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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영업비밀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에 대한 해석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이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을 '비공지성'이라고 하고, 이는 해당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공지성 요건의 충족 여부 판단과 관련해 설령 어떤 정보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해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공지성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조합 자체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이미 공지된 것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조합된 전체로서의 정보를 통상적으로 입수하기 어렵다면 그 정보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2도16851)에서 이같은 법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A사의 전 임직원들은 퇴사하면서 가정용 맥주 제조기와 관련해 이를 제작 단계별로 로직도 형태로 표시한 공정흐름도 파일 등(이하 '공정흐름도')을 빼돌렸는데, A사가 전 임직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소 한 사건이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정흐름도에 기재된 개별 구성 부분들이 다른 회사 제품들에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거나 공정흐름도에 기재된 내용이 대체로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와 기존에 출시된 다른 회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단순히 종합한 정도라는 이유로 위 공정흐름도가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공정흐름도에 다른 회사 제품들의 공지된 구성 부분이 단순히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서써 회사의 가정용 맥주 제조기의 전체 구성 등이 도식화돼 있는 점 ▲비록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다른 회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A사 제품의 전체 구성과 구조 등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점 ▲위 공정흐름도는 A사가 제품 개발을 시작해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 종합하고 여러 실험 등을 거쳐 작성한 것으로 경쟁자가 A사를 통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위 공정흐름도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제2심)판결을 파기했다. 위 판결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요건 충족 여부와 관련해 일부 정보가 공지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어떤 다른 정보와 조합됐고, 해당 조합이 업계에 알려져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공지성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피해회사로서는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것이다. 영업비밀을 관리하는 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법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권리 행사 등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2024-05-12 11:31:32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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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티 없는 웃음이 행운의 묘약

아침 전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이가 함박웃음을 웃으며 가벼운 걸음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지 몰라도 덩달아 웃음을 머금었다. "누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니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떠나 기분 좋게 웃으면 자신만이 아니라 보는 이의 기분까지 북돋우니 웃는 일이 어쩌면 덕을 쌓은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찡그리면 예쁜 얼굴이라도 보기 싫고, 티 없이 웃는 모습을 보면 미운 얼굴이라도 기분 좋아진다. 또 화내는 모습은 아는 얼굴이라도 낯설게 느껴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아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세상살이 험하다 하더라도 조그만 기쁨에도 함께 웃다 보면 저 너머에서 어른 거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떳떳하게 살아간다면 어떤 장면에서도 두려울 게 없으니, 조그만 이해관계를 위해 거짓으로 웃지 못한다. 즐거울 때 웃지만, "억지로라도 웃으면 행복해진다."는데 정말일까? 어린 시절은 일생에서 가장 많이 웃는다는데 너도나도 어린이의 티 없이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꾸준히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리되면 천진난만한 웃음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구김살 없는 행복을 누릴 권리는 남들이 주지 않고 자기마음으로 쥐는 것이다. 행운을 가져오는 묘약인 웃음은 밝은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결과이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4대 미녀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서시(西施)는 속병이 있어서 이마를 찌푸리고 걷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여 사람들이 경탄했다고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추녀는 그래야 아름다운 줄 착각하고 자신도 역시 가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라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추녀의 그악한 모습을 보고 오염될까 봐 주민들은 문을 굳게 닫아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처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언젠가 찡그린 얼굴로 누군가를 냅다 욕하며 입가에 묘한 비웃음을 띠는 여류인사의 상판대기를 TV에서 보고 흠칫했다. 어쩌면 전국시대 서시를 닮고 싶어 안달이 났던 추녀의 모습도 그렇게 추하고 무섭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길을 지나가다 아기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면 마냥 행복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어린이의 순박한 웃음을 싫어하는 망나니는 없을 거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웃으면 웃을수록 개인도 행복해지고 사회도 건강해진다. 웃더라도 거짓으로 웃거나 비웃으면 처음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그 그늘진 흔적이 얼굴에 쌓이기 마련이다. 남을 깔보거나 비웃는 습성을 가지면 본인은 모를지 모르지만, 일그러진 잔상이 면상에 남게 된다. 잘나고 못나고 막론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늠하는 마음 자국이 얼굴에 어려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 얼굴에는 쌓아 올린 재물이나 권세가 아니라 얼마나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살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숨어 있는지 모른다.

2024-05-10 10:27:51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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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밸류업'에 필요한 '사이버IR'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밸류업'에 필요한 '사이버IR' 올해 증권시장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다. 만성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한다는 정책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이슈를 이끌고 있다. 일단 시장원리에 의해 정해지는 기업가치를 정부가 나서서 높이려 한다는 데에 대해 일부 거부감도 있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국내 상장기업들이 주가관리에 그만큼 소홀했고 이 때문에 주식시세가 저평가받는 악순환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투자자들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고질병 정도로 여겨왔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저점국면에 진입했다가 짧게 수익을 챙기고 빠지는 현금자동인출기(ATM)기 정도로 국내증시를 폄하하는 것도 경제 펀더멘털에 훨씬 뒤처지는 허약한 증시체질때문일 것이다. 이는 결국 증시의 3대 축중 하나인 개인투자자의 '탈(脫)한국'을 야기했다. 잘나가는 경기상황과 달리 증시가 방향성을 못잡고 박스피(박스권+코스피지수)에 갇혀 헤매는 동안 중국증시에 투자하는 중학개미, 미국 등의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일본증시로 가는 일학개미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한국기업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상황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토종자본마저 해외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시도는 만시지탄이지만 반길만 하다. 정부는 유관기관,시장참가자들과 함께 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현재까지 제시된 기업 밸류업 지원 주요 방안은 강제성보다는 상장사의 자율적인 기업가치 제고노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기대했던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나 엄격한 페널티 등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쯤에서 관심갖고 봐야 할 부분이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IR(투자자설명활동) 활성화이다. 밸류업프로그램 기본 방침대로 기업이 자신의 총체적 가치를 제대로 투자자에게 알려 주식시세를 합당하게 평가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IR에 더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기업설명회를 수시로 열어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해야겠지만 아직 시장의 관심이 덜한 사이버IR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상당수 상장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단순한 사업현황이나 제품소개 등을 홍보하는 수준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및 재무상태, 신사업에 대한 구상이나 미래 전망, 기술적 진보 현황 등 제반 기업활동 사항을 투자자들이 좀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도록 한다면 밸류업에 한층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기업공시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접근 난이도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나아가 곧 시행할 밸류업프로그램의 세부사항과 그 이행성과들을 사이버IR 페이지에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수많은 투자자들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문제는 사이버IR이 여타 수단과 달리 쉽게 활성화되지 않고 답보 혹은 후퇴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의 홈페이지 개설이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상장사들에게 홈페이지를 활용한 자사주 시세정보 XML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며 사이버IR를 독려한 바 있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이 업무를 넘겨받아 편의성과 활용도를 높인 유료서비스를 운영중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장사는 전체 상장사가 300여개 이상 늘어난데 반해 크게 늘지를 않고 있다. 기업들이 사이버IR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대기업과 달리 다수 중견중소상장사들은 IR담당 인력유지는 물론 홈페이지에 올리는 기업의 일반적 정보 관리조차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이왕 한국거래소, 유관기관, 협회 등과 호흡을 맞춰 증시 밸류업을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하듯이 적극적 IR이 사이버상에서도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그럴려면 더많은 IR서비스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서 활동해야 할 것이고 관련 비용은 줄이고 지원은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24-05-09 17:23:50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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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6>와인 한 방울에 5만원…로마네콩티

<236>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 와인 한 병을 잘게 쪼개본다. 한 잔씩도 아니고 한 방울씩이다. 액체 한 방울은 0.05㎖. 와인 한 병이 보통 750㎖니까 1만5000방울이 들어있다. 150㎖ 정도로 따른 와인 한 잔이라면 3000방울을 마시게 된다. 쉽게 15만원짜리 와인이라면 한 방울에 10원, 150㎖ 한 잔에 3만원이다. 최상급 와인의 경우 표준 750㎖보다 더 큰 병으로도 많이 나온다. 큰 병에선 숙성이 천천히 진행돼 좋은 상태로 오래오래 둘 수 있어서다. 2배인 1.5ℓ 매그넘부터 더블매그넘(3ℓ), 제로보엠(4.5ℓ), 살마나자르(9ℓ), 멜키오르(18ℓ)까지 용량이 제각각이다. 방울 단위(Price per drop·PPD)로 쪼갠 것은 세계에서 누가 가장 비싼 와인인지 단위당으로 진짜배기를 가려내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역사상 가장 비싼 와인 1위는 명불허전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다는 그 와인 말이다. 한 방울 가격이 미화 40달러(한화 약 5만4000원)다. 독보적이다. 지난 2018년 소더비가 진행한 경매에서 로마네 콩티 1945빈티지 2병이 나왔고, 각각 55만8000달러(한화 약 7억6000만원), 49만6000달러에 팔렸다. 한 방울당 가격은 각각 39.92달러, 35.48달러로 이 기록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당시 세계 최고가 와인을 가져간 이는 미국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와인수집가인 롭 로사니아였다. 그것도 두 병을 모두 낙찰받았으니 이날 100만달러를 와인에 썼단 얘기다. 2위는 프랑스 5대 샤토 가운데 하나인 샤토 라피트 1869 빈티지다. 무려 한 세기 이전의 와인이다. 2010년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23만3972달러에 팔렸으니 한 방울당 17.96달러였다. 3, 4위 역시 1800년대에 나온 와인이다. 세계 최고의 귀부와인으로 불리는 샤토 디켐으로 1811, 1874빈티지다. 1811 빈티지는 12만 달러로 한 방울당 9.84달러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믈리에인 크리스챤 바네크가 2011년에 자신의 소믈리에 커리어 50주년을 기념해 2017년에 마시겠다며 구매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샤토 디켐을 맛보기 전인 2015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밖에도 앙리자이에 본 로마네 크로 파랑투 1978,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샤토 슈발블랑 1947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와인들이 비싼 와인 상위에 올랐다. 와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맛이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야 할텐데 희귀성과 상징성 등이 돈으로 환산되는 초고가의 세상에선 얘기가 좀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지만 사실 100년 안팎된 와인은 사실 맛을 담보하기가 힘들다. 훌륭한 와인이라면 길게는 수십 년간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과일의 향을 잃고, 색은 갈색으로 바랜다. 모든 와인의 종착역은 같다. 식초다. 혹시나 일어날 기적을 기대해보는 것도 와인 수집의 묘미란다.

2024-05-09 14:35:2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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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순탄치 않아 보이는 22대 국회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175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군다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다음으로 '제2의 야당' 자리를 차지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정부·여당과의 대립은 21대 국회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22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민주당 일부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언급했듯이, 이번 총선 결과는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했다기보다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한 것이란 이유다. 조국혁신당의 예사롭지 않은 돌풍도 이유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 결과, 조국혁신당이 24.25%를 받아 의석수 12개를 받은 것이 민주당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보편성'을 추구할 것인지, '팬덤 정치'에 기반한 정책을 펼칠지를 놓고 고심하다가 '선명성'을 강조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의 '활약'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인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친명 인사' 위주로 원내대표를 비롯한 요직을 채웠다. 보다 탄탄한 대오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 자리를 맡았고, 박 원내대표와 함께 일할 원내 수석으로 박성준·김용민 의원이 임명됐다. 특히 정책수석부대표를 맡은 김용민 의원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이었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언급할 정도로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 인물이다. 또,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을 비롯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정책위의장, 전력기획위원장,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주요 자리도 친명계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과 김우영 정무조정실장 등도 강경파로 꼽히는데, 김용민 원내수석과 함께 당내 '투톱'의 의중을 받들며 강경 노선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은 애초부터 선명성을 내세워 총선에서 예상 외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 입성할 예비 의원들에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더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의 두 야당은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듯, 벌써부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두 야당은 8일 국회에서 개최된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며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이달 말 재의결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22대 국회에서 바로 재발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본다. 그 뒤를 이어 쌍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방송3법, 간호법, 노동조합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줄줄이 22대 국회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22대 국회가 열리는 6월부터 여의도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과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날까 걱정되는 이유다.

2024-05-08 16:02:0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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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플라보노이드 풍부한 곰보배추, '뱀차즈기'

건강에 대한 관심은 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낸다. 예전에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들풀이었지만 어느샌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명 '곰보배추'라고 알려진 '뱀차즈기'가 바로 그러한 케이스다. 뱀차즈기가 곰보배추로 불리는 이유는 모양새 때문이다. 넓적한 잎이 봄동처럼 땅 위에 퍼져서 나고, 잎사귀 표면에 울퉁불퉁 작은 굴곡이 밀집돼 있다. 하지만 배추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들깨와 같은 꿀풀과에 속하며 꽃 또한 들깨와 비슷하다. 이미 민간에서는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잎사귀를 쌈 채소, 김치로 활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찌개나 샐러드 재료로도 활용한다. 뿌리와 잎사귀까지 통째로 말린 후 차로 우려내 마시면 기관지 건강의 유지와 회복에 도움이 된다. 뱀차즈기에는 실제로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 들어 있다. 특히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데 아피게닌, 루테올린, 히스피둘린 등의 성분 등을 꼽을 수 있다. 플라보노이드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항암, 항염증, 항산화 효능 때문이다. 뱀차즈기차가 기관지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늘 유해한 식품, 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뱀차즈기처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뱀차즈기는 평소 식재료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다. 일반적인 배추와 비교해도 필수 미네랄이 더 많이 들어있다.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들이 꼭 신경을 써야 할 칼륨 그리고 임신기, 수유기 여성들이 꼭 섭취해야 할 요오드의 함량도 높다. 비타민 중에서는 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A와 간에서 혈액 응고에 필요한 인자 합성에 관여하는 비타민 K 또한 풍부하게 들어 있다. 뱀차즈기는 한겨울 눈 속에서도 버티고 푸른 잎이 그대로 살아있어 설견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만큼 인간의 몸에도 좋은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있다. 논밭 언저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뱀차즈기를 좋아하는 나물 리스트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2024-05-07 09:11:1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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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윤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기다려지는 이유

오는 9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회견을 하는 것이 무려 21개월 만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에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한번 한 뒤 지금까지 630여일 동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볍게 말을 주고받았던 도어스테핑도 2022년 11월에 끝이 났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만 했다. 지난해에는 조선일보와, 올해엔 KBS와 신년대담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며, 야당이나 언론에서 '불통'이라고 지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9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윤 대통령이 2년 만에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에 대한 반성치고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통령실 주위에서는 지금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약 한 시간 가량 질의응답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측에 따르면, 이번 기자회견이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자리가 되도록 할 것이며, 질문도 가리지 않고 받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원활한 소통'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국정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그 동안 등한시했던 국민, 언론과의 '소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길게 하기보다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질의응답은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될 예정인데, 대통령실 일부에서는 주제 제한 없이 질의응답이 오갈 경우 중구난방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보다 자유로운 회견이 될 수 있도록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논란, 거야와 협치, 의료개혁을 둘러싼 갈등, 아직도 안갯속인 연금개혁, 민생 등 각종 현안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윤 대통령은 이런 주요 현안에 대해 주로 듣기만 했지, 명쾌한 해답을 내놓거나 반박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대충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적당한 선에서 질문들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경우, 이런 기자회견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민감한 이슈가 얼마나 다뤄질지도 궁금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솔하게 답변할지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유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크다. 이번 기자회견의 '진솔함'이 남은 윤 대통령의 임기에 힘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2024-05-06 16:07:4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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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불법공매도방지시스템과 불편한 진실

금융당국은 작년 11월 6일부터 올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하고, 해당 기간 불법공매도 방지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5개월 동안의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 TF 결과를 공개했다. 이의 주요 내용은 기관투자자의 주식 잔고 관리를 전산화해 보유 잔량보다 많은 초과 매도 주문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단계로 외국인(해외 IB)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주문을 위한 잔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여 매도가 잔량보다 많은 주문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2단계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무차입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잔고보다 많은 초과매도분을 걸러낸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적 조치를 주장해왔던 필자로서는 금융당국의 이러한 발표를 일단 환영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금융당국의 불법공매도 방지 발표 내용이 필자에게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는 건 무엇일까? 이를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번 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기관투자자에 대한 주문은 개인투자자와 달리 거래증권사의 계좌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증권사의 예탁계좌에는 분명 기관투자자의 계좌가 개인 계좌와 함께 있다. 그런데도 불구 증권사가 개인투자자 주문만 주문확인을 하고 기관투자자의 주문확인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만일 거래증권사가 기관투자자의 주문에 대해 주문확인절차를 수행한다면, 기관투자자의 불법공매도는 사전에 쉽게 그리고 완벽하게 근절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는 증권사가 거래하는 기관투자자의 주문확인을 하는 대신에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인 시스템 개발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주문확인을 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가 필자에겐 옥상가옥(屋上架屋) 조치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거래증권사가 개인투자자 주문확인과 같이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도 주문확인절차를 수행하는 걸 권한다. 이는 금감원이 발표한 '기관투자자 잔고시스템'구축보다 비용 측면이나 주문거래의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거래소에 대해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을 운영할 것임을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이 설치되려면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려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국회에서 법안처리는 관련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해당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 그리고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의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절차로 인해 법안처리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또한, 국회의 법안처리는 이익단체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관투자자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국회에 대해 NSDS의 설치 및 운영이 국제정합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로비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의 가능성을 간과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한편, 증권사의 유동성 제공자 차원의 공매도는 불법공매도와 그 성격이 다르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또 다른 형태로 지적이 되어 왔다. 증권사는 2015년부터 시장조성자로서 유동성 제공자 역할이 부여되어 현재와 같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딜러쉽 시장(dealership system)에서 증권사는 유동성 제공자로서의 공매도가 필요하다. 왜냐면 유동성 제공자는 매수자에 대해서 매도자 역할을 행하고, 매도자에 대해서 매수자 역할을 행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거래를 위한 재고(inventory)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개경쟁매매방식(call auction market system)으로 거래가 이뤄짐에 따라 증권사는 매도-매수주문의 전달역할만을 한다. 매도-매수호가 스프레드 차이가 큰 유동성이 매우 낮은 종목들의 경우에는 필자가 한발 양보해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제공자 지위를 인정한다. 이와 달리 거래가 매우 빈번한 대형주를 대상으로 한 유동성 제공자의 공매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만일 이들 대형주의 스프레드 차이와 그 빈도가 크다면, 이는 우리 자본시장과 대형주의 수준이자 부끄러운 민낯일 수 있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05-02 08:03:4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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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터무니없는 공공기관 원고료

지난 2020년 한 공공기관으로부터 평론 청탁을 받았다. 공무원인 담당자는 입주 작가가 원한다며 상세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메일에는 집필해야 할 작가 작품에 대한 정보와 함께 '원고 분량 A4 4장 이내', '정리된 원고 A4 1장 별도'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적혀있었다. 거절했다. 25만원이라는 원고료가 문제였다.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원고 집필 시간과 작품연구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노동에 대한 보상치곤 지나치게 적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작업실까지 왕복 700킬로미터를 오가는 데 소용되는 교통비와 세금까지 포함된 '글 값'이 25만이라는 건 사실상 재능기부를 하라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동일한 기관에서 또다시 평론을 의뢰했다. 이번엔 해당 기관의 지원으로 전시할 작가가 직접 연락했다. 원고료는 30만원이라고 했다. 물론 세금공제 전, 교통비도 그 30만원 내에서 모두 해결해야 했다. 역시 거절했다. 개선되지 않은 환경에선 평론 작성이 불가능함을 담당자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며칠 뒤 작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는 담당자에게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돈에 맞는 비평가를 찾으면 될 것 아니냐"는 핀잔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지적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그들의 탁상행정과 내부규정, 수당 규격별 지급액 기준 등이 잘못되었을 뿐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언젠가는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틀 안에서 작가와 작품을 맥락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평론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다른 관점과 해석을 통한 예술적 담론의 풍부함 및 표현의 지속적인 진화에 기여하는 비평가들에게 걸맞은 정책이 실현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변한 건 없다. 비평가와 연구자들의 생산물에 대한 낮은 보상체계도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2023년 10월 국내의 한 비엔날레가 비평가들에게 제시한 평론비는 30만원이었다. 지난 4월 모 공립미술관이 밝힌 원고료 또한 25만원에 불과했다.(굳이 비교하자면 명목임금은 25만~30만원이지만 실질임금은 '0원'에 가까운 셈이다. 쉽게 말해 그냥 공짜로 써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이나 공공기관의 다수는 이처럼 터무니없는 글 값을 책정해놓고 있다. 평론만으론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점점 전업 비평가가 줄어들고, 비평가를 희망하는 후배들 또한 드물어지고 있다. 당장 굶을 것이 훤한데 어느 누가 비평가를 꿈꾸겠는가. 어떻게 해야 이런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일단 미술평론가협회의 적극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협회차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그게 어렵다면 비평가들끼리의 '연대파업'도 하나의 대안이다, 그렇다면 "돈에 맞는 평론가를 찾으면 될 것 아니냐"는 어느 공무원의 오만한 발상과 발언을 접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상상이다. 평론가협회는 무기력하고, 공공기관 자료에 이름만 올려도 좋다며 무상노동조차 감수하는 대체가능 인력이 있다. 경험 많은 비평가조차 비평계가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개념 없이 응하곤 한다. 수모에 근접한 대우에도 아무 말 없으니 기관들은 달라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법으로 정하지 않는 한 처참한 글 값이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다행인 것은 오는 7월 26일 시행되는 '미술진흥법'에 비평가들의 글 값이 다뤄진다는 소식이다. 공공기관의 평론비 등을 규정화한다는 것이 요지인데,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기획자나 비평가들의 기획비와 원고료 산정 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미술진흥법으로 비평가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5-01 11:20:5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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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섭씨2도(2℃)와 금(金)사과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식품소비행태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의 순위는 사과, 수박, 참외 순서로 지역을 불문하고 사과가 단연 인기 과일이다. 서양 속담에 '사과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는 파랗게 질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잘익은 사과는 건강에 좋다는 뜻이다. 사과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과일나무중 하나로, 이름이 알려진 것만 수천 종에 이른다. 올해처럼 사과값이 비싼 해도 없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옥수수(Corn)와 식용 돼지(Hog)의 생산량과 가격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등락을 거듭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옥수수와 돼지의 생산량과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는 것을 '콘 호그 사이클(Corn-Hog Cycle)'이라고 부른다. 올해 가격이 높으면 내년에도 계속해서 높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의 상승은 수요보다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마켓의 논리다. 농산물은 흉년이 들어 공급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풍년이 들어 농산물의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폭락한다. 이는 가격의 변화에 수요량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산물의 비탄력적 특성 때문이다. 농산물의 생산량이 30% 감소했을 경우 가격은 30%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등하기도 한다. 반대로 생산량이 30% 증가하면, 가격은 30%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락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농산물 중에서도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채소와 과일의 경우, 풍년이 들어 재배량이 많아지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처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한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재배량이 감소하면, 농산물을 재배해서 수확하기까지의 기간 때문에 재배량을 바로 늘리지 못해 가격이 급등한다. 이처럼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해 가격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 파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1985년경 지구과학자들은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지난 10만년 동안 1800년대의 지구 평균온도보다 '2도' 이상 올라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2도' 이상의 온도상승은 현대인도 작물생태계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단기간 동안의 '2도'라는 온도상승은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1971년 창설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지난 5년 동안 한반도에 발생한 기후 재앙으로 2022년 동해안 대형 산불로 서울시 면적 3분의 1 산림 피해, 2020년 54일 동안 역대 최장 장마로 42명이 사망했거나 실종, 2018년 111년만의 살인적인 더위와 폭염으로 약 315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28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1.5도 이하로 관리하기로 전 세계가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하였다. IPCC는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수행해야 할) 과제의 규모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지금까지의 감축 계획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토대로 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이번 세기 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각국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지 않고 이후에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2100년까지 평균 2.8도(2.1~3.4도)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심각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것이 명백하다'고 발표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된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배출량뿐 아니라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과 가격의 인상요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100년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 경북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보다 지난해 44%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 지역은 5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 사과가 유독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개화 예정일보다 개화가 빨리 시작되면 겨울동안 영양분이 부족해진 나무가 회복할 시간적 여유 없이 개화가 진행되어 나무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병충해의 피해가 심해진다. 또한 꽃이 핀 후 갑자기 기온 저하로 인해 서리가 내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꽃들이 냉해를 많이 입는다. 꽃이 빨리 개화하면 벌들의 활동시기와도 달라져 개화 기간이 짧아져 수정에 문제가 생긴다. 경북지역에서는 벌대신에 드론으로 사과 꽃이 만발한 과수원 위로 꽃가루를 섞은 물을 뿌려 인공 수분작업을 시도 하기도 하였다. 사과값의 살인적인 폭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섭씨2도(2℃)를 저지선으로 하는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감축에 전세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5-01 11:11:48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