내가 말끝마다 "콩 싸오"를 외친다며 핀잔을 줬다. 역대급 태풍이 베트남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데도 "괜찮아", "문제 없어"라고 말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되내인 "콩 싸오"는 결국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관련 뉴스를 종합해보면 슈퍼태풍 야기로 인해 베트남에선 298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실종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이번 태풍으로 약 40조동, 원화로는 2조원이 훌쩍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올해 GDP성장률이 0.1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베트남 친구들이 수시로 태풍의 경로와 뉴스를 예의주시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어쩌면 당연했다. 안전불감증에 "콩 싸오"만 외친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문제가 없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한국 사회로 눈을 돌리면 안전불감증 때문에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는 언급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우리 주변에 많다. 이태원 참사가 대표적이다. 38명이 사망한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지난해 여름 내린 폭우로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등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안전을 무시해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에게는 이젠 '안전불감증'이 아닌 '안전과민증'이 필요한 때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교훈을 이번 베트남 여행길에서 배웠다.

2024-09-22 11:35:43 김승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53>와인, 만원짜리를 고급이라고 내놨더니

고급와인 판매업자가 소장하고 있는 와인을 대거 풀었다. 상류층들이 호감을 가지고 너도나도 와인잔을 집어들었다. 찬사가 쏟아졌다. 왕실 행사니 얼마나 비싼 와인을 내놨을지 기대감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레드와인에 대한 평이다. "향이 정말 좋네요. 과실미에 풍미까지 좋고, 깊은 맛이네요. 그렇죠?" "딱 내가 마시고 싶은 와인이에요. 한 잔 더 마시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다음은 샴페인 차례다. 판매업자의 제안에 다들 샴페인잔에 귀를 귀울였다.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가)마치 음악처럼 들리네요!" 영국의 소매업체 알디(Aldi)의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고급 와인상으로 가장한 저스틴 유랄디(Justin Youraldi)가 영국 웨스트석시스에서 열린 왕립국제경마 행사에 자리를 잡고 참석자들에게 와인을 따라준다. 그간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들에서 수집해온 고급 와인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은 저렴한 마트 와인이었다. 알디는 매장수가 1000개가 넘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영국에서 가장 저렴한 슈퍼마켓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몰래카메라 같은 이번 영상의 의도는 명백하다. 와인 좀 안다는 상류층이 맛을 봐도 고급 와인으로 느낄 정도로 자사 와인의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름인 저스틴 유랄디 역시 풀어보면 저스트 인 유어 알디(Just in Your aldi)다. '알디 마트에 다 있어요' 쯤이다. 다들 자신이 맛 본 와인을 한 병에 최소 20파운드(한화 약 3만5000원)에서 많게는 40파운드(약 7만원)로 예상했는데 실제 가격은 레드와인이 4.99파운드(약 8700원)에 불과했다. 물가 비싼 영국 기준으로 보면 데일리 와인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와인이다. 가성비 와인을 위해 깔린 판인데 정작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은 '와인 스노브(Wine Snob)'들이었다. 스노브란 속물 혹은 잘난 체하는 사람을 말한다. 와인 스노브라면 와인으로 잘난 체하는 사람, 와인 좀 아는 척 하는 사람 정도 일테다. 저스틴이 와인에 대해 설명하자 행사에 참석한 소위 상류층이라는 사람들은 동의하기 바빴다. 심지어 레드 와인의 포도를 두고 남아공의 유명한 포밸리에서 재배했다고 하자 한 남성은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남아공의 와인 산지 가운데 포밸리라는 곳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저스틴이 샴페인 잔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유도한다. 큰 버블과 작은 버블의 소리가 다르지 않냐고 묻자 한 여성은 "정말 큰 차이가 나네요"라고 감탄한다. 큰 버블과 작은 버블을 언급한 것도 그렇지만 전문가도 구분할 수 없는 차이다. 알디가 2000명의 와인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4명 가운데 한 명은 만원 짜리 와인과 10만원 짜리를 구분할 수 없다고 답했고, 절반 가까이는 내놓은 와인에 대한 평가가 좋으면 더 비싸게 주고 샀다고 과장한다고 했다. 와인 평론가가 아닌 이상 가격 차이를 구별하기도 힘들 뿐더러 와인 역시 아는 척하기보단 좋은 사람과 기분 좋게 즐기면 될 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와인 스노브'입니까.

2024-09-19 14:58:18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임종룡 회장의 장고(長考)

우리금융과 금융당국 간 단판승부가 한창이다. 흑돌을 잡은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포석부터 남달랐다. Y대 출신을 요직에 전진배치했다. 브랜드부문장(부사장)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자기 사람'으로 진용을 갖춘 임 회장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 들었다.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증권, 보험회사에 눈을 돌렸다. 작은 증권사부터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했다. 또 금융지주사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보험사 2곳(동양생명·ABL생명)을 잡았다.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지난 6월 177억원대의 지점 횡령사고에 이어 최근에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수 백 억원 규모 부당대출 의혹이 터졌다. 고객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에겐 치명타다. 흰돌을 쥔 금융당국은 흑돌을 포위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추석 명절 이전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경영진도 책임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더 센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현 경영진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부당대출 건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우리은행이 지난 1~3월 자체 감사와 4월 자체 징계 과정에서 8월9일 수사기관 고소 내용에 적시된 범죄 혐의 및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임종룡 회장의 장고(長考)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가진 다음 수(시나리오)는 조병규 행장을 '사석(死石)'으로 활용하는 수다. 올 연말 임기인 조 행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이번 싸움을 끝내고 싶어 한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금감원 검사와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패로 버티는 수다. 패란 바둑에서 서로가 상대 돌을 딸 수 있는 형태다. 내가 상대 돌을 따면 상대가 내 돌을 다시 딴다. 내가 다시 따면 상대가 또 되딴다. 이러면 바둑이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돌을 땄을 때 그곳을 바로 되따지 못하게 규칙으로 정한 것이 패이다. 패가 나면 상대가 꼭 받아야 하는 자리에 돌을 놓는데 상대가 그것을 응수할 때 패를 딴다. 이를 두고 패감을 쓴다고 말한다. 임 회장의 패감은 관료출신으로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모든 라인을 동원해 살아남는 일이다. 하지만 검사 출신인 금감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방증하는 셈이다. 금융사고 사실 인지와 늑장 보고 등이 밝혀지면 내부통제 미비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시비비가 가려져서 물러날 수 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불명예스런 퇴진이다. 흰돌은 공격을 잠시 멈춘 상태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해 이사회와 주주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이사회가 나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사회는 임 회장이 금감원장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적(敵)'을 늘린 장 모 부사장 '정리'를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금감원 검사와 수사망이 좁혀 온다. 임 회장 주변 참모들은 기울어진 판세보다 자신의 생사가 중요하다. 버티라고 한다. 임 회장에겐 신의 한수가 필요하다. 돌을 던지는 수순이다. 바둑에서 '돌을 던진다'는 것은 바둑판 위에 돌을 놓아 패배를 선언하는 것을 뜻한다. 대마가 잡히거나 이미 승부가 났다고 판단할 때 돌을 던진다. 임 회장의 장고 끝 다음 수는 무엇일까.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09-19 07:53:02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홍경한의 시시일각] '키아프리즈' 단상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영국의 프랜차이즈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지난 4일 개막해 7일과 8일 각각 폐막했다. 소위 '키아프리즈'로 불리는 '프리즈 서울 2024'와 '키아프 서울 2024'이다. 2022년 첫 공동 개최 이후 올해로 세 번째. 각각 112개와 206개의 화랑이 참여했다. 전체로 보면 작년 대비 10여개의 화랑이 줄었다. 2022년보단 30여개가 적다. 외국 화랑의 감소는 한국 미술 시장의 침체와 기타 운송비, 부스비, 체류 비용, 보험료 등의 참여 환경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키아프 서울'을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참여 신청은 늘었으나 까다로운 심사로 갤러리 수를 되레 줄였다고 했다. 양보다 '질'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경우 임팩트는 약했다. 내용에서도 1회 때인 2022년에 비해 화제성 높은 작업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매매 용이한 소품들이 주를 이뤘으며, 가격대도 낮아졌다. 이는 실속과 적응을 뜻한다. 실제 현장에 놓인 작품만 봐도 한국 시장에서 어떤 게 잘 팔릴지 간파했음을 알 수 있었다. '키아프 서울'의 수준은 높아졌다. 유치찬란하다고 밖에는 표현하기 힘든 작업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는 점에서 참여 갤러리 및 작품 심사에 훨씬 더 엄격해질 필요는 있지만 이전 대비 나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프리즈와의 체급 차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간극은 다소 줄었다. 프리즈로부터의 자극이 한몫했을 것이다. 전시 동선과 작품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많았다. 올해 '프리즈 서울'엔 작년과 비슷한 7만여명의 관람객이 페어를 찾았다. '키아프 서울'은 조금 늘어, 8만여명이 방문했다. 두 페어 모두 구체적인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과거만큼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 속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 지붕 두 페어의 동행 효과는 '안착'과 '성장'이라는 각자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키아프의 입장에선 경제성과 '시장 미술'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해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단지 시장이다. 미술이라는 고급 콘텐츠로 '장사'하는 곳일 뿐, 동시대 미술 흐름을 진단하고 담론을 생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키아프리즈'가 원하는 건 오직 이익이다. 미학적 소통을 책임질 생각도, 기대할 이유도 없다. 그런 곳에 사회와 예술 사이의 상호 작용을 말하거나 한국 미술의 위상과 한국 문화의 전반적 성장을 논하는 건 무리다. 아트페어는 우리와 다른 세계다.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의 작품이 약 30억원에 팔리던, 조지 콘도(George Condo)나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회화가 20억~30억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던, 대부분의 사람과는 무관하다. 페어를 찾은 7만~8만여명의 관람객 중 대개는 그저 1억원이 1000원의 가치에 불과한, 이질적 세상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전부인 존재들이다. 지난 8월 17일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다. 9월 7일엔 광주비엔날레가 문을 열었다. 오는 26일부터 연말까지 강원국제트리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등이 진행된다. 주제와 형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동시대 인류 앞 현안을 다룬다는 점에선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보다 관심을 갖고 의미 부여에 인색하지 않아야 할 것은 시대의 특성과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다층적인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예술이지, 돈이 된다면 고대 유물까지 팔아치우는 아트페어가 아니다. 분별할 필요가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9-18 13:19:10 김현정 기자
기사사진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개미', 아직도 정치판의 호구일까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개미', 아직도 정치판의 호구일까 "세금과 죽음은 피해갈 수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했다. 죽음은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세금은 나이 좀 먹고 깨닫게 된다. 거의 무의식중에 내고 있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부터 직장인이 되면 빠짐없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대표적이다. 친구, 동료들과 술 한잔 하면서 내는 주세·교육세도 있고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도 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자동차를 사고 집을 사면 당연한 듯이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을 낸다. 동시에 껌딱지같이 재산세, 주민세는 매년 내야 한다. 집값이 뛰면 종합부동산세가 나오고 아이들이 커면서 집을 좀 큰데로 옮기면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까지 나라에 바쳐야 한다. 자식이 성장하고 늙어서 죽음을 준비할 때쯤이면 상속세나 증여세 고민도 해야 한다. 만약 직장을 나와 구멍가게나 조그만 사업이라도 하게 되면 세금의 규모는 커지고 이때쯤 되면 벤자민 플랭크린의 말이 완전히 이해된다. 그야말로 세금의 올가미 속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나 세금 종류가 많은데 요즘 또 하나의 없던 세금이 나타나 온나라를 시끄럽게 한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는 의사 증원 문제를 능가하는 전국적 논란의 최상위권에 있다. 지난 2020년 금투세 입법의 설계자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절대다수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세제'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대다수 개미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왜 합리적이고 유익한 세금이 입법 추진 이전부터 시행을 100여일 앞둔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심각한 갈등구조의 원인이 되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 법논리를 보면 '거래세 폐지-실현 소득 과세'라는 점은 타당하다. 하지만 납세대상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작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금투세 대상자가 국내 주식투자자 1400만명의 1%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1만3000여명이 대상이며 나머지는 논외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 많은 자산증식의 기회를 얻기 위해 금융투자시장에 참가하는 개인들에게는 잠재적 과세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조세저항심리를 유발하고 있다. 부의 사다리를 타려고 팔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그 꿈이 무의미하다는 지적과 같은 의미일 수 있다. '큰 손' 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의 이탈에 따른 시장침체 우려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상대적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증시에서 시장침체의 후폭풍은 개미들이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금투세를 보는 시각에는 무엇보다 새로 생기는 세금에 대한 저항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때 부동산 투기억제 목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중과하는 정책에 표출됐던 극심한 반발심리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양상이다. 그때도 과세의 직접 당사자는 한정돼 있었지만 다수 동의를 얻지 못한 세금에 대한 다수의 거부심리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여론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인지 또다시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그게 아니면 정치적 선동에 휩쓸리는 국민여론에 대한 정면 대응일 것이다. 다행히 민주당내에서도 현재 방식의 금투세 처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과거처럼 거대 정치세력이 "나를 따르라"고 해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를 거부하는 정도의 수준은 돼 보인다. 오만의 정치를 아직도 여야 모두에게서 목도하게 돼서 심히 유감스러울 뿐이다.

2024-09-18 10:16:45 차상근 기자
기사사진
[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사 분양계약 책임은 '신탁자산 범위 내'

A씨는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가 취소하면서, 분양계약서상 매도인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및 지연이자를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주장대로 "신탁회사는 A씨에게 분양대금 및 지연이자를 반환하여 주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신탁회사는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분양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30. 선고 2020가합56455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6. 12. 선고 2023나2049142 판결). 이른바 '책임제한조항'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습니다. 분양계약의 상대방(매도인)이 신탁회사인 경우, 분양계약서에는 '신탁회사는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 범위 내에서만 분양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이른바 '책임한정특약' 내지 '책임제한조항'이라 합니다. 이러한 경우 수분양자들은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탁사업상의 신탁재산이 남아있지 않다면, A씨는 소송에서 이기고도 실제로는 분양대금을 전혀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A씨는 "책임한정특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무효"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자 계약의 해제로 인한 사업자의 원상회복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약관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수분양자들 역시 해당 상가가 신탁사업에 의해 공급되는 사실을 알고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는 점 등이 주요한 근거였습니다. 법원은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을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 등에서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 분양계약서에 책임한정특약 및 등기부로 공시되는 신탁원부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까지 명시되어 있다는 점, ? 2011. 7. 25. 신탁법 개정으로 유한책임신탁제도가 신설되었다고 하더라도 책임한정특약이 금지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동일한 판단을 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2나28040 판결). 법원은 수분양자들에게 중도금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들이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대출원리금 상환채무를 연체하자 신탁회사에게 위 대출원리금의 상환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9. 선고 2021가합530924 판결). 위 사건에서도 법원은 "신탁회사는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들에게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중도금대출 업무협약에 '책임한정특약'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금융기관들은 "개정된 신탁법에서 유한책임신탁제도를 도입한 이상 이러한 책임한정특약은 허용될 수 없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수탁자가 거래상대방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나(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31883, 31890 판결), 유한책임신탁제도의 도입이 개별약정에 의한 책임한정특약의 설정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책임한정특약을 한 이상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09-16 19:35:33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