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메트로신문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 안식처 '낙선재'

조선의 궁궐에는 언제까지 사람이 살았을까? 놀랍게도 불과 25년 전인 지난 1989년 4월 말일까지다.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친 '영친왕의 비' 이방자 여사가 주인공으로, 그가 살았던 곳은 창덕궁 안에 있는 '낙선재'였다. 낙선재란 이름은 군자의 덕목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선(善)'을 즐긴다는 데에서 왔다. '임금이 선행을 베풀면 세상이 즐거워진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특히 창덕궁의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단청이 없어 수수한 멋을 풍긴다. 그런 낙선재가 세워진 것이 지난 1847년의 일이니,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의 정궁으로 기능했던 창덕궁의 여러 건물들 가운데서도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사적 의미는 남달랐다. 일제강점기였던 1917년 창덕궁에 큰불이 나자 순종이 낙선재로 이어해온 것이다. 이후 낙선재는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을 전하는 건축물로 역할을 이어갔다. 순종의 비였던 순정효황후를 비롯해 순종의 이복동생이자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과 그의 비 이방자 여사, 그리고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 등이 모두 낙선재를 비롯한 그 부속 건물에서 숨을 거뒀다. 한 마디로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 안식처였다고 할 수 있다. 행인지 불행인지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궁궐 전각들이 헐려 나갈 때에도, 그리고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낙선재는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다. 그래선지 낙선재 주변에는 순종이 탄생한 관물헌을 비롯해 순정효황후가 머물던 석복헌, 덕혜옹주가 기거했던 수강재, 그리고 궐내를 굽어볼 수 있는 취운정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요즘 낙선재 주변을 걷다 보면 매화에 이어 살구꽃과 앵두꽃 등이 만말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비운의 역사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그 화려함에 망국의 비애감이 더 처절하게 느껴지곤 한다. 최근에는 매월 음력 보름마다 보름달과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달빛기행'이란 이름의 야간 개방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대한제국의 마지막 숨결을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방문해볼 만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4-24 11:23:2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미국에서도 콩밥을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핑 존(Hopping John)이라는 음식이다. 물론 미국인 전체가 모두 먹는 것은 아니고 주로 남부지방에서 발달했다. 쌀밥에 콩과 양파, 베이컨, 채소를 넣고 소금이나 향신료와 함께 볶아 먹는다. 쉽게 말해 콩밥으로 만든 볶음밥이다. 우리처럼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아닌데 왜 미국에 콩밥이 다 있을까? 미국 콩밥에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 옛날 우리도 감옥에서 콩밥을 먹었던 것처럼 미국식 콩밥, 호핑 존은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흑인 노예들이 먹었던 음식이다. 물론 지금은 남부에서 고루 먹는데 남북전쟁이 그 계기가 됐다. 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옛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북군이 남부 조지아에서 도시를 불태우고 민가를 약탈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실제 남부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북군이 농지와 식량을 불태우는 초토화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불태웠던 북군이 유일하게 남겨 놓은 것이 동부 콩과 순무 잎사귀였다. 완두콩과 강낭콩은 모두 빼앗아가고 동부 콩만 남긴 이유는 당시 미국에서 동부 콩은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사료였기 때문이다. 순무 잎사귀 역시 우거지로도 만들지 못하니 굳이 빼앗아갈 이유가 없었다. 철저하게 파괴된 폐허 속에서 목숨만 건진 남부 주민들은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 사료인 콩과 밭에 버려진 순무 이파리를 먹고 버티며 살아남았다. 미국식 콩밥인 호핑 존이 발달한 배경이다. 덕분에 호핑 존은 지금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 됐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새해에 미국식 콩밥을 먹으며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당시 미국 남부 사람들은 비비안 리가 분장한 영화 속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중얼거리며 눈물 콧물을 섞어 미국식 콩밥을 먹었을 것이다. "내일 생각해야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그래도 참고 견디며 내일을 맞아야 한다.

2014-04-23 10:46:07 메트로신문 기자
[김민웅의 인문학산책]사라진 정부, 통곡하는 국민

"이마에 진땀이 나고, 곁눈질로 보기는 하나 차마 바로 보지는 못하였다." 에 나오는 대목이다. 골짜기에 버려진 누군가의 주검이 당하는 비참한 모습 앞에서, 마음이 깊은 통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 대한 증언이다. 그는 이런 심정이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생명이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폭력과 반복되는 희생이다. 예수는 어떤 아이가 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서로 논박에만 몰두하자, "그 아이를 데려오라"라고 일갈한다. 어떻게든 먼저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의지나 능력은 없으면서, 딴 짓이나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해도 울지 않는" 세상에 대한 예수의 슬픔이 또한 여기에 배어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난의 바다, 고해(苦海)에 잠긴 중생의 아픔에 공명한 부처의 깨우침도, "자비(慈悲)"라는 말로 연결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줄을 놓지 말고 굳게 잡으라는 뜻이다. "자(慈)"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비(悲)"는 누군가 아파하는 것을 자기의 고통처럼 눈물 흘리는 마음이다. 맹자나 예수, 그리고 부처의 말씀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가르침의 핵심은 "생명의 존귀함을 지켜내는 마음"이다. 근대국가의 사회계약론에 관한 정치철학적 기초를 만들어낸 홉스의 은, 자연 상태에서의 폭력을 막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국가에 양도한 합의를 주목한다. 이걸 근거로 국가권력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지만, 홉스가 말한 중심에는 그 구성원의 생명을 지켜낼 수없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역설적 논리가 서 있는 것이다. 진도 앞바다 침몰참사의 실종학생 부모 가운데 누군가가, 현장을 찾아온 단상 위의 대통령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그때 대통령은 황급히 단하로 내려와 그 부모를 껴안고 울며 이윽고 상대를 부축해 함께 일어섰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어버린 다섯 살짜리 소녀를 만난 대통령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품에 꽉 끌어안고 눈물을 쏟으며 한참이나 통곡했다. 현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둘 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무릎 꿇고 하소연 했던 엄마와 부모가 실종된 아이는 현실이었지만. 그야말로, "생명의 정치"가 절실해진다. /성공회대 교수

2014-04-20 16:32:0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공기업 노조, 자율개혁 용단이 필요하다

공기업 노조, 자율개혁 용단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기업개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면서 개혁의 깃발을 들고 나온 지 5개월이 지났으나 커다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핵심개혁 대상 공기업 38곳 가운데 불과 6곳만 합의를 보았고 21곳은 계속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16곳은 노조에서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과 복리후생비를 삭감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의 시한을 넘긴 곳도 적지 않다. 일부 노조에서는 상급단체인 산별노조에 협상권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개별노조가 나설 경우 정부나 사측에 열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들은 공공기관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같은 곳은 아예 거래소는 원래 민간 기관이었다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풀어준다는 약속을 해야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공기업노조는 개혁에 실패할 경우 기관장이 해임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하여 그랜드 코리아 레저, 부산항만 공사, 한국투자공사, 마사회, 가스기술공사 등 6곳은 노사합의를 보아 경영개선의 길을 찾고 있기는 하다. 사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 오면서 지금처럼 부실을 키웠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1천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부채를 늘리는데 에는 공기업의 부실경영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기업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그동안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연봉과 복리후생비는 물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상식을 벗어난 사례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제 공기업노조는 국민통합차원에서 국민정서에 부합할 수 있는 자율개혁을 선언하고 화답해야 한다. 정부주도의 하향식 개혁 이전에 '더불어 사는 모럴'을 회복해야 마땅하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나 저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빈곤층을 한번 쯤 마음으로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2014-04-20 10:50:4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서촌'과 '이상의 집' 그 이면

'서촌'과 '이상의 집' 그 이면 최근 '서촌'이라 불리는 동네가 인기다. 이때 서촌은 서울 종로구 누상동과 누하동, 통인동 등 경복궁 서쪽지역을 가리키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나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그 좁은 골목을 비집고 여럿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서촌은 그 동네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었다. '북촌'이나 '남촌'과 같은 지명은 청계천을 기준으로 나뉘는데, 마찬가지로 서촌은 청계천의 서쪽 즉 서울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중구 정동 일대를 가리켜왔다. 요즈음 서촌이라 불리는 지역의 명칭은 사실 오랜 기간 '상촌(上村)'이나 '웃대' 혹은 '웃마을'이었다. 또 역사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서촌이라 불리는 그 지역을 종로구청에선 '세종마을'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여하튼 그 지역에는 조선시대 때엔 서인 중에서도 소론이,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몰려 살았다.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필운 이항복 등이 조선시대의 인물들이고, 화가 이중섭이나 이상범, 박노수, 시인 윤동주 등이 일제강점기 이래 이 지역에서 살았던 인물들이다.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으니 바로 시인 이상이다. 지난 2002년 김수근문화재단이 그가 살았다던 통인동 154-10번지(자하문로7길 18)의 한옥을 매입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어제는 지난 1937년 시인 이상이 27세의 나이로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한 날이었다. 문제는 그 한옥 역시 이상이 살았던 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보수공사를 하면서 1933년 집장수들이 지은 집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가 2008년 문화재 목록에서 말소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현재 '이상의 집' 혹은 '제비다방'이라 불리는 이곳은 그저 이상이 살았던 '집 터'라고 하는 게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빨리도 변해가지만 역사적 맥락과는 무관한 지명이 붙고 또 충분한 고증도 없이 문화재 등재가 결정되는 한국의 오늘... 서촌 혹은 세종마을 같은 지명이나 이상 집 터를 둘러싼 이 에피소드들은 우리사회의 가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

2014-04-17 10:41:40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인문학산책]사사키 아타루라는 젊은 철학자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다." 무의식을 머리채처럼 어떻게 한다고? 독서를 이렇게 "과격하게" 표현하다니? 이 말은 책과 혁명에 대한 한 젊은 철학자의 선언이다. 그는 종교개혁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무엇인가? 성서를 읽는 운동이다. 루터는 무엇을 했는가? 성서를 읽었다.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다." 물론 성서를 읽어야만 혁명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읽는다는 것이 가지게 되는 역사변혁의 힘에 대한 강조다. 1973년생이니 이제 마흔 하나인 사사키 아타루라는 일본의 한 젊은 철학자요, 문학비평가다. 그는 푸코, 라캉 등을 논한 '야전과 영원'으로 일본 사상계에 선풍을 일으키더니, 이 땅에서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책으로 지난 2년 사이에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파도처럼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읽는 것 자체가 혁명이라는 이 주장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를 검색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시대에 책을 읽는 일이 점점 낯선 것이 되고 있는 때라, 그의 선포는 강렬한 울림이 되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은 문학의 발흥기였다. 그러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경우는 많아봐야 3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책을 집요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절망적이다. 그런 조건에서 발자크, 찰스 디킨슨,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왔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책으로 내주겠다는 곳이 없어 자비로 40부를 찍고, 지인들에게 7부를 겨우 나누어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수라도 "읽는 사람"들이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사사키 아타루는 니체의 다음과 같은 말에 주목한다. "언젠가 이 세계를 변혁시킬 인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도 방황하는 밤이 있을 것이다. 그 밤 문득 펼쳐본 책 한 줄의 미미한 도움으로 변혁이 가능해 질 지 모른다." 독서는 바로 그런 존재의 충격적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문명의 최고 발명품이다. 문학과 철학이 현실에 대해 뭘 해줄게 있는가라는 물음은 이 발명품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혹 쥐어뜯을 머리카락이 없다고 해도, 쥐어뜯을 무의식은 다들 가지고 있지 않은가?

2014-04-13 17:24:4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그토록 우려됐던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드디어 1천조 원을 넘어 1117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국가부채가 2212만원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만 596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 연금은 적자가 날 경우 정부가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국가부채가 된다. 지난해만해도 연금지급액의 20%에 해당되는 돈을 세금으로 내줬다. 지난해 국가부채규모는 2012년에 비해 215조2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159조 4000억 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내줄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회계방식의 변경에 따라 140조원 정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GDP(국내총생산)에 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에 비해 아직 낮다는 한가한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소가 많다. 첫째,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 2011년 773조 5000억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무려44.5%나 늘어났다. 둘째, 생산적인 분야도 있지만 비생산적인 증가 분야가 우세하다, 비록 국가기간 산업이라고 해도 무리수가 많다. 셋째, 각종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에 따라 선심성 무상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해 국가부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선 공무원연금이나 군인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부채관리의 해법을 달리 찾을 길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두 연금은 일반국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평에 어긋난다. 지급개시년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지급규모가 두 배 이상 된다. 따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한다는 논의는 개진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수혜자인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제 밥그릇을 줄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를 떠나 정치적으로 선뜻 나설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져있다. 역대정권이 공무원연금개혁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개혁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나라가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2014-04-13 15:57:13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뉴스룸에서]발암공포에 떠는 10만명

당뇨 환자가 주변에 많다. 증가폭이 가파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발병하는 추세다. 환자라기보다는 당뇨인이라고 자연스레 부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의 생활습관이나 식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발표된 '2013 지역사회 건강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덜 걷고 술은 더 마신다"가 조사의 주내용이다. 이 때문에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늘고있다는 분석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합병증을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운동이나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이다. 철저하게 혈당체크등 자기관리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절박함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걷잡을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당뇨환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약 복용이다. 정기적인 의사처방으로 약을 복용하며 만성질환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 당뇨인들은 미국법원의 당뇨약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의 '발암가능성' 은폐에 따른 징벌적 배상판결에 언짢아 한다. 미국에서는 발암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뿐 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약이 과거에 문제가 됐고 그 당시 경고대응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히 다른 후속책을 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이 액토스와 방광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산업체인 다케다제약이 발암위험 가능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알고있는 사실일뿐 새로운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당뇨 환자나 가족들은 찜찜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한숨쉰다. 액터스는 제2형 당뇨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물로 국내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0만명이 매일 암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 마지못해 약을 먹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사가 처방하면 불안에 떨며 먹어야 하나. 만약 10만명이 식중독이라도 걸렸으면 우리 사회가 조용할까? 하루 10만명이 발암 위험성을 되뇌며 약을 넘기고 있는 현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하는지 .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료거부까지 했던 전국의 의사들이이런 환자들의 아픔과 불안감을 헤아려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이충건

2014-04-13 15:56:25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127년만에 사라지는 백열구

경복궁 뒤쪽 깊숙한 곳에 '향원지'라는 연못이 하나 있다. 한 가운데에는 '향원정'이라는 멋드러진 육각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왕가의 휴식처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887년 이땅 최초의 발전기를 설치했던 곳이자, 그 전기로 백열구를 밝혀 역시 이땅 최초의 전깃불을 켠 곳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백열구를 발명한 지 8년만의 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도입 시기가 빨랐다. 다만 당시의 발전 기술이라는 것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는 열을 향원지 물로 식혀줘야만 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 마치 천둥이 치는 듯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전깃불은 재미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찔 증'자에 '물고기 어'자를 쓰는 '증어(蒸魚)'가 그것이다. 향원지 물을 발전기 냉각수로 쓰다 보니 자연히 수온이 올라갔고 결국 향원지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또 발전기가 종종 꺼지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통에 '건달불'이라고도 불렸고, 향원지 물로 불을 켠다고 해서 '물불', 너무 묘하고 괴이한 불이라고 해서 '묘화(妙火)'나 '괴화(怪火)'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명칭이 존재했다는 건 당시 사람들이 전깃불을 그만큼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일 텐데, 오늘로부터 만으로 꼭 114년 전인 지난 1900년 4월 10일부터는 서울 종로에서도 첫 민간용 백열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마치 플로피디스크나 CD가 사라져가듯 백열구를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올초부터 국내에서는 백열구를 생산하지도 또 수입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신기술의 대명사와도 같았지만 백열구야말로 전기에너지 가운데 고작 5퍼센트만 빛을 내는 데 쓸 뿐 95퍼센트는 열로 낭비해버리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인 탓이다. 정부에서는 그 대신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전구 등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백열구가 들어온지 127년만에 일어나는 변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야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를 극빈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10 14:02:5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약방의 감초, 주방의 파

한약에 감초가 빠지지 않는 이유를 동의보감에서는 72종류의 광물성 약재, 1200가지의 식물성 약초와 조화를 이루며 약효를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방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파다. 음식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념이기에 별명이 '화사초(和事草)'다. 모든 종류의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송나라 때 문헌인 청이록에 보인다. 물론 감초가 모든 약에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요리를 할 때 파를 넣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있다. 예컨대 미역국에는 파를 넣지 않는다. 미역과 파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아 영양분이 상충하고, 맛 역시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고기에는 파가 어울리는데 특히 봄에는 고기와 함께 파를 먹으라고 했다. 고대 중국의 예법을 적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 가을에는 겨자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인데 여기서 회는 굳이 생선회가 아니라 주로 육회를 뜻한다. 약간 응용하자면 요즘 고깃집에서 파 무침을 내오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예법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예기에는 또 군자를 맞이해 파와 마늘을 준비할 때는 양쪽 끝을 가지런히 다듬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소중한 손님을 맞을 때 파는 빼놓을 수 없는 채소였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반찬 하나도 정성껏 깨끗이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쪽파가 제철이다. 쪽파로 담근 파김치도 맛있고 파절이 한 접시에도 입맛이 살아난다. 옛날 선비는 파를 인생의 청춘에 비유했지만 봄 파는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9 11:25:53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한쪽 눈이 없는 어느 정치인이 상대 정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자 반박할 근거를 대지 못한 쪽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눈도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그러자 공격을 받은 의원이 "네, 저는 한쪽 눈밖에 없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볼 수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폭소가 터지고 인신공격을 한 쪽은 완패한 꼴이 됐다. '일목요연'의 본래 뜻은 한눈에 척 봐도 명쾌하게 드러난다는 건데, 그걸 이 눈 하나밖에 없는 정치인은 멋진 반격의 부메랑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존엄한 사회의 감정사회학을 제창하고 있는 김찬호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 '모멸감'에 소개된 실례다. 링컨이 선거 중에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모함에 대해 "그게 사실이면 감히 이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멸의 대상을 도리어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으로 역전시킨 발상의 유쾌함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재치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개는 모멸의 언사나 행위로 해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받는다. 좌절과 분노, 또는 슬픔은 모멸이 가하는 학대의 결과다. 힘이 없거나 출신이 처진다고 여겨지거나 가난하거나 행색이 남루하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이런 가해행위를 별 부담 없이 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된다. 다들 그 저주의 목록에서 빠져나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경쟁은 또 다른 상처와 모멸의 무대가 된다. 악순환이다. 박재동 화백이 전시회를 하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 하나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가? 자기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곳에서 산다. 그렇지 못하면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죽고 싶어 한다. 이것이 사람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토로하고 있다.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나 관계는 죽음의 병을 키워가는 곳이다. 상대를 밟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우월감은 행복이 아니다." '모멸감'의 한 대목에 적힌 글귀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거나, 자기의 권세로 약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행복의 이유가 되는 사회는 비루하다.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이는 한눈에 척 봐도 그 얼굴빛이 남다르다. 일목요연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한쪽 눈이 없는 경우일지라도. /성공회대 교수

2014-04-06 15:58:39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 재벌총수들은 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있다

재벌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된 후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굴지의 그룹총수들이 받고 있는 연봉이 상식을 벗어난 거액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4곳의 등기이사로 지난해에 모두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31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140억원을 받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실제 얼마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러한 연봉 규모는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정서로 보아 이러한 재벌총수의 연봉이 합당하다고 수긍할 사람은 드물다. 최태원 회장만 해도 회사 돈 450억원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법정 구속됐고, 김승연 회장 역시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2월에야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었다. 일부 총수들은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연봉을 챙기기도 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에서 21억6500만원, GS건설에서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GS건설은 지난해 8273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427억원의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42억4100만원이나 타갔다. 재벌총수들은 경영 성과에 따라 주식배당금으로 부를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는 입장이다. 미국의 '글로벌 스타'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단돈 1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며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0년 동안 1달러만 받았다. 우리나라 재벌총수가 이들을 반드시 닮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반기업정서가 강해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나라들도 최고 연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부결되기는 했지만 최고 연봉 규제를 놓고 국민투표에 붙여진 일이 있다. 우리도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재벌총수의 연봉이 정해져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와 비공개법인도 일정규모 이상은 공개해야 마땅하다. /언론인

2014-04-06 11:45:00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

오늘로부터 정확히 9년 전인 지난 2005년 4월 4일 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까지 밀어닥친 산불이 전각들을 하나둘 집어삼키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헬기 10여 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바짝 마른 풀과 나무, 그리고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천년고찰 낙산사는 그 자체가 목조 문화재들의 집합소였기에 불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결국 낙산사 대부분이 불에 타버리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보물로 지정된 동종은 불에 녹아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사실 당시 산불은 규모가 엄청났다.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고온 건조한, 게다가 강력하기까지 한 바람 앞에서 현대의 소방시설조차 속수무책이었다. 낙산사가 제아무리 화재방지 노력을 했어도 당시 산불은 끄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마냥 두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 강원도소방본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내 46개 전통사찰 4곳 중 1곳은 소방펌프차가 진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요즈음 들어서는 자연재해 외에 방화에 의한 화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에 숭례문이, 2010년에는 부산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또 흥인지문을 비롯해 혜화문과 동묘, 그리고 수원 화성행궁과 성공회 강화성당을 대상으로 한 방화 시도도 잇따랐다. 다시 4월이다. 언제 화마가 닥칠지 모를 목조 문화재들을 더 없이 극진하게 살필 때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03 11:22:3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진달래꽃 화전 먹는 까닭은…

올해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동시다발로 피면서 세상이 전부 꽃밭으로 변했다. 꽃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상님들은 입으로도 꽃을 감상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먹으며 멋과 낭만을 즐겼으니 봄이면 진달래 화전에 배꽃을 따다 이화전을 부쳤고 여름에는 장미전과 연꽃, 연화전(蓮花煎) 가을에는 국화전으로 계절을 맛보았다. 요즘은 봄꽃 구경은 벚꽃이 우선이지만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진달래 꽃구경을 했다. 서울만 해도 남산은 아예 진달래 꽃밭으로 봄놀이를 겸해서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치는 것이 풍류고 낭만이었다. 우리는 봄이 되면 진달래를 다양하게 먹었다. 찹쌀가루에 진달래꽃을 얹어 부치는 화전을 비롯해서 밀가루에 진달래꽃을 따다 섞어 뽑는 진달래꽃 국수인 화면(花麵)도 있고, 진달래꽃 띄운 화채로 마른 목을 축였으니 입안에 꽃향기가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진달래 떡에다 진달래술까지 봄이면 곳곳에서 진달래 축제가 벌어졌다. 그런데 왜 봄에 피는 수많은 꽃 중에서 진달래꽃을 먹으며 봄의 잔치를 벌였을까? 진달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인데다 철쭉은 먹지 못하고 개나리 역시 식용에 적합하지 않으니 진달래로 화전을 부쳤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진달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치면 멋과 함께 여름 더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진달래 화전은 낭만이고 음식이며 보약이다. 어제가 삼짇날, 진달래 화전 먹는 날이었지만 대신 주말에 진달래꽃, 벚꽃을 감상하며 눈과 함께 입 호사도 함께 누리면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2 11:47:32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