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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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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과 가려움 진정시켜주는 ‘고삼’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한약이라고 하면 얼굴부터 찌푸릴 정도로 쓴맛을 가진 약재가 많은데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바로 ‘고삼(苦蔘)’이다. 고삼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척이나 맛이 쓴(苦) 본초이다. 하지만 인삼, 현삼, 단삼, 사삼 등과 함께 오삼(五蔘)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이름에도 삼이 들어가고 삼만큼이나 몸에 좋다지만 삼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약재로 사용되는 부분은 뿌리인데 그 끝 부분이 휘어진 모양 마치 도둑이 열린 창가에서 물건을 훔쳐 내던 지팡이와 닮았다 하여 도둑놈의 지팡이로도 불린다. 고삼은 이미 『신농본초경』에 그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삼에 대해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으며, 열을 없애고 이질과 소변이 황적색인 것을 낫게 한다”고 적고 있다. 그 밖에도 고삼은 속을 편하게 하고 궤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해열, 오한, 두통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살균, 건위, 진통, 소염, 이뇨 등의 효능 역시 가지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차로 고삼을 즐기며 건강을 보하기도 한다. 고삼차는 물 2리터에 고삼 15g을 넣고 중불에서 30분 이상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고삼이 워낙 쓴 만큼 차로 우렸다 해도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고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적응하는 게 좋다. 고삼의 또 하나 특별한 효능은 바로 피부 건강의 유지다. 예로부터 습진이나 피부 가려움에 주로 처방하는 약재였으며 현대에 와서도 가려움이 심한 아토피나 습진,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에 주로 쓰인다. 실제로 고삼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삼차를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피부 미용을 위해 직접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25-12-08 05:00: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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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사 비용상환청구권 행사 제한의 기준

신탁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수익자 이익 수호 의무를 위반해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신탁법 제32조 본문, 제33조, 제43조 제1항).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 주의를 위반해 신탁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과실로 확대된 비용이므로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수탁자의 과실뿐만 아니라, 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 또한 함께 고려'해오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신탁보수약정이 있는 경우 신탁사무를 완료한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탁사무가 중도에 종료된 경우에는 신탁사무처리의 내용 및 경과, 신탁기간, 중단된 신탁사무로 인해 발생하는 위탁자의 손실,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해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최근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및 보수청구권 행사의 제한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甲은 乙신탁회사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했고, 호텔준공 후 신탁사업 종료합의를 하면서 최종 수지계산서에 승인했다. 그런데 갑이 을 상대로 '수익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갑은 "을이 분양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부당하게 사업비를 지출했으므로, 부당 집행 사업비 상당액을 신탁계약 비용에 포함할 수 없으니, 갑에게 상당액을 신탁비용에서 제외하고 재산정한 수익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은 '신탁보수 감액 청구'도 했는데, 을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으니, 신탁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칙에 반해 신탁보수의 10% 상당액이 감액돼야 한다며,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3가합8971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0. 17. 선고 2025나202194 판결). 을이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해 부당하게 분양관련 사업비를 집행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갑은 기존의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새로운 분양대행업체가 선정되기까지 약 3개월간 분양업무가 불가능했음에도, 을이 위 기간 동안 분양업무 관련 사업비를 지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부당한 사업비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 분양대행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신규 업체가 들어오기 전까지 분양대행업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약정했었고, 기존 분양대행업체가 모델하우스에서 분양대행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공백기간 동안 사업비가 집행된 것이 사업비를 부당 집행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025-12-07 12:52: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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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5>기후변화 속에서 보르도가 찾은 해답…'그레이트' 2022 빈티지

<305>佛 보르도 와인 2022년 빈티지 우려가 기대로 바뀌었고, 기대는 현실이 됐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2022 빈티지에 대한 서사다. 와인은 과실미와 부드러운 타닌이 균형을 잘 맞췄고, 신선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르도 와인이 기다리지 않아도 원래 이렇게 향긋했나 싶더니 입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풀렸다. 초여름부터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2009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해였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보르도만의 모범답안을 찾은 셈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이 주최한 '202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지난달 열렸다. 68개 그랑 크뤼 와이너리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2022년 빈티지를 선보였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현재 132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UGCB는 1973년에 설립됐다. 매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음행사를 열어 각국이 회원 샤또와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시음회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700명 안팎의 와인 업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2022년은 기후만 놓고 보면 기대를 할 수 없었던 해다. 서리와 우박에 이어 봄에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몇 차례 폭우까지 이어졌다.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매우 덥고 건조한 여름도 견뎌야 했다. 포도재배부터 수확, 양조까지 그간의 노하우와 기술을 쏟아부은 와이너리는 물론 기후변화에 놀랍게 적응한 포도나무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프랑수아-자비에 마로토((Francois-Xavier Maroteaux) UGCB 회장은 2022 빈티지에 대해 "풍부한 과실미와 탄탄한 구조감, 신선함과 집중도를 모두 갖춘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는 빈티지"라며 "지금 바로 마셔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20~30년 뒤에도 훌륭한 잠재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로토 회장은 올해 2월 UGCB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생-줄리앙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토 브라네르-뒤크뤼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 패트릭 마로토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UGCB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새로 출시된 보르도 2022년 빈티지"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덥고 건조한 해였음에도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집중력과 생동감을 유지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대부분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5도에 육박하고 산도가 낮지만 이런 특징 덕분에 바로 마시기가 쉽다"며 "더 이상 보르도 와인을 따라 마시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말을 맞아 올해의 와인을 가리는 자리도 모두 보르도가 차지했다. 평가기준은 물론 지향점도 다른 두 매체가 올해 최고의 와인으로 나란히 보르도 2022 빈티지를 택했다. 와인 스펙테이터의 선택은 '샤토 지스쿠르 2022'다. 제임스 몰스워스는 "사토 지스쿠르는 보르도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와이너리들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며 "특히 2022년 빈티지는 그 해의 특징을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서클링은 '샤토 디쌍 2022'를 1위로 꼽았다. 그는 "풍부하고 복합적인 과일 향이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다시 찾게 만들었다"며 "생산량은 10만병이 넘고, 가격도 70달러 안팎으로 비교적 쉽게 구해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5-12-04 13:52: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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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한국은 대출금, 일본은 지원금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중소기업중앙회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함께 '한·일 중소기업 경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선 일본 중소기업청 야마자키 타쿠야 경영지원부장이 '일본 중소기업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5억엔의 정책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5억엔이면 우리 돈으론 50억원 정도되는 큰 돈이다. 일본은 이 돈을 기업에게 대출로 지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고 있었다. 포럼에 참석했던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은 매우 의아해했다. 우리나라 정책 자금은 거의 대부분이 이자를 갚고 원금까지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준 지원금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원금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대출금이다. 김기문 회장이 참석자들을 대신해 다시 되물었다. 야마자키 부장은 "5억엔을 무상으로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최대 5억엔까지가 한계다. 10억엔을 기업이 투자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엔 까지다. 단 1회까지만 지원해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많이하고 있어 이를 국내로 유도하기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 자리에 함께 있던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도 일본의 '진정한 지원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의 정책자금은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 일색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은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사업화 지원금, 수출기업들을 위한 수출바우처, 혁신바우처가 전부다. 운송료, 무역보험료, 통번역 등에 쓸 수 있는 수출바우처의 경우 가장 많은 지원금이 1억원(전년도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 강소기업) 정도다. 컨설팅, 마케팅 등에 쓸 수 있는 혁신바우처도 5000만원(매출 140억원 이하 소기업)이 한도다. 기업에게 5억엔(약 50억원)을 무상으로 쏴주는 일본과는 수준이 다르다. 물론 기업에게 돈을 그냥 주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국민 혈세니 당연하다. 그 중 '도덕적 해이'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지원 근거로 삼고 있는 '투자'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정책 자금과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있다. 한정된 예산을 많은 기업들에게 골고루 주느냐, 될(성장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느냐가 그중 하나다. 우리도 일본처럼 통크게 쏴주는 순수 지원금 형태의 정책자금 도입을 심사숙고 할 때가 됐다. 대출금보다 무상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국내에서 대규모로 투자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더 높다면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상으로 줬지만 이는 나중에 세금으로도 돌아온다. 한국의 중소기업기본법(1966년 제정)은 어느덧 60년을 향해간다. 일본은 우리보다 3년 빠른 1963년에 제정됐다. 하지만 일본의 100년 가게, 100년 기업 숫자는 우리와 천지 차이다. 이웃에겐 분명 비법이 있다.

2025-12-04 11:24:39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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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자기 운명도 모르는 도사들

70∼80년대 세계적인 인기 팝그룹 보니 엠(Boney M)의 히트곡 중 하나가 '라스푸틴(Rasputin)'이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에서는 '괴승'으로, 영어권에서는 '미친 수도자'로 불리는 유명인이다. 서구권에서는 그와 관련한 서적만 수백 권이며 드라마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사이비 술사(術士)의 대명사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 혈우병으로 추정되는 황태자의 병세를 호전시키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적의 치유사'로 불리게 된 그는 이후 치료 능력과 예지력으로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의 절대적 신임을 얻게 된다. 그는 수도사로 불리지만 신학을 공부하거나 성직을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라스푸틴은 황실의 비호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정과 인사권은 물론 군사작전에까지 개입했다. 심지어 황제가 나라를 비운 사이에는 그가 러시아를 섭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황후를 비롯해 귀족층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뇌물 받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전횡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민심은 돌아서도 황제는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결국 그의 월권과 추잡한 행실로 귀족들이 그를 처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1916년 12월이었고 이듬해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황제 가족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처형되었다. 이로써 로마노프 왕가는 사라졌다. 기밀이 해제된 러시아 문서에 따르면 라스푸틴의 직접 사인은 이마에 박힌 총상. 강에서 사체가 발견된 그의 신체 일부는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보다 앞선 1882년 조선에서는 임오군란 때 피신했던 고종 왕비 명성황후(민비)가 피란지 장호원에서 무당 박창렬을 만났다. 무당은 당시 암울했던 민비에게 환궁을 예언했고 그대로 실현됐다. 왕비는 환궁할 때 무당과 동행했으며 그에게 '진실로 영험하다'는 의미의 '진령군(眞靈君)'이라는 군호를 내려주고 '언니'라 부르며 궁궐에 함께 살았다. 그 뒤 진령군은 창덕궁에서 함께 살다가 사당을 챙겨 나갔다. 노론 거두 우암 송시열 집터에 지은 사당 이름은 북관왕묘(北關王廟). 삼국지의 장수 관우, 즉 관왕을 모신 동묘(東廟, 東關王廟)와 같은 급이다. ('오하기문(梧下記聞)') 왕조 시절 '君'의 칭호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왕의 아들이나 왕실과 종친, 또는 왕의 장인이어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드물게는 이하응(흥선대원군)처럼 왕의 부친이어야 했다. 천민의 신분인 무당이, 그것도 여성으로서 군호를 받은 인물은 진령군이 조선 역사상 최초이다. 왕과 왕비는 모든 판단을 그녀에게 의지했다. 고종 뒤에는 명성황후가, 명성황후 뒤에는 진령군이 있었다. 왕실에서는 굿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녀에게 줄을 대기 위해 탐관오리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후 진령군의 그동안 죄상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1894년 전 형조참의 지석영은 "요사스러운 계집 진령군의 살점을 사람들이 씹어 먹으려 한다"고 상소했다. 신변의 위험을 느낀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공식적인 최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나 신(神)의 계시를 받았다는 사이비 예언자들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능력 없는 통치자의 불안한 심리가 이들의 제물이 되었다. 신령(神靈)했다는 라스푸틴과 진령군은 민심 이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결국 나라는 모두 망하고 말았다. 더욱이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처참한 마지막은 알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의 법사와 도사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웬만한 도사보다 더 용하다고 자부한 영부인은 또 어떤가. 정권의 말로는커녕 감옥 가는 자기 운명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들이 국사(國師)로 활동하면서 대통령실 이전부터 국정을 운영해 왔다. 전 언론인/ 명리학자/ 철학박사 저서 : 명리 인문학, 사주팔자 30문 30답

2025-12-03 12:00:1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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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호흡기 면역력 높여주는 ‘더덕’

겨울철이 되면 차고 건조한 공기, 커다란 일교차로 그 어느 때보다 호흡기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감기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겨울 대유행했던 독감을 비롯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까지,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럴 때 호흡기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자주 챙겨 먹으면 좋은데 그중 하나가 ‘더덕’이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더덕은 도라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그 뿌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데 특유의 향과 맛으로 인기가 높으며, 찬바람 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를 제철로 본다. 구이, 무침, 장아찌 등 별미로도 많은 사랑을 받지만 오래전부터 약재로도 사용돼 왔다. 더덕에는 양유근(羊乳根)이라는 본초명이 붙어 있다. 더덕의 뿌리를 자르면 흰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이 마치 양의 젖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더덕을 두고 사삼(沙蔘)이라고도 하나 사삼은 잔대의 뿌리를 칭하는 것으로 구분이 필요하다. 더덕은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며, 산후에 산모의 젖이 모자라는 것을 치료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더덕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어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감기,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증상들을 다스리는 데 좋다. 더덕은 곧잘 인삼과 비교되곤 하는데 실제로 인삼처럼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다. 사포닌은 항산화, 항암 성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사포닌 성분의 경우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더덕을 요리하기 전에 물에 너무 오래 담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더덕에는 장 건강과 체중 관리에 좋은 이눌린 성분을 비롯하여, 구리와 망간 등의 필수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바쁘게 생활하느라 끼니를 건강하게 챙기기 어려운 현대인들의 경우 만성 변비와 같은 증상들을 흔하게 겪을 수 있는데, 더덕을 가벼운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2025-12-02 14:41: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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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

출장이나 여행으로 도쿄에 가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주요 역 근처에 붉은색 큰 글씨로 적혀있는 'Bic Camera(ビックカメラ)', 'Yodobashi Camera(ヨドバシカメラ)'라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두 곳 모두 이름에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어 카메라 전문 판매점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찾아가 보면 카메라 판매점치고는 규모가 너무 큰 것에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전철역 바로 옆에 아주 큰 건물을 전체로 매장으로 사용하거나, 주변에 있는 몇 개의 건물을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층별 안내도를 확인해 보면 카메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종합 백화점에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주쿠 서쪽 역 앞에 있는 Bic Camera의 매장 안내도를 보면, 지하 1층에는 냉장고, 세탁기, 주방용품, 심지어 화장품까지 팔고 있으며, 1층에는 카메라, 게임기, 완구 등, 2층에는 PC, 생활 가전과 잡화, 3층에는 음향기기, TV, 4층은 면세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회사의 이름에 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게 된다. 최근에 여행을 다니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사진 촬영에 진심인 사람들은 값비싼 장비를 챙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도 우리의 추억을 남기기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동 카메라가 필요했고 당시 도쿄의 요도바시(淀橋) 지역(현재의 신주쿠 주변)에서 카메라와 렌즈, 필름을 판매하는 카메라 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그것이 바로 Yodobashi Camera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 일본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며 카메라와 오디오와 같은 고가 장비의 수요가 급증했고,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전문점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정착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일본 경제 호황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세계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에게 필수품이 있었는데 바로 '카메라'다.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카메라는 아니더라도 사용하기 편리한 카메라가 필요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캐논, 니콘, 미놀타 등의 기업이 성장했고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이케부쿠로에서 대규모 카메라 할인 매장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Bic Camera의 시작이다. 카메라를 할인 판매하는 커다란 매장이라는 뜻이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카메라, 오디오 등 고가의 장비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해외여행 또한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즉, 카메라 수요가 많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선 카메라 중심의 판매 제품 범위를 PC, 게임기, 가전,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했다. 즉, 카메라 전문점에서 종합 가전 판매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게다가 대량 판매 시스템 구축으로 회전율을 높여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극도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속에서도 안정적인 고객 유입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종합 백화점 형태로 변모했지만, 두 회사가 '카메라'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한 상호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카메라 '전문점'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성을 이어가기 위함일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12-02 14:15:4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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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쿠팡이 뺏긴 개인정보, AI가 활용한다면?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훔쳤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어떻게 도둑 맞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토머스 에디슨이 남긴 명언이다. 에디슨이 여기서 말한 '그'는 전기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콜라 테슬라다. 그는 뢴트겐에게는 X레이 기술을, 리 드 포레스트에게는 진공관 앰프 기술을, 굴리엘모 마르코니에게는 라디오 기술을 빼앗겼지만 그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약 83%는 전현직 직원에 의해 발생하며,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토머스 에디슨은 이를 이미 한 세기 전에 간파했나보다. 에디슨의 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와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쿠팡의 고객정보 3370만여건이 유출된 것이 알려져 정부와 기업, 고객 등 그야말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이번 사고로 정부는 또 다시 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고, 사고 당사자인 쿠팡엔 내부 통제가 허술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쿠팡의 경쟁업체들은 자사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이커머스 사업 협력에 나서고 있는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는 이번 범죄 혐의자가 중국 국적의 전직 쿠팡 직원으로 알려지자, 혹여나 자사 사업과 연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불안에 떨고 있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일반 소비자, 우리 국민이다. 이미 이 사건에 앞서 SK텔레콤, 롯데카드, KT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어이 없는 대처로 개인정보가 탈탈 털려 더 이상 털릴 정보도 없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개인정보 유출에 노이로제가 걸려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범죄자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을 것이다. 쿠팡의 개인정보 탈취 사건은 우리 기업들의 보안대처 체계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에디슨의 지적을 상기시킨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보안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정보보호에 충실해야 할 기업들은 범죄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 낌새도 채지 못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개인 정보 유출이 내부 관리 소홀임에도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제도에 통과하는 것에만 급급해 수백, 수천억원을 썼다. 그 덕에 각종 인증을 받을 수는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정작 자사의 정보가 줄줄 새는 것은 알지 못했다. 사후 대응 부실도 똑 같은 패턴이다. 과거 해킹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대응과 마찬가지로 쿠팡도 정확히 어떤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둑을 막지는 못해도 뭐가 도둑 맞았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그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기업들의 보안 수준이다. 2026년을 목전에 둔 지금, 전 세계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인공지능 전환(AX)을 외치고 있다. 기업의 업무 환경이 AI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서 사이버침해도 AI 기반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범죄자들이 탈취해간 개인정보가 단순한 데이터였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AI가 이를 학습해 소비자들을 심각하게 위협할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기업 내부 시스템 보안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2025-12-01 16:35:3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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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부인권, 채무자의 사해행위 막는 법률장치

회생, 파산절차에서는 '부인권'이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무엇을 부인할 수 있다는 것인가? 채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채무자에게 남아있는 재산(채권자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재산)일 것인데, 채무자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가 있다면 그 결과를 부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A 회사는 이미 채무가 재산을 초과해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그런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채권자 B가 자신의 채권을 어떻게든 변제해달라고 부탁하자, 채권자 B에게 남아있던 회사의 재산 중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을 넘겨주면서 채권 일부를 몰래 변제했다면 이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 변제 뿐만아니라 A회사의 부동산에 채권자 B에게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면 이 역시 부인할 수 있다. 즉 둘 사이 있었던 행위의 효력이 부인되어 채권자 B로부터 A 회사가 교부한 물건을 돌려받거나, 담보권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행위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상대방(이익을 받은 자)이 행위 당시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파산을 신청한 금융기관 C가 자신의 기관에 예금을 예치해 두었던 고객 D에게만 예금액을 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고객 D가 그 당시 금융기관 C가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곧 파산을 신청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리라는 사정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고객 D는 단지 자신의 예금을 돌려받았을 뿐인데 금융기관 C의 사정을 몰랐다고 해서 그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E 회사에게 그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대출을 해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채권자 F의 경우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증명책임의 소재다. 제3자(수익자)는 직접 자신이 법률행위 당시 '선의'였다, 즉 채무자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를 하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 행위에서의 거래상대방(이익을 얻은 자)의 악의가 추정되기 때문이다.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거래 과정에서 수익자가 선의를 가지게 된 것에 다소 과실이 있더라도 수익자의 선의를 인정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여기서 나아가 채권자들에게 유해한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당해 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다거나 불가피하였다고 인정되어 회생채권자 등이 회생회사 재산의 감소나 불공평을 감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채권자평등, 채무자의 보호와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법의 지도이념이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행위 역시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인권은 채무자의 악의적인 행위로부터 분배 대상이 되는 재산가치를 지키는 든든한 법률적 장치의 역할을 한다. 다만 그러한 행위의 상대방인 수익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의를 효과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2025-11-30 10:37:5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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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4>천재 와인메이커의 부르고뉴 변주곡…도멘 미쉘 르부르정

<304>프랑스 부르고뉴 '도멘 미쉘 르부르정'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이끌었다." 부르고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세계적인 명산지인데 새삼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차세대 젊은 와인메이커들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지면서다. 부르고뉴 특유의 테루아에 대한 집착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색다른 개성이 더해졌다. 포도재배든 양조든 실험적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은 차이에도 집중해 섬세하고 정교하다. 부르고뉴의 기존 유명세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셈. 27세 와인메이커가 이끄는 부르고뉴 와이너리 도멘 미쉘 르부르정(Domaine Michel Rebourgeon)이다. 도멘 미쉘 르부르정의 와인메이커 윌리엄 화이트헤드(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본 지역이 정교하고 섬세하다면 포마르에서는 힘과 깊이가 있고, 볼네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라며 "포도밭 각 구획마다 따로 양조해 테루아 특유의 개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도멘이 포마르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514년부터다. 윌리엄은 5대손이다. 도멘 자체로는 역사가 500년이 넘었지만 부르고뉴의 많은 농가들이 그랬듯이 직접 와인 양조까지 하기 시작한 것은 1964년 윌리엄의 외할아버지부터다. 부모님이 1996년부터 와이너리 운영을 도맡았고, 윌리엄이 2018년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합류했다. 21세라는 이례적으로 이른 나이에 와인 양조를 시작했지만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선보이며 도멘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제스퍼 모리스로부터 "노련한 장인의 와인 같은 완성도"라는 극찬을 받는가 하면 부르고뉴 와인전문지가 선정한 톱100 와이너리에도 올랐다. 도멘 미쉘 르부르정의 테이스팅은 윌리엄이 합류한 2018 빈티지부터 출발해보자. 첫 해라고는 하지만 그간 나고 자라며 봐온만큼 테루아에 대한 이해는 충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조방식에 일부 변화를 줬다. 손수확한 포도를 한 번 더 선별했고, 줄기는 완전히 제거했다. 침용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진행했다. 한디로 정리하면 기존 양조에 섬세함을 더한 셈이다. 하필 첫 해에 기후변화가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더웠다. 윌리엄은 수확시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도멘 미셸 르부르정 뽀마르 뜨와 떼루아 2018'는 포마르의 균형감을 담은 와인이다. 프랑스어로 뜨와(Trois)는 숫자 3이다. 라 루아 우, 레 푸아소, 라 바체 등 3개의 테루아를 담았다. 특히 라 바체는 도멘 미쉘 르부르정의 최상급 포도밭 중 한 곳이다. 꽃밭인듯 꽃의 향과 흙의 향이 어우러지며, 철분같은 미네랄 느낌도 인상적이다. 더운 해였지만 타닌과 산도를 균형있게 잡아내 숙성잠재력이 뛰어나다. 지금 마시기도 좋지만 10년 추가 숙성도 충분하다. '도멘 미셸 르부르정 뽀마르 레 노종 2020'은 싱글빈야드 와인이다. 노종 내에 0.3㏊ 규모의 포도밭에 1942년에 식재된 포도로 만들었다. 올드바인이라 집중도가 좋지만 소출량이 워낙 적다보니 생산량이 900병에 그쳤다. 베리류 아로마와 함께 향신료향이 층층이 복합적이다. 2020년 역시 더웠지만 예년보다 수확시기를 확 당기면서 산도를 잘 잡아냈다. 2022년부터는 포도관리에 있어 더 변화를 줬다. 캐노피를 기존 1.2미터 안팎에서 2.2미터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기후변화가 더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인 상황에서 포도를 강한 햇빛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고, 포도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도멘 미셸 르부르정 본 프리미에 크뤼 레 쇼아슈 2022'는 포마르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레 쇼아슈 포도밭에 1959년 심어 70년 가까이 된 올드바인으로 만들었다. 규모는 0.25㏊에 불과해 작황이 좋을 때도 6개 배럴 정도만 가능하다. 농축된 과실로 포마르 특유의 힘이 느껴지지만 잘 정체된 타닌과 생동감 있는 산도로 우아하고 부드럽다. 도멘 미쉘 르부르정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보여주는 와인이기도 하다 .

2025-11-27 16:58:49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