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간 이정식 고용장관, '중대재해법' 등 온도차 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을 찾아 김동명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임 전부터 '노사 상생'을 강조해왔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친정'격인 한국노총을 찾았다. 하지만, 근로시간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등 정부 정책 관련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 시작부터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는 이 장관을 만나 노동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격변의 한국노동 운동을 온 몸으로 헤쳐오신 장관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새 정부의 국정 과제가 발표된 이후 향후 노정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특히, 노동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에 대한 정부 주도의 개입 시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하루 근로 8시간, 주당 연장 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개선해 민간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하고 싶은 근로자에게 일할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탄력적 운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식 장관도 취임식에서 "일·생활 균형을 위해 유연근무를 활성화하는 등 일하는 문화를 바꿔 나가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중대재해처벌법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한 부분도 묵과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위반이 적발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규정에 담긴 안전·보건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법 보완을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관련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국정과제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저도 한국노총에 있을 때 정부가 늘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자주 뵙고 고용,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윤 대통령도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했는데 의견을 주면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1986년 한국노총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으로 노동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과 대외협력본부장, 정책본부장, 사무처장 등 26년 간 노사 관계 개선에 힘써 온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장관님과는 오랜 시간 동지였으나 이제 때로는 갈등과 대립의 공간에서 때로는 대화와 협상의 공간에서 치열하게 만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노총과의 정책간담회 등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산적한 노동 현안은 한국노총과 늘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노총의 협력과 참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 참석으로 잠정 연기됐다. 이어 이 장관은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 회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