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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그릇을 비우는 법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다.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사람은 그릇에 자주 비유된다. 확실히 사람은 그릇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이 그릇에는 좋은 것만 담고 싶다. 누군가는 돈과 권력을, 다른 이는 멋진 애인과 아름다운 외모를 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그릇은 용량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또 그릇에 좋은 것만 담아서도 안 된다.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릇 속에 슬픔도 아픔도, 그리고 치욕스런 기억까지 담겨있어야만 한다. 이런 부정적인 경험들이야 말로 우리를 보호하고, 위기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의대생 A씨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터졌다. 세상은 큰 충격에 빠졌다. A씨가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수재였다는 점과, 현재 명문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은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8년 당시 A씨는 다른 수능만점자처럼 세간의 관심이 되었다. 지역 단체에서는 장학금을 지급하였고, 학원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멘토가 되었다. 수험생들에게 공부방법의 팁을 주면서,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밝은 장래, 수능만점의 명예,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 그리고 예쁜 여자 친구까지...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A씨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의 대인관계는 썩 좋아 보이지 않고, 유급까지 당했다. 여자 친구는 이별을 통보했다. A씨의 그릇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혹시 자신에게 명예와 장래를 보장해 준 '공부하는 법'만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대인 관계라는 것은 어려서부터 여러 친구와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때로는 친구와 즐겁게 놀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함께 협력하는 방법과 우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혼자 공부만 하고, 자신의 석차에만 집중하면, 친구는 없고 경쟁자만 남게 된다. 사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함께 주고받는 것이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직접 사랑을 해 보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A씨의 사건을 보면서, 'A씨의 그릇 속에서 공부를 조금만 비웠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 빈 공간에 우정을 넣고, 사랑을 넣고, 실연의 아픔까지 넣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릇은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욕심' 때문이다. 자신의 그릇에서 성공과 영광을 일부 덜어내고, 그곳을 실패와 고통으로 채우겠다는 결심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그릇을 비우는 기술을 연마해야만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였던 김동현 선수가 어느 예능프로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경기에서 계속 이기면, 영원히 잘 될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올라가는 것만큼 아프게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패배와 깨닫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가 어떻게 일류선수가 되었는지는 이말 한마디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그릇을 비우는 법'을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05-20 14:55:37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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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고슴도치형 리더십과 평생학습

여우는 고슴도치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약삭빠르게 상황을 예측한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복잡한 전략을 세우고는 고슴도치 굴 앞에서 서성거린다. 고슴도치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온다. 그렇지만 여우와 맞닥트리면 공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가시를 곤두세워 결국 여우를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린다. 거대한 기업이 여우라면, 위대한 기업은 고슴도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위대한 기업은 좋은 것, 거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리만치 일관성을 보이는 고슴도치형 기업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기업은 여우의 약삭빠름보다는 고슴도치의 무던한 사랑을 먹고 자란다. 고슴도치형 리더십은 단순함과 일관성을 말한다. 단순함은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를 하나의 사업개념과 체계로 단순화할 수 있는 통찰을 의미한다.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복잡한 것을 사유의 면도날로 다 잘라내 버려야 한다. 일관성은 창업에서 수성까지 인재를 중시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역경을 딛고 성공하리라는 믿음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쉬우나 그것을 유지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어렵다는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의 뜻이야 말로 일관성과 다름없다. 고슴도치는 여우처럼 자기 잇속에 맞게 재빠른 행동을 할 줄 모른다. 외부에서 자원을 빼앗아오기보다는 내부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혼자 힘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업가는 자신의 손에 능력 있는 노동자, 기계, 시장, 평화, 질서를 쥐여 준 사회 시스템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이론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의 교훈을, 고슴도치는 실천할 줄 안다. 고슴도치는 이렇게 부단한 자기노력과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를 연상시킨다. 고슴도치가 단순하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산을 떨지 않지만 움직일 때를 안다. 명견만리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고 창조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지식사회를 지나, 다가온 지능정보사회는 통찰과 확신으로 업(業)을 창조하는 창업자의 사회다. 거대한 기업이 지식사회의 표상이었다면 이제는 창조적 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사람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바로 창조성이다. 문제는 이러한 타고난 창조성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샘을 평상시에 잘 관리하고, 평생 동안 물을 떠내어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생학습이다. 짐 콜린스의 첫 마디인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명언은 고슴도치처럼 평생 동안 학습하라는 말이다. 그럴 때 창조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학습의 열매를 먹은 자는 세상을 얻은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5-20 10:59:3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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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강력한 항산화 물질 셀레늄의 보고 '렌틸콩'

2000년대 초, 미국 <헬스> 지에서 발표했던 5대 건강식품에 한국인들이 열광했던 적이 있다. 김치가 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리스트도 만만치 않은 것들이었는데 일본의 낫토와 그리스의 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 마지막으로 '렌틸콩'이다. 인도인들의 주식인 렌틸콩은 렌즈콩이라고도 불리는데 모양새가 흡사 렌즈와 비슷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이효리 씨의 아침 식단으로 주목을 받고 실제로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적도 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흐름과 맞물려 이제 렌틸콩은 인도인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심혈관질환, 위암 등 과도한 나트륨 섭취 때문에 생기는 성인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음식을 짜게 즐긴다면 적절한 칼륨 섭취를 통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칼륨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식재료 중 하나가 두류(콩)이다. 렌틸콩 역시 칼륨을 포함하여 여타 필수 미네랄이 대체적으로 풍부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미네랄은, 강력한 항산화, 항암 성분인 셀레늄이다. 셀레늄을 대표하는 달걀이나 돼지고기보다도 더 많이 들었으며 대두와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에 달한다. 셀레늄은 정력을 보강하는 데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소 기력이 약하고 쉬이 지친다면 렌틸콩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렌틸콩에는 탄수화물의 흡수를 늦추는 저항성 전분이 풍부하여 당뇨 걱정을 덜어준다. 당뇨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몸에 좋은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양질의 식이섬유 또한 무척 풍부하여 변비를 예방하고 체중 관리에 효과적이다. 렌틸콩은 그 종류나 도정 횟수의 차이로 인해 색상이 갈색, 빨강, 녹색 등 다양하다. 조리법 또한 렌틸콩의 색에 따라 밥 이외에 샐러드, 카레나 수프 등 색다른 요리로 활용이 가능하니 취향에 맞춰 몸에 좋은 렌틸콩을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다.

2024-05-20 05:14: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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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나이 어려도 '사정' 있으면 파산신청 가능

재산보다 빚이 많으면 언제라도 회생이나 파산을 임의로 선택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회생은 채무 전액을 갚을 수는 없어도 향후 10년간 일정 채무를 변제할 계획을 세워, 이를 착실히 수행하겠다는 전제 아래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파산은 파산 선고와 동시에 면책결정을 받게 되면 결정 당시 채무자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채권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채무자는 채무에 대한 모든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파산이 선고된 채무자는 일정 기간 경제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은행에서 신용카드도 개설하지 못하는 등 제약이 따르긴 한다. 대신 더 이상 어떤 채무도 변제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파산선고와 면책결정에 엄격하다. 특히 채무자가 일정 소득을 얻고 있고 필수 생계비용을 제외하고도 채무 일부를 지속적으로 변제할 수 있는 상황에 있으면서도 파산을 신청한 경우 받아들이지 않는다. 즉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에도 그저 채무 변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파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일 때, 법원은 이를 '파산절차의 남용'이라고 본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통상 채무자가 충분히 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해낼 수 있는 나이에 있거나, 업무 경력이 있어 취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물론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소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산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과일도매상에서 배달업무에 종사하는 A씨는 월 76만원 가량의 소득으로 장애인인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었다. A씨는 버는 소득으로는 더 이상 빚을 변제하기 힘들다며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원심 법원은 "A씨가 1973년생의 남자로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동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 외에 다른 부양가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노력에 따라 경제활동에 종사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자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파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버는 소득은 평균적인 2인 가족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추가적인 지출도 예상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단지 A씨가 노동능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상태, 즉 추가적인 채무변제가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해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마1904,1905 결정). 위 사례의 원심법원이 취한 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 ▲노동이 가능한 연령대에 있으면서 ▲직업적 경력이 존재하고 ▲실제로 노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채무자의 파산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을 정도의 노동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 단지 나이가 어리다거나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산신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산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채권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법원이 무조건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따라서 도산절차를 택해 채무를 면책받는데 있어서는 채무자 스스로 도산절차 신청 요건에 적합함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2024-05-19 11:35:3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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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7>알프스와 지중해의 협작…伊 대표 화이트 '칸티나 트라민'

<237>이탈리아 칸티나 트라민 어디서든 적응하고 잘 자라는 포도품종이 있는 반면에 특정한 환경에서만 제 맛을 보여주는 애들이 있다. 화이트 와인 품종인 게뷔르츠트라미너가 그렇다. 조금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실만 진득하거나 알콜이 가득해 쓴 맛만 나고 만다. 근데 잘 키우면 과실과 꽃향이 기가 막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보기 드문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탈리아 최북단이라 선선한 기후 속에서 천천히 다 익을때까지 기다렸더니 일부러 달게 하지 않아도 좋은 향은 물론 풍미와 산도까지 다 갖춘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칸티나 트라민의 울프강 클로츠 마케팅 디렉터는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칸티나의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산미가 잘 보존되면서 완숙될 수 있는 테루아로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 당도를 남길 필요가 없다"며 "아름다운 향과 함께 달지않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와인으로 우리가 게뷔르츠트라미너를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누스바우머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품종 특유의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했다. 황금빛에 장미 꽃잎과 이국적인 과일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미네랄 느낌까지 복합적이다. 그는 "잘 잡힌 균형미로 무거운 느낌이 일체 없기 때문에 어떤 음식과도 충돌없이 잘 어울린다"며 "특히 매운 음식도 과실과 향신료 향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한국의 김치와 같이 마셔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티나 트라민의 포도밭이 위치한 알토 알디제 지역은 이탈리아 지도로 장화 모양을 떠올리면 입구 부분이다. 알프스 산맥이 와이너리 좌우로 뻗어있고 주변에는 눈이 쌓여있지만 아래쪽은 지중해성 기후의 연장선으로 포도가 잘 익을만큼 따뜻하다. 낮에 온도가 올라가면 인근 가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알을 식혀준다. 칸티나 트라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든 '에포칼레'가 세계적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면서다.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으로는 사상 최초다. 경매 등의 2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뛰면서 칸티나 트라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위상을 높였다.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 역시 여느 소비뇽 블랑 와인과는 다르다. 뉴질랜드 등 다른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 일단 파릇파릇한 향으로 존재감을 내세운다면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은 향보다 입 안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울프강 디렉터는 "포도 자체가 좋은 완숙미에 산미를 잘 갖추고 있어 공격적이거나 풋내없이 매끄럽다"며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 재배지 대비 비교적 따뜻한 테루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스토안 비앙코'는 샤도네이를 중심으로 소비뇽 블랑, 피노 비앙코, 게뷔르츠트라미너 등을 섞어 만들었다. 스토안은 독일어 방언으로 돌을 뜻하는데 석회암이 있는 테루아를 반영했다. 서늘한 곳에서 자란 샤도네이는 풍미와 색, 향을 착실히 축적해 복합미와 구조를 갖췄고, 소비뇽 블랑과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다채로운 아로마를 더했다.

2024-05-16 16:24:0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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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카이로스의 시간2

며칠 전 수신자 부담 전화(콜렉트콜·collect call)가 걸려왔다.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아들이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군대에서 12개월째다. 고참이어서 크게 힘든 것은 없단다. 그런데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이등병, 일병을 지나 상병 몇 호봉이 되더니 여유가 생긴 듯 해서다. 작전(근무) 외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면 시간이 잘 간다는 말 밖에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냥 물리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더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랄 수밖에.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단어는 두가지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는 물리적인 시간,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 의식적으로 보낸 시간을 의미한다. 2년여 전 썼던 '카이로스의 시간'이란 칼럼을 다시 들췄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시점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크로노스냐 카이로스냐다.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자만하다간 큰 코 다친다. 국민의 심판은 엄중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년 후 총선(2024년 4월 10일)에서 민의가 결과에 반영될 것이 자명하다. 승리에 취해 밀어붙이다간 역풍을 맞는다… 오직 국민이라 말하고 고집대로 한다면 국민은 돌아선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권에 등을 돌렸다. 범야권이 192석, 여권이 108석을 얻었다. 여권의 참패였다. '정권견제'에 대한 민의가 총선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선거는 인물, 구도, 바람이 중요하다. 각 지역구에서 어떤 사람이 출마했는지가 관심사다. 또 전체적인 선거 구도가 핵심이다. 여기에 어떤 바람이 부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번 선거에선 상대적으로 인물이 중요하지 않았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구도가 결정적이었다.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의가 '거야의 입법독주'를 막자는 명분보다 앞섰다. 지금의 대한민국.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인, 자영업자, 샐러리맨 모두 현실이 힘들고 미래를 걱정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서민들의 삶을 조이고 있다.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 저성장,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다. 현 정권의 임기는 3년 가까이 남았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 가길 주문한다.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줘야 할 의무도 있다. 과거 대통령을 떠올리면 상징적인 업적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하나회해체 등이 떠오른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포용의 정치, IT·벤처산업 육성이,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과 정책 토론문화, 지방 분권화 추진(지역주의 타파) 등이 인상깊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선 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2년의 정치가 심판을 받은 만큼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협치와 협력이 없다면 국정운영도 순탄치 않다. 192석 범야권의 입법독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만들 수 있다. 국회권력이 민생과 경제를 위한 입법이 아닌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급부라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파생되는 고통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먼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의미있는 3년을 보낼 결심을 해야 한다. 아내의 특검을 받아 들인 대통령, 한 군인의 순직사건 특검법을 수용한 대통령은 어떨까. 가계부채를 줄이고 집값을 안정시킨, 출산율을 높이고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구조개혁을 이룬 정부는 어떨까.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05-16 07:25:5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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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C커머스 공습,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인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이른바 'C(China)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습이 심상치 않다. 한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업체에 따르면 C커머스의 대표격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올해 1분기(1∼3월) 한국시장 결제 추정 금액은 819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늘어난 수치다. 월평균 이용자 수도 807만명을 넘어,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대표 C커머스 업체 테무의 월평균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829만명을 넘었다. 이는 테무가 국내에 진출한 직후의 이용자 수보다 16배 가량 급증한 수치라고 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시장 공략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TV나 지하철에서 광고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 아예 물류센터까지 설립해 배송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위해제품의 유통·판매 차단 및 재유통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고,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는 중국발 C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위해한 싸구려 유해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비판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그만큼 알리나 테무가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함유된 제품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알리·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제품을 71종을 조사한 결과, 약 41%인 29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둘째 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품 안전성 검사 결과'에서는 알리나 테무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린이 완구제품 5종와 필통·샤프펜슬 등 학용품 4종 등 총 9개 제품군에서 국내 기준으로는 유해한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공정위와 알리의 협약은 이 같은 위해 제품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문제는 꼭 이들 어린이용 제품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값싸고 질 낮은 중국산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이런 중국발 C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에 바짝 긴장하면서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정부의 정책 대응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 그대로 노출됐다. 예를 들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국내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보다 자유롭게 상거래 활동을 할 수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제약을 받지만 중국 업체들은 개인정보의 제3국 이전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결제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해 약 18만군데에 이르는 중국 제품판매업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적한 제품의 안정성 기준 미달도 문제다. 이 역시 중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실정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업체들은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아야 하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런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기준 이하의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옛날 프레임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꼭 필요한 규제라면 최소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는 한 유통업체 대표의 호소가 귓가에 맴돈다.

2024-05-15 15:16:5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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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길 위에서 길을 배우다

은퇴를 앞 둔 공직자나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종종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이 때 OO인재개발원과 같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훈련기관들이 한결 같이 설명하는 게 '인생설계 교육과정'이다. 누구는 '제2의 인생설계'라고 하고, 누구는 '행복한 미래설계'라고 미사여구를 붙여놓았지만, 결국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의 마땅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필자에게 주어지는 과목은 주로 '재취업과 창업설계'이다. 제일 처음 인생설계 강의를 한 게 제주도였다. 2012년 즈음이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서귀포 혁신도시에 이제 막 공공기관들이 들어설 때였다. 은퇴자를 앞에 두고 강의를 한다는 게 고난이지만 미리 서둘러 강의 교안을 만드는 일도 만만찮았다. 처음엔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다가 제주올레길의 창업 스토리를 발견하고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래 이것이구나!' 싶어 망설임 없이 교안을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길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시작되었다. 언론사를 퇴직한 서명숙 선생(현 제주올레 이사장)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걸어가면서 인생의 나침반같은 지혜를 얻는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한국엔 왜 이런 길이 없나?'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서명숙 선생은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올레길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광공급자가 아니라 관광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니 올레길이 보이더라"는 명언을 남겼다. 제주올레길이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선정되더니 여기저기서 길을 내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제주 올레길을 낳고, 제주 올레길이 지리산 둘레길을 낳고, 또 강릉 바우길을 낳고, 서울 둘레길에 이어 송파 둘레길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한번은 관광분야 벤처기업을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춘천 의암호에 카누를 띄우겠다는, 한 청년창업자가 군계일학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아침 출근길이면 어김없이 '춘천에 가면 아빠와 함께 카누를 타보세요'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 그 젊은 창업자의 벤처기업이 바로 '춘천 물레길'이었다. 그 다음 해엔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 창업자를 만났는데,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막걸리 양조장을 순례하는 '술례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렇게 이어가다 보면 길이 길을 낳고, 또 새로운 길들이 부지기수다. 큰 길이나 작은 길, 산길이나 물길, 여럿이 걷는 길이나 혼자 걷는 길이 끝도 없겠다. 길은 모두 다르지만 자신이 서 있는 길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되고, 길 위에서 길을 만드는 걸 배운다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환상적 리얼리즘 작가로 꼽히는 이제하 선생의 단편소설이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다. 10년 전 즈음에 선생을 만났을 때다. 나무 젓가락을 이용해서 문지시인선의 표지모델들을 다 그렸다는, 선생의 환상적인 얘기에 재미 붙이다보니 그 동안 묻고 싶었던 '나그네는 왜 길에서 쉬지 않는가?'를 까먹었다. 이제 구순이신데 지금도 10년 전처럼 길에서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5-13 13:53:4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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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도시락

얼마 전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인도의 각 가정집에서 회사에 일하는 식구에게 보내는 도시락을 한국 연예인이 함께 배달하는 방송을 보았다. 정말로 많은 양의 도시락을 보고 놀랐으나, 전철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칸이 있었고, 함께한 인도인이 10년 넘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고 하니 인도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듯하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 이용 고객의 사유를 들어보니 대부분은 점심시간에 따뜻한 점심을 먹이기 위해 집에 있는 가족이 준비한 음식을 보내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경험해 보질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짐작하건대 회사 주변에 식당이 부족하고 붐비는 교통편 속에서 카레와 같이 쏟아지기 쉬운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서 출근하는 것은 부담되어 이런 도시락 배달 사업이 번창하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일본 생활 중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먹던 도시락이 문득 떠 올랐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구내식당을 찾거나 회사 주변 식당에서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는다. 다이어트에 진심이거나 특별히 건강 관리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먼저 일본인들은 도시락 자체가 인도와 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갈 때부터 매일 도시락을 가지고 간다. 따라서 엄마들은 어떤 재료를 이용해서 얼마나 귀엽고 예쁘게 만들지를 매일 고민하고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도시락 용기와 밥과 반찬을 꾸미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요리 서적 중에서도 도시락 관련 책자의 인기가 매우 높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매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락이 습관이 된 것 같다. 굳이 도시락 반찬이 많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편의점에 등장해서 지금 많은 사람이 간편하게 먹고 있는 삼각김밥도 사실은 일본의 도시락 문화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반찬을 많이 준비하기 어려울 때 밥에 간단하게 양념하고 김으로 감싸서 먹는 초간단 도시락이 바로 삼각김밥의 원조이다. 다음은 구내식당이 없는 도심의 빌딩가에 근무하는 직원에 비해 식당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쏟아지는 사람 수에 비해 식당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싸 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서비스도 발달해 있는데 바로 도시락 전문 배달 업체이다. 한 달간 계약을 하면 메뉴는 따로 정하지 않아도 매일 다른 음식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보내주는데 일회용 용기가 아니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져 국과 밥이 따뜻하게 배달되고 식후에는 용기를 수거 해간다.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싶지 않다면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도시락을 구입해 근처 공원 벤치에서 식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 편의점에도 도시락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편의점과 슈퍼에서 도시락과 반찬 판매대가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이 필요한 사람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1인 가족과 요리가 어려운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러한 도시락 문화 덕분에 성장한 또 다른 산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휴대할 수 있는(주로 500ml)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와 녹차 시장이다. 특히 이 녹차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종류도 다양하고 도시락과 함께 팔리는 1위 품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05-13 11:16:0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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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노화를 늦추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영지버섯'의 힘

불로장생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식품 중에도 불로초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영지버섯이다. 불로초과의 속하는 영지버섯은 후한 시대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서, 독이 없고 오래 복용해도 인체를 해를 주지 않는 생약인 상약(上藥)으로 분류되면서 꾸준히 귀중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사실 일반적인 식품으로 볼 때 영지버섯 속에는 여타 버섯류와 마찬가지로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 칼륨과 몰리브덴, 요오드와 같은 필수 미네랄이 풍부하며 판토텐산, 비오틴, 엽산과 같은 비타민 B군 역시 골고루 들어 있다. 하지만 영지를 다른 버섯들처럼 식품으로 섭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돌을 연상시킬 만큼 단단해서 약재, 추출물, 차 등으로 사용된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숙명처럼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데 이때 영지버섯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지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준다. 평소 작은 일에도 크게 흥분하거나 놀라는 사람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체질이 허약하거나 기혈의 순환이 잘되지 않는 경우에도 좋다. 현대에서도 영지가 불로초라 불리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주요 성분 때문인데, 영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베타글루칸을 꼽을 수 있다. 베타글루칸은 면역력 강화, 항암, 심장병 예방, 나쁜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있는 다당류의 일종으로 주로 버섯류나 곡물류 등에 많이 들어있다. 하나같이 노화와 관련이 깊은 질환들로 영지버섯은 충분히 불로초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불로장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몸으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진짜 불로초는 아니지만 노화 늦추고 각종 성인병을 물리치는 영지버섯을 차로 달여 마신다면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차로 음용하고자 한다면 영지 10g, 산조인 20g, 원지와 석창포 각각 10g, 치자 6g 등을 함께 푹 달여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2024-05-13 05:14:02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