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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망상과 음모론, 세뇌와 사이비종교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리레오처럼 비장한…. 그런데 문제는 그 주장을 진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이상한 이야기를 소비하는 수준이 아닌 듯 하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을 그 틀로 해석하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 같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혹은 이러한 생각이 망상이라면 이것이 망상의 기본적인 핵심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직조물의 끝에는 종종 '세뇌'와 '사이비 종교'도 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는 것' 즉 '사실이나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음모론은 그 믿음에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포장지 역할을 한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언론은 조작되고 있다", "그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식이다. 이쯤 되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주는 감정이다. 또 그 기저에는 틀리지 않는 자아 혹은 집단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고 이 껍데기를 한 꺼풀 들어가면 마음속에 있는 불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음모론이나 망상은 이 불안을 덜어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게 해주는 그 안도감을 준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우리는 세뇌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세뇌는 단순한 설득이 아니다. 반복과 고립, 감정적 몰입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사이비 종교는 이 기술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이비는 기본적으로 의심은 죄악이고, 질문은 신앙 부족으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진실의 편'이라는 믿음을 강화하며 집단 속에 갇혀버린다. 불신자는 지옥이라는 협박도 이러한 의심을 방지하는 좋은 기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음모론의 구조도 이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외부 세계는 '적'이고, 나와 내 집단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폐쇄적 사고방식. "왜 아무도 모를까?"라는 의심이 "그래, 그게 바로 진실의 증거야"라는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논리는 무너지고 망상은 강화된다. 음모론은 혼자서 주장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꼭 그 음모론을 믿는 또 다른 음모론자가 존재한다. 그래서 음모론의 집단환는 흔한 현상이다. 그 안에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서로를 세뇌하고, 다른 생각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많은 사이비 종교는 이런 음모론적 사고방식을 교묘히 활용한다. "정부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진짜 구원은 이곳에만 있다", "밖은 타락했고, 우리는 선택받았다." 이런 이야기는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설득이 아닌 구원이 된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단순한 해답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 해답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말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아주 서서히, 천천히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벼운 호기심이, 나중엔 가족과 친구를 끊고 집단에 헌신하게 만든다. 망상은 그렇게 사람의 삶 전체를 삼켜버린다. 모든 음모론자나 망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의 유사성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실 아닌 것에 끌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의심은 건강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의심하는 순간,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회의주의자가 되면서 이 마음의 반대쪽에 무의식적으로 끌린다. 즉 완전한 답에 대한 강한 이끌림.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누군가는 천국을 약속하는 믿음을 팔러 온다. 특히 삶에서 큰 상실을 경험하거나 실패로 인해 좌절된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삶의 해답을 은연 중에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어떤 사탕발린 이야기라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사이비 종교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이를 알고 득달 같이 달려든다. 그러니 필자는 말하고 싶다. 세상에 '절대적 진실'을 외치는 사람을 조심하라. 특히 그 사람이 돈을 요구하거나, 당신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진실은 조용하고, 의심은 차분하며, 믿음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세뇌와 망상을 가르는 가장 분명한 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5-14 15:25:2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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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의 AI시대 적응하기] 당신을 속이는 당신의 '검색어'

검색창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검색어는 평등하지 않다. 검색엔진은 마치 모든 걸 아는 마법사처럼, 단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무한의 결과를 쏟아낸다. 수백만, 수천만 개의 링크가 쏟아질 때면, 마치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정보의 바다 아닌가? 그러나 등대를 향한 배와 수평선을 향한 배가 서로 멀어지듯 정보는 넘쳐나지만 우리는 그걸 '묻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질문이 틀렸다면? 정보는 사실과는 아무 상관없는 데이터 폐기물일 뿐이다. 정보는 검색하는 순간부터 중립이 아니며, 교묘한 알고리즘은 당신의 질문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가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찾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어느날 두 사람이 같은 뉴스를 접했다. "XX백신 부작용 논란" A는 "XX백신 안전성 논문"을 검색했고, B는 "XX백신 위험성 고발"을 검색했다. A의 화면엔 학술 논문과 보건당국의 보도자료가 떴고, B의 화면엔 유튜브 영상과 자극적인 블로그가 줄줄이 등장했다. A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확신했고, B는 "언론이 숨기고 있다"고 분노했다. 둘은 각각 "정보를 충분히 읽었다"고 느끼며, 서로를 무지하다고 생각한다. A는 백신을 맞고 B는 백신을 맞지 않는다. 둘 중 누가 더 잘 물었을까? 둘 다 "정보를 충분히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뉴스, 두 개의 전혀 다른 현실. 정보의 격차는 단순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거리가 아니다. 같은 뉴스를 접하고도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질문의 단층선이다. 지금 정보는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의 문제다. 검색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고, 더 나아가 세계관이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당신이 마주하는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보는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불균형은 알고리즘 뒤에 숨어, 당신이 무엇을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2025-05-13 11:27:0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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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의 장수기업

일본은 장수하는 사람이 많고 장수 기업도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일본의 한 언론사는 세계 기업의 창업 연수가 100년 이상, 200년 이상 지난 기업을 각각 조사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 수가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세계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의 41.3%(33,076개 사),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약 65.0%(1,340개 사)가 일본 기업이라고 발표했다. 100년 이상 된 일본 기업의 업종별 특징은 제조업(26.0%) 비중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소매업(23.5%), 도매업(22.3)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 장수 기업에 관한 연구에서 기업의 평균 수명을 30년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사람의 출생과 사망까지를 수명이라고 하듯이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가 퇴출당하는 기간을 기업의 수명이라 정의하고 이를 계산해 보니 그 평균이 30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 1586년 창업한 마쓰이 건설 주식회사, 1590년 창업한 스미토모 금속 광산 주식회사, 1602년 창업한 요우메이슈 제조 주식회사 등은 이미 4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 후 300년이 지난 기업도 6개 사가 있다. 창업 후 200년, 100년 지난 기업 수까지 더하면, 30년을 일본 기업의 평균 수명이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기업이 일본에 매우 많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장수 기업은 창업 후 100년은 지난 기업을 가리킨다. 참고로 한국은 산업화 기간이 짧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의 혼란기를 겪었기 때문에 창업 후 100년이 넘는 장수 기업은 두산을 비롯하여 16개 사가 있다. 일본 장수 기업의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의 사명은 고수하면서도 유행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500년경에 창업해서 50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토라야(虎屋)는 창업 이래 "맛있는 전통 일본 과자를 고객이 기쁘게 먹을 수 있게 하겠다."라는 사명 아래 전통 일본 과자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 미각에 맞추어 신상품을 개발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유행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기업이념이 명확하고 종업들이 모두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앞의 토라야 사례에서 제시된 사명과 같이 기업이념은 기업 본연의 자세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나타내는 것이다. 기업이념은 경영이념에 비해 다소 추상적이지만 종업원들에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기업이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기업이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많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서,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종업원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장수하는 기업은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동료와 가족으로 대하며 일하기 좋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네 번째는 세상과 지역에 대한 공헌을 실천하는 것이다.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일본 각지에서 활약한 일본의 3대 상인 중 하나인 오미상인(近江商人)의 경영철학은 "구매자에게 좋은, 판매자에게 좋은, 세상에 좋은 상품의 제공"이었다. 이 경영이념은 일본의 대다수 기업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장수 기업들은 대부분 세상이나 지역에 대한 공헌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본 장수 기업의 특징을 우리 기업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도 장수 기업이 많이 늘어날 수 있게 하는 데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2025-05-13 10:49:16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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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기후변화와 식탁의 위기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간 한반도의 기온상승, 강수량 증가, 여름 길이의 변화 등 뚜렷한 기후변화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먼 미래에는 온난일이 급증하고 한랭일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극한 기후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반도 기후위기 극복과 미래생존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6년간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3.2℃로,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최근 30년 동안 기온은 1.4℃ 상승하였으며, 특히 최저기온의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최근 30년 동안 20세기 초보다 강수량이 124㎜ 증가하였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서리일수와 한랭일이 증가한 반면 강수량이 감소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국립기상과학원이 분석한 106년(1912~2017년) 동안의 기후 변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과거 30년 이내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 미래인 2081~2100년에는 고탄소와 저탄소 시나리오 간의 기온상승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기온은 7.0℃~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고 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온난일(상위 10% 최고기온 발생 일)이 약 4배 증가하고, 한랭일(하위 10% 최저기온 발생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온난일은 약 2배 증가하나, 한랭일은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반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0(Net Zero)' 달성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주식(主食)인 한반도의 쌀 재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우를 동반한 기온의 상승, 강수량의 변화, 장기간의 폭염일수와 같은 극한의 기후 현상은 쌀 생산성과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쌀밥의 식감에 적합한 수도작 품종의 개발 등 식량안보 문제까지 확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큰 국가에 속한다. 1912년부터 약 100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약 0.7℃ 증가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1.5℃ 증가해 두 배 이상의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온난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970년부터 10년에 약 0.3℃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벼농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의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쌀 생산성이 2040년대 13.6%, 2060년대 22.2%, 2090년대에는 40.1%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기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서 쌀 수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전국에 산재한 미곡처리장(RPC)을 중심으로 쌀 통계를 통합관리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의 식감에 매우 민감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쌀의 품질이 저하되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감에 맞는 쌀을 재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밥쌀용 쌀의 외관 품질은 2~3%, 밥맛은 6% 나빠진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비축량을 확대하며, 해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 기술의 발전과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 재배 품종의 변화와 소비자 한국인의 식감에 적합한 수도작 품종의 위기, 그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5-12 11:14:5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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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미네랄 보물창고 '치아시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지만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어 간다. 사람들이 밥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건강 걱정도 있다. 흰쌀밥은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곡물을 함께 섭취한다면 걱정을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아(chia)의 씨앗, '치아시드'가 그렇다. 곡물이라고는 하지만 치아는 벼, 콩, 옥수수와는 많이 다른 작물이다. 치아와 비슷한,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로는 같은 꿀풀과에 속하는 들깨를 들 수 있다. 3대 영양 성분만 보면 탄수화물은 물론 몸에 좋은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또한 각종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 또한 풍부하여 완전식품이라 할 만하다. 들깨와 비교하였을 때 탄수화물 함량이 좀 더 높긴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식이섬유의 함량 역시 높다. 치아시드 구성 성분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식이섬유는 소화를 돕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준다. 다만 한꺼번에 많이 먹을 경우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치아시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몸에 좋은 지방질이다. 비슷한 종류인 들깨처럼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오메가-3는 심혈관 건강에 이롭고, 염증을 줄이며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치아시드는 필수 미네랄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건조된 치아시드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100g을 섭취할 시 구리, 마그네슘, 셀레늄, 인 등의 1일 영양섭취 기준을 100% 충족하며, 칼슘과 망간 역시 90% 정도 충족된다. 비타민의 경우 니아신, 티아민, 리보플라빈 등 비타민 B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몇 년 전부터 셀럽들이 건강관리, 다이어트를 위한 식재료로 소개하면서 치아시드의 인기가 높아졌는데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상태를 고려하여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치아시드의 1일 권장 섭취량은 15g 정도이다. 매일 한 숟가락 정도로 밥에 섞거나 샐러드, 요거트 등과 함께 먹는다면 건강 유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2025-05-12 05:36:0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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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AI가 그린 ‘지브리 스타일 변환’과 저작권 침해

최근 챗GPT 등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 애니매이션 제작사(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 스타일(또는 화풍)로 사진 등을 변환하는 것이 엄청난 유행이었다. 필자도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하나 둘씩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그 유행을 실감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 섞인 지적도 이어졌다. 지브리 스타일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결과물인데, 인공지능을 통해 무분별하게 그 스타일이 복제·재생산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저작권 등 침해가 성립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는 저작권 등 침해를 발생시키는 것일까. 현행 저작권법상 애니메이션 등의 스타일은 저작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물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표현'에 해당해야 하는데(소위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애니메이션 등의 스타일은 구체적인 표현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인상주의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등의 미술사조에 대해서 선행 작가에게 저작권 등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작물성 등이 부정돼 저작권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에 부정경쟁방지법도 자주 활용되고 있으므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이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위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면 금지청구나 예방청구, 손해배상청구 등이 가능하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권리 구제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새롭게 부정경쟁행위로 신설했으므로(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이 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그런데 지브리 스타일이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기는 하지만 위 부정경쟁행위의 보호대상인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에 해당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은 모두 특정 개인의 고유한 특성으로서 퍼블리시티권에 포함돼 보호될 필요성이 높은 반면, 개인이 창작해 낸 일정한 스타일(화풍, 패션스타일 등)의 경우에는 창작물을 보호하는 다른 법률(저작권법 등)에 의해 보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대상을 위와 같이 스타일 등에까지 확대한다면 위 부정경쟁행위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도 있다. 물론 인공지능을 통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은 부정경쟁행위 중 포괄적 일반조항(catch-all clause)의 성격을 갖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해당 조항 자체가 매우 포괄적인 적용범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은 본래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과 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부정경쟁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할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위 부정경쟁행위의 일반적인 적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으므로 실제 적용에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창작은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 사례를 통해서 보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 현업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 충분한 법적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2025-05-11 09:18:1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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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1>진화한 '마초맨' vs 마초걸 '틴타피나'…스페인 카사 로호

<281>스페인 카사 로호(Casa Rojo) '마초맨'이 진화했다. 마초맨 그란 비노로 말이다. 2014년 첫 선을 보인지 10주년을 맞아서다. 스페인 와인으로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와인이 바로 와이너리 카사 로호의 마초맨이다. 모든 것이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았다. 와인의 맛과 품질은 기본으로 와인의 이미지를 마신다고 할 만큼 이해하기 쉬웠다. 한국 음식과 같이 마시기도 좋았고, 개성만점의 라벨은 매년 조금씩 바뀌며 새로움을 찾는 한국 소비자들이 질릴 틈을 주지 않았다. 스페인 카사 로호의 헤드 소믈리에이자 세일즈 디렉터인 알레한드로 반 리샤우트는 한국을 방문해 "마초맨 그란 비노는 손으로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한 와인 가운데서도 최고의 배럴만 골라 만들었다"며 "지난 10년 간 카사 로호가 배운 것과 느낀 것, 살아낸 여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메이커인 호세 루이스 고메즈와 그의 동반자이자 공동창업자인 라우라 로호는 처음부터 올드 스쿨(Old School)의 관습을 모두 깨고자 했다. 가장 스페인다운 토착 품종을 선택했지만 기존 와인 생산자들과 달리 좀 더 과실미를 살리면서 균형감을 중시했다. 십여년 전만해도 스페인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미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묵직하게 오크 사용을 많이 했다. 사실 음식 역시 본연의 맛을 중시하면서 덜 부담스럽고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와인도 같은 흐름일 뿐이다. 이런 변화를 먼저 알아차렸던게 주효했다. 2014년 마초맨 첫 출시와 함께 바로 주목을 받았으니 말이다. 병 라벨은 와인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와 개성으로 디자인했다. 이전까지 스페인 와이너리들이 정장을 입은 신사였다면 카사 로호는 노타이에 스니커즈를 신은 신세대다. 지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스니커즈를 신듯이 카사로호는 스페인 와인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카사 로호의 진짜 반전은 테이스팅하면서 시작된다. 섬세한 마초맨과 힘이 있는 마초걸의 모습에서다. 다들 근육질 마초맨과 그와 대비되는 마초걸을 기대했을테니 말이다. 스페인은 예부터 모계 중심 사회였음을 떠올리면 와인의 반전 매력이 이해가 된다. 실세 와이너리에서 호세 루이스는 예술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며, 라우라 로호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얄 때 결단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한다. 마초맨은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지역에서 모나스트렐 품종 100%로 만든다. 프랑스에서 무르베드르로 불리는 그 품종이다. 보통 블렌딩을 위해 소량만 쓰이지만 모나스트렐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테루아를 만나면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됐다. 5월부터 9월까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혹독한 기후 조건이지만 이를 견딘 모나스트렐은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과실미와 산도, 우아함을 지니게 된다. 라우라 로호가 라벨에 등장해 '마초걸'이라는 애칭이 더 친숙한 '틴타 피나'는 전혀 다른 지역, 다른 품종이다.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산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템프라니요 품종 100%로 만든다. 틴타 피나는 템프라니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진한 과실향에 바디감과 타닌도 탄탄하게 받쳐준다. 너무나도 개성이 뚜렷한 두 개의 테루아, 다른 품종의 와인이지만 마초맨과 마초걸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실 하나다. 그들이 가진 모든 사랑과 열정을 한 병의 와인에 담겠다는 것. 알레한드로는 "우리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세대를 거치며 내려온 이 땅과 떼루아, 품종, 지식의 정수"라며 "와인 한 병 한 병마다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느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마초맨 그란 비노가 마초맨 2세대 버전이라면 3세대도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마초맨 블랙라벨이다. 초한정 시리즈로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카사로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도 십여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한국의 와인 소비자들은 놀랍도록 모든 면에서 정교함과 탁월함을 추구하고, 카사 로호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며 "한국은 파트너이자 영감의 원천이며, 우리 미래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25-05-08 14:00:1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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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미국 상호관세의 본질과 함의

미국은 모든 중국수입품에 대해서 지난 2월 4일과 3월 4일 각각 추가 10%씩 전체 20%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4월 들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보복 대응이 잠시 한숨을 돌린 듯하다. 개전이 시작된 4월 2일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관세 10% 이상을 4월5일부터 부과하고, 75개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으로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일본 24%, 한국 25%, 인도 26%, 대만 32%, 베트남 46% 상호관세 부과도 4월 9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중국에 대한 미국관세율이 54%로 늘어나게 되자 중국은 4월 4일에 희토류 수출의 즉시 제한과 함께 모든 미국 수입품에 대해 4월 10일부터 발효하는 34%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4월 7일에는 9일부터 중국에 대해 104% 관세율을 부과키로 했다. 중국도 물러나지 않고 4월 9일에 상호관세 84% 부과로 대응했다. 그러자 미국은 4월 10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125%를 부과하기로 하고 미국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지 않은 75개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부과를 90일간 유예했다. 그러자 중국은 4월 11일 상호관세를 전날 84%에서 다시 125%로 맞대응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에 대해 부과했던 펜타닐 마약 원료에 대한 보복관세 20%를 고려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은 145%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처럼 4월 2일부터 4월 11일 기간 미·중 관세 폭탄이 오고 가면서 우리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자본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예를 들어 나스닥지수는 4월 9일 반응으로 전일 대비 상승률이 12.16%를 기록했고, 4월 3일, 4일, 10일엔 하락률이 각각 -5.97%, -5.82%, -4.31%를 보였다. 시장 불안과 공포심은 4월 2일 21.85였던 시카고옵션거래소(CBOT)의 변동성지수(VIX)가 4월 9일엔 56.02로 치솟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극한대립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5월 2일 현재 나스낙 지수와 VIX 지수는 한 달 전인 4월 2일 수준으로 회귀했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에 부과하려는 상호관세의 본질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 경제에 주는 함의를 찾아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가는 물론이고 주요 교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과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1조1797억 달러이고, 이 중 대중 무역적자가 35.8%로 제일 크고, 다음으로 멕시코 11.45%, 베트남 10.55%, 캐나다 7.9%, 독일 6.6% 순이다. 관세 조치가 단기적으론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효과가 있겠지만 수입의존형 경제에서 상호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미국경제 전체적으론 관세효과가 제한된다. 둘째는 현행 21%로 되어 있는 법인세와 39.6%의 개인소득세율에 대한 추가 인하 등의 감세이행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삼성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연방정부 세수 중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9%이고 관세는 1.8%로서 매우 낮다. 이런 세수 구조에서 관세인상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는 달러 기축통화체계에서 위협받는 국제통화체계 재편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수단이란 것이다. 근거로는 미국이 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주변국의 과도한 달러 수요에 의해 달러가 고평가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재정 및 무역적자의 과중으로 인한 경제부담은 달러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부과는 국제금융체제 재편을 위해 각국에 대해 '상대국 통화의 절상'을 끌어낼 수단이 된다. 초기엔 관세를 압박용으로 사용하고 관세 부과에 반발하는 나라들에 대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보장에 대한 대가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질서에 협력하도록 관세를 축소하거나 철회하려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점화된 미국의 관세 부과는 4월 7일 첫 번째 협상국인 일본과 논의된 관세, 투자, 환율조정 등에서 그 속내가 잘 드러나고 있다. 4월 25일 한·미 협상에서는 일본과 달리 방위비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제시받게 될 최종 청구서에는 안보 대가로서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관세장벽 회피를 위한 우리 기업의 미국 내 생산, 설비 및 LNG 투자, 원화 절상 등의 종합 패키지가 포함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5-08 08:05:0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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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의 스마트카'톡'] 자율주행차 글로벌 경쟁력 위한 정책설계 '대전환 시점'

자율주행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이자, 산업의 핵심축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전략 산업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은 자국 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선점 경쟁에 나섰고,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로 다양한 R&D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선도국 대비 기술 성숙도와 상용화 수준에서 뒤처져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로 인공지능(AI) 및 인지기술의 불완전성이다. 현재 자율주행 레벨 3~4 수준의 시범 주행은 일부 고속도로와 정형화된 도시환경에 한정됐다. 두 번째로 센서·정밀지도 의존 구조와 한계이다. 라이다,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는 악천후 상황에서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며 고정밀지도(HD Map) 구축·유지 비용 또한 상용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구글 웨이모조차 일부 지역에서만 상용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통신·보안 인프라 부족이다. 네 번째는 법적 책임과 윤리 문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사회적·제도적 장벽이다. 자율주행차 사고 시 운전자,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 누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수용성 부족이다. 2024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한 국민이 63%에 달했다. 이는 실제 기술 수준과 인식 간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과 국가 연구개발의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핵심 기술 중심의 전략적 투자 전환으로 AI 인지 판단, 다중센서 융합, V2X 통신, OTA(Over-The-Air) 업데이트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와 대형 국책과제 중심의 통합적 기획이 필요하다. 또 실증 기반 기술 상용화 지원 확대로 세종시, 판교,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 시범도시를 전국 주요 도시와 지방 소도시, 농·어촌 등 지방소멸 및 교통소외지역으로 확산해야한다. 여기에 제도 정비 및 수용성 제고도 중요하다. 자율주행 관련 법률의 조속한 정비와 함께, 산학연의 플랫폼인 학회등을 기반으로 국민 대상의 체험형 홍보, 자율주행 택시 시범 운행 확대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중소·스타트업 중심 생태계 육성이다. AI, 센서, 제어기, 맵핑, 보안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기술 고도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공동 실증, 해외 진출 지원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R&D-사업화 연계 정책이 요구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교통, 안전, 법률, 윤리 등 복합적인 사회 시스템을 동반 개혁하는 대전환의 기로에 있다. 향후 대한민국이 자율주행 모빌리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고도화와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와 전략적 R&D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적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성용 중부대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

2025-05-07 16:00:30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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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동시대미술의 문법

19세기 인상주의(Impressionism) 시기까지만 해도 미술은 명확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와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명료히 구분되었으며, 각 예술 사조는 자율성과 독자성을 바탕으로 고유한 영역을 형성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경계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의 양상을 기존의 시각조형만으로는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미술가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장르 간, 매체 간 경계를 자발적으로 허물고 새로운 표현을 탐색하는 무리들이 나타났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매체의 다양성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진했고, 이는 예술 내부에서조차 융합(convergence)과 혼종(hybridity)의 양상을 일반화하는데 주요하게 역할 했다. 현대미술의 이러한 변화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을 필두로 한 다다이즘(Dadaism) 운동을 통해 더욱 본격화되었다. 뒤샹은 자전거 바퀴를 의자에 얹은 조형물을 선보이며, 몇몇 오브제의 조합만으로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나아가 그는 상점에서 구입한 변기 하나를 미술관에 전시하고 '샘'(Fountain, 1917)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작품이란 작가의 개념과 정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용도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 예술은 더욱 빠르고 급진적인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자연주의(Naturalism), 사실주의(Realism)와 같이 '보이는 세계'에서, 큐비즘(Cubism), 야수주의(Fauvism), 초현실주의(Surrealism) 등의 '생각을 그리는' 단계로 전환되었으며, 대중예술(Pop Art)과 고급예술(Fine Art) 사이의 틈을 메운 앤디 워홀(Andy Warhol)이나, 비어 있는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제시해 이미지와 텍스트, 시간과 공간, 물질성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사례처럼 시간과 공간, 관념과 감각이 융합된 복합예술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21세기의 예술은 오랜 시간 유지해온 전통적 분간에서 자유롭다. 경계와 진역은 지속적으로 재편되고 상호 침투하며 혼합된다. 예술은 이제 장르와 형식의 범주를 넘어 제도, 자본, 상품, 노동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지배하는 모든 요소를 포섭하며, 그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생성해낸다. 물론 엘리트와 대중,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예술품과 일상 사물 간의 위계조차 해체되었고, 주제와 소재, 기법 등 수백 년간 이어 온 시각예술의 고정관념 역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처럼 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로 대변되는 탈근대의 미술은 일정한 규범이나 형식 속에 가두거나 이미 정착한 양식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복합성과 개방성, 대중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보를 거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탈경계적(debordering) 움직임 속에서 관람객에게 전례 없는 감각적 경험까지 제안한다.(실제로 동시대 관람객들은 한 작품 안에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생성하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의 주체이자 능동적인 참여자로 위치한다) 결론적으로, 동시대에서 미술은 형식이 아닌 태도이자 관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보다는,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에 가치를 둔다. 미디엄의 순수성에 얽매이지 않고 비판적 사유를 위한 다학제적 관계성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통 방식을 포함해 그 내용과 형식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뚜렷해진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에 아직 남아 있는 '회화냐 조각이냐', '동양화냐 서양화냐' 하는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당대성이 내포된 문장을 짓기 위한 하나의 단어에 불과하며 다차원적인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으로서의 문법의 일부일 따름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5-06 13:21:04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