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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유종의 미 사라진 21대 국회

21대 국회가 마지막 날까지 실망만 남긴 채 오늘로 종료됐다. 21대 국회는 민주당 계열이 192석, 국민의힘 계열이 108석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원하는 거대 여당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잇딴 당정의 실책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당 자리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내내 여야의 협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제21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인 29일까지도 여당과 야당은 대립과 비난을 이어가,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21대 국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 대 강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민생 법안은 철저히 외면됐다. 유통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비롯해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지원이나 사회적 통제 등을 다루는 법안들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수년 째 공허한 울림만 계속 되는 국민연금 개혁도 다음 국회로 넘어간다.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이 무려 1만6370여 건에 이른다. 민생을 내팽개친 책임은 국회에 있는데, 21대 국회는 마지막날까지 그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여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 때문에 각종 상임위,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책임은 오롯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져야 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씌웠다. 그러면서 "민심을 거스르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라며 정권이 몰락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일부 야권에선 대통령 임기단축이나 탄핵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란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인들이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바로 지난달까지,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후보들은 '국민을 대표하겠다'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떠들었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서로 권력을 갖겠다며 싸우고 있다.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안들은 제쳐둔 채 말이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만한 것은 2021년과 2022년 예산안이 정해진 시한 내에 통과됐다는 것뿐이다. 토론과 협상이 사라진 국회의 갈등양상은 행정부로 옮겨갔다. 거야(巨野) 주도의 국회에서 통과시킨 4개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로 이어진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화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은 대통령의 14번째 재의요구권 행사 법안으로 기록된다. 이런 극과 극의 대립, 강 대 강의 대치는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예전처럼 몸싸움을 안 한 게 어디냐는 조롱이 나오는 걸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문제다. 22대 국회는 이번 21대 국회보다 갈등과 반목의 깊이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에 대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재추진을 선언했다. 지금 선진국들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온갖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부존자원도 없고 땅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는 그들보다 더 혜택과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선 그런 생각이 '1'도 보이지 않아 암울하다.

2024-05-29 16:02: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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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노동법원, 사회적 합의 가능할까

노동 분야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당일 오전 고용부와 법무부 양 부처 차관이 만나 노동법원 설립 논의와 관련된 일정, 방향, 원칙들을 논의했다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총선 이후 열린 첫 민생토론회에서 노동법원의 대통령 임기 내 설치를 추진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었다. 이틀 뒤엔 이 장관은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갖고 노동법원 설립 논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었다. 노동법원은 노동법과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판사들이 참여해 분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노동분쟁 사건은 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행정소송, 대법원 판결 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8심까지 갔고, 그 과정에서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노동법원을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의 경우 노동사건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경제적인 소송절차를 진행한다. 윤 대통령도 노동법원 설립 추진을 지시하며 "임금체불 소송이 민형사로 나뉘어 상당 기간 소요됨에 따라 한시가 급한 노동 약자들에게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법원 설립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노동법원 설립 논의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 얘기가 나오면서 전담 법원이나 전문재판부 설치가 제안됐고, 이후 18대~21대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그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노동법원의 관할 범위나 다루는 내용, 노사 참여 여부 등 쟁점이 많았고, 각 쟁점에 대한 노동자와 사용자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법원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노사 분쟁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신뢰가 없었다는 얘기다. 노동법원 설립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은 맞지만, 과거처럼 같은 쟁점에서 노사 이해당사자가 첨예한 의견차를 보인다면 사회적 합의가 나오기는 힘들다. 이 장관도 노동법원이 임기 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 조건이라고 했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 한정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있다. 이 장관은 노동법원 설립이 관련 쟁점이 너무 많아 결론이 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수준에서 임기 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노동법원 설립을 먼저 공론화한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되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법원이 재벌기업에 유리한 판단을 한다는 노동자측 인식을 불식시키고 그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도 노동법원을 설립하겠다는 목적을 공유한다면, 한 발 양보하는 자세와 결단이 필요하다.

2024-05-27 16:49:0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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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을 생각하며

장 발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장 발장하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쳐야 했던 가난한 사람, 19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한 죄수, 미리엘 주교의 관용과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개과천선한 사람,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하여 소도시의 사장이 되고 수백만 프랑의 돈을 은행에 예치한 갑부, 가련한 여성 팡틴의 딸인 코제트를 학대로부터 구출하고 사랑으로 양육했던 아버지 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 발장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잘 모른다. 무엇보다 그렇게 돈을 버는 활동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잘 모른다. 또 그렇게 개인이 돈을 버는 것과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게 상충되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동시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더 모른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로 들어가 보자. 시점은 1815년, 그러니까 산업혁명(1760년) 55년 후, 프랑스혁명(1789년) 26년 후 즈음에 몽트뢰유쉬르메르라는 작은 도시다. 영국의 흑옥(黑玉)과 독일의 흑구슬을 본떠서 만드는 공업이 형성되어 있었다지만 원료가 비싸서 임금도 지불할 수 없는 침체된 지역이었다. 장 발장은 이 도시에 몰래 숨어 들어와서는 그 '검은 패물'의 제조법에 전무후무한 변화를 일으켰다. 자연의 진액으로 만드는 수지 대신에 칠 공법을 사용하였고, 팔찌에는 용접한 쇠고리 대신에 쉽게 끼울 수 있는 쇠고리를 개발하였다. 빅토르 위고는 '이 아주 작은 변화는 하나의 혁명이었다.'고 기록했다. 지금 보면 장 발장의 기술혁신은 환경 변화 속에서 발 빠르게 기회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의 원형에 가깝다. 첨단산업이 발전한 현대의 벤처정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①소비자에게 새로운 품질 도입 ②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③새로운 시장의 개척 ④원재료의 새로운 공급원천 추구 ⑤산업내 독점적 지위 창출 등 슘페터 학파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5가지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빠진 것이 없다.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적었다. 이 아주 작은 변화는 실제로 원료값을 크게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첫째, 노임을 올려서 그 지방에 혜택을 주었고, 둘째, 제조법을 개선하여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었고, 셋째, 훨씬 싼 값으로 팔면서도 수익을 세 배나 올려서 제조자 측에서도 이득이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고안에서 세 가지 결과가 생겼다.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은 평생학습을 통해 피어올랐다. 장 발장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끊임없이 변화와 적응을 추구하였다. 새로운 기술, 시장 동향, 경영 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학습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성과 성찰을 잊지 않고, 윤리적인 성품을 통해 사람들의 학습에 역할모델이 되었다.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그토록 비상하게 개량해 놓은 그 공업의 급속한 진보 덕분에 몽트뢰유쉬르메르는 중요한 교역 중심지가 되었다. 굶주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거기에 갈 수 있었고, 가기만 하면 틀림없이 빵과 일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가난한 집에도 조금의 기쁨이 없는 일이 없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5-27 11:01: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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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기관지를 낫게 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잔대'

기술의 발달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연평균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해독 작용을 하는 식재료가 제법 많다. '잔대'가 그중 하나이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잔대는 주로 동아시아 주변에서 자생하며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다. 잔대의 본초명은 사삼(沙參)이다. 실제로 인삼과 비슷하게 생겼다. 인삼, 단삼, 고삼, 현삼과 함께 5대 삼으로 묶이기도 한다. 잔대는 모양새가 몹시 비슷한 더덕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아예 더덕과 같은 종류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잔대와 더덕은 다른 종류로, 뿌리를 잘라 보면 더덕에서는 하얀 진액이 나오지만 잔대는 그렇지가 않다. 약초를 캐는 사람들은 잔대의 가루를 예비로 소지했었는데 이는 뱀에게 물렸을 시 해독 효과가 있는 잔대로 긴급처방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잔대는 뛰어난 해독 작용을 한다. 마른기침이 나고 목에 끈적한 가래가 달라붙어 있을 때 치료해주는, 대표적인 '보음약'이다. 잔대의 찬 기운은 폐로 들어가서 열을 가라앉히면서 촉촉하게 적셔 주고, 거담 작용으로 기침을 멎게 해 준다. 다만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찬 사람은 기침과 가래가 있을 때에만 사용한다. 잔대는 약간 맛이 달고 쓰며 배변을 돕는 식이섬유, 특히 장 건강에 좋은 이눌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식재료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뿌리는 더덕처럼 구이로 요리하고, 어린 잎사귀 역시 무침이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건강을 위해 달여서 차로 마시나 먹기 좋게 건조 후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기도 한다. 인삼처럼 꿀에 절여 먹기도 하는데 잔대 역시 인삼 못지않은 사포닌이 많다.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잔대. 매년 미세먼지 때문에 기관지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유해 물질 배출에 좋은 잔대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2024-05-27 05:14: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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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재건축 새 아파트 '이전고시 이후' 매도해도 조합원 지위는 유지

재건축조합원 A씨는 이전고시일 이후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B씨에 매도했습니다. A씨는 당시 조합의 이사였기 때문에,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매계약의 특약사항으로 '조합원의 지위와 권리는 A가 계속 유지한다'고 약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B씨는 조합측에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승계했다'는 신고도 당연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조합은 A씨에 '조합원 지위가 없다'고 봤습니다. 조합의 정관에 '조합원이 건물 및 토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조합원만이 조합의 이사 자격이 있다고 하면서, A씨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통제하면서 이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했고 조합 임시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는 조합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21구합51209 판결, 부산고등법원 (창원) 2022. 7. 20. 선고 2021누11459 판결) 조합은 공사가 완료되면 준공인가를 받는데, 그 후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집행하는 이전고시의 효력이 발생하면,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받을 대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권리귀속이 확정되고 조합원 등은 이를 토대로 다시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4848 판결). 결국 위 사건의 주요 쟁점은 '조합원이 사업시행구역 안의 건물 및 토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정관의 규정이 '이전고시 이후'에도 적용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의 정관 중 '조합원 자격상실 관련규정'은 재건축사업 이전고시 이후 조합원이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처분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 A씨에게 여전히 조합원 지위가 있다고 봤습니다. 위 정관은 '이전고시 이전'에 구 아파트를 매도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이전고시 이후에까지 조합원 지위와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결부지어 조합사무를 처리할 필연성이 없다는 점'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합의 이전고시 이후의 주요 업무인 청산금부과처분은 관리처분계획의 집행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조합원이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조합원 지위와 별도로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민법상 사적차지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과 매수인은 조합원 지위와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별도로 처분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합은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2두52874 판결).

2024-05-26 15:07:5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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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8>샴페인의 새로운 기준, 폴 당장…"쉽게 즐겨라"

<238>佛 폴 당장 에 피스 CEO 장 밥티스트 인터뷰 "기본 원칙은 마시기 쉬운(easy to drink) 샴페인이다.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또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샴페인, 경험하고 나면 생각을 하게끔 만들지 않고 미소지을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그간 샴페인이 입고 있던 옷은 화려했지만 다소 불편했다. 특별한 자리에나 내놔야 했고, 가격을 따지는 것은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마시는 술이려니 했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폴 당장 에 피스(Paul Dangin et Fils, 이하 폴 당장)는 그런 고정관념을 모두 깼다. 음식과 같이 즐기기 쉽게 했고,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으려고 했다. 장 밥티스트 폴 당장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 음식을 맛보니 미식에 대한 정교함과 함께 크게 튀는 부문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폴 당장 샴페인이 추구하는 바와 같았다"며 "폴 당장은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직접 와인을 양조하기 때문에 품질 대비 가격대가 좋다"고 설명했다. 쉬운 접근성에 폴 당장만의 개성이 더해졌다. '폴당장 뀌베 47' 골드'는 신선한데 진하고, 섬세하면서 묵직했다. 은은한 오크향과 길게 이어지는 힘은 여느 레드와인 못지 않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기도 했지만 샴페인으로서는 생소하게 솔레라 방식을 사용하면서다.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배럴마다 10% 정도씩 추출하고, 그만큼을 새 와인으로 채운다. 깊은 맛과 신선함을 고루 갖출 수 있다. 샴페인계의 전설로 꼽히는 자크셀로스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폴 당장의 첫 샴페인은 1947년 피노누아 100%로 만들었는데 47 골드는 이를 기념기 위해 200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며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 중인 60개의 배럴은 모든 통을 한 해에 3번씩 테이스팅을 해서 최상의 배럴을 골라 47 골드를 만든다"고 전했다. '폴당장 뀌베 장 밥티스트'는 이름을 걸고 내놓는 와인이다. 이번엔 샤르도네 100%로 만들었지만 품종과 비율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오마카세'처럼 장 밥티스트의 선택에 따라 만드는 와인이다. 기본적으로 마시기 쉬운 원칙은 지키지만 복합미를 더했다. 폴 당장 샴페인은 1980년부터 영국 왕실에 들어가고 있다.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되는 와이너리 가운데 샴페인은 딱 두 곳 밖에 없다. 하나가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로랑페리에, 다른 하나가 바로 폴 당장이다. 여왕의 시대가 지고 왕의 시대가 오면서 많은 와이너리들이 교체됐지만 폴 당장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은 와인 소비자 역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찾는 성향"이라며 "샴페인에 대한 이해와 시장성숙도가 높아 앞으로 제품군도 더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05-23 15:06:2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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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부동산PF, 금감원장 의지가 중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트웨인(1835년~1910)은 "은행은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뺏어간다"며 은행의 맨 얼굴을 비난했다. 사업가도 아닌 소설가가 은행을 이 정도로 깎아내릴 정도면 100여년전에도 은행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문제는 마크 트웨인이 뭐라도 해도 그 당시 은행이나 지금의 은행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은 이윤에 목마른 기업이라 욕을 먹을지언정 돈벌이를 포기할 리 없다. 돈 없는 사람일수록 더 높은 금리로 이자를 받고, 제때 돈 갚기 어려운 사람부터 대출을 회수하는 게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논리다. 이달 14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각 업계의 고충과 조언을 듣고 상당히 많이 고심하고 노력해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물론 PF 연착륙 대책을 위해 제도 개선을 취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반응도 있다. 반면 부동산 개발사들은 "현장 사정을 너무 도외시한 결과물"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통상 1년이던 금융권 대출 만기 기간이 작년 하반기부터 3개월로 줄어들었고, 대출 만기를 4번 연장하면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하는 제도를 그대로 놔둔 것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실 금융권이나 부동산 개발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가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풀어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제도와 시스템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더라도 이것을 운영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구두선'으로 끝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선동열이나 최동원 같은 투수만 있으면 일단 70%는 이기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도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해도 금감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금감원장의 의례적인 제스처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복현 금감원장의 역할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이 원장은 우선적으로 금융인이 추구해야할 선(善)과 선량한 관리자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교육해야 한다. '금융을 자양분 삼아 각 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국가 경제가 융성하게 해야 하는 것'이 금융인의 사명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고객과의 공존 공영, 상생이 금융이 추구해야할 자세임을 재인식하게 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사익을 추구하고 불공정 계약과 노예 계약으로 갑질을 하며,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으로 '비가 올 때 우산 뺏기'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예외 없이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기 보다는 담보만 있으면 대출하겠다는 후진적 여신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라며 경매와 공매를 남발해 전체 산업을 위태롭게 하는 자들은 엄벌해야 한다. 세번째로는 올바른 금융 문화를 만드는 데는 채찍보다는 칭찬의 효과가 더 큰 법이다. 금융사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시장 참여자 모두의 리스크를 낮추며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면 크게 칭찬해줘야 한다. 위반 사례 적발보다는 모범 사례를 적극 발굴해 표창하고 전파해 전체 금융사들이 따라오게 하면 감독 정책의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건전한 금융 문화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참금융을 세우는 것이 5년후, 10년후 대한민국을 더욱 융성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헌신할 만하지 않을까?

2024-05-23 08:00:18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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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한국 공공미술이 나아갈 방향

한국 공공미술의 역사 반세기, 그동안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다. 공공미술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 지에서부터 실천 방식의 오류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특히 시간의 두께에 비해 시민 삶의 일부로 스며드는 '생활의 미술'로 인정받기엔 여러모로 미흡했다. 우리의 공공미술은 아직 건축물 내외를 장식하는 부속물로 이해된다. 공들여 만들었지만 공공의 주체인 시민들에게 외면받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인천공항처럼 막대한 세금을 쓰고도 관리조차 제대로 못 하는 공공기관 주도형 작업 또한 넘쳐난다. 세상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문화 행위로서의 공공미술은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반면 도시 흉물화를 부추기는 '비싼 쓰레기'는 지금도 지천이다. 외국은 다르다. 모든 작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들은 시각적인 질을 높이는 것 저편의 의미를 지닌 무언가에 관심을 가졌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작품 대신 약속과 참여가 우선시되는 작품들을 공공의 공간에 위치시켰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당대성이 반영된 작업들도 심심찮게 선보였다. 일례로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은 지난해 런던 국립 초상화 갤러리의 육중한 청동 문에 45점의 여성 초상화로 구성된 'The Doors'라는 제목의 작품을 새겼다. 공공시설의 출입문에 각인되며 수많은 시민과 공유된 이 초상화들은 전 세계 주요 기관의 컬렉션에서 오랜 시간 소외돼 온 여성 예술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넓게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작가의 발언이기도 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는 이란 여성 마샤 아미니(Masha Amini)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한 혐의로 도덕 경찰에 구금된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죽음은 이란을 넘어 세계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시위대는 거리로 나와 여성의 생명과 자유를 외쳤다. 이에 이란 작가 쉬린 네사트(Shirin Neshat)는 런던의 한 건물에 'Woman. Life. Freedom'이라는 제목의 영상 작업을 선보이며 자유와 기본 인권을 위한 이란의 투쟁을 구현해야 한다고 외쳤다. 2022년 6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거리에는 코끼리 형상의 청동 조각상 'Couch Monster'가 세워졌다. 캐나다 예술가 브라이언 융겐(Brian Jungen)에 의해 시도된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엔 거대한 코끼리가 등장한다. 1885년 화물열차에 치여 사망한 서커스 코끼리 점보(Jumbo)다. 작가는 점보를 통해 평생을 인간에 의해 갇히고 이용당하는 야생동물의 비극을 말하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해 질문했다. 이 밖에도 소수자를 위한 배려로서의 공공미술, 지역을 반영할 수 있는 장소 특정적(place-specific) 성격의 공공미술, 시대의 발언으로 존재하는 공공미술 작품은 세계 도처에 있다. 공공미술은 메시지다. 민주적 의사표시로서의 사회적 행위다. 지역의 이슈와 자신의 주변 환경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경험이기도 하다. 공공미술도 미술이라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논의의 매개가 돼 마땅하며, 미술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 구축에 일조해야 한다. 한국의 공공미술은 이제라도 공공미술이 부르주아적 유산으로부터 이탈한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중을 위한 미술이자 대중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미술이라는 것도 간과하면 안 된다. 더불어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처럼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체계가 합당한지 짚어보고 존치 여부 역시 고민해야 한다. 공공미술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그래야 한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5-22 14:12:3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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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아파트와 완전 경쟁시장

경제학은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학문이다. 경제학의 근본이 되는 행위는 선사시대부터 있어 왔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한 애덤 스미스가 등장한 지 불과 300년이 되지 않았다.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도, 심지어 식물조차도 각자의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진화해왔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기적 행동들이 모여 합리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의 수요 공급이 이미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수요가 더욱 증가한다면 수요자들의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다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원리이다. 완전경쟁시장은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한 시장 모델이다. 참여자들이 조건없이 경쟁하여 즉시 가격조정이 일어나는 완전경쟁시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우선 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생산하는 공급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퇴출하는 데 있어 어떠한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 또한 상품과 수요에 대한 정보가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완벽히 제공되어야 한다.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부동산은 항상 걸림돌이 있고 상품은 동일하지 않으며 정보는 불균형하고, 때로는 각자의 신념이 정보를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 역시 가격의 결정은 수요 공급곡선의 접점일 수밖에 없다. 완전 경쟁시장이 아니어서 생기는 문제는 가격의 일시적 왜곡과 얼마간 지체되는 시간일 뿐이다. 최근 분양이 침체된 지방 아파트 시장에 저렴하게 나온 미분양 물량을 두고 시행사 및 할인 매수자, 제값을 낸 수분양자 간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대구 동구의 300세대 신규 분양 단지가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약 1억원 가량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기존 분양자들이 서울의 건설사 사옥까지 상경해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 수분양자들은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를 20% 더 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수성구에는 분양률이 20%에 미치지 못하자 공매로 넘어가서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도 있었다. 이에 기존 입주자들은 가압류 등으로 대응하며 신규 입주자를 막기 위해 철조망을 치고 순번을 정해 보초를 서기도 했다. 광주 북구에서는 메이저 브랜드의 1600여세대의 대단지임에도 미분양 물량에 15%까지 할인혜택을 부여했다. 이 단지는 극심한 반발을 미리 예상했기에 기존 수분양들에게도 동일한 금액만큼을 환불해주었다. 서울 반포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조합원 취소분 1세대를 갖기 위해 3만5000여 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당초 조합원이 계약하지 않아 공급이 취소된 단 하나의 물량이 일반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것이다. 해당 아파트의 공급가는 19억5000만원. 그러나 같은 아파트를 40억원에 입주한 다른 소유자들은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3만 5000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이벤트를 아파트의 인기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즐겼다. 물론 위의 미분양 사례와는 사유도 절차도 다르다. 둘 다 가격표와는 확연히 다른 특수한 거래임에도 하나는 그 자체로서 변동된 시장가격의 발로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가격에 조금도 변동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는 점도 다르다. 부동산은 그 특유의 고정성, 이질성, 부증성으로 여타 재화의 시장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생산형 물건은 정보화 시대를 만나서 점차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참여자의 수가 많을수록 가격의 왜곡은 줄어든다. 어느 지점에서건 수요와 공급이 만나면 개별 공급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결정된 가격을 그대로 수용한다. 시장만큼 솔직한 것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수에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05-22 11:11:1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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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아직 봄날이라서 좋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되면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봄이되 봄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지 않고 지나온 봄은 없는 것 같다. 늘 그럴 듯 해서 은근히 저항감이 들기도 했다. 또 '겨울 다음에 여름'이라는 한탄도 자주 들었다. 잠시 벚꽃. 개나리를 스치듯 느끼곤 바로 여름을 맞았다는 푸념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우린 봄을 잊은건가? 벌써 봄이 가려고 한다. 내게도 그렇던가. 어떻게 봄을 맞고 보내는지 다시금 느껴본다. 2월 중순경 비가 내리고, 그 새벽녘 개구리소리가 요란했다. 잠결에서도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 개구리들이 깨어났다는게 실감 났다. 그리고 채소밭에 무엇을 심을까 자연스레 여러가지를 궁리하기까지 했다. 웃기는 일이다. 잠결에 개구리소리를 듣고 밭 일굴 생각을 했다니. 이어 벚꽃과 산수유꽃이 피고 지고. 어느 덧 아침 추위도 스러졌다. 한여름 열대야가 그러는 것처럼. 어느 날 텃밭을 일궈 몇개의 두둑을 만들고 상추, 고추, 호박 등을 심을 채비를 했다. 오랫만의 밭일이 즐거웠다. 그날 모종을 모두 마치느라 어두워져서야 일을 끝냈다. 그리고 물은 다음날 아침에나 주기로 하고는 못내 불편했디. 일이란게 그렇지 않는가. 다 끝내지 못했을 때 일의 즐거움이 보람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내가 그랬다. 그렇게 잠 들었고, 새벽녘 거센 빗소리가 들렸다. '어허! 비가 온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실제 비 오네'. 외등을 켜고 잠시 비오는 광경을 지켜봤다. 비에 적셔져 가는 텃밭. 이번 비로 모내기철에 물 걱정 없을 마을 사람들이 스쳐 갔다. 그리곤 빗줄기를 보며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채소를 심고 나니 비가 내리는 구나. 세상이 언제나 어긋난 것 같다가도 조화로운 날도 있네'. 이런 기분이라면 올 봄 춘래불사춘은 아니다. 이건 소확행이라기보다는 '그저 날씨가 잘 맞춰져 생긴 행복감'이랄까. 그렇게 조화로운 날 이후 읍내 종묘사에 갔더니 고구마순이 떨어져 있었다. 헛걸음하고 돌아와서 언짢았다. '내일까지는 심어야 되는데, 또 읍내 나가야 하나'. 차가 없는 나로서는 하루 대여섯 번 있는 마을버스를 이용하자면 한나절을 공쳐야 한다. 답답하다. 아침 고구마밭자리를 고루고, 몇 시 차로 읍내 다녀올까 궁리할 때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마을 이장이었다. 그는 "혹시 고구마 모종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 어찌 알았을까. 잠시 후 그가 남은 고구마 모종을 가져왔다. 내가 가겠다고 해도 한사코 잣나무골까지 올라왔다. 이장은 나보다 열살 가량 어리다. 동네에서 가장 젊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다녀온 후 줄곧 여기서 살았다. 부모님 모시고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성실한 사람이다. 동네사람이 억지로 이장을 시켜 부려먹고 있다고 해야 맞을 듯 싶다. 그는 어제까지 마을 유휴농지에 고구마를 심었다. 말하자면 노는 땅을 모두 모아 일종의 마을 수익사업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그나마 땅은 놀릴 수 없고, 손은 적게 가는게 고구마 농사라나. 아무튼 그렇게 남은 모종을 내게 나눠줬다.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또 읊조렸다. '고구마순을 찾으니 마을 이장이 가져다 주는구나. 이번 봄 참으로 순조롭네'. 이렇게 보내는 날들, 이제 나는 봄날이 봄날같지 않다는 말도, 불현듯 봄날이 스쳐 지나갔다는 말에도 반발하지 않을 것 같다. 내게 저질러진 자연의 순리, 이웃의 선행이 바람결 처럼 연결되는 봄날 굳이 짧지도 길지도 않게 그저 흘러가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를 느끼면서 아직 봄날이라서 좋다.

2024-05-21 09:00:25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