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반발하는 헌법재판관 2인 임명… 대통령실 참모진은 사의표명까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은 나름의 절충안으로 보인다. 야권의 '연속 탄핵'을 막고, 여야 합의를 해야 한다는 뜻도 모두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여야 모두의 반발을 불러왔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2024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내란일반·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하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정치권에서도 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사용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2인 임명은 국무위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몇몇 국무위원과 회의 참석자들이 상의 없이 결정을 내렸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특히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야권은 당연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내란일반·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이미 예상했으며, 헌법재판관 3인만 임명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전날 오후 늦게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여야 모두를 달래기 위해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동시에 행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이미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을 보류했다. 임명 보류의 사유는 없으며, 여야 합의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속 탄핵을 막고,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위기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다녀온 후 이같은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 측은 국회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야당도 "당장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탄핵 사유는 충분하지만 탄핵을 할 것이냐는 또 다른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에 대해 인내의 과정들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여권은 최 권한대행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헌법재판관이 2명 추가되면서,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가 됐다. 이럴 경우 탄핵 심판의 결론이 빠르게 날 수 있다. 여당은 헌법재판관 2인 임명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남은 후보자 임명과 관련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임명 보류된 헌법재판관 1인과 관련해 야당과 협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집단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최 권한대행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하는 자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항의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날 오후 "최 권한대행은 지금은 민생과 국정 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비서실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부 국무위원 및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표명에 대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는 입도 뻥긋 못하던 자들이, 내란 단죄에는 사표까지 내가며 훼방을 놓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라며 "내란 세력과 한통속임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