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에 목매 야반개통…뚜껑 연 5G 생태계 '오지 수준'
'세계 최초 5G' 서비스가 지난 3일 밤 11시 갑자기 막을 올렸다. 당초 5일 세계 첫 5G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했다가 사전 예고 없이 정부가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임의로 '5G시대'를 선포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기존 롱텀에볼루션(LTE)으로도 불편이 없는데 5G가 우리 삶에 무슨 의미를 가지냐는 의문도 나온다. 막상 상용화가 됐지만 눈에 띄는 '킬러 콘텐츠'도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란 타이틀에 목을 매기보다는 5G를 산업과 일상 전반에 내실 있게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밤 11시 5G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고 밝혔다. 한밤 중 기습 상용화를 단행해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우리보다 2시간 늦은 4일 오전 1시(한국 시간) 5G 상용화를 선언한 것을 간발의 차로 따돌린 셈이다. 이로 인해 결국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란 타이틀을 수성했다. 5G는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초고속이 특징이다. 초고화질(UHD)·4K, 8K와 같은 초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 1ms 수준의 초저지연과 1㎢ 당 100만개를 연결하는 초연결성을 통해 사물인터넷(IoT)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클라우드로 올리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5G가 산업자동화, 원격조작 등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해 GDP 증가와 세수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그 효과는 2024년 131억 달러에서 2034년 565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오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며 "최고의 5G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는 초기 롱텀에볼루션(LTE)과 유사하게 서울, 수도권과 일부광역시 등 주요도시의 인구밀집지역을 위주로 5G 서비스를 우선 개시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5G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해 올해 말에는 전국 85개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5G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5G 기지국 수는 각 사별로 SK텔레콤은 2일 오후 6시 기준 3만4000개, KT는 3만개, LG유플러스는 1만2000개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작은 이제부터다. 5G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막상 5G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LTE와 차별화 된 포인트가 있어야 5G 상용화가 공감을 얻으며,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5G 기지국 구축 또한 시작 단계로,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이나 도서 산간 지역은 당장 5G 네트워크를 순조롭게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G 유입을 위한 콘텐츠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마련된 콘텐츠는 LTE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가상·증강현실(VR·AR),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3사는 각각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다만, 일반 이용자 시장에서는 각 콘텐츠가 별다른 차이점이 없이 판박이처럼 유사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다. 문제는 통신업계와 산업계의 지식격차다. 이동통신사는 5G 네트워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정 산업 세그먼트 별로 구성된 지식이 부족하다. 반면, 산업계는 5G를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혁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5G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3사는 국내외 사업자를 불문하고 자동차, 미디어, 보안 업체 등과 협력을 맺으며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 나섰고, KT는 '5G 오픈랩'을 통해 5G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5G 오픈랩은 500여개의 서드 파티들과 협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또한 3일 약 230㎡ 규모의 '5G 이노베이션 랩'을 마곡 사옥에 구성하며 5G 생태계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