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노동시장 개혁 논의 시작부터…노동계 "기업 공짜노동"
주52시간제 탄력 운영,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논의하는 연구회가 18일 출범하며 노동시장 개혁 추진의 첫발을 뗐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빌미로 "기업이 마음대로 공짜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첫 회의를 열고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과제인 근로시간 제도,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고용부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로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한 달(4주) 48시간으로 확대해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주 단위 초과근로를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납품 기일을 못 맞추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 52시간제의 탄력 운영이 가능해지면 정보통신(IT) 업종 등은 특정 기간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릴 때 12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연령이 아닌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임금체계 개편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연구회 출범식에서 "우리 노동시장은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마주한 이중고에 처해있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학계와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와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에 대한 전문성을 기본 요건으로 하면서 인사조직 및 노동법에 조예가 깊고, 근로자 건강권 보호 등 보완 대책을 위한 전문가를 포함하는 등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도록 안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는 오는 10월까지 4개월간 노동시장 개혁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이후 논의 결과를 토대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국민 소통형' 논의 기구로 운영돼 논의 상황과 각종 실태조사 등의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노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공개 포럼도 진행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한 분석과 예측, 이를 근거로 한 노동정책 수립이 4개월의 짧은 시간에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연구회가 연구의 결과라고 내놓을 답안지를 생각하면 공포스럽다"며 "법이 정한 노동시간 상한선은 없어지고 연장근로에 따른 금전보상은 하지 않아도 돼 기업이 마음대로 공짜노동을 시킬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