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잃은 화장품 로드샵…온라인과 상생하는 방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화장품업종이 더 어려워지면서 가맹점 폐점률이 상승하고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가맹점 매출은 떨어지고 브랜드 수까지 줄어들면서 화장품 로드샵들은 거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내로라하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로드샵을 점차 줄여가며 온라인 위주의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 브랜드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 주목받고 있다. ◆ 힘 잃은 로드샵…온라인 강화 정책 때문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 여파에 해외 관광객들의 대폭적인 감소에 내국인들마저 밖으로 외출을 삼가면서 타격을 받았다. 이러는 사이 온라인몰에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쳐지며 매장 손님을 뺏겼다. 지난해 폐점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업종은 화장품업종이 유일한 만큼 거리에 화장품 로드샵 매장들이 문을 속속 닫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매장은 1186개에 달했으나 지난해인 2020년 말에는 880개만 남아있다. 이니스프리 매장 역시 750개에서 546개로, 에뛰드 매장은 321개에서 170개로 쪼그라들었다. 또 스킨푸드는 2018년 126개 매장을 가지고 있던 반면에 지난해에는 37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브랜드 미샤와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매장 수는 2018년 700여 개에 달했지만, 이 또한 코로나19 이후 전국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 미샤 가맹점은 150여 개다. 이 같은 화장품 로드샵 폐점 추세는 본사의 온라인 사업 강화 기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온라인몰에 대한 상품 공급가를 로드샵보다 싸게 책정해 가맹점의 30%에 달하는 661개가 문을 닫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에이블씨엔씨도 미샤가맹점주협의회로부터 "본사가 주력제품들을 온라인에 더욱 낮은 공급가를 적용, 판매가를 낮춰 판매하는 등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스킨푸드는 온라인이나 SNS 상에서 MZ세대가 주목하는 모델, 네고왕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홈페이지 회원 가입을 통한 쿠폰 발행 등 온라인 페이지를 향한 고객 유입을 노렸다. ◆로드샵과 상생하는 진짜 협의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아리따움 가맹점 협의체인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 전국 아리따움 점주 협의회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가맹본부와 전경협, 전아협 등 3개 주체는 60억원 규모의 지원을 포함한 7개 시행안에 합의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각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 지원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전용 상품 확대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5일 "가맹점협의회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분기 이니스프리 40억 원, 에뛰드 14억 원, 아리따움 60억 원 규모로 임대료 특별 지원, 재고 상품 특별 환입, 폐점 점포에 한해 인테리어 지원금 반환 면제 및 상품 전량 환입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작년 3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 가맹점 월세의 50%를 지원했다. 지원 금액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운영하는 상생협력기금 동반성장 투자재원에 금액을 출연하여 이를 가맹점이 지급 받는 형식으로 전달됐다. 에이블씨엔씨도 지난달 미샤 가맹점주 협의회와 상생 합의서를 체결하고 ▲본사와 가맹점주 협의회 간 정기적 협의체 구성 ▲가맹점 재고 부담 완화 ▲무상 샘플 지원 ▲전용 기획세트 공급 ▲전용 신제품 개발 ▲온라인 수익 공유 ▲타 유통채널과의 공정한 환경 조성 등 총 7가지의 사안을 협의했다. 이 같은 협의안 중 지원금과 환급 처리 등 일시적 대응보다는 가맹점과 지속적으로 상생 가능한 온라인 매출 보조 또는 전용상품 지원 방안 등이 눈에 띈다. LG생활건강은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뷰티로드샵의 직영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주들에게 돌려주는 플랫폼을 7월부터 제공 중이다. 바로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몰 매출을 가맹점 몫으로 돌리는 플랫폼이다. 고객이 통합 플랫폼에서 '마이 스토어'를 설정한 후 주문하면 해당 주문 건을 통해 발생된 매출과 수익 100%는 고객이 지정한 가맹점에 귀속된다. 마이 스토어로 지정된 가맹점은 주문 내역 확인 후 매장 내 재고를 택배 발송한다. 재고가 없는 경우 가맹본부에 위탁 배송을 요청한다. 가맹점을 위한 전용 상품들을 개발해 공급하고(타 채널에는 공급안되는 가맹점 전용 상품들) 전략 핵심 제품들의 무상 샘플 공급량을 늘린다는 내용도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종합 화장품 온라인몰 눙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맹점에 공유하는 것으로, 가맹점 단골고객으로 등록(QR코드 이용)한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발생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해당 가맹점과 공유하는 방식을 취했다. 매장이 등록한 단골고객이 마이눙크에서 일으키는 순매출(결제금액)의 20%를 전달한다. 마이눙크 매출에는 미샤, 어퓨, 미팩토리, 셀라피 등 에이블씨엔씨의 관계사 브랜드 매출이 전부 포함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환경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로드샵을 운영하는 가맹점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가맹점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