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중앙선 이촌역 -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리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이 살아있다.' 박물관의 전시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석판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가족 코미디 영화다. 국내에서도 흥행한 이 시리즈는 박물관이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공간임을 잘 보여준다. 만약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그 첫 무대는 아마도 이곳이 될 것이다. 바로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 지하철 4호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이촌역 2번 출구 또는 '박물관 나들길'이라는 이름의 지하보도를 이용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용산가족공원과 함께 웅장하면서도 우아하게 서있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부지 면적 30만7227㎡에 연건평도 13만4270㎡에 달하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전시 면적만 해도 2만6781㎡가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전시물을 관람하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정도다. 3층으로 된 박물관은 총 6개 상설전시관에 1만2044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은 외부 전시 일정 및 유물의 보존 상태를 위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으다. 1층부터 3층까지 차례차례 전시물을 보는 것이 가장 쉬운 관람 방법이다. 그러나 전시물의 숫자도 방대한 만큼 원하는 전시관만 골라서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자리에 1층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으로 구성돼있다. '선사·고대관'에서는 가정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구석기의 돌도끼와 신석기의 토기, 그리고 청동기 시대의 청동거울과 동검 등 고대 유물들이다. 이어 고조선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삼국시대 이전의 부여와 삼한, 그리고 가야와 발해 등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세밀하게 분류해 전시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중·근세관'에서는 사극으로 친숙한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고려 시대의 왕실 문화와 서민들의 삶, 그리고 대외 교역의 흔적들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조선의 유물도 다채롭다.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과 각종 발명품, 영조와 정조 때 펼친 탕평책의 흔적들, 그리고 서민들의 문화가 깃든 유적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척화비 등 혼란스러웠던 근대 초기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 개인 소장품, 그리고 서화 2층은 '기증관'과 '서화관'으로 구성돼 있다. '기증관'은 국내외에서 기증해온 유물 1400여점을 모아놓은 곳이다. 기와, 백자, 목칠공예 등 비교적 소박하면서도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다만 역사의 흐름을 따라 관람할 수 있는 1층과 달리 '기증관'은 기증자에 따라 전시물의 성격도 달라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화관'은 이름처럼 그림을 중심으로 한 전시실이다. 퇴계 이황, 추사 김정희의 서예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의 그림, 그리고 불교 회화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선과 색채로 발휘된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 아시아 문화, 그리고 조각·공예 3층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관'에서는 아시아 문화의 공통성과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중국, 일본은 물론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이색적인 전시물을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해외 교역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실크로드와 신안해저 문화제 등도 만날 수 있다. '조각·공예관'에는 거대한 불상부터 백자, 청자, 분청사기 등 다양한 조각과 공예 전시물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 중 하나인 금동반가사유상이 있는 곳도 바로 여기다. 역사책에서 만난 유물들이 곳곳에 있는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중 가장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곳곳에 휴식공간…공원 산책도 국립중앙박물관은 방대한 규모에 걸맞게 곳곳에 휴식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루 만에 모든 전시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전시물을 보는 것이 좋다. 휴식공간을 통해 주변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숨겨진 매력 중 하나다. 꼭 박물관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근처에 있는 용산가족공원은 봄나들이 명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박물관과 함께 있는 어린이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등도 가볼만 하다. 과거·현재·미래가 함께 만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늘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 관람시간: 화·목·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 오전 9시~오후 7시 (1월1일, 매주 월요일, 국립박물관이 지정한 날 휴관) - 관람료: 상설전시 무료, 기획전시 유료 - 찾아가는 길: 4호선·이촌역 하차 후 2번 출구 또는 박물관 나들길(지하보도) 이용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