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행업계도 강타...서울, 경북, 전라, 제주 등 전국 초토화
메르스 확산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중국, 일본 등 외국인 단체관광객들과 국내 초·중·고 수학여행 등이 여행일정을 연이어 취소 하는 바람에 관광버스, 면세점, 음식점, 호텔, 리조트, 펜션, 테마공원 등 여행관련업계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6월 중국인의 우리나라 패키지 예약 고객 9000여명 중 예약을 취소한 관광객은 554명(6%)으로 파악됐다. 지난 1일 베이징지사에서 100여명이 한국여행을 취소했고, 상하이지사에서도 200여명이 취소했다. 지난 2일에는 베이징·청두지사 147명, 상하이지사 107명이 한국 방문을 포기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 관계자는 "지난 2일 하루에만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4400명, 기타 아시아지역에서 400명 등 총 4800명이 메르스를 이유로 방한 예약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메르스 여파로 한국 관광을 취소한 외국인은 총 1만1800여명으로 늘었다"고 4일 밝혔다.
특히 3일에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난해 610만명이 방한, 우리나라 관광·유통산업의 한 축을 형성했던 '유커 특수'도 메르스에 큰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심리적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유커들의 30%는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기때문에 일시적으로 방문을 연기할 수는 있어도 일본을 택하거나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현재 유커들을 위한 예방지침 등을 복지부와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뜩이나 엔저 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내 메르스 확산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인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과 백화점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한국방문 취소는 서울 뿐 아니라 충청, 강원 등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는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메르스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문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전남지역 학교의 수학여행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4일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보성 모 중학교 등 4개 학교가 서울·경기 지역으로 가려던 수학여행을 전면 취소했다. 강원도 역시 중국 관광객 100여명이 여행일정을 취소했고, 소규모 관광객들도 예약을 취소했다. 강원도내 중국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6월과 7월은 예약자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30%는 취소를 신청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일부가 여행사에 예약 취소를 통보하는 등 메르스로 인한 관광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3일 다른 시·도의 일부 학교에서 메르스 확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수학여행을 포기 또는 자제할 것으로 알려지자 제주 관광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서울 초등학교 학생 36명이 수학여행을 즐기기 위해 이날 제주행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현재 209개교가 휴업 또는 휴교해 제주에서 진행하기로 한 교육수련 등의 학교 단체 행사까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공포'로 울산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4일 울산의 아웃바운드 전문 여행사인 A여행사는 "메르스 환자 사망 보도가 나면서 예약 취소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세월호 여파로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는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가 있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관광버스업계다. 전국적으로 초중고에서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등 국내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6월 비수기 평년수준으로는 1주에 최소 3차례 국내 버스여행이 이뤄졌고, 메르스 이전에 예약한 수준도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난 뒤부터 거의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되는 실정이다. 항공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제주로 오려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 사례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가 현실화됐을 때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한국 관광을 예약했던 대만 단체 관광객 1천200여명이 예약을 취소해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각 부처별로 진행한 메르스 관련 점검을 관계부처 합동 상황점검반(반장: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으로 격상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관광·여행·숙박·공연·유통 등 서비스업, 지역경제, 외국인투자 등 모든 부문의 영향을 부처간 협조 아래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피해업종·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키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