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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정부와 민간부문 부채 현황과 진단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부채 규모와 수준은 증가하고 있다. 먼저 국가부채를 보자. 국가채무에는 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을 기준으로 하는 국가채무(D1)와 여기에 비영리공공기관의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D2)가 있다. 정부가 밝힌 2023년 국가결산보고서(D1기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023년에 50.4%로서 이제까지 나름 경계선으로 여겨왔던 5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IMF가 집계한 D2기준의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 55.2%로서 전 년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면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는 어떤가? 한국은행 자료에 나타난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2023년 2734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GDP 대비로는 122.3%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채 또한, 2023년 2246조 원으로서 GDP 대비 105%로 매년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정부, 기업, 가계 채무를 합쳐 보자. 정부 부채는 보수적으로 D2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1233.7조 원이고, 여기에 기업과 가계부채를 모두 합치면 총합계가 무려 6213.7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를 2023년 총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채규모는 1.25억원이 된다. 과히 부채 공화국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혹자는 "국가채무비율이 우리보다 유럽이나 일본이 더 심각한 100%를 상회한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기업 및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부채 규모가 증가한 원인과 그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국가채무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비용과 재난지원 등에 의한 400조원에 육박하는 정부지출 증가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고령화 추세로 인한 복지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경기 부진 등으로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못하면 세출과의 부족분 만큼 국가부채로 늘어나게 된다. 선진국에 비교해서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울삼아 국가균형재정을 지켜야 한다. 기업부채 증가원인으로는 부동산부문으로의 신용대출 확대, 경기부진에 의한 영업자금 수요증가, 그리고 대기업의 시설투자(반도체, 2차전지)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2023년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잔액이 기업부채 잔액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부채의 상당 부분이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부문에 몰려 있다. 코로나 이후 고금리로 인해 외국의 경우 기업부채가 줄어든 것과는 달리 우리는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원인 또한,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개인의 자금 수요의 확대라 말할 수 있다. 최근 고금리하에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 불안정이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주요 선진국을 보더라도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은 나라로서 우리가 유일하다. 최근 정부는 신용대출이 부동산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은행권에 대해 차입자의 주택담보와 신용대출을 포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의 부작용으로 부동산구매와 무관한 서민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신규대출이 막혀 시름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2023년 정부와 민간의 부채가 GDP 대비 278%라는 사실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의미를 몇 가지 보자. 첫째는 부채 규모가 크더라도 자금이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입되고, 경제 신장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과도하게 높은 부채 수준은 결국 소규모 개방국가인 우리 경제에 주는 외부충격이 매우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채무조정을 통한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부채는 은행권도 수익을 위해 제공한 부채이므로, 고정이하여신에 대해 채권자인 은행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부채 책임의 일부를 지게 하는 것이다. 채무조정에 의한 부채감축이 일시적으로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는 긍정적이다. 셋째는 경제 신장을 위한 혁신경제의 강력한 추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벤처생태계가 현재의 흉내 내기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대수술이 시급하다. 채무조정과 혁신벤처생태계 작동이 여발통치(如拔痛齒)와 같은 묘수는 아니지만 진정한 부채 해법이 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11-07 08:17:4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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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지난 4월 17일, 국제적 문화예술 노동자 그룹인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rt Not Genocide Alliance, ANGA)은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적힌 붉은색 전단지를 뿌리며 이스라엘 국가관의 베니스비엔날레 참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나라별 전시장이 밀집해 있는 자르디니(Giardini) 내 일원과 리알토 다리(Rialto Bridge) 등지에서 이뤄진 시위에 앞서 'ANGA'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청원에는 예술가, 큐레이터, 문화계 인사 등 2만4000여 명이 서명했다. 고대 조각상이 등장하는 영상 작품 'Keening'(2024)을 선보일 예정이던 이스라엘 국가관 대표 작가 루스 파티르(Ruth Patir)와 큐레이터인 미라 라피도트(Mira Lapidot), 타마르 마르갈릿(Tamar Margalit) 또한 전시장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대신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전시 연기 안내문을 외부 유리창에 부착했다. 가자지구 내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보이콧(Boycott)은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전개됐다. 전 세계 출판·문학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출판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선언문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선언문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를 포함해 수천 명의 문학 창작자, 출판인, 번역가, 서점·책방 운영자와 종사자 등이 연대 서명하며 이스라엘 및 공모 기관과의 관계를 중단하자는 주장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영화계도 침묵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영화인 700여 명은 제81회 베니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Dani Rosenberg)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Of Dogs and Men)에 대해 전쟁의 책임 여부는 외면하면서 이스라엘을 미화한다며 상영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올 10월 3일 한국 문화예술인 800여 명 역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해당 영화에 대한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처럼 국외 미술인들과 국내외 영화계, 문학·출판계 구성원들은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인 4만여 명을 비롯해 레바논과 이란인 등 수없이 많은 사람을 살해한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다원적 연대를 통해 21세기 제노사이드(Genocide)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용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는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의 아트워싱(Art washing)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는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억압에 대한 저항과 민주·평화·비폭력적 가치를 추구하며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행사에 역대 최대인 30여 개의 국가관(파빌리온)을 마련하며 이스라엘 문화 기관인 CDA홀론을 포함시켰음에도 소위 지식인이라는 이들조차 끔찍한 전쟁과 광주비엔날레의 위선적 태도를 언어화, 문자화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출판·문학계의 선언문을 생각하면 참으로 겸연쩍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의 인식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국가 전시가 아니라 CDA홀론이라는 미술 기관에서 하는 전시"라고 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전쟁을 강행하는 나라(이스라엘)의 특별전을 여는 것은 부끄럽다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왜 비엔날레에 그런 정치적 이념을 대입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비엔날레 공식 보도자료에 이스라엘을 31개의 파빌리온 중 하나로 묶어 발표한 것은 자기 부정이다. 집단학살 방관 기관과 전쟁 미화를 거부한 출판·문학인들, 영화인들은 모두 이념 집단이다. 부정의는 그릇됨과 올바름의 영역이자 양심의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국제 미술행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가장 부끄럽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1-06 11:02:5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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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The buck stops here

"The buck stops here."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저런 문구가 명패에 새겨져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국정 운영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러나 지금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도 11년 만에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내보내 국정 운영방안을 대독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탄핵집회까지 하는 등 최소한의 예우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시정연설에 갈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지만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서부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명태균 녹취록 파문 등으로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혼돈스러운 정국의 중심에는 용산 대통령실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 때는 한 솥밥을 먹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대통령실의 해명과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싶다. 이런 이슈 가운데 일부는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하지만 그건 순전히 법적으로만이다. 법과 '민심'에는 괴리가 있다. 법리적으로는 죄가 없어도 심리적·윤리적으로는 죄가 있을 수 있고, 법은 무죄를 선고해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유죄인 경우가 많다. 대통령과 참모진 중에 율사들이 많아 법적인 유·무죄만 중시하는 건지는 몰라도, 이는 민심을 헤아리는 처사가 아니다. 이런 민심을 야당은 활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야권에서 서서히 장외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거야인 민주당은 '탄핵' 얘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이는 '아직까지'다. 조국혁신당에서 이미 탄핵 얘기를 꺼내고 있어 민주당이 언제 탄핵 대열에 동참할지는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대한 공세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에도 민주당은 명태균씨의 또 다른 녹취록을 공개했다. 명씨는 증거를 모두 불태우겠다고 했지만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잇따른 녹취록 공개가 이를 증명해준다. 명태균 씨를 둘러싼 스캔들이 앞으로도 줄줄이 나와 현 정권의 존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 인사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정무적 감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 4월, 소위 '대파 사건'에서도 윤 대통령이 대파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발언했던 건 주위 참모들의 잘못된 정보제공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지금까지 일련의 상황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까지 불참한 것은 결정적 판단 오류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The buck stops here'가 아니라 'Pass the buck(책임은 나에게 없다)'이란 행태만 보여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진솔한 대답을 하겠다고 한다. 이번 기자회견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걸 보여야 한다.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정보를 왜곡·제공하는 주위 인물들에 대한 쇄신도 결단해야 한다.

2024-11-06 09:30:2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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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의료 개혁' 하려다 '의료 박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 개혁이 의료 파탄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처음 정부의 의대 증원은 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며 반발하자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부정 여론이 커졌다. 이미 의대 교육 파행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 대다수 의대 1학년 학생들의 휴학으로 사실상 의대 한 학년이 없어진 상태다. 본과 4학년도 대다수가 수업을 듣지 않아 당장 내년 의사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올해 9월 시행된 의사국가시험 실기에 예년의 10분의 1 수준만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사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문제가 생긴다. 동맹 휴업은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최근 의대생들의 휴학을 조건없이 승인함으로써 의대 증원을 놓고 벌인 의-정 갈등에서 의사 단체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의대생 휴학 승인은 집단 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의대생이 돌아와도, 돌아오지 않아도 문제다. 올해 휴업했던 의대 1학년생들이 내년 3월 복귀하면, 내년 신입생 4500명과 합친 최대 7500명이 1학년 수업을 함께 들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이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기자재, 교수 부족 등으로 의대 교육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의대 수업은 물론 전공의 수련까지 향후 10년간 함께하면서 교육도 수련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휴학 승인시 등록금을 돌려줘야 해 대학들은 재정난도 걱정해야 한다. 이에 의료계는 한 발 나아가 내년 의대 신입생 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의학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며, 이미 진행 중인 내년 신입생 정원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 휴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대량 유급·제적 사태로 번져 의학교육 파행이 벌어진다.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리 불능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대학들은 1년 4학기제, 분반, 온라인 강의 확대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강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특히, 내년 의대 정원이 크게 증가한 지방 의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당사자인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의대 증원을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아무런 협상력도 보여주지 못한 정책 당국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의대 증원 불가를 못 박아두고 정부와 대화를 거부한 의사단체 또한 공동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의사 단체에는 지금의 의대 교육 파탄을 유도하거나 방관한 죄를 물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정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 자의반 타의반 휴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물론,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의대 증원과 정원 조정 여지가 생기면서, 의대를 지원하지 않은 대다수 수험생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라도 의대 교육 파행을 막기 위한 논의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의·정 중심 협의체 구조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의대 증원의 근거인 미래 의사 수요와 공급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도출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2024-11-04 16:41:1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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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경의선숲길에 걸려있는 작은 공

아내와 함께 경의선숲길을 걸었다. 끈질긴 여름을 떨치고, 가을의 프롤로그를 느끼고 싶었다. 공덕동에서 걷기 시작해 서강대 가기 전 쯤이 되었다. 남매로 보이는 어린 아이 두 명이 나무에 걸린 공을 잡으려고 높이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공은 낮은 가지에 걸려 있었는데, 지나가던 젊은 연인이 발을 올려 쉽게 내려주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의 공은 더 높은 가지에 걸려 있어, 도저히 손을 뻗어 내릴 수 없는지 청년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때 멀찍이 작은 벤치에서 인기척이 났다. 벤치에 앉아서 작은 공들의 서사를 모두 지켜보고 있던 외국인 노부부가 우산을 건네주었다. 다행히 키가 꽤 큰 청년이 그 우산을 받아서는 두 번째 공을 가지에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학습도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습도시는 지역주민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학습도시로 전환하며, 지역주민들이 평생학습을 통해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들 간의 관계와 협력적인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지역 내에서 지식이 효과적으로 공유되기 위해서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네 가지 중요한 관계적 특성이 지식 공유를 촉진한다. 첫째, 다른 사람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 둘째,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얻을 수 있는 것, 셋째,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려는 의지, 넷째, 관계의 안정성이 학습과 창의성을 증진시킨다. 이 네 가지 특성은 학습도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들 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학습도시는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학습도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서로의 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서로의 전문성과 경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습도시의 핵심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주민들 간의 관계가 부족하거나 지식과 정보가 일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학습도시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주민들 간의 지식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필요한 시점에 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제한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정기적인 학습 모임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교류는 주민 간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지역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학습도시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주민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식 창출과 공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경의선숲길에서 우산을 건네받아 공을 내린 젊은 남성의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의 도구와 지식을 공유할 때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식과 경험이 공유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도시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11-04 10:16:0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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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바닷속 미네랄의 보고 '파래'

겨울이 되면 주변이 온통 스산해진다. 짙푸르렀던 녹음은 간데없어 꽃 피는 봄을 기다리게 한다. 하지만 바닷속은 많이 다른 모양새다. 김이나 매생이 같은 해조류들은 제철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파래'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파래는 김이나 미역만큼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영양소만큼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해외에서 슈퍼푸드로 인기가 높아진 김에 비견할 만하다. 다만 적지 않은 이들이 '파래김' 때문에 파래 역시 김의 일종이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김은 홍조류, 파래는 녹조류로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다. 파래김이라고 하면 김을 주재료로 일정 비율 파래를 섞은 상품을 말한다. 가장 먼저 파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30% 정도의 함량(말린 것 기준)을 자랑하는 식이섬유다. 몸매 관리에 적극적인 다이어터, 변비로 인해 고민이 많은 이들은 파래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말린 감태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못지않을 만큼 필수 아미노산 역시 가득 들어있다. 반면 지방은 거의 없으니 쉬이 살이 찌기 쉬운 겨울철, 체중 관리와 건강관리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식재료다. 파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필수 미네랄 역시 풍부하다. 가장 먼저 마그네슘을 꼽을 수 있다. 마그네슘은 단백질 합성, 그리고 근육과 신경 기능에 작용하며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는 필수 미네랄이다. 눈 주변 떨림과 근육 수축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영양제로 자주 찾는 성분이기도 하다. 해조류는 대체로 높은 마그네슘을 함량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 파래의 일종인 가시파래는 모든 식재료 중 최고 수준이다. 흔히 감태라고 알려진, 김처럼 얇으면서도 푸른색을 자랑하는 식재료가 이 가시파래로 만들어진다. 마그네슘 외에도 칼슘, 칼륨, 인, 요오드 등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눈에 띄며 미역에는 없는 비타민 C 또한 파래의 장점이다. 그 밖에도 엽산, 비오틴, 비타민 B12 등 비타민 B군 역시 우리가 파래를 꼭 먹어야 하는 이유다.

2024-11-04 04:15:3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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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8>"와인은 신이 내린 선물"…조지아 와인

<258>조지아 와인 "와인은 우리에게 시이자 종교이며, 일용할 양식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다. 우리의 고조선 건국이 기원전 2300년인데 조지아(옛 그루지야)는 기원전 6000년,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부터 포도를 경작해 와인을 만들었다. 고고학적 유물로 증명되면서 조지아는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만나보고 싶어도 막상 기회가 잘 닿지 않았던 게 조지아 와인인데 서울에서 조지아 와인 축제가 열렸다. 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 조지아 대사는 지난달 열린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 2024'에 참석해 "조지아는 500가지 넘는 토착 품종을 바탕으로 놀랍도록 다양한 와인이 있다"며 "조지아인에게 와인은 단순한 상품 이상의 신성한 것으로 공동체 축하와 기쁨, 따뜻함을 나눌 때 함께하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 와인은 처음이니 일단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크베브리다.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달걀 모양의 전통 항아리다. 우리에게 땅에 묻었던 김칫독이 있다면 조지아에는 와인독(?)이 있었다. 놀랍게도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고, 크베브리를 이용해 와인을 만드는 양조법은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어떤 첨가물도, 양조자의 개입도 필요 없다. 크베브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난다. 씨 등 잔여물은 아래로 가라앉아 쌓이고, 위에는 맑은 와인이 익어간다. 조지아 와인이 다른 곳의 어떤 와인보다 고유의 개성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크레브리로 양조한 와인은 와인 이름에도 크레브리를 명시한 경우가 많다. 다음은 와인을 만드는데 쓰이는 포도품종이다. 와인의 발상지 답게 무려 525종이 넘는 토착 품종이 있다. 이 가운데 상업적으로 와인 양조에 주로 쓰이는 품종은 30종 안팎이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하나도 기억이 안 날때가 많다. 이번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각각 대표품종 하나씩만 제대로 익혀보자. 레드와인 대표품종은 사페라비다. 진한 색에서 연상할 수 있듯 숙성 잠재력이 탁월하다. 재배 지역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날 시음한 '키베리오니 사페라비 2020'은 진한 루비색에 체리, 블랙베리향이 올라온다. 깊은 풍미로 여운은 길지만 타닌이 많지 않아 레드와인이라도 편하게 마시기 좋다. 화이트와인 대표품종은 르카치텔리다. 산미를 살리면서도 탄탄한 맛을 낼 수 있는 품종이다. '키베리오니 르카치텔리 2019'는 옅은 볏짚 색상인데 예상보다 무게감이 있는 화이트와인이었다. 신선한 과실향에 좋은 산미로 우리 음식 가운데 빈대떡 등 전류와 잘 어울린다. 현재 조지아 와인은 한국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조지아가 와인 수출의 전략적 지역으로 꼽은 7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조지아 내셔널 와인 에이전시의 마케팅 담당자인 마리암 메트레벨리는 "한국의 조지아 와인 수입은 작년 42%나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8월 말 기준으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조지아는 한국과 경제협력을 한창 논의 중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와인에 있어서는 큰 장벽인 세금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조지아 와인을 더 낮은 가격으로 맛볼 수 있게 된다. 칠레 와인도 FTA 체결을 계기로 수입이 크게 늘었다. 두 나라를 잇는 항공 직항 노선도 검토되고 있다. 조지아 와인의 마지막 잔을 비우기도 전에 이미 내년 계획이 세워졌다. 직항 비행기를 타고 '와인의 고향'에서 맛보든, 한국에서 싸고 다양해진 조지아 와인을 마시든 내년은 조지아 와인을 만나는 해다. 조지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기쁜 날엔 26잔의 와인을 마시고, 슬픈 날엔 18잔의 와인을 마신다. " 와인 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리가.

2024-10-31 15:52:5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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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이복현 금감원장과 PF 구조조정

10월이면 반드시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평소에는 존재감 없는 노래지만 10월의 마지막주에 대폭발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끝 무렵에도 모든 라디오 채널에서 모든 DJ가 한번 쯤은 꼭 틀어주고 있다. 이 노래는 연인과의 이별을 회상하며 가슴 아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어쩌면 이 노래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상기하는 효과도 있다. 부동산, 금융쪽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름이 떠오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2년전 10월, 자본시장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던 강원도 공기업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시장에 큰 충격이 나타나고,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크게 증폭되었다. 급기야 부동산 투기 열풍을 타고 급작스레 증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되며 매달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건설사들이 연이어 부도가 나고, 수십만명의 건설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무리하게 PF 대출에 관여한 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 부동산 신탁사들이 곤욕을 치르며 PF발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 때 '구원투수'로 전격 나선 것은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도 아닌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었다. 신속하게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재정비하고 이에 따라 모든 금융권역에 대해 평가한 뒤 옥석을 가려서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사실 금감원의 PF 대책은 PF 구조조정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원래 구조조정은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긴밀한 PF 구조조정 작업으로 위기를 단숨에 잠재웠다. 이복현 금감원장 덕분에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은 지금까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진두지휘한 구조조정 작업은 역대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성공 요소를 보면 첫째 타이밍이다. 통상 구조조정은 위기가 발생한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지만 이번은 달랐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시장의 부담과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금감원장의 강한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두번째는 메시지 관리다. 자칫 저항이 예상되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해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노력한 결과 반발을 최소화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세번째 체계적인 준비와 진행이다. 업권별로 상이했던 PF 평가 기준을 새로이 정비해 PF 부실을 제대로 평가할 수있는 기준을 만들고 전 권역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직설적 화법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PF 구조조정은 이복현 금감원장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대 금감원장을 살펴보더라도 과연 이정도 역량을 발휘했던 사람이 있을까 싶다. 현재 PF 구조조정은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마지막 험난한 과제가 진행중이다. 자칫 금융위기로 전환될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이복현의 금감원은 적절한 감독과 대응으로 시장을 안정화 시켰다. 그 성과는 대단하다. 이제는 한시적인 정책이 아닌 건전하고 안정적인 금융 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도 금융산업도 크게 발전할 수 있다.

2024-10-30 16:27:22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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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억제된 모험, 마늘의 매운맛

경악전서(32),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3), 광제비급(28), 교주부인양방(3), 군중의약(1), 금궤요략(3), 금료소초(3), 급유방(6), 내의원정례(탁지정례) (1), 단곡경험방(8). 이들은 '마늘'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한의학 고문서DB에 수록되어 있는 결과로, 괄호안 숫자는 마늘이 언급된 횟수다. 이 가운데 금료소초(金蓼小抄)에는 "卒然中暑氣閉, 取大蒜一握, 道上熱土雜硏爛, 以新汲水和之, 濾去滓, 灌之卽蘇. 見(避暑錄). 갑자기 더위를 먹어 숨이 막힌 경우에는, 마늘 한 줌과 길 위의 뜨거워진 흙을 한 데 섞어서 문드러지게 갈아서 새로 길어온 물에 타서 찌꺼기를 걸러내고 입 속에 부어주면 즉시 깨어난다"라고 쓰여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기를 내리고 악창을 아물게 하고, 토혈을 멎게 하고, 심장병에 도움을 준다고 했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필수적 조미 작물로 알려진 마늘은 우리에게 100가지가 유익하고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특이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뜻에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하였다. 마늘, 고추냉이, 양파와 같은 조미 향신료의 매운맛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맛이라기보다 자극과 고통이라는 감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맛을 즐기는 이유는 매운 물질을 감지할 때 나타나는 인체의 불편한 경고(시그널)에 대한 일종의 '억제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의 정상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고통을 그 자체로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매운맛과 같은 통증 감각은 뇌에서 천연의 통증 완화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 은근히 쾌감이 남게 된다. 우리가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적으로 즐기는 이유는 이러한 자극이 섭식에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화학적 원인 물질은 메탄에티올과 메틸알릴설파이드라는 함황화합물이다. 이러한 물질은 마늘이 소화기관을 통과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후 6~18시간 사이에 냄새가 정점에 달한다. 한편, 입안에 잔류하는 티올이라는 냄새 성분은 과일과 채소에 함유되어 있는 갈변 효소에 의해 마늘 냄새를 무취한 분자 형태로 변형할 수 있으므로 마늘 섭취후에 샐러드나 사과를 먹으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클로라민을 함유한 구강 세척제도 마늘의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다.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에서조차 마늘이 갖는 살균작용 및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 바이러스 작용 등 약리적 기능성으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한 바 있다. 마늘이 슈퍼푸드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알리신(allicin)과 아조엔 등과 같은 강력한 항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약리적 작용을 하여 심혈관 질환자나 당뇨환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마늘은 피로회복 비타민인 비타민 B의 흡수를 도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북돋는다. 마늘은 기원전 4000년경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마늘에 대한 비용을 적은 기록이 피라미드 벽에서 발견되었을 정도이며, 우리나라 삼국유사에 마늘(蒜)과 쑥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아 사람이 되었다는 건국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마늘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대표식품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유럽 혹은 중앙아시아로 추정한다. 고대부터 요리의 재료보다는 약재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래종으로 추운 지역에 적응한 지형과 따뜻한 기후에 적응한 난지형으로 구분한다. 재배 수량, 병해충 저항성 등 다양한 이유로 도입되어 적응한 도입종으로 남도마늘, 대서, 자봉마늘 등이 있다. 마늘은 무게의 6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타민 C, 비타민 B1과 B2, 칼륨, 인 등의 다양한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생리활성물질인 폴리페놀과 유기화합물인 알린(alliin)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알린은 마늘의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풍기게 하는 주성분으로, 알린 자체에는 향이 없지만 마늘을 다지거나 썰게 되면 마늘 속에 들어있던 알리나제(allinase)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알린이 알리신으로 전환된다. 마늘의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고 결핵균, 무좀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 콜레라, 장티푸스균 살균 효과가 있다. 마늘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고 위암이나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항암, 항산화 효능이 우수하고, 비타민 B는 우리 몸의 면역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연윤열 ESG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4-10-30 10:53:13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