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혼란 정국에서 선출·임명공직자의 대리인 역할

우리 역사에서 2024년 12월 3일 수요일 밤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2시간 30분이 지난 새벽 1시쯤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 결의로 6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그 충격과 불안은 진행형으로 이어졌다. 12월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결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잠시 줄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12월 27일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연초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공수처와 경호처 대립,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방법원 난입사태, 그리고 검찰의 구속기소 등으로 전개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비상계엄이 초래한 부정적 영향 중 정치, 사회, 문화, 외교 부문 등은 성격상 정량적이기보다는 정성적으로 나타난다. 정치·사회적 부작용으론 국론이 대통령 탄핵찬성과 반대세력으로 분열되면서 남남갈등이 확대되는 것이다. 외교적으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민주적 모범국가로서 이미지가 상실되고 불명예와 불신으로 국격과 국익이 훼손되는 것이다. 경제부문에는 정량 및 정성 측면이 둘 다 나타나는데, 수치로 볼 수 있는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을 먼저 보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2월 4일엔 각각 전일대비 1.44%와 1.98% 하락한 2464와 677.15를 기록한 후 횡보하고 있다. 12월 27일 권한대행 탄핵소추 표결 직전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일대비 1.02%와 1.43% 하락한 2404.7과 675.24를 보였다. 새해 들어 낙폭과대에 의한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1월 24일엔 2536.80, 728.74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요구로 12월 4일엔 전일보다 0.28% 하락한 1413.5원을 보인 이후 하락이 이어지면서 12월 27일엔 1476.0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반전해 1월 24일엔 1429.5원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요인을 통제하지 못한 제약이 있지만, 자본시장 지표로만 볼 때는 계엄 후폭풍이 치유된 듯 보이나 외환시장의 환율 회복은 주식시장에 비해서 더디다. 그런데, 실물경제에서 정성적으로 나타나는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감소, 투자부진 및 고환율의 우려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일은 국정 불안이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지행위인지 아니면 국헌문란 내란인지를 밝히게 될 탄핵심리와 구속기소 과정에서 찬·반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 과정에서 내란사건 제외와 심리절차에 대한 공정성, 공수처의 내란 수사에 대한 적법성, 직권남용혐의가 빠진 검찰의 내란혐의 기소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야는 물론이고 진영논리에 빠진 지지자들 간에도 대립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정국 불확실성과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사법·국회 기관들의 각자 제 역할 수행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기업지배구조이론을 국가조직에 접목해서 살펴보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조직에서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agency)인 것처럼, 국가조직에서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대통령, 국회의원 등)와 이들로부터 임명된 공직자(국회의장,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관 등)들은 국민에 대한 대리인이다. 대리인은 자신의 사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연유로 이들 대리인에게 파격적인 보수와 의전이 제공되는 건 아닐까? 공자는 "물이 배를 띄우지만, 배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말을 사용했다. 현실에서 군(君)은 협의 개념의 선출공직자는 물론이고 광의로 행정·사법·국회 등 국가기관 임명공직자로 확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 국가기관 선출·임명공직자들이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정신으로 훗날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국민에 대한 대리인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 혼란 정국에서 국민의 눈은 온통 헌재와 사법부에 쏠려 있다. 국민은 헌법재판소가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으로 탄핵 심판을 진행하길 기대한다. 사법부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公平)하게 '법과 양심, 그리고 상식'에 의해 재판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국론분열과 혼란을 민주적으로 해결하고, 모두가 승복하는, 국민이 하나 되는 방식이 아닐까? 이들 국가기관 임명공직자들에 대해 신주민수(臣舟民水)란 표현을 쓰면 과할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1-30 10:13:57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한 해의 액운을 막아주고 건강까지 지켜주는 '팥'

팥은 동지를 대표하는 음식을 넘어, 우리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일년생 초본식물인 팥은 소두 혹은 적소두라고도 하며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쌀이나 콩보다는 주목도가 떨어질지 몰라도, 동지 팥죽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깊이 각인돼 있다. 현재는 떡이나 밥, 죽, 빵은 물론이고 겨울철 붕어빵이나 호빵 등의 주재료로 간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팥은 두류이기는 하나 다른 대두와는 달리 지방의 함량이 굉장히 적고 대신 탄수화물의 함량이 좀 더 높다. 식이섬유의 함량 또한 높아서 양배추에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에 달한다. 두류의 특성상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말린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소고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체중관리,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팥은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의 보고이기도 하다. 철, 마그네슘, 칼륨, 아연 등 거의 대부분의 필수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티아민, 나이아신, 판토텐산, 엽산과 같은 비타민 B군 역시 마찬가지다. 팥의 껍질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은 항암·항산화 효능이 있는,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 성분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이 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해독 효과다. 많은 이들이 몸에 쌓인 독소의 영향으로 생긴 만성 피로와 두통, 부종, 냉증 때문에 고생을 한다. 이는 면역력 저하와 불면증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럴 경우 팥이 효과가 있다. 배설 기관의 기능을 촉진시켜서 각종 노폐물과 독소 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팥은 피부 미용에도 좋은 재료다. 세정 역할을 하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마사지나 세안에 활용하면 피부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되어 맑고 깨끗한 피부 유지에 효과적이다. 팥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처지는 피부의 탄력 유지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음식으로 먹거나 피부 미용 재료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2025-01-27 05:03:12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69>말도 안되는 꿈이 현실로…佛 근위대 샴페인 '봉발레'

<269>프랑스 샴페인 '봉발레' "샴페인 봉발레는 샴페인 하우스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자 하는 말도 안되는 꿈(crazy dream)에서 탄생했다." 프랑스 샴페인 협회가 봉발레를 소개하는 첫 구절이다. 봉발레는 기욤 봉발레가 2012년에 설립했다. 기욤은 처음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샴페인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이게 왜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지 보자.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가운데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하면서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지역적 제한은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다. 돈이 있다고 해도 샹파뉴 포도밭 구매는 커녕 재배한 포도를 사들이기도 쉽지 않다. 양조방식의 제한은 그만큼 비용으로 반영된다. 일반 와인의 숙성 기간에 더해 샴페인다움을 얻기 위해선 병 속에서 추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샴페인 시장의 경우 소수 대형회사의 점유율이 높고, 패밀리 하우스가 많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때문에 역사와 명성을 지닌 와이너리들도 샴페인 하우스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여겼다.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고도 생산한 샴페인이 자리를 잡기까지 20~30년은 기본으로 봐야하니 말이다. 반면 기욤의 조건은 어느 것 하나 유리할 것이 없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샹파뉴 중심부인 랭스에 왔다고는 하나 전통있는 와인 가문도 아니었고, 집안에 와인메이커 출신도 하나 없다. 포도밭은 물론 마련된 자본도 없었다. 샴페인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꿈이 전부였지만 기욤을 이를 위해 떼땡져와 포메리, 로랑페리에와 같은 프랑스 유명 샴페인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샴페인 양조와 세일즈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와 함께 샴페인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할만큼 공을 들였다. 말도 안되는 꿈이 현실이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프랑스 대통령궁을 호위하는 근위대가 2020년 공식 샴페인 리스트에 '봉발레 브뤼'를 올리면서다. 하우스의 첫 작품인 봉발레 브뤼를 2014년에 런칭했으니 불과 6년 만이었다. 나폴레옹은 '승리하면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하면 (샴페인이) 필요해진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근위대는 이를 기려 샴페인만 마시는데 철저하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만 선정한다. 당시 유명 대형회사들의 샴페인을 모두 앞서면서 봉발레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봉발레 브뤼'는 피노누아 70%와 샤르도네 30%로 만들었다. 잔에 따르면 짙은 황금색조에 기포가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청량한 청사과와 함께 잘 숙성된 샴페인 특유의 효모향이 매력적이다. 우아한 산도와 미네랄 느낌은 식전주는 물론 다양한 음식과 같이 마시기에도 좋게 한다. 기욤은 "우리는 봉발레가 단순한 샴페인 그 이상으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며 "봉발레의 도전과 모험은 편견을 부수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초대장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새해에도 못 이룰 것 같은 꿈이 있었다면 봉발레 한 잔을 마시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봄이 어떤지.

2025-01-23 14:58:49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 브리핑] 명절 분위기 살아나지 않는 설

해가 한 바퀴 꼬박 돌아 설이 채 일주일도 안남았지만 명절 분위기가 영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불황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데다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풀리지 않아서다. 심각한 점은 당장 먹을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부터 의복 등 준내구재,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까지 모든 소비가 일제히 줄었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과 불황이 길어지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상가마다 임대 표시가 나붙는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 며칠째 하락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1430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 안팎을 왔다갔다 하면 원재료 수입 가격도 덩달아 올라 국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당장 국내 유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이번주 들어 L당 1722.73원을 기록하며 15주째 상승세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평균 1798.29원으로 1800원대에 근접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를 기록한 건 2023년 11월 6일 1802.69원이 마지막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 성수품 가격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 수급 대책으로 도매시장 공급 물량이 증가했으나 배추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1일 기준 배추 1포기(2.0~3.0㎏) 가격은 633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860원)대비 64.0% 급등했다. 배추와 함께 가격 강세를 보이던 무는 1개당 316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000원) 대비 58% 올랐다. 선물과 제수용 수요로 거래가 늘어난 사과(10개)와 배(10개)도 각각 14.3%, 11.1% 오른 4만원,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민 반찬인 김 가격은 1년 전의 1.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마른 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최근 1562원에 이르고 있다. 한 장에 150원을 돌파한 것이다. '국민생선' 고등어 가격도 장바구니를 무겁게 한다. 고등어 국산 염장 중품 한 손(두 마리) 평균 소매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 6276원으로 작년보다 37% 비싸고 평년보다 54% 올랐다. 설 차례상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40만 원'으로 올랐다. 이상 기후 여파로 인한 농산물 생육이 부진했고, 환율 급등으로 농수산물과 석유류 등 수입 물가가 상승한 탓이다. 장 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도시락, 떡볶이, 햄버거, 김밥은 물론이고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도 4년 연속 4% 이상 오르는 등 '외식·런치·케이크플레이션'과 같은 신조어마저 쏟아질 정도다.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명절에 선물 챙기기는 사실 부담스럽다"라며 "월급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고물가는 가뜩이나 얼어 붙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서민과 취약 계층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한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취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물가의 근본적인 처방인 금리 인상은 가계 부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환율 역시 일방적으로 내몰리고 있는 처지다. 여야정이 중지를 모아 물가와 내수, 민생 안정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여야정은 어떠한 경우라도 민생과 경제가 최우선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025-01-23 06:00:22 이정희 기자
기사사진
[김준형의 '청맹과니'] 어른의 눈, 어린 왕자의 눈

'어린왕자가 살던 별은 딱 한 번,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있는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전드 축구선수였던 차범근 선수는 1979년 UEFA컵, 영국의 '에버딘'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겪은 수모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경기에서 차범근 선수가 골을 넣었다. 그런데 차범근 선수를 수비하던 영국 수비수는 화를 내면서, 차범근 선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훗날 차범근 선수는 '나는 아시아, 그것도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 이상은 아니었던 듯하다.'고 회상했다. 과연 영국의 수비수는 한국 선수가 아니라, 독일 선수였어도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있었을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차범근 선수가 모욕을 당한 것은 대한민국이 힘이 없는 약소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편견을 깨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 종교에 대한 편견, 사회적 지위에 대한 편견 등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숙제다. 그리고 인류의 남은 숙제가 때로는 잔인한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병력을 파견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처음 파병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걱정스러웠던 점은 북한의 병사들이 '대포밥', 또는 '고기 방패'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최근 보도되는 영상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병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차량도 없이 허허벌판을 걷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시작되면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도된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장비라고는 개인용 소총이 전부였다. 이들은 죽어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동료들의 죽음 앞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의 목숨 값은 드론 한 대의 값에 불과한 것일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만약 북한이 막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어서도, 러시아군이 북한 병사들을 저렇게 소모품 취급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군에게 있어서 북한군은 좀 죽어도 괜찮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되는, 미개한 나라의 그 어떤 존재로 취급되는 것 같아서 개탄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 북한군 2명이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턱을 다쳐서 말도 못하는 모습, 생포되기 전까지 5일간을 굶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쓰럽기만 하다. 우크라이나도, 또 전 세계에서도, 이 병사들을 '어른들의 눈'이 아니라,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비록 약소국의 국민이지만,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약소국의 국민이라 할지라도, 소모품이 되어서 죽어도 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1-22 13:09:42 구현재 기자
기사사진
[홍경한의 시시일각] '인간애'는 인간의 조건이자 미술의 조건

'인간애'(人間愛)에 대한 미술의 역사는 깊다. 오래전부터 적지 않은 작가들이 빈곤, 전쟁 등을 겪는 인간의 슬픔과 상실을 그렸으며, 어두운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참아내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잔혹한 전쟁에 반대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려 했던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1937)가 그렇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그들에 대한 연민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새긴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의 판화 작업들, 난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길 원했던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설치 작업들이 그렇다. 이 중 콜비츠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1903)에는 어머니와 죽은 아이 사이의 고통스러운 순간이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담겨 있다. 격변기마다 사회 운동에 참여했던 어머니는 전쟁으로 인해 자식과 사별하고, 죽음을 마주한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신과 이웃에 엄습한 세계를 응시했던 그에게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형상(Pieta)의 이 에칭(etching) 작업은 그의 '전쟁'(1921~1922) 시리즈 이상으로 인간애를 물씬 풍긴다.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역시 인간에 대한 애착이 녹아있는 작품에 속한다. 단순하게 보면 한 가난한 가족이 어두운 방안에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이지만 다섯 인물의 태도와 분위기에서 농민의 거친 삶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과 소박한 아름다움까지 담아내려 했던 고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실체는 가족 간 보이지 않는 사랑, 내 것에 앞선 배려와 희생이다. 인간애가 묻어나는 작품은 이 외에도 많다. 뱃사람들의 험난한 인생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절망을 피력한 일리아 레핀(Ilya Repin)의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1870~1873)을 비롯해 빈민과 노동자들의 삶과 개척 의지에 주목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의 숭고함을 형상화한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의 '브라질'(Serra Pelada Gold Mine, Brazil, 1986) 연작, 전쟁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포토몽타주 작품으로 폭력을 미화하는 나치 정권의 허위를 폭로한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의 작업 등도 궁극적으론 인간애를 바탕으로 인권과 인간의 존엄은 물론,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책임을 환기케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브라질 금광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군상과 아프리카 사헬(Sahel) 지대에서 결사적으로 유랑하는 유목민들의 묵시록적 풍경, 진흙 속에서 일하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은 사람들을 앵글에 담은 살가도의 작업은 인간애를 개인적 영역에서 끄집어내 사회적, 환경적 차원으로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인간 존재(Dasein)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고, 존재의 진정성은 이타성에 의해 실현된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하며, 삶에 대한 경외는 인간애의 가장 진솔한 형태이다. 그것은 개인의 경험적 범위에서만이 아닌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형성된 세계관과 관련이 있고, 그 내부엔 인간의 정서적인 차원의 활동들이 끊임없이 삶의 사실적인 차원들과 화해를 쌓아가는 과정이 들어 있다. 이런 과정들은 미술에 있어 익명의 이야기를 역사적 장에서 의식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억압받은 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행위이며,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모순을 인식하게 만드는 일이다. 비록 동시대에서 인간애란 한없이 허약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인간애야말로 증오로 가득한 현실의 문맥을 변경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인간의 조건인 인간애가 곧 미술의 조건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1-21 14:27:42 김현정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공생인가 공멸인가?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아야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논어. 爲政 11)"는 구절은 보수와 진보가 불가분의 보완관계에 있어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음을 갈파하고 있다. 배운 것을 새기고, 새롭게 터득해 가면 그 배움과 응용이 깊어지고 넓어져 커져 사표가 될 만하다. 여기서 고(故)는 이미 배워 간직하고 있는 것이요, 신(新)은 지금부터 새롭게 터득해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서로 보완적이어야 사람들의 삶을 점점 풍요롭게 할 수 있는데 서로 제 길만 가려다 보면 공존이 아닌 공멸의 길을 가야 한다. 역성혁명을 치른 나라에서 유교 정신을 빌미로 그칠 날이 없었던 골육상쟁은 온고지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였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배운 것을 맹목적으로 외우고 그에 집착하여 서로 따지기만 하고 트집만 잡고 늘어지니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이비 유학자들이 탐욕과 정쟁에 찌들어 사면팔방으로 나뉘어 목숨을 건 이전투구는 들개와 늑대들의 지칠 줄 모르는 싸움판이었다. 오늘날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고 저 혼자만 살겠다며 거짓으로 국민과 민생을 외치는 욕심 사나운 정치인들도 그들을 닮아가려는 걸까? 정이지, 타락한 보수도 무섭고 거짓 구호만 요란한 진보도 겁난다. 보수의 탈과 진보의 가면을 쓰고, 무엇이든 "네 탓이다"라며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조성하고 적개심을 부추겨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광경은 보기도 지겹다.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이대로 가자고 하면서 사람 살아가는 기본 도리를 외면한다면 막무가내 수구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대로 제 밑도 닦지 않는 자들이 새롭게 가자고 외치는 길이 현실과 이상을 외면한 구호만 외친다면 나라의 미래를 어찌 기약하겠는가? 보수와 진보의 말싸움을 들여다보면, 누가 보수주의 관점을 가졌는지, 누가 진보주의 시각을 가졌는지 혼란스럽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상은 없고 환상에 빠진 거짓 진보와 그저 약삭빠르기만 한 가짜 보수의 말다툼을 따라 사람들이 엉뚱하게 편을 가른다는 점이다. 쓸데없이 적대 감정을 가지며, 까닭 없이 미워하다 보니 사회 역동성을 무뎌지게 하며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절대 필요하다. 막무가내 한쪽으로만 노를 젓다가는 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엎어지기 마련이다. 세상살이에서 온고(溫故)는 변할 수 없는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고 보전하려는 다짐이고, 지신(知新)은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여 변화와 발전을 이루려는 자세다.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야 하는데, 무엇이든 그냥 움켜쥐려다가는 퇴영의 길을 가야 한다. 변화를 모색할 때는 과거나 현재보다 나아진 길을 가야 하는데, 무턱대고 다른 길을 가자고 하다가 만사를 그르치고 공멸의 길을 가기 쉽다. 경제 성장과 발전 또한 온고지신 자세로 전통적 가치를 지켜가면서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지향 가치를 추구해야 기대효과가 높아진다. 평범한 이치를 아무도 모르는 척 행동하니 답답할 뿐이다.

2025-01-20 15:21:4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연윤열의 푸드톡톡] CES 2025에서 주목받은 AI 기반 푸드테크 기업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의 주제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몰입(dive in)'이었다. 매년 초 열리는 CES는 소비자 가전 박람회의 약자로 1967년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소비자 가전제품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기술과 산업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모바일,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우주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올해 열린 CES 2025에는 160여 개국에서 14만 명 이상의 관람객과 4500여 기업이 참가했으며 대한민국은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대거 참가하여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가국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올해 CES 2025에서는 푸드테크 혁신기술들도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 기업인 대동 AI 식물 재배기를 비롯하여 AirFarm: FOOD ARK의 스마트팜, Kirin 소금스푼, AstroBrew 콜드브루, Apecoo 와플제조 로봇, iGulu 양조로봇, Artly 바리스타 로봇, Kara Water 식수장치, Gardyn 모듈형 정원 시스템 등이 선을 보였다. 이들 제품들 대부분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그동안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껴왔던 번거로움과 사소한 귀찮음 등을 AI와 푸드테크로 대체해 주었다. 자동화된 식물 재배 환경 제어, 물 부족 지역과 도시 농업에서의 지속 가능한 농업 솔루션, 저염식이 필요한 사용자를 위한 짠맛 시뮬레이션, 신속한 콜드브루 커피 추출, 자동화된 와플 제조, 홈 브루잉 양조장치, 커피 제조 자동화, 공기 중에서 수분을 포집하여 식수 및 커피 추출, 자동화된 수경재배 시스템 등이 눈길을 끌었다. 대동 AI 식물 재배기는 AI와 농업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식물별로 최적의 재배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생육상태를 분석하여 수확 시기 예측이 가능하다. AirFarm: FOOD ARK는 한국 스타트업 미드바르의 스마트팜 솔루션으로, 물 부족 지역과 도시 농업에서 강점을 가지며, 용수 사용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Kirin 소금스푼은 미세한 전류를 통해서 짠맛을 시뮬레이션하여 저염식이 필요한 사용자에게 염분량을 줄어 들지만 짠맛은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stroBrew는 콜드브루 커피를 신속히 추출할 수 있는 장치로, 기존 12~24시간 걸리던 추출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켰다. Apecoo와플제조 로봇은 반죽부터 조리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여 소음 감소와 스마트 모니터링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iGulu는 복잡한 맥주 양조 과정을 자동화한 홈 브루잉 양조장치로 재료 투입부터 발효까지 전 과정을 처리한다. Artly 바리스타 로봇은 AI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커피 제조 과정을 자동화한 바리스타 로봇이다. Kara Water는 공기 중의 수분을 포집하여 깨끗한 식수를 만들고, 동시에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디스펜서를 장착한 제품이다. Gardyn 모듈형 정원 시스템은 자동화된 수경 재배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집에서 신선한 허브와 채소를 직접 재배할 수 있다. CES 2025에서 소개된 푸드테크 혁신 기술들은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강조하였으며, 농식품과 외식산업의 미래를 인공지능 기술로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푸드테크의 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5-01-20 14:20:54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감기 걱정 뚝 떨어뜨려 주는 '방풍'

허약한 사람들은 찬바람이 불기만 해도 쉬이 감기에 걸리고 평소 건강했던 사람들도 조금만 관리에 소홀하면 겨울철에는 한두 번은 감기에 걸리게 된다. 일 년 내내 날이 좋다는 캘리포니아나 마이애미로 이사를 갈 게 아니라면 한국인에게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과 감기는 숙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바람을 막아준다는 이름을 가진, 실제로 호흡기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방풍은 소중한 약재이자 식재료이다.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방풍은 1미터 정도 높이까지 자란다. 조금은 쌉싸름한 맛과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며 나물로는 물론 육류, 어류 요리의 곁들임 재료로도 활용도가 높다. 방풍 잎은 각종 비타민 함량이 높고 봄철 우리를 괴롭게 하는 미세먼지, 황사 등을 씻어내고 유해물질을 배출시킨다고 알려지면서 요즘 들어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방풍에서 약재로 쓰이는 부분은 바로 뿌리다. 방풍의 뿌리는 가늘면서도 길고 아래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진다. 이 뿌리를 건조시켜 약재로 사용하는데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그 맛은 맵고 달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해소시키는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한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 전신 증상에 효과가 있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물 2리터를 기준으로 할 때 볶은 방풍 30g 정도를 넣은 후, 약한 불로 충분하게 우려내어 자주 마신다면 감기의 증상 완화와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감기에 걸렸을 때가 아니어도 방풍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근육이나 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잦은 육체노동으로 피로가 쌓여 몸 곳곳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방풍은 효과가 있다.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정체되어 있는 체액이나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방풍은 이름 그대로 중풍을 예방한다고 할 만큼 효능이 좋은,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본초다. 식재로도, 약재로도 방풍과 친해진다면 이번 겨울 감기 걱정은 뚝 떨어질 것이다.

2025-01-20 05:02:58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로그인 된 계정이라도 사진 열람 등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현대 사회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의견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에 기반해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활동이 SNS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SNS에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범람하고 있어서 그에 따른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년 말 타인의 정보 탐색과 관련된 의미 있는 판결이 하나 선고됐다. 피고인이 배우자인 피해자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에 피해자의 인터넷 구글 계정이 로그인 돼 있었는데, 피고인이 이를 발견하고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피해자의 구글 계정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탐색한 것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죄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구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즉,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인지가 위 사건에서 문제됐다. 그리고 위 사건의 원심은 "피고인이 이미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돼 있는 상태를 기화로 사진을 탐색했을 뿐이므로 정보통신망 침입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2021도5555)은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해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먼저 대법원은 "(구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에서)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허용되는 범위를 설정하는 주체는 서비스제공자이고 따라서 서비스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이용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경우 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서비스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이어서 대법원은 "피해자의 구글 계정에 관한 사진첩 서비스제공자인 구글은 피해자에게만 식별부호를 이용해 위 사진첩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해 구글 계정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피해자나 구글로부터 아무런 승낙이나 동의 등을 받지 않고 위 사진첩에 접속할 수 있는 명령을 입력해 접속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서비스제공자인 구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인 피해자의 구글 계정 사진첩에 접속한 것이고,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으므로, 구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침해자가 부정한 방법 등으로 피해자의 계정에 로그인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피해자에 의해 로그인돼 있는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 침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SNS 등 정보통신망 서비스와 관련된 보호를 강화한 판결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를 때에 앞으로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등에서도 계정 로그인이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동의 없이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 등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25-01-19 13:35:50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