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경영학회, "인터넷 포털 구분 희미해져…사전 규제 부적절"
인터넷 포털 시장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고, 사전 규제를 시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후규제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고 자동차, 스마트폰 산업처럼 사후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IT시장의 변화와 글로벌 경쟁: 규제가 답인가?'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연세대 이상우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토론에는 호서대 류민호 교수, 성균관대 박민수 교수, 동국대 이경원 교수,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정윤혁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상우 교수는 "최근 입법부에서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안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법안의 적절성을 따지기에 앞서 경제학, 경영학의 관점에서 포털 시장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말하며 토크콘서트를 시작했다. 인터넷 포털 시장의 정의와 시장 획정에 대한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인터넷 포털의 정의와 시장 획정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과학기술원 정윤혁 교수는 "한국에서는 네이버, 다음 같은 사이트를 포털이라고 하지만, 이건 포털의 한 종류일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뉴스, 날씨, 주식, 스포츠 같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버티컬 포털도 있다. 이런 사이트를 고려하지 않고 포털을 정의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민호 교수는 "공정위에서 포털 서비스를 '검색,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로 규정했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포털 서비스를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모바일 시대에 사람들은 개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서비스 이용을 위한 관문이란 의미의 포털이란 용어 역시 모바일에서는 더욱 부적절해졌다"고 말했다. 시장 획정에 대해 이경원 교수는 "인터넷 포털 시장 획정을 하려면 인터넷 포털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만약 인터넷 포털을 정의했다 하더라도 인터넷 포털과 관련된 시장은 어디까지인지도 정해야 하는데 인터넷은 이용자와 광고주, 이용자와 콘텐츠를 매개하는 양면 사업 모델이라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관련 시장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색 서비스와 쇼핑 서비스 간의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에 대해서도 시장을 명확하기 구분하기 어려우며, 네이버를 예로 시장을 좁혀 볼 경우에도 두 서비스 간 시장 지배력 전이를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종관 박사는 "지배력 전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과 그 지배력을 전이하려는 시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하는데, 포털과 검색, 쇼핑 시장을 명확하게 자르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박민수 교수는 "(관련 연구 등을 통해) 대략적으로 살펴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검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며, 네이버의 경우 쇼핑 검색에서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색 서비스와 쇼핑 서비스 간의 지배력 전이가 성립하려면, 통합검색 서비스를 통하지 않으면 쇼핑 서비스로 가기 어려워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없어 현재까지 지배력 전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에 대해서는 경쟁자 입장에서의 규제 주장은 있지만, 소비자 후생과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의 연구나 고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윤혁 교수는 "네이버 쇼핑윈도는 다른 온라인쇼핑몰이 제공하지 않던 오프라인 기반의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입을 제공했다"면서 "만약 네이버 쇼핑의 지배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검색 지배력 전이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온라인 채널이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제공한 경쟁의 결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박사는 "규제 정당성이 성립되려면 이용자 효용과 산업의 발전에 대한 부분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 시도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류민호 교수는 "인터넷을 사전 규제의 프레임에 넣으려는 시도가 많다"면서 "기존 경쟁법이나 이용자 보호법 등 사후규제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전 규제의 틀에 끼워 넣으려는 시도는 이용자나 산업 발전이 아닌 경쟁사를 위한 법안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교수는 "사전 규제는 방송산업, 통신산업, 전력, 철도처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산업에 적용한다"면서 "반면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같은 경우는 1, 2위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사전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산업의 역사를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 1위 자리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사전 규제를 할 필요가 없는 시장이며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만 사전 규제를 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교수는 "해외 기업들도 한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데, 사전 규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경쟁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토크콘서트는 오는 9일 오후 4시,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IT 시장에서의 역차별 논란과 디지털 주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