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6>올 상반기 뉴질랜드 와인만 날았다

<246>2024 상반기 수입주류 통계 와인의 인기가 시들하다는데 판매가 오히려 더 늘어난 와인이 있다. 바로 뉴질랜드 와인이다. 유럽이나 미국, 칠레 와인에 비해 기존 수입 물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율 48%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수치다. 수입금액으로 보면 호주 와인을 이미 앞질렀다. 다만 와인 시장 전체로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와인은 물론 하이볼을 등에 업고 살아나는 듯했던 위스키까지 주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와인 수입 규모는 2억2371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3%나 줄었다. 전년 7.9% 감소에서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연간 수입규모가 5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물량 기준으로는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상반기 수입된 와인은 2445만 리터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성장률로 보면 와인 시장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수입규모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 69.6%로 급증했지만 2022년 3.8%로 주춤하더니 작년 -12.9%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202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와인 뿐만이 아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수입 주류의 인기가 다 시들해졌다. 작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위스키 수입량은 상반기 1266만 리터로 전년 대비 24.9% 급감했다. 수입 주류 가운데서는 맥주 정도가 물량 기준 감소폭 9.2%로 선방했다. 계절적으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물량을 쟁여놓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수입 맥주 역시 신통잖은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인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저가 리큐어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종 대부분의 수입이 줄었다"며 "업장 쪽에서 소비가 워낙 침체됐다고 토로하는 상황으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와인 수입이 줄었기는 한데 국가나 와인별로 보면 다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국가별로는 뉴질랜드 와인의 수입이 유일하게 늘었다. 수입 규모로 보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어 호주를 앞질렀다.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 칠레, 스페인에 이어 6위로 올라섰다. 수입량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48.3%나 증가했다. 레드 와인이 수입규모 기준으로 22.8%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화이트 와인은 8.7% 감소에 그쳤다. 화이트 와인의 비중이 절대적인 뉴질랜드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와인 업계 전망은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뉴질랜드 와인처럼 팔리는 상품은 또 잘 팔리니까 말이다. 바뀌는 와인 소비 트렌드에 따라 좀 더 고급화 하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와인찾기가 한창이다. 국내 와인 수입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나라셀라는 올해 1분기보고서를 통해 "2022년 기준 한국의 인당 와인소비량은 1.9병으로 OECD 국가들 대비 와인소비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여전히 향후 시장 성장에 대한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나라셀라는 또 "특히 와인시장은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한 번 높은 등급의 와인을 맛 본 이후부터는 더욱 높은 등급의 와인을 찾는 특성이 있다"며 "실제 중고가 주류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와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7-25 16:50:3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5>이탈리아 화이트와인의 재발견…알토 아디제

<245>이탈리아 알토 아디제 상·중·하로 따져본다. 우선 산미. 모두 중상 이상. 화이트 와인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지만 입안에서 침 고이게 좋은 산미를 가진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합격. 다음은 골격 혹은 힘을 보여주는 바디감. 이것도 중간 이상이다. 화이트 와인인데 집중력 있게 탄탄하다. 품종을 불문하고 구조감이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가끔은 짭쫄하게, 때론 젖은 돌에 혀를 댄 것처럼 미네랄이 느껴진다. 알토 아디제의 화이트 와인들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좋은 화이트 와인 산지로 꼽힐만 하다. 슈퍼투스칸에 끼안티, 아니면 바롤로.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떠올려보니 죄다 레드와인이었다. 와인 좀 마셔봤다면서도 그간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레드와인만 먹던 이라도 딱 좋아할 만한 화이트 와인인데. 그야말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재발견이다. 안드레아스 코플러(Andreas Kofler)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장(사진)은 '알토 아디제 그랜드 테이스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알토 아디제 지역은 생산하는 와인의 98%가 DOC(이탈리아 와인 등급 가운데 상위) 와인"이라며 "와인생산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이 고급 와인이며, 그만큼 품질을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알토아디제 지역은 이탈리아 최북단이다. 지도로 장화 모양을 떠올리면 입구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산지 규모로 보면 이탈리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안 되지만 대부분이 고급 와인이다보니 존재감이 있다. 알토알디제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양성이다. 포도품종부터 와인 종류, 와이너리 운영 형태까지 그렇다. 재배하는 포도품종만도 20여 개에 달한다. 주력 품종으로 추려봐도 화이트 품종이 피노 그리지오와 샤도네이,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소비뇽 블랑 등 5개, 레드 품종이 스키아바와 피노누아, 라그레인 품종 등 3가지다. 다양한 품종이 다양한 테루아를 만났다. 알프스 산맥의 남쪽에 위치해 해발고도가 200~1000m, 토양은 150개가 넘는 다양한 암석으로 되어 있다. 코플러 협회장은 "낮에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에는 알프스 그늘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며 "하루 일교차가 커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기후로 아로마와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좋은 환경 덕에 차별화되는 게부르츠트라미너와 소비뇽블랑 와인이 만들어졌다. 게부르츠트라미너 답게 향은 향수만큼 진한데 생동감 있는 산미가 화려함을 다듬어주고, 구조감까지 균형을 이룬다. 소비뇽블랑 역시 새콤하지만 잘 익은 열대과일에 허브향이 어우러지고, 힘과 함께 짭조름한 풍미까지 갖췄다. 알토 아디제의 레드와인 생산비중도 35%로 낮지 않다. 토착품종인 스키아바를 비롯해 라그레인, 피노누아 등이 레드와인 대표주자다. 스키아바는 즙이 풍부하고 알콜도수가 낮은 편이다. 가볍고 부드럽게 즐기기 좋다. 생산자들이 추천한 음식궁합은 비프 카르파치오다. 라그레인은 진한색부터 딱 구별이 된다. 색만큼 잘 익은 체리향에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풀바디 와인이다. 코플러 협회장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가 많다고 해도 대량으로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가족 단위의 생산자들이 각자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포도재배부터 와인양조까지 최고의 품질을 위해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18 15:36:33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4>기후변화? 두렵지 않다!…佛 샹파뉴·알자스

<244>프랑스 샹파뉴+알자스 제로 도사쥬(Zero Dosage) 샴페인. 알자스의 레드 와인. 요즘 따끈따끈한 와인 트렌드다. 이 두 가지를 관통하는 이슈가 있다. 와린이라면 어려운 와인 용어에서부터 막혀 알쏭달쏭 감을 잡기 힘들 테지만 중급자부터는 아마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모두 기후변화가 몰고 온 변화라는 점이다. 사실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운 와인 생산지는 없다. 유럽은 지난 2003년 이후 여름이 계속 더워지고 있다. 포도가 빨리 익을 수밖에 없다. 20~30년 전과 비교하면 수확시기가 최대 한 달 이상 당겨졌다. 특히 화이트 와인 산지들은 더 비상이 걸렸다. 포도알이 빨리 푹 익어버리면 화이트 와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산도를 제대로 살리기가 힘들다. 샹파뉴(샴페인)와 알자스는 프랑스에서도 샴페인을 포함해 고급 화이트 와인의 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찾은 이들 지역 와이너리들은 기후변화를 말하면서도 울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해진 약간의 온기가 다양성을 가져다줬다는 분위기다. 샴페인을 만들 때 보면 도사쥬라는 과정이 있다. 숙성을 진행하면서 병목에 모아진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나면 모자라는 용량만큼 와인과 당을 추가하는 일이다. 이때 첨가하는 당의 양에 따라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제로 도사쥬라고 하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몇 년 사이 많이 선보인 제로 슈가 소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당을 추가하지 않았단 얘기다. 그간 너무 튀는 산도를 일부 눌러주기 위해 달달하게 해야 했는데 재배기간 따뜻해진 날씨 덕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제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샴페인 하우스가 첨가한 당의 양을 줄이는 추세다. 요리를 할 때도 조미료를 덜 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것처럼 샴페인 하우스들 역시 포도품종이나 떼루아의 특징을 살리는데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기후변화에 표정이 밝았던 진짜 이유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알자스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피노누아 품종으로 그전에도 와인이 나오긴 했지만 이제 알자스 그랑 크뤼급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한 수준이란 말이다. 알자스는 2022년 빈티지부터 51개 그랑 크뤼 지역 중 두 개 지역에 대해 피노누아에도 그랑 크뤼 등급을 표기할 수 있게 허락했다. 알자스가 그랑 크뤼 등급을 만든 197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샹파뉴와 알자스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기후변화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터. 와인생산자들은 지속 가능한 유기농법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알자스&샴페인 마스터클래스에서 "매년 날씨를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기후변화의 위기는 그냥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의 변화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와이너리들이 모두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포도나무가 건강하면 어떤 변화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라며 "알자스처럼 친환경 재배가 앞선 곳은 물론 샹파뉴와 같이 기후적으로 쉽지 않은 곳도 유기농법으로 전환 중"이라고 전했다.

2024-07-11 14:56:51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3>2% 부족해…佛 보르도 2023

<243>프랑스 보르도 2023 빈티지 "가격이 적당하다면 2023년 보르도 와인을 사겠지만 다른 이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다."(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 "보르도 2023년 빈티지는 블록버스터는 되지 못할 것이다."(와인 평론지 와인스펙테이터) 올해도 어김없이 2023년 빈티지 와인의 엉프리뫼르(En Primeur)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프랑스 보르도를 찾았다. 그런데 극찬이 이어진 2022년과 달리 나오는 반응들이 영 시원찮다. 엉프리뫼르는 보르도 특유의 선물 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와인이 병 속에 담겨 완전한 상품으로 출시되기도 전에 미리 사들이는 입도선매 개념이다. 와이너리 입장에선 미리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는 판단만 잘 내린다면 좋은 와인을 싸게 선점할 수 있다. 2023년 빈티지라면 시중에 나오기는 커녕 이제 막 배럴통 안에 담겨진 상태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런 숙성 전의 와인을 맛보고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뒤의 가치가 어느 정도가 될지 평가한다. 이들의 의견이 모아져 엉프리뫼르에서 매매가의 기준이 된다. 2023년에 대한 평가는 무난하다. 작년에는 다소 더운 한 해였지만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수확시기를 당기면서 산도를 살렸고, 균형감을 갖췄다. 그런데 막 뛰어나다고 말할 부분도 없었다. 제임스 서클링은 "최고의 와이메이커는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었지만 일부는 어려움을 겪은 듯했고, 과실미와 구조감 등에서 2022년보다 못했다"고 설명했다. 맛에 대한 평가가 애매하니 관건은 가격이 됐는데 와인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좋지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 판매는 줄었고, 수입업체와 유통업자, 와인 소매상까지 이미 쌓인 재고만으로도 벅차다. 높은 금리를 감안하면 좋은 와인을 선점하겠다고 몇 년씩 돈을 묶어두기도 힘들다. 일단 가격은 많이 낮아졌다. 콧대 높았던 샤또 라피트 로칠드도 2023년 빈티지를 병당 396유로로 2022년부터 30% 이상 할인해 내놨다. 샤또 무똥 로칠드 역시 전년 대비 36% 싸게 병당 330유로로 가격을 책정했다. 현재 팔리고 있는 2019년 빈티지의 반값에 불과하다. 빈티지에 대한 평가도 기대에 못 미쳤는데 올해는 엉프리뫼르 자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용론이 거론되면서다. 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엉프리뫼르는 판매보다는 가격의 기준점을 잡을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어 가고 있다"며 "수십년 전 현금 흐름에 절실했던 와이너리들은 이제 자금이 충분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와인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 바롤로 등 당장 살 수 있는 수백 가지의 고급 와인들이 있는데 보르도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샤또 라투르는 지난 2012년부터 엉프리뫼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2000, 2003년 빈티지의 유명한 와인은 80%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10년을 놓고 보면 평균 수익률이 47.2%지만 최근 몇 년간은 수익이 오히러 마이너스(-)다. 와인종합지수 리벡스(Liv-ex)에 따르면 2022, 2021, 2020, 2018, 2017년 빈티지의 상위 500개 보르도 와이너리의 현재 가격은 모두 엉프리뫼르 가격을 밑돈다. 2019년 빈티지만 수익을 냈다. UGCB도 "엉프리뫼르는 일반적으로 상품으로 출시된 이후 가격보다 10~30%는 저렴하다"면서도 "최상의 가격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지만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2024-07-04 14:37:3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2>소비뇽블랑의 새 기준…"말보로도 다 같은 말보로가 아냐"

<242>라파우라 브렌든 네일론 오너 인터뷰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와인이라고 해도 다 같은 말보로가 아니다. 세부 지역이 서로 굉장히 다른 특징을 가진 미세기후로 나눠져 있다." 뉴질랜드 와이너리 라파우라 스피링스의 오너이자 총괄 매니저인 브렌든 네일론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몇몇 와이너리와 같이 말보로의 테루아를 연구해 뉴질랜드 와인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세부 지역을 정의한 지도를 만들었다"며 "레스토랑이든 와인샵이든 이제 그냥 '말보로 와인 달라'고 하지 않고 '블라인드 리버 소비뇽블랑이 있냐'고 묻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말보로는 뉴질랜드 남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이다. 낮에는 햇살이 충분한데 밤엔 서늘하다.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산도와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는 "말보로는 소비뇽블랑이 최고의 맛을 내기에 딱 맞는 기후를 가지고 있다"며 "말보로에서 1㎞만 떨어져도 기후가 완전히 달라져서 이런 맛을 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믿고 마시던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다. 말보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따질 것이 없었다. 왠만한 다른 유명 산지들이 때론 개별 포도밭까지 하위 지역을 세세히 구분해놨음을 감안하면 여태까지 따지지 않고 그냥 마셨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땅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니 여느 말보로 소비뇽 블랑보다 개성을 살리고 집중도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로헤 블라인드 리버 소비뇽 블랑'은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블라인드 리버 지역의 포도로 만들었다. 로헤는 원주민어로 영역, 혹은 '내 땅'이란 의미다. 지역의 특징을 한 병에 고스란히 담으려는 작명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찬찬히 익은 포도는 좋은 산도에 레몬그라스와 자몽, 멜론 등의 향이 다채로웠고, 농축미로 여운이 길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불파독 소비뇽 블랑'은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불파독은 원래 황소를 키우던 땅으로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여기에 춥고 건조하고 바람까지 많이 분다.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3년 동안 절반 가량이 죽어나갈 만큼 재배가 쉽지 않았다. 고생만큼 성과도 컸다. 제한된 양이었지만 와인은 순수하면서 힘이 있었다. 생동감 있는 산도, 과실향과 함께 짭짤한 미네랄 느낌으로 감칠맛까지 난다. 라파우라의 최상급 와인이다. 한국 시장에서 뉴질랜드 와인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뉴질랜드 와인만 작년보다 성장세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35%나 뛰었다. 네일론 매니저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와인 품질와 음식 페어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보통 호주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중하위 라인의 와인이 주로 팔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프리미엄까지 골고루 수요가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라파우라는 뉴질랜드 와인 시장에서 판매 기준으로 4위다. 상위에 오른 곳들 대부분 기업형이지만 라파우라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첫 번째 와인을 내놓은 때가 2007년으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와인평론지 디켄터에서는 톱 소비뇽블랑 와인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와인스펙테이터에서는 품질 대비 가격이 낮은 밸류와인 3위에 올랐다. 그는 "일관성 있고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려고 한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와인을 맛보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2024-06-27 16:01:14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41>가장 환하게 빛나다…안데스의 별을 담은 와인

<241>칠레 GVSP '알타이르' 그간 양조했던 이전 빈티지들을 다 찾아 시음했다. 포도밭에 따라, 재배 연도에 따라 다른 특징을 일일이 파악했다. 고급 와인을 만들기 위해 프랑스 와이너리와 협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야 했다. 칠레 와인을, 더 나아가 카차포알 안데스임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순수성에 집중했다. 좀 더 빨리 수확해 너무 익은 과일의 느낌이 들지 않게 했고, 부드럽게 눌러 짜 타닌은 실크같이 느끼게 했다. 모든 과정에서 포도알 하나마다 테루아의 정수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안데스의 가장 밝은 별을 담은 와인이 완성됐다. 우리에게 '국민와인', 혹은 '골프와인'으로 유명한 1865의 생산자 산 페드로가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어내기 까지의 여정이 와인 알타이르에 고스란히 담겼다. 가브리엘 무스타키스 산 페드로 총괄 와인메이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GVSP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카차포알 안데스 빈야드는 전체 면적으로 보면 그리 넓지 않지만 토양은 굉장히 다양하고 역동적"이라며 "같은 지역, 같은 와이너리지만 완벽히 다른 3개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GVSP(Grandes Vinos de San Pedro)는 이름 그대로 산 페드로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를 말한다. 시데랄과 알타이르를 비롯해 까보 데 오르노스가 여기에 속한다. 그는 "포도로 시작해서 와인이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다"며 "카차포알 안데스 떼루아의 본질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알타이르는 독수리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견우성으로 알려진 그 별이다. 알타이르를 만드는 포도밭은 이름답게 와이너리에서도 볕이 가장 잘, 오래 든다. 알타이르는 매년 블랜딩이 바뀐다. 그해 그해 테루아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03년 빈티지는 최고 20년이라는 숙성 잠재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잘 숙성된 프랑스 와인처럼 우아하다. 프랑스 샤또 다소와 협업하던 시절에 만든 와인이다. 카버네 소비뇽과 시라가 각각 71%, 17%로 주를 이뤘다. 알타이르 2014년 빈티지는 칠레 와인의 특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농익은 과실향과 함께 은은한 잔당감, 풍성한 맛이 10년간 잘 진화됐다. 알타이르 2021년은 그간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기 위해 지나온 길을 다 녹여낸 빈티지다. 특히나 2021년은 특별한 해였다. 다른 해보다 서늘해 포도가 충분히 숙성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힘과 고상함을 같이 갖췄단 얘기다. 품종은 카버네 소비뇽 90%에 카버네 프랑 10%를 섞었다. 붉은 과일에 오크, 흙의 향이 어우러졌고, 힘있게 수직적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알타이르가 가장 빛나는 별을 구현했다면 시데랄은 여러 별이 모인 별자리다. 카차포알 안데스의 모든 토양을 고루 담았으니 말이다. 별자리가 자연의 균형을 보여주듯 시데랄은 다른 토양에서 자란 포도를 섞어 밸런스가 좋게 만들었다. 시데랄 2021은 카버네 소비뇽 70%에 시라와 카르미네르, 쁘띠베르도, 카버네 프랑을 섞어 만들었다. 잘 읽은 붉은 과일의 향이 또렷해 산미와 잘 어우러지고, 타닌은 구조가 잘 잡혔다. 최소 10년은 두고 먹어도 될 만 하다. 까보 데 오르노스는 카버네 소비뇽 만으로 만든다. 잘 익은 과실의 향이 신선한 산도와 균형을 이루고, 자갈과 점토가 섞인 토양에서 오는 꽉 찬 볼륨감이 특징이다. 지난 20년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양조방법도 많이 시도 중이다. 오크통과 달리 산소를 차단하는 콘크리트 용기와 암포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와인을 숙성한다. 무스타키스 와인메이커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토양의 다양성, 안데스 산맥의 영향, 기후 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들을 통해 훌륭한 산지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병이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06-20 16:19:29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40>풍수지리에서 파타고니아까지…몬테스의 도전

목표가 컸던 만큼 남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칠레에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프리미엄 와인에 도전했고, 포도밭이라곤 없던 곳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동양의 풍수사상을 반영해 양조장을 지었고, 와인이 익어가는 셀러에서는 종일 그레고리 성가를 틀었다. 아무리 포도가 자라기 천혜의 환경이라는 칠레라도 이런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칠레 와인의 위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은 이달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를 갖고 "각각의 포도품종에 적합한 테루아를 찾고, 경사면에 포도밭을 조성한 것이며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늦은 밤 사이 포도를 수확하는 것 모두 몬테스가 최초"라며 "여기에 포도 재배에는 더 할 나위 없는 고립된 낙원같은 환경이 더해져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몬테스의 와인들은 순리에 따른다. 존재하는 중력으로만 이동할 뿐 일체의 펌프나 동력을 이용하지 않는다. 몬테스 회장은 "양조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수확한 포도를 투입해 한 층 아래 발효 탱크로 흐르도록 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탱크가 다시 아래에 위치하도록 한다"며 "와인이 가능한 자연스럽고 좋은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와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풍수사상에 따른 양조장이나 성가 음악 등이 와인 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몬테스 알파 엠'은 몬테스를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준 와인이다. 2012년 미국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다. 프랑스의 샤토 오브리옹 등 1등급 와인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 사시카이아, 미국의 오퍼스원 등 쟁쟁한 와인을 모두 제쳤다. 알파 엠은 보르도 그랑크뤼 급을 목표로 카버네 소비뇽에 카버네 프랑과 메를로 등을 섞어 전형적인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몬테스 퍼플 앤젤'은 카르미네로 품종으로는 보기 드문 아이콘 와인이다. 이날 시음한 2008년 빈티지는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매끈한 보라빛으로 여전히 숙성 잠재력이 남아있음을 보여줬고, 실크같은 부드러움과 힘이 공존했다. 아이콘 와인으로 새로 선보인 '몬테스 뮤즈'는 카버네 소비뇽 100%로 만든 와인이다. 직설적이지만 우아하고 신선하다. 뮤즈는 몬테스 회장이 와인메이커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준 여성들에게 헌정하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일흔이 넘었지만 몬테스 회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구 최남단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을 담은 와인을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맛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일명 파나고니아 프로젝트다. 산티아고에서 1200㎞ 남쪽으로 떨어진 파타고니아에 포도밭을 일궜다. 파타고니아는 남반구지만 남극에 가까워 춥다. 와인과 포도 재배에 대한 상식과 통념을 완전히 뒤엎은 발상이다. 몬테스 회장은 "파타고니아의 서늘한 기후로 알콜 도수 11.5도 안팎의 스파클링 와인만 가능하다"며 "즐거운 산미에 남쪽의 신선한 해풍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6-13 16:05:39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9>빛의 여신이 깨어난다…앙리오 뀌베 에메라

<239>샴페인 앙리오 와인이 시간의 예술이라지만 샴페인은 기다림의 차원이 다르다. 일반 와인의 숙성 과정은 물론 샴페인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병 속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장장 12년이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의 '앙리오 뀌베 에메라'가 결이 고운 기포를 품은 빛의 여신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샴페인 앙리오의 셀러 마스터인 알리스 떼띠엔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서로 다른 그랑 크뤼에서 재배한 포도가 같이 조화를 이룰 때까지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숙성한다"며 "마실 때도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을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셀러 마스터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와인 메이커를 넘어 포도밭 관리부터 양조까지 모두 다 책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앙리오의 셀러 마스터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앙리오 뀌베 에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포도재배가 아주 특별한 해에, 오로지 6곳의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골라 만든다. 2006 빈티지는 금빛의 작고 섬세한 기포가 계속 올라오는 가운데 신선하면서도 산도는 모나지 않았다. 잘 익은 복숭아와 졸인 과일같은 달콤함, 버섯향과 미네랄 느낌까지 복합적인 아로마가 집중력 있게 이어졌다. 떼띠엔 마스터는 "2006년은 햇빛이 좋고 온도가 많이 올라가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힘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해였다"며 "더운 날씨 속에 종종 태풍 등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으로 신선함과 섬세함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입에서는 쌉쌀한 자몽과 스파이스를 느낄 수 있어 한식과 곁들이기도 좋다. '앙리오 브뤼 수버랭 NV'는 1808년에 설립된 앙리오가 선보인 첫번째 와인이다. 샤도네이 50%에 피노누아 45%, 피노 뫼니에 5%를 섞어 만들었다. 기본급이지만 앙리오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다 26개 포도밭 각각의 테루아와 빈티지가 가진 다양성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시그니처 샴페인이기도 하다. 일관되게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몇 년간 숙성해 저장해놨던 리저브 와인을 30%나 썼다.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 역시 앙리오 입장에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샴페인이다. 샤르도네만으로 만든 첫 번째 샴페인이다. 우선 이름을 뜯어보자. 블랑 드 블랑은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을 말한다. NV는 논 빈티지(Non Vintage)로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만들었단 얘기다. 떼띠엔 마스터는 "샹파뉴는 테루아가 굉장히 다양해 같은 품종인 샤르도네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져 어느 포도밭의 샤르도네인지가 중요하다"며 "앙리오의 블랑 드 블랑은 한층 밝으면서 풍부한 아로마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샴페인잔으로 일반적이었던 플루트 잔은 이제 샹파뉴에선 찬밥이 됐다. 입구와 볼이 좁지만 길쭉한 그 잔 말이다. 마리아주에 대한 도전만큼 이제 와인잔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볼 때다. 어떤 잔에 따라 먹는지에 따라서도 맛도, 향도 달라지는게 바로 와인이다. 떼띠엔 마스터는 "플루트 잔은 샴페인의 기포를 유지시키기에는 좋지만 아로마를 충분히 느낄 수 없는 등 샴페인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적당히 볼륨을 느낄 수 있는 잔이 좋으며 화이트 잔은 물론 보르도 잔이나 부르고뉴 잔도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2024-05-30 15:25:37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8>샴페인의 새로운 기준, 폴 당장…"쉽게 즐겨라"

<238>佛 폴 당장 에 피스 CEO 장 밥티스트 인터뷰 "기본 원칙은 마시기 쉬운(easy to drink) 샴페인이다.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또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샴페인, 경험하고 나면 생각을 하게끔 만들지 않고 미소지을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그간 샴페인이 입고 있던 옷은 화려했지만 다소 불편했다. 특별한 자리에나 내놔야 했고, 가격을 따지는 것은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마시는 술이려니 했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폴 당장 에 피스(Paul Dangin et Fils, 이하 폴 당장)는 그런 고정관념을 모두 깼다. 음식과 같이 즐기기 쉽게 했고,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으려고 했다. 장 밥티스트 폴 당장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 음식을 맛보니 미식에 대한 정교함과 함께 크게 튀는 부문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폴 당장 샴페인이 추구하는 바와 같았다"며 "폴 당장은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직접 와인을 양조하기 때문에 품질 대비 가격대가 좋다"고 설명했다. 쉬운 접근성에 폴 당장만의 개성이 더해졌다. '폴당장 뀌베 47' 골드'는 신선한데 진하고, 섬세하면서 묵직했다. 은은한 오크향과 길게 이어지는 힘은 여느 레드와인 못지 않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기도 했지만 샴페인으로서는 생소하게 솔레라 방식을 사용하면서다.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배럴마다 10% 정도씩 추출하고, 그만큼을 새 와인으로 채운다. 깊은 맛과 신선함을 고루 갖출 수 있다. 샴페인계의 전설로 꼽히는 자크셀로스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폴 당장의 첫 샴페인은 1947년 피노누아 100%로 만들었는데 47 골드는 이를 기념기 위해 200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며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 중인 60개의 배럴은 모든 통을 한 해에 3번씩 테이스팅을 해서 최상의 배럴을 골라 47 골드를 만든다"고 전했다. '폴당장 뀌베 장 밥티스트'는 이름을 걸고 내놓는 와인이다. 이번엔 샤르도네 100%로 만들었지만 품종과 비율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오마카세'처럼 장 밥티스트의 선택에 따라 만드는 와인이다. 기본적으로 마시기 쉬운 원칙은 지키지만 복합미를 더했다. 폴 당장 샴페인은 1980년부터 영국 왕실에 들어가고 있다.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되는 와이너리 가운데 샴페인은 딱 두 곳 밖에 없다. 하나가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로랑페리에, 다른 하나가 바로 폴 당장이다. 여왕의 시대가 지고 왕의 시대가 오면서 많은 와이너리들이 교체됐지만 폴 당장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은 와인 소비자 역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찾는 성향"이라며 "샴페인에 대한 이해와 시장성숙도가 높아 앞으로 제품군도 더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05-23 15:06:26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7>알프스와 지중해의 협작…伊 대표 화이트 '칸티나 트라민'

<237>이탈리아 칸티나 트라민 어디서든 적응하고 잘 자라는 포도품종이 있는 반면에 특정한 환경에서만 제 맛을 보여주는 애들이 있다. 화이트 와인 품종인 게뷔르츠트라미너가 그렇다. 조금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실만 진득하거나 알콜이 가득해 쓴 맛만 나고 만다. 근데 잘 키우면 과실과 꽃향이 기가 막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보기 드문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탈리아 최북단이라 선선한 기후 속에서 천천히 다 익을때까지 기다렸더니 일부러 달게 하지 않아도 좋은 향은 물론 풍미와 산도까지 다 갖춘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칸티나 트라민의 울프강 클로츠 마케팅 디렉터는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칸티나의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산미가 잘 보존되면서 완숙될 수 있는 테루아로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 당도를 남길 필요가 없다"며 "아름다운 향과 함께 달지않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와인으로 우리가 게뷔르츠트라미너를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누스바우머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품종 특유의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했다. 황금빛에 장미 꽃잎과 이국적인 과일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미네랄 느낌까지 복합적이다. 그는 "잘 잡힌 균형미로 무거운 느낌이 일체 없기 때문에 어떤 음식과도 충돌없이 잘 어울린다"며 "특히 매운 음식도 과실과 향신료 향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한국의 김치와 같이 마셔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티나 트라민의 포도밭이 위치한 알토 알디제 지역은 이탈리아 지도로 장화 모양을 떠올리면 입구 부분이다. 알프스 산맥이 와이너리 좌우로 뻗어있고 주변에는 눈이 쌓여있지만 아래쪽은 지중해성 기후의 연장선으로 포도가 잘 익을만큼 따뜻하다. 낮에 온도가 올라가면 인근 가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알을 식혀준다. 칸티나 트라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든 '에포칼레'가 세계적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면서다.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으로는 사상 최초다. 경매 등의 2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뛰면서 칸티나 트라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위상을 높였다.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 역시 여느 소비뇽 블랑 와인과는 다르다. 뉴질랜드 등 다른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 일단 파릇파릇한 향으로 존재감을 내세운다면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은 향보다 입 안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울프강 디렉터는 "포도 자체가 좋은 완숙미에 산미를 잘 갖추고 있어 공격적이거나 풋내없이 매끄럽다"며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 재배지 대비 비교적 따뜻한 테루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스토안 비앙코'는 샤도네이를 중심으로 소비뇽 블랑, 피노 비앙코, 게뷔르츠트라미너 등을 섞어 만들었다. 스토안은 독일어 방언으로 돌을 뜻하는데 석회암이 있는 테루아를 반영했다. 서늘한 곳에서 자란 샤도네이는 풍미와 색, 향을 착실히 축적해 복합미와 구조를 갖췄고, 소비뇽 블랑과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다채로운 아로마를 더했다.

2024-05-16 16:24:0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6>와인 한 방울에 5만원…로마네콩티

<236>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 와인 한 병을 잘게 쪼개본다. 한 잔씩도 아니고 한 방울씩이다. 액체 한 방울은 0.05㎖. 와인 한 병이 보통 750㎖니까 1만5000방울이 들어있다. 150㎖ 정도로 따른 와인 한 잔이라면 3000방울을 마시게 된다. 쉽게 15만원짜리 와인이라면 한 방울에 10원, 150㎖ 한 잔에 3만원이다. 최상급 와인의 경우 표준 750㎖보다 더 큰 병으로도 많이 나온다. 큰 병에선 숙성이 천천히 진행돼 좋은 상태로 오래오래 둘 수 있어서다. 2배인 1.5ℓ 매그넘부터 더블매그넘(3ℓ), 제로보엠(4.5ℓ), 살마나자르(9ℓ), 멜키오르(18ℓ)까지 용량이 제각각이다. 방울 단위(Price per drop·PPD)로 쪼갠 것은 세계에서 누가 가장 비싼 와인인지 단위당으로 진짜배기를 가려내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역사상 가장 비싼 와인 1위는 명불허전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다는 그 와인 말이다. 한 방울 가격이 미화 40달러(한화 약 5만4000원)다. 독보적이다. 지난 2018년 소더비가 진행한 경매에서 로마네 콩티 1945빈티지 2병이 나왔고, 각각 55만8000달러(한화 약 7억6000만원), 49만6000달러에 팔렸다. 한 방울당 가격은 각각 39.92달러, 35.48달러로 이 기록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당시 세계 최고가 와인을 가져간 이는 미국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와인수집가인 롭 로사니아였다. 그것도 두 병을 모두 낙찰받았으니 이날 100만달러를 와인에 썼단 얘기다. 2위는 프랑스 5대 샤토 가운데 하나인 샤토 라피트 1869 빈티지다. 무려 한 세기 이전의 와인이다. 2010년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23만3972달러에 팔렸으니 한 방울당 17.96달러였다. 3, 4위 역시 1800년대에 나온 와인이다. 세계 최고의 귀부와인으로 불리는 샤토 디켐으로 1811, 1874빈티지다. 1811 빈티지는 12만 달러로 한 방울당 9.84달러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믈리에인 크리스챤 바네크가 2011년에 자신의 소믈리에 커리어 50주년을 기념해 2017년에 마시겠다며 구매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샤토 디켐을 맛보기 전인 2015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밖에도 앙리자이에 본 로마네 크로 파랑투 1978,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샤토 슈발블랑 1947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와인들이 비싼 와인 상위에 올랐다. 와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맛이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야 할텐데 희귀성과 상징성 등이 돈으로 환산되는 초고가의 세상에선 얘기가 좀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지만 사실 100년 안팎된 와인은 사실 맛을 담보하기가 힘들다. 훌륭한 와인이라면 길게는 수십 년간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과일의 향을 잃고, 색은 갈색으로 바랜다. 모든 와인의 종착역은 같다. 식초다. 혹시나 일어날 기적을 기대해보는 것도 와인 수집의 묘미란다.

2024-05-09 14:35:27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5>지구를 지키는 와인습관

'지구의 날' 주간이니 고민해본다. 와인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행동이 환경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답은 '예스(Yes)'다 .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변하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뀔 수밖에 없다. 특히 와인도 포도재배부터 양조, 맛까지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을 받고 있다. 거대담론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지키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된다. 먼저 와인을 고를 때다. 친환경 마크를 찾아라. 미국 와인이라면 CCOF, EU는 녹색 별을 잎 모양으로 만든 로고, 프랑스라면 AB 또는 'Ecocert', 이탈리아는 'Ecogruppo' 등이다. 합성 살충제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만 만들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승인된 재료만 사용하고,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았다면 '유기농(Organic) 와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이라고 써있다면 유기농 농법은 물론 자생적인 생태계로 조성된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고, 설탕이나 산 등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 효모 등으로 와인을 양조했다는 의미다. 친환경 인증이 아예 일반화된 지역의 와인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포도밭의 96%가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았고, 와인의 90% 이상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에서는 소노마 카운티가 샤르도네와 까베르네,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시라 등을 키우는 포도밭의 약 99%가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았다. 소노마 카운티 지속 가능성 로고가 붙어있다면 사용한 포도 가운데 최소한 85%는 인증받은 포도를 썼다는 얘기다. 가능하다면 더 가벼운 병을 골라 집자. 와인 한 병의 일반적인 용량은 750㎖다. 더 가벼워지려면 와인병의 무게가 덜 나가야 한다. 유리는 와인을 장기적으로 보관하고 숙성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소재였지만 와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주범이었다. 와인 소비자들이 묵직한 와인을 더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지만 그런 고정관념은 버릴 때다. 지속가능한 와인 라운드테이블(SWR)은 와인병의 경량화를 위해 2026년 말까지 병의 평균 무게를 25% 줄이도록 하는 협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예 유리병을 포기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캔와인이나 백인박스(BIB) 포장 와인 말이다. 국내에서도 3리터나 5리터 등 대용량으로 나온 BIB 와인을 구할 수 있다. 대체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페트병이나 알루미늄병, 심지어 종이로 만든 병에 와인을 넣는 와이너리들도 생기고 있다. 유리병과 비교하면 80%나 무게가 덜 나간다. 와인 쇼핑을 가면서는 전용백을 미리 준비하자. 쇼핑백 하나 줄이자고 하는게 아니다. 깨질세라 와인병을 싸고 또 싸는 에어캡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이제 와인 한 잔도 지구에 최대한 친절한 방식으로 마셔보기다.

2024-04-25 16:26:45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4>칠레 화이트 와인으로의 초대

<234>칠레 에라주리즈 칠레 와이너리가 다들 보르도와 비슷한 환경의 마이포 밸리만 바라보고 있을 때 에라주리즈는 안데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로 올라갔다. 칠레 남반부와 서반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포도나무들은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을 마시며 자랐고, 태평양과 남극,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싼 환경은 섬세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환상적인 조건이었다. 칠레 마이포 밸리의 레드 와인이 깊고 묵직한 맛으로 이름을 떨쳤다면 아콩카구아 밸리의 화이트 와인은 반짝이는 산도와 우아함으로 이게 어느 나라 와인인지 다시 한 번 와인병을 집어들어 확인하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와인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미국보다는 프랑스 부르고뉴로 줄을 서는 것이 맞다. 에라주리즈의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아콩카구아 밸리 지역에 처음으로 포도밭을 만든 이다. 1870년, 프랑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칠레 와인 산업이 태동하던 당시 돈 막시아노 에라주리즈는 칠레 생산자로는 처음으로 프랑스로 날아가 직접 포도품종을 선별해 들여왔다. 우리는 에라주리즈를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와인명가로만 알고 있지만 대통령을 4명이나 배출한 소위 '다이아몬드 수저' 집안이다. '에라주리즈 메소드 트라디시오넬 엑스트라 브뤼'는 아는 사람들만 쟁여놓는다는 에라주리즈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처럼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 15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출시한 만큼 공도 많이 들였다. 병속에서 5년이나 효모 앙금과 접촉하면서 복합미와 산도, 우아함까지 다 잡아냈다. 샤도네이에 피노누아 품종을 섞어 붉은 과일과 잘 익은 달콤함, 꽃향이 입 안을 채운다.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는 아콩카구아 포도밭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와인이다. 칠레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산과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만난 그 지점의 느낌 말이다. 산도는 쨍하지만 미네랄과 실크같은 풍미가 전체적으로 유려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다. 말린 과실과 견과류 풍미가 뒤따라 오며 여운을 길게 남긴다.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는 에라주리즈 화이트 와인 가운데 최상급이다. 프랑스의 그랑크뤼급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출시하고는 4년 만에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9점을 받았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처음으로 칠레 100대 와인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새로 내놓은 2021년 빈티지도 작년 100대 와인 가운데 상위로 선정됐다. 라스 피자라스는 아콩카구아 코스타 테루아에 좀 더 집중했다. 창립자나 생산지를 연상케 하는 다른 와인과 달리 슬레이트 토양(점판암)을 뜻하는 라스 피자라스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니 말이다. 가장 큰 매력은 균형있는 산도에 더해진 복합미다. 감귤류 과일 풍미와 꽃향, 바닐라 느낌까지 조화롭고, 뒤이어서는 갓구운 빵과 말린 과실의 독특한 풍미가 남는다. 아영FBC 관계자는 "한국의 와인시장을 보면 과거와 달리 화이트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에라주리즈 와인은 아콩카구아 지역에서 생산되면서 대중성 높은 화이트 와인부터 고급 화이트 와인까지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4-04-18 16:09:55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3>엔데믹에 줄줄이 적자…시름하는 와인업계

<233>와인 수입사 실적으로 보는 와인시장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다. 팬데믹이 몰고온 와인 열풍이 지나가니 우후죽순 생겼던 와인바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수입업자들은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줄어든 소비도 소비지만 환율은 치솟고 인플레이션 타격까지 겹쳤다. 대형사들도 매출이 줄어든 것은 기본이고 적자로 돌아선 곳들도 속속 나왔다. 작년은 공격이 아닌 방어가 관건인 한 해였던 셈이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와인 수입사들의 작년 성적표가 공개됐다. 와인을 팔긴 팔았는데 남는게 별로 없었다. 아니 손해를 보면서 팔기도 했다. 매출은 적당히 방어를 했는데 적자를 낸 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라고 하던데 국내 와인 시장은 그걸 진실로 만들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와인 수입사 가운데 매출 1위는 신세계L&B로 1806억3500만원이다. 3년 만에 매출이 2000억원 아래로 다시 내려왔지만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등 관계사 매출 비중이 높아 그런지 10% 안팎 감소에 그쳤다. 그렇다고 실속까지 챙길 순 없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6억3300만원에서 작년 7억2200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 53억37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줄었는데 매출원가나 판관비는 크게 변동이 없었던 반면 비용은 오히려 더 늘면서다. 매출 2위는 칠레와인 '1865'를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날로 1200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15% 가량이다. 영업이익 56억8700만원, 순이익 43억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0%씩 안팎으로 줄었지만 다른 수입사들 대비 양호했다. 금양인터내셔날 역시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이 있었지만 2022년과 달리 관계기업 투자이익 등 영업 외 이익이 도움이 됐다. 이탈리아 안티노리 와인을 수입하는 아영FBC 매출은 1066억8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지만 1000억원대는 지켜냈다. 영업이익 30억4600만원, 순이익 34억600만원으로 각각 63%, 19% 감소에 그쳤다. 지분법 이익 등 영업 외 수익이 방패막이 됐다. 와인 수입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국민와인' 몬테스를 수입하는 나라셀라는 작년 매출액 853억2500만원으로 업계 4위다.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98% 급감한 1억9600만원이며, 15억5900만원 순손실을 냈다. 나라셀라는 "엔데믹 이후 경기침체, 홈술(Home+술) 감소에 따른 국내 와인시장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며 "영업이익은 수요감소에 따른 판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실적 부진을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나라셀라는 "최근 엔데믹 이후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와 맥주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해 시장 성장율이 다소 정체됐지만 2022년 기준 한국의 인당 와인소비량은 1.9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며 "향후 성장에 대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뱅드매일의 작년 실적은 매출 427억1100억원, 영업손실 24억5800만원, 순손실 27억8500만원이다. 신동와인은 작년 매출 352억2100억원, 영업손실 4억6300만원, 순손실 8800만원이다.

2024-04-11 15:34:11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2>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232>호주와인과 중국의 이야기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있는 트집, 없는 트집 다 잡아 헐뜯었다. 소송전도 불사했다. 시간의 간극은 컸고, 그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왠 주말 드라마인가 하겠지만 다름아닌 호주 와인과 중국의 이야기다. 중국이 호주 와인에 대한 보복관세를 3년 만에 철폐하기로 하면서다. 2021년 3월,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 116.2%에서 최고 218.4%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실제로 적용했다. '관세 폭탄'은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언급한 호주에 대한 일종의 무역 보복이었다. 당시만 해도 호주는 와인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던 때였다. 늘어난 세금만큼 비싸진 가격에 중국에선 호주 와인을 찾는 이들이 없어졌다. 2020년 중국으로의 호주 와인 수출액이 12억 달러에 달했지만 작년엔 810만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호주 와인업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핵폭탄급 타격이었다. 호주와인협회에 따르면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업자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198개에서 117개로 급감했다. 남아돌아 저장 중인 와인만 올림픽 수영장 859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파악됐다. . 2024년 3월, 중국 상무부는 호주 와인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와인 시장의 상황이 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호주에서 수입되는 와인에 부과되는 반덤핑 및 반보조금 관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단 호주는 대환영이다. 호주와인협회는 "그간 호주 와이너리들은 중국 내 수입업자와 바이어, 소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계속 구축해 왔다"며 "중국 내에서 호주 와인에 대한 무역 업계와 소비자의 긍정적인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호주 최대 와이너리로 국보 와인 펜폴즈를 가지고 있는 TWE는 이번 발표를 환영하며 "판매와 마케팅 확대를 위해 중국 고객들과 협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TWE는 실적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중국이 보복 관세를 철폐할 경우 펜폴즈 빈 시리즈와 아이콘 와인인 그랜지를 다른 수출 시장에서 중국으로 다시 배당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장 기회라고 확신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혼 법정까지 갔던 부부가 하루 아침에 없던 일처럼 사이가 좋아지긴 힘들 터. 재결합이 해피엔딩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호주가 이전과 같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경기 침체는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호주 와인의 수입이 부진한 사이 미국 와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남호주의 한 와인메이커는 "무역 전쟁을 겪으면서 호주 와인 산업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이전으로의 완전한 회복에는 수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와이너리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4-04 16:05:07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1>한국인의 입맛 사로잡은 신퀀타

<231>이탈리아 '신퀀타 블랙' 교실에서 조용히 있던 아이가 1등을 했다. 의아했지만 한 번쯤은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다음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니 또 1등을 했다. 분기별로도,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넘어가도 말이다. 이쯤되니 다들 궁금해졌다. 비결이 뭐니. 이탈리아 산 마르짜노의 와인 '신퀀타' 얘기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와인을 내놓고 별 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았는데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작년 주류수입 통계를 보면 이탈리아 와인이 25% 안팎으로 줄었는데 신퀀타는 오히려 더 팔렸다. 알렉스 엔드리치산 마르짜노 수출매니저(사진)는 신퀀타 블랙 에디션 출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퀀타는 강한 소스나 풍미, 매운 맛도 많은 한국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며 "집밥과 편하게 마실 수도 있고, 그냥 와인만 가볍게 즐기기도 좋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나 자두 같은 과실미에 후추향이 어우러진다. 무게감이 있고 기본적으로 드라이한 와인이지만 과일잼에서 느낄 만한 잔당감이 전체 균형감을 맛깔나게 맞춰준다. 처음부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드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맛이다. 입소문 만으로 품절대란을 일으켰던 비결이었다. 신퀀타는 이탈리아어로 숫자 50을 뜻한다. 산 마르짜노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와인인데 반응이 좋게 나오면서 정식 와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처음으로 출시하는 블랙 에디션은 한국 소비자들이 점차 프리미엄 와인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수입사가 먼저 와이너리에 제안하면서 나오게됐다. 만들어놓고 보니 산 마르짜노 내부적으로도 반응이 좋아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신퀀타 블랙은 프리미티보와 네그로아마로 품종을 절반씩 섞어 만든다. 프리미티보는 우리가 진판델로 알고 있는 그 품종을 이탈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색이 진하고, 달콤하다. 당도가 높으니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이다. 네그로아마로는 이탈리아에서도 뿔리아 지역의 레드와인 품종이다. 신퀀타에서 느낄 수 있었던 향신료 후추향이 네그로아마로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둘 다 토착품종이고, 뿔리아 와이너리 누구나 키운다. 관건은 자칫하면 강하기만 할 수 있는 이 품종들을 누가 잘 다루느냐다. 그에 따라 와인의 격이 달라진다. 알렉스 수출매니저는 "프리미티보 품종의 경우 야생동물 풍미에 산도도 높고, 자칫하면 과할 수 있어서 튀는 부분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 마르짜노는 같은 품종이라도 포도밭을 2곳으로 나눠 한 쪽은 과실미와 풍미를 살려 재배하고, 다른 쪽은 신선미와 적당한 산도를 줄 수 있도록 해 시중의 같은 품종 와인보다 균형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고령 100년에 달하는 올드바인은 포도 생산량은 적지만 특유의 집중력과 농밀함을 가지게 했다. 신퀀타의 레이블을 보면 생산연도, 즉 빈티지가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품종만 놓고 보면 단순히 프리미티보와 네그로아마로 50%씩이지만 해당 품종 내에서도 여러 빈티지와 배럴 가운데 맛이 좋은 것들을 골라 섞다보니 그렇다. 샴페인의 논빈티지 양조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레이블의 뒷쪽을 보면 숫자가 나와있는데 '+6'이면 신퀀타가 처음 나온 해부터 6년 뒤인 2018년에 나온 와인이란 얘기다. 알렉스 수출매니저는 "블랙 에디션은 단순한 와인이 아닌 이탈리아 와인 제조의 장인정신과 혁신적인 정신에 대한 증거"라며 "오크통에서의 추가 숙성을 통해 와인의 복잡성, 깊이, 향을 높여 병에 담긴 훨씬 더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3-28 15:22:44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0>아직도 프랑스 와인만 고집하십니까?

세상은 넓고, 와인은 많다. 넓은 세상만큼 다 헤아리기도 힘든게 바로 와인인데 프랑스 와인만 바라보고 있기는 너무나 아쉽다. 특히 최근 몇 십년간 와인양조 기술이 몰라보게 발달하면서 매년 좋지 않은 해가 없다할 정도인데 국가별로도 그렇다. 포르투갈은 포트와인, 독일이라고 아이스와인만 떠올리다면 그야말로 구시대적이다. 전 세계 100대 와인에 한 두 병 이름을 올리는게 아니라 그간 와인 생산국으로는 변방으로 치부됐던 곳에서도 나라별로 100대 와인을 꼽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서클링이 올해 처음으로 '포르투갈의 100대 와인'을 선정해 내놨다. 지난 1년간 900종류 이상의 포르투갈 와인을 맛본 결과다. 서클링은 "포르투갈 와인은 전반적으로 깜짝 놀랄만큼 바뀌었다"며 "특히 도우로 밸리는 앞으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와 같다"고 호평했다. 포르투갈 와인 1위에 오른 것은 포트와인이 아니었다. 니에푸르트 도루 로부스투스 2017년 빈티지다. 로부스투스는 도우로 지역에서 주정강화로 만들지 않은 최초의 와인이라는 기록도 있다. 지금은 니에푸르트에서 만들어진다. 일부 포도나무는 100년 이상 됐다. 편암 지질에 심어져 힘이 있고 산도가 높으며, 탄닌 구조도 단단하다. 독일은 리슬링 와인이다. 닥터 뷔르클린-울프 페히슈타인 2022년 빈티지다. 무려 100점 만점을 받았다. 독일 와인 생산자 연합에서 분류한 등급 가운데 최상급에서도 단일 보도밭에서 만든 드라이한 리슬링이다. 미네랄 표현의 걸작이란 평가가 나왔다. 서클링은 "2022년은 덥고 건조했는데 어떻게 이 정도의 집중력과 부싯돌 느낌의 미네랄 느낌을 갖춘 드라이 리슬링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 와인은 리슬링이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도전적인 새로운 상황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슈냉블랑으로 유명했던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번엔 시라 품종의 와인이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포르셀린베르크 스와트랜드 2021년 빈티지로 검은 과실과 허브, 후추, 철분 느낌이 복합적이며, 입안에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구조다. 그래도 슈냉블랑 명가답게 100위 와인 가운데 20개는 슈냉블랑 품종의 자리를 채웠다. 중국에서는 100대 와인을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1위에 화이트 와인이 선정됐다. 샤오 링 샤도네이 샹그릴라 홍포 2021 빈티지다. 중국 운남성에서도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인 샹그릴라 지역에서 만들었다. 신선한 청사과와 감귤류향에 적당한 산미와 매끄러운 질감이 잘 어우러지고, 짭쫄하다 느껴질 미네랄이 특징이다. 중국 와인의 품질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중국은 와인 소비와 생산 및 수입이 모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으로 감소했다.

2024-03-21 16:20:2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9>와인으로 저항한다…우크라이나 와인

<229>우크라이나 와인 세르게이 스타코브스키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출신의 테니스 선수인데 세계 랭킹 31위까지도 올랐던 이다. 유명세를 탄 것은 2013년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다. 2회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었던 것은 지금까지 테니스계의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로 남아있다. 테니스 코트에서의 모습을 모르는 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뉴스에서 이름을 접했을 수도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조국의 전쟁을 위해 참전했다고. 사실 은퇴 이후 그의 꿈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은퇴에 앞서 2018년 빈티지로 스타코프스키 와인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2022년 1월 은퇴를 선언하고 와이너리에 본격 몸을 담기도 전에 2월에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최전선으로 향하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국가대표로 뛰었고, 올림픽에서 우리를 위해 게양되는 국기을 보았다. 싸워야 했다." 스타코프스키의 선택은 총을 잡는 것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와이너리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치뤄내고 있었다. 와인을 국제 대사로 내세운 것. 러시아 침공 이후에만 35개의 새로운 와이너리가 조성됐고, 전국적으로 160명 가량의 와인 생산자가 생겨났다. 우크라이나 와인의 역사는 28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소련의 통치 하에서는 발전이 힘들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알코올 중독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는 우크라이나 와이너리 역시 상당 부분 철거됐었다. 이번엔 전쟁이 와인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128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프린스 트루베츠코이 와이너리 등은 폭격으로 훼손됐지만 와인은 그들의 굳건함을 외부에 알리는 훌륭한 도구가 됐고, 이번엔 미국으로의 수출도 성사를 시켰다. 미국 뉴욕의 한 와인 수입업자는 우크라이나 와인을 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와인 산업은 다양한 떼루아와 토착품종의 재발견 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와인은 국제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는 물론 스페인 품종인 템프라니요와 알바리뇨, 사페라비, 르카치텔리, 토착품종까지 다양하다. 스타코프스키의 와이너리는 이제 그의 형이 운영하고 있다. 작년엔 전체 와인의 60%를 수출했다. 와인을 실어 나갔던 트럭은 외부 지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구호품을 가득 담고 돌아온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전세도 불리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와이너리들은 와인을 계속 만든다. 스타코프스키는 한 군사기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만약 패배하더라도 이 와인들은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포도로 만든 와인을 계속해서 외부로 내보낼 것이고, 와인병에는 여전히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라고 적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14 15:36:28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8>와인의 '골디락스'를 찾아서…美 소노마 센시스

<228>美 캘리포니아 소노마 '센시스' 가끔씩, 아니 매번 아쉽다. 품질이 좋으면 비싸고, 예쁜데 싸게 샀더니 결국 싼 티가 난다. 소비자의 고민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좋은데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 말로 하면 눈높이가 아주 높아진 상태에서 볼 때도 제 값만 하면 좋을 터. 와인이라고 다를 리 없다. 저 마다의 개성은 눈여겨볼 만 하지만 균형감을 갖춘 와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땃한 햇살 아래서 자라 과실미가 폭발한다 싶으면 과하기만 하고, 서늘한 곳에서 산미를 키웠더니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경제용어로 말하면 '골디락스'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 50년대, 60년대 생은 꿈도 안꿨다. 70년대 생도 지역, 혹은 테루아에 따른 차이로만 치부해버렸다. 80년대 생이라서 다른걸까. 맥스(Max), 크리스(Chris), 마일즈(Myles)까지 1988년생 세 명, 본인들의 첫 글자를 딴 와인을 만든 이들은 골디락스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골디락스를 해내는 것이야말로 명품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퍼 스트리어터 센시스 창업자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안 리버밸리에 담긴 테루아의 저력을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정확한 시점이 언제일까를 항상 고민하며 와인 뿐 아니라 모든 일은 균형감을 맞추는 것이 센시스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센시스가 내놓은 와인을 맛 본 이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라면 과연 미국의 소노마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프랑스 부르고뉴, 그것도 몽라쉐라고 답했을 거라고. 캘리포니아의 빛나는 햇살이 짜릿짜릿한 산미를 만났다. 캘리포니아식 골디락스인 셈인데 목표를 너무 빨리 달성했다. 센시스의 화이트 와인이 '소노마의 몽라쉐'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가능한 옷을 덜 입히려고 노력했다." 크리스토퍼의 말이다. 포도밭, 포도 본연의 향과 맛에 집중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서 밸런스 포인트를 찾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의 샤로도네를 새롭게 바라봐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센시스 델 디아블로 샤도네이' 2021년 빈티지는 센시스 포도밭 가운데서도 내륙에 위치해 따뜻한 기온을 유지했지만 과실미와 산도를 높게 유지했다. '센시스 찰스 하인츠 샤도네이' 2021년 빈티지는 화이트 와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만큼 힘이 넘쳤다. 둘 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와인이다. '센시스 엠씨엠 88 피노누아는 3명의 창립자들이 생년과 이름 앞글자를 따서 네이밍했다. 어디가 산지인가 싶을만큼 초콜릿 민트향과 함께 야생고기향이 진하고, 구조감이 도드라진다. '센시즈 데이원 피노누아'는 3명의 창립자가 센시스를 세우고 말 그대로 첫째날에 내놓은 와인이다. 코에서는 라즈베리 파이, 빨간 장미의 화려한 향과 라벤더에 숲의 바닥에서 날 법한 나무의 향이 집약적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3-07 16:55:5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27>AI 소믈리에 시대가 온다…"와인 추천해 줘"

<227>AI 소믈리에 시대 "눈 내리는 날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 와인들로 골라보았습니다. 프랑스 남부 론지방의 레드와인과 미국산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호주산 쉬라즈 풀바디 레드와인을 추천합니다. " "눈 오는 날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추천드려요. 저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추천드릴게요. 바다내음과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인 와인으로 낮술에 딱 맞아요." 인공지능(AI) 소믈리에에게 부탁했다. "오늘같이 눈이 펑펑 내린 날 친구랑 같이 마실 와인을 추천해 줘." 어떤 소믈리에가 딱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 추천했을까. 바로 두 번째다. 찬 바람만 불기 시작해도 사각사각 산도 쨍한 화이트 와인만 찾았는데 족집게처럼 꼭 집어 말해줬다. 어느 레스토랑의 소믈리에가 아니다. 둘 다 생성형 AI가 나름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와인을 추천한 결과다. AI 소믈리에인 셈이다. 와인 선택의 고민을 줄여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챗 GPT의 출현 이후 위협받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만은 AI 소믈리에 시대도 이미 시작됐다. 와인은 수입만 하는 나라지만 남들보다 한 발 빠른 IT 기술이 움직였고, 어느 나라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반응속도가 빠른 소비자들이 기반이 됐다. 두 번째 소믈리에는 푸딘코의 '챗와인' 서비스였다. 챗와인의 추천이 소위 취향 저격이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챗와인은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의 와인 취향을 먼저 분석한다. 때론 와인과 관계없는 듯한 질문에도 모두 답하고 나자 와인품종 가운데 세상 까다롭다는 피노누아를 짝지어 주며 성격을 한 마디로 정의해줬다. 기분은 살짝 나쁘지만 부정하긴 어렵게 '예민해서 스스로 힘들어함'. 와인 스타일로 보면 타닌을 견디고 산미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리고도 질문은 이어진다. 평소에 어떤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지, 과일향이나 오크향에 대한 선호도 등을 체크한다. 스스로의 와인 취향을 잘 모르고 있던 소비자라도 결과를 보면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천받은 와인은 '루나 칼만테 비앙코'였다. 내추럴 와인을 추천하는 서비스라 오렌지와인이 선택을 받았다. 바나나향과 대추, 노란 열대과일의 맛과 함게 약간의 씁쓸함과 잔잔한 산미가 느겨져 한식 안주와 잘 어울린단다. 첫 번째 소믈리에는 와인 주문 플랫폼인 1KMWINE의 '와인 GPT' 서비스다. 질문에서 제시한 조건들만 참고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이라기 보다는 좀 더 선택지가 넓고 무난한 와인들이 제시됐다. '그랑세르 지공다스 라 꼼 드 말샤즈'와 '지라드 샤도네이', ' 켈레스케 그리녹 쉬라즈' 등이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모두 보기로 내놓으면서 국가별로도 신세계와 구세계를 섞었다. 와인을 선택하면 상세 설명과 함께 근처에서 구매 가능한 매장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레스토랑은 물론 와인샵에서도 뭘 물어보기 힘들었던 'I(내향)' 형 와인애호가들에게 AI 소믈리에는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다만 AI 소믈리에 역시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 내는 법. I라도 AI에게는 정보 넘치게 말을 건내 보시길.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4-02-22 15:32:30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