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160원, 이렇게 결정됐다 "경기 회복·코로나 상황 고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최종 표결에는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 사회로 복귀해야 할 상황을 고려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금 지불 능력도 감안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취업자 수가 늘고, 소비가 되살아나는 등 경기 회복 흐름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라는 변수에 맞닥뜨렸다. 여전히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은 올리되 제한적 인상률을 적용한 결과다. 13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률 5.1%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 성장률 4.0%, 소비자물가 상승률 1.8% 평균 전망치를 반영했다. 이 두 지표를 더한 5.8%에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0.7%를 뺀 값이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2.9%, 1.5%와 비교하면 5.1%는 높은 인상률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인상률을 억제했다면 최근 경기 회복세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가 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껑충 뛰었고, 국내 취업자 수도 4~5월 2개월 연속으로 6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도 개선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불 능력이 취약해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자제"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최저임금위가 노동계 요구였던 1만원 보다 낮은 9000원대에서 표결에 부쳤던 이유다. 최저임금 1만원이 올해 대비 14.7% 올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5.1% 인상률은 제한을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노사는 최종 요구안인 1만원과 8850원을 놓고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고, 노사가 반발해 퇴장하자 공익위원 안인 9160원을 표결에 부쳤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40원(5.1%)오른 9160원으로 의결했다. 그래픽=뉴시스 이로써 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무산됐다. 내년 최저임금 9160원이 문 정부 임기 중 결정된 마지막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것으로 6470원이었다. 인상률로 보면 최저임금 9160원은 임기 5년간 2690원, 41.6%에 달한다. 다만, 연평균 인상률로는 연간 7.2%로 박근혜 정부의 4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7.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집권 초, 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강하게 밀어 붙였다. 첫 해 의결된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16.4%, 2019년 8350원으로 10.9% 모두 두 자릿수의 높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하지만, 2018년 들어 일자리가 급감하는 등 고용이 악화되자 최저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문 대통령은 "공약을 못 지키게 됐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저임금 인상 추진은 동력을 잃게 됐고, 결국 1만원 공약은 수포로 돌아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내외 경제여건과 고용 상황,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높은 임대료와 수수료,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 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소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가 최소한 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한 제도다.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이유다. 최저임금 심의 후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과 다른 업종과의 편차 확대를 극복하려면 최저임금 제도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경제 대책들이 종합적으로 잘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용부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