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불똥 튈라…IT 업계도 '긴장'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 업계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면세, 유통업계 등에 비해 당장 돌아오는 타격은 없지만, 중국의 '사드 몽니'가 장기전으로 진입할 경우 IT 업계도 중국 사업 진출에 난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변화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수 사업이 위주인 이동통신사는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인 셈이다. 중국 차이나텔레콤, 화웨이 등과 진행되고 있는 사업도 대부분 연합체 형태기 때문에 사드 보복 사태로 인한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5세대 이동통신(5G), 미디어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난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앞으로 신사업 쪽으로 협력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알리페이 모회사에 '카카오페이'에 대한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 작품을 중국 텐센트의 만화전문사이트에 서비스하는 등 중국 사업에 나선 카카오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금 당장 파트너십이 변동되는 등 사업과 관련된 여파는 없지만 게임, 콘텐츠 등 관련 사업이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게임 업계는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방송과 연예계에서 진행되는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의 불똥이 번진 이후 이번 사드 보복으로 인해 게임업체들의 중국 내 입지가 더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뉴주(Nwezoo)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 244억 달러로 미국(236억달러)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40억달러) 보다 6배 이상 큰 셈이다. 때문에 게임 업계가 중국 시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판국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업계 1, 2위를 다투는 넥슨은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41%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매출이 높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번 사태로 중국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서비스 라이선스에 해당하는 '판호' 발급이 까다로워지는 상황은 신규 게임을 들고 나온 업체나 중소 게임업체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판호를 받기 위해서는 광전총국이 진행하는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승인까지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모바일게임까지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제재 조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 중국 내 신규 게임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한국 게임의 신규 판호 발급이 중단되는 사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호 정책의 영향도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리니지 레드나이츠' 모바일의 판호를 신청한 상황인데, 판호 승인 금지와 관련해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미래부 차원에서 현재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없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났던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상황점검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드라마, 영화 콘텐츠의 중국 유통제한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실제로 타 분야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정부의 적대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중국정부의 강경한 기조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조치를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