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가격 오르는데 폴리에틸렌은 7년만에 '적자전환'…국내 화학업계 마진축소 불가피
-국내 화학업계, 'PE(폴리에틸렌)' 가격 7년 만에 손익분기점 아래로…마진 축소 전망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국내 화학업체, 기술력 키워 경쟁력 제고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국내 화학업계가 생산하는 폴리에틸렌(PE)이 7년만에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상승세여서 업계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시설이 피격된 이후 석유화학공업에서 중요한 주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이를 원료로 삼아 분해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폴리에틸렌은 가격이 하향 추세여서 제품을 생산할수록 수익성이 악화돼 국내 화학업체들의 마진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폴리에틸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설비 증설이 활발히 이뤄지며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에 빠지자 수요가 낮아진 것도 업황의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Naphtha)의 가격은 최근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시설 테러의 영향 등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의 가격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이달 28일 기준 국제 유가의 지표인 두바이유는 전주 대비 4.4% 늘어 61.3달러를 기록했으며 브렌트유는 4.1% 증가해 62.2달러를, 미국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2% 상승한 56.5달러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나프타 가격도 지난 8월 462달러에서 이달 28일 기준 527.4달러로 500선을 넘겼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도의 끓는 점 범위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의 혼합체로, 한국 및 유럽의 석유화학공업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원료다. 화학업계는 이러한 나프타를 일정한 공정을 거쳐 분해한 뒤 에틸렌·프로필렌·부탄 등을 생산해낸다. 폴리에틸렌은 여기서 생산된 에틸렌을 활용해 만들어지는데, 주로 플라스틱 재질인 일회용 잡화·포장재·전기 절연체 등에 많이 사용된다. 반면 국내 화학업계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폴리에틸렌의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폴리에틸렌의 가격은 370달러로, 2012년 4분기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인 400달러를 하회했다. 폴리에틸렌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국내의 주요 NCC 화학업체들의 마진은 최근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기준 372달러였던 마진은 이달 들어 336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분기 363달러였던 NCC업체의 마진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 규모에는 LG화학 128만톤, 한화케미칼 116만톤, 롯데케미칼 105만톤(해외 포함 시 206만톤), 한화토탈 86만톤, 대한유화 53만 톤, SK종합화학 39만톤 등이 있다. 글로벌 화학업황에 있어 공급 과잉과 동시에 수요가 부진해 국내 화학업체의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내 화학업체들은 화학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부터 기술적인 부문에서 쉽게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군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생산 제품군을 바꾸는 이런 '체질 개선'이 사실상 쉽지는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