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준비되지 않은 통합 돌봄의 현주소
내년 3월이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서 노인과 장애인 등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주민 돌봄의 책임자로서 역할하도록 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노력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이 법과 사업의 진행상황을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를 비롯해서 7개학회와 참여연대가 성명서를 각각 발표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돌봄은 '모두'를 위한 권리로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주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돌봄은 특정 연령층이나 질환을 가진 집단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동, 청년, 중장년층, 정신장애인 아동과 최근에 증가하는 고립과 은둔한 대상자까지 생애 전주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돌봄 수요가 존재한다. 이처럼 제한된 대상만을 고려한다면, 결국 사각지대를 만들 뿐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미 지자체 예산으로 포괄적인 대상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소극적이다. 둘째, 이 법의 취지에 따르면, 지자체는 돌봄의 책임자이자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특히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노인 돌봄의 욕구사정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욕구 사정을 통해서 노인을 만나지도 않고, 어떻게 제대로 된 돌봄 계획서를 세울 수 있느냐!"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걱정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통합판정도구는 지역기반 돌봄을 위한 사정도구가 아니라 당초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입원을 막기 위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입소대상자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다. 그런데 사회적 논의도 없이 갑자기 지역 돌봄에 사용하니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항목이 많아서 국민건강보험이 수행해도 지금의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형식적 사정이 될 것이 자명하다. 셋째, 이 법률은 지자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전문기관을 지정해서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수행해야 하는 핵심 업무도 대거 위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자체가 지역 돌봄의 콘트롤 타워로서 역할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핵심 업무를 전문기관에 떠맡기고 지역주민의 돌봄은 형식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사업 초기부터 건보를 노인 사정의 단독주체로 설정한 것은 이같은 비정상적인 업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등 의존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앞으로 전문기관 조항을 법률에서 삭제해서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이 법이 시행되려면 지자체의 추가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전담조직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냐?"고 아우성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의 다양한 업무와의 재조정을 통해서 사업을 실시하는 차선책도 있는데 부서간의 이해관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돌봄은 우리 삶의 방파제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해서 전부처가 함께 이 법률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주무부처로서 새로운 정부의 도래와 발맞추어서 미봉책이 아니라 과감한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전용호 국립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