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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7>한우에 쿠보타…돼지갈비엔 生사케

<277>日 사케와 육류의 마리아주 화사한 향이 코를 사로잡는다. 자몽같은 감귤류에 열대과일 중에서도 단맛이 감미로운 멜론같은 분위기다. 솜사탕같은 가벼운 달콤함도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잘 연마된 구슬이 굴러간 듯 매끈하다. 산미는 튀지 않고 감칠맛, 단맛과 균형감이 좋다. 어느 아로마 좋은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냐 하겠지만 일본 사케 '닷사이 39'다. 이번 칼럼은 옆길로 샛다. 와인이 아니라 일본 사케다. 사실 사케는 와인과 닮았다. 재료만 포도와 쌀로 다를 뿐 둘 다 증류하지 않은 양조주다. 알코올 도수 10%대에 식사하면서 마실 일이 많다. 원재료에 대한 고집과 기후의 영향, 양조자의 노력,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신경쓰는 것도 같다. 엔간히 마셔볼 때까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점도 비슷하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레이블을 보고도 알기가 힘들다. 그러니 사케도 기반 다지기 작업이 조금은 필요하다. 사케는 원료나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 정미율에 따라 다른 명칭이 붙는다. 먼저 '준마이'다. 주정을 섞지 않고 쌀의 발효만으로 만든 사케다. 다음 정미율을 60% 이하면 '긴죠', 50% 이하면 '다이긴죠'라고 한다. 떠올려 보면 한 번씩 사케를 마실때 들었던 준마이다이긴죠가 특정 술 이름이 아니라 특성을 설명해준 명칭이었다. 마리아주 난이도로 보면 사케는 쉬운 편이다. 와인의 경우 서로의 맛을 해쳐서 꼭 피해야할 음식이 간혹 있지만 사케는 더 어울리거나 덜 어울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크게 배척되는 음식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케를 생선회랑만 마셨던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니혼슈코리아가 '사케, 불의 요리를 만나다'를 주제로 정통 사케와 육류를 페어링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케라면 이자카야에서만 찾고, 생선회와만 어울릴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보려는 시도다. 양병일 니혼슈코리아 이사는 "사케를 마신다면 생선회나 초밥만 생각하는데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닷사이 39는 과실감과 은은한 단맛이 신선한 육회와 잘 어울린다. 준마이다이긴죠로 39는 쌀을 39%만 남기고 깎아냈다는 의미다. 입 안에서 그토록 매끈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닷사이 39가 컬러사진이라면 '코시노칸바이 아마네'는 수묵화같은 사케다. 여백의 미, 음식으로 치면 평양냉면 스타일이니 본격 구운 고기보다는 슴슴한 수육을 곁들이면 좋다. 한우 생등심과는 '쿠보타 만주'다. 와인에서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가 있다면 사케의 세계에선 '사케는 몰라도 쿠보타는 안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원조 프리미엄 사케로 국내 인지도가 절대적이다. 깊은 감칠맛에 목 넘김은 부드럽다. 김정한 니혼슈코리아 부장은 "쿠보타 만주는 다른 사케들에 비해 좀 더 볼륨감과 깊이가 있어서 등심의 기름기와 육즙을 누르지도 밀지도 않고 같이 동반해 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제 공인 사케 전문가인 키키자케시(SSI)와 함께 사케와 관련해서는 최고의 자격으로 통하는 사카쇼(酒匠)를 가지고 있다. 생맥주가 있듯 사케도 가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生)사케(나마자케)가 있다.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만큼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블랙잭 극가라구치'는 여과를 하지 않아 미세한 쌀가루가 보이는 생사케다. 가라구치는 드라이한 맛을 뜻하는데 '극'이니 기름기 많은 차돌을 먹고 입안을 깔끔히 정리해주기 좋다. '쿠로에몬 야마하이준마이 아카이와오마치 나마'도 생사케다. 다른 사케와 비교하면 감칠맛은 극대화됐고, 특유의 산미도 뚜렷하다. 복합적이고 무게감이 있어 양념 고기는 물론 쭈꾸미 볶음같은 매운 음식과도 어울린다. 마지막 타자는 '쿠보타 센주'와 만두다. 접근성에서나 가격면에서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접해봤을 사케다. 은은하며 가벼운 맛으로 만두와 잘 어울린다. 무특징이 특징이라고 꼽을 사케인 만큼 어떤 음식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2025-03-27 15:23: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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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밸류업의 불편한 진실과 과제

금융위원회와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한국이 1.04로서 신흥시장평균치 1.58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중국 1.50, 일본 1.4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말 PBR이 1 미만인 기업 수는 코스피가 526개이고, 코스닥이 533개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를 근거로 학계나 업계에서는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목소리를 낸다. 저평가란 표현은 우리 시장의 본질 가치가 원래 높은데, 시장이 일시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못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낮을 때 사용한다. 2024년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624달러로 일본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일본의 53.2달러, OECD 평균 64.7달러엔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우리의 총요소생산성(TFP)증가율은 선진국들보다도 낮은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2023년 기업경영분석자료를 보면,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수 비중은 42.3%로 꽤 높다. 영업이익률도 3.5%로, 2009년 동일 통계방식을 적용한 이후 가장 낮다. 이쯤 되면 자본시장의 PBR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 경제의 저생산성과 기업의 낮은 수익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 자본시장은 저평가 상태인가. 아니면 본질 가치가 하락한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향후 우리의 저생산성과 저수익성 구조가 고착될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로 판가름이 될 것이다. 정부는 혁신경제의 달성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듯 하다. 정부는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라는 진단 하에 작년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크게 주주환원 확대와 일반주주 권익제고로 압축된다. 먼저, 주주환원확대 정책으로는 배당증액, 자사주 소각 등이 포함된 자본환원률의 제고와 이를 이행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공제 혜택 부여,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허용 등의 세제지원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일반주주 권익제고 정책으로는 지배구조개선 목적하에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적절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는 것과 같이 상장기업이 준수해야 할 행동원칙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도입하거나, 적극적인 상법개정, 전자주주총회 허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장기업의 협의와 합의 도출이 요구되나 상장기업 지배 대주주에게는 밸류업의 유인이 별로 없다. 지배 대주주는 주주환원에 의한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안정적 경영지배권을 확보하거나 주주에게 환원할 자금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계열사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에 관심이 더 높다. 특히, 지배 대주주에겐 밸류업 정책으로 그간의 참호구축 효과가 약해지고, 자본환원 시 배당금에 대한 종합과세 부담, 그리고 주가 상승 시 높은 양도세는 물론 상속 및 증여세 부담 등도 커진다. 무엇보다 지배 대주주의 이해 상충을 견제할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에게 밸류업 기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필자는 밸류업 추진에서 꼭 필요한 정책으로 자본시장의 정보흐름을 원활하게 해 시장 본연의 다중감시 체계가 작동하고 시장의 기업에 대한 선별능력이 제고되길 바란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상장기업이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전략, 지배구조변화 등과 같은 비재무정보를 최소 연 1회 이상 IR 형태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장회사 대신에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것이다. 어느 형태가 되든 해당 보고서에 대한 재정지원은 거래소나 금투협회 등이 부담하고 해당 보고서를 민간기관(예, 일본의 경우 애널리스트협회)이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시장에 제공되는 정보가 확대될 경우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효율적인 가격발견이 촉진된다. 2025년 1월 현재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각각 848개, 1782개인데, 이 중에서 200~300개 기업에 대해서만 분석보고서가 작성되는 현실이다. 분석보고서가 없는 기업은 기업탐방을 가장한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정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러고서도 우리 자본시장의 밸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3-27 08:10:5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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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상속세 개편, 본질에 우선해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상속세 개편, 본질에 충실해야 '이혼하면 세금 없고 사별하면 세금 있다.' 공정성 논란이 많은 상속세 제도의 맹점중 하나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란 전통적 대명제 속에서 살아 왔는데 혼인이 파탄나서 헤어지면 세금 한 푼 안내고 동고동락하며 해로하다가 사별하면 세금을 물리는 나라.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을 것이다. 상속세는 번번이 국정감사 등에서 개편 필요성이 거론됐는데 부의 세습, 부자감세, 세수감소 등의 논란 속에서 유야무야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대선 무드 속에서 핫이슈가 됐다. 세정당국이 나서서 기존의 유산세를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은 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속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표계산에 능숙한 정치권에서는 한발 더 나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폐지까지 공약처럼 전면에 세웠다. 사망하면서 유족들에게 유의미한 자산을 남겨 상속세 신고자가 된 피상속인은 2023년 기준 국세청 통계로 1만9944명이다. 그 해 사망자수 대비 6.8%에 불과하다. 이들 피상속자가 상속세로 납부한 금액은 전체 세수의 2.5%선인 8조5000억원이다.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규모의 상속세를 낸 사람은 신고자 숫자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런데도 상속세에 대한 불만은 상속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현 상속세 개편의 주된 배경은 배우자 상속세 같은 불공정 부분만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국 대비 높은 세율도 기업이나 가계 경제의 연속성을 흔드는 통에 불만을 사고 있다. 신고납세자수는 2000년 1400명에서 최근 2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미 20년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같은 기간동안 4만8000여명에서 15만여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대비 4.2%에서 9.6%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상황을 볼때 우리는 더 빨리 상속세 납세자가 증가할 것이다. 대상자는 급증하는데 합리적이지 못한 세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 자명하다. 국세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82%가 상속세 개편안을 찬성하고 유산취득세로의 전환도 71%가 원했다. 더 이상 방향성을 다툴 계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시기가 묘하다. 75년전, 한국전쟁이 터졌던 1950년에 입법한 상속세를 그동안 성역처럼 모시며 수호자를 자처해온 세정당국이 기존의 틀을 아예 뜯어고쳐 상속인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하는 발상을 한 배경이 좀 궁금하다. 탄핵국면-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통상질서 재편 등으로 나라가 극도로 혼란한 판이다. 이 상황에서 불쑥 유산취득세 도입까지 제시했다. 여야 정치권이야 한계치로 치닫는 주요 유권자 불만을 고려했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계속 진행될 빅매치(대선 등)에 활용할 중요한 선거 자산을 챙긴다는 측면도 봤으리라. 여당인 국민의 힘측이 이번 기회에 배우자 상속세는 폐지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도 이재명대표가 나서 호응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개편이나 여타 민생법안이 쉽게 성안되지 않던 상황에 여야가 상속세 개편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이나 좀 의아하다. 그 내용을 고민하고 잘 지켜봐야 할 것같다. 우선 세수감소를 메울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으로 세수가 약 2조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2023년 56조4000억원,지난해 30조8000억원의 세수결손 상황은 저성장 고착화 등으로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일방적 감세정책이 추가로 남발한다면 나라곳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도 부자감세의 편법적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법정상속분에만 적용하는 방안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거표를 의식한 졸속 제도 개편이 이어져 그 부작용이 가장 걷기 쉬운 월급쟁이들 소득세로 메꾸는 사태로 연결될 지 자못 우려스럽다.

2025-03-26 15:17:48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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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지도층 인사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불신 풍조가 슬그머니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에 사회 전방위로 휘몰아쳐 공동체 가치관을 엉망진창 부서트린다. 거짓말이 횡행하는 불확실한 사회에서 믿을 것은 당장의 힘뿐이어서 벼슬아치들은 백성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실력자 눈에 들려고 갖은 아양을 떨어 그들의 우두머리를 한층 더 타락시킨다. 그런 자들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는 충성의 가면을 곧장 내던지고 그들 주인에게 대든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채홍사 노릇을 하며 갖은 아부를 다 했던 임사홍은 연산이 실각하자마자 하늘보다 높이 모시던 임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최근 똥별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떠 오르는 부끄러운 역사다. 1994년인가 북핵 문제가 고조되어 한반도에 전쟁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북한이 도발하려면 먼저 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WSJ 분석 기사를 읽고 어떤 자리에서 기사 그대로를 전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짓말 좀 한다."고 알려진 인사가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모처 수뇌부에게서 들은 정보라며 중국의 승인 없이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며 자신의 인맥을 부풀렸다. 눈알이 180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도 거들먹거리다 주위 사람들이 묘한 미소를 지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꼬락서니를 보였다. 누가 그 같은 무리를 신뢰하겠는가? 사실상 거짓말인 아부는 급할 때는 아무에게나 빌붙다가 상황이 변하여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헌신짝 내치듯 하며 눈을 치켜뜬다. 그 거짓말 명수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손을 잡으며 평생을 함께 가자"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였다. 뒤에서 욕하던 그의 다짐이 거짓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냥 도와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기르던 개에게 발뒤꿈치 물린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되었다. 거짓말쟁이는 결국 배신의 늪을 허우적거리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는 꼬리를 감추는 비루먹은 개가 되었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 봤냐는 듯이 짖어대는 똥강아지 행색을 감추지 못한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주변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사일수록 거짓말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들의 거짓말은 혼자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를 더불어 함정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언젠가는 눈치 10단이라고 알려진 유명 인사가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사람들의 헛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그 새빨간 거짓말은 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낳아주신 어머님까지 욕되게 만든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거짓말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나는 까닭은 양심을 마비시키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새끼 치며 계속하여 거짓말을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에 장난삼아 하는 뻥도 습관이 되면 큰일 난다. 사실, 인간의 뇌는 좋은 기억만 저장하기에도 벅찬데, 거짓말을 하려면 불필요한 기억을 저장해야 하니 손해가 막심하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천사가 아닌 악마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악마가 되거나 악마의 친구가 되거나 다 똑같이 두려운 뒤끝이 기다린다. 사회 지도층이 되려는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거짓말로부터 독립하는 길을 가야 한다.

2025-03-26 11:32:4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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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의 한계

오스트리아 빈에서 결성된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는 1897년 4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비엔나공방으로 잘 알려진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등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설되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아카데미와 역사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보다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그룹이면서 개혁운동이다. 빈 분리파하면 가장 먼저 클림트와 에곤 실레(Egon Schiele), 코코슈카(Oskar Kokoschka), 카를 모저(Karl Moser) 등을 떠올리지만, 멤버 중에는 프란츠 세들라체크(Franz Sedlacek)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되어 사망 처리된 인물로, 유럽 미술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20세기 초반 활동한 작가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세들라체크는 1891년 현재의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당시 독일제국)에서 태어났으며 건축과 화학을 전공했다. 그림은 독학으로 배웠다. 1912년 린츠에서 열린 전시회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고,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화풍의 안톤 루츠(Anton Lutz), 세밀한 연필 드로잉으로 이름을 떨친 클레멘스 브로쉬(Klemens Brosch) 등과 함께 린츠 기반의 예술 협회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벌였다. 빈 분리파 정회원이 된 것은 1927년으로, 이후 정기적으로 전시회에 참여했다. 감정적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차갑게 현실을 묘사했던 신즉물주의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그는 흑백의 어둡고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알프레드 쿠빈(Alfred Kubin)과,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남긴 벨기에 작가 펠리시앙 요제프 빅토르 롭스(Felicien Joseph Victor Rops)와 비슷한 예술적 감수성과 어두운 환상성을 공유한다. 세들라체크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문법을 만들었다. 특히 르네상스와 초현실주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흔적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선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나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피터르 브뢰헬(Pieter Brueghel de Oude)과 같은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그의 그림 속 초자연적이거나 상징적인 풍경, 수수께끼 같은 장면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양식을 차용하고 있으나, 억압적인 시대에 대한 회의와 심리적 불안 등을 기괴한 화면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사회비판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도망자(The Fugitive)>(1928), <황혼의 노래(Song in the twilight)>(1931), <나무 위의 유령들(Ghosts on a Tree)>(1933) 등이 그 예이다. 그 중 인상적인 작업은 <나무 위의 유령들>이다. 이 작품은 달빛 비추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기이한 형상들이 황량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두건을 쓴 듯, 독수리를 닮은 해골얼굴의 새 23마리가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성이다. 잎사귀 하나 없는 나뭇가지는 죽음과 황폐함을 의미한다. 유령 같은 존재들은 불길함의 기호요, 알 수 없는 세계 및 인간의 필멸을 암시하는 장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사회적 공포와 정치적 혼란이 팽배했던 시기에 그는 이와 유사한 주제를 자주 작품 속에 녹여냈고, <나무 위의 유령들>도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나무 위의 유령들>처럼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건조한 감정과 무기력함이 팽배한 동시대를 투영한 작품들은 많다. 세들라체크 외에도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악몽 같은 오늘을 그린다. 다만 예술의 속도는 현실의 고통과 암울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현실은 언제나 예술의 그것보다 참혹하고, 새로운 비극은 늘 예술을 앞선다. 이는 예술의 존재이유이자 한계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3-25 11:08:5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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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현실은 동굴의 시뮬레이션?

플라톤이 쓴 '국가'에 등장하는 철학 우화로 '동굴' 이야기가 있다. 동굴 속에 갇힌 사람들은 어두운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고 그것을 현실 혹은 실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고, 그림자만이 자신이 아는 전부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떤 것 이상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인데 우연히 혹은 뭔가에 끌려 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가 진짜 세상과 태양을 보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는 '메트릭스'의 네오처럼 실재하는 현실 속 자신이 경험한 진리를 동굴 안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다. 하지만 독자들도 알고 있듯이 동굴 속의 죄수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거부한다. 플라톤은 동굴 속의 죄수들에게 실재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씩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 한다. 플라톤은 이것을 철학적 훈련 혹은 이성적인 사고라고 말했던 듯 하다. 플라톤이 말한 동굴은 실재가 아닌 허상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실재인 혹은 현실인 그림자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거꾸로 돌려보면 진짜는-플라톤은 이를 '이데아'라고 했다- 다른 곳에 있고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것은 그것의 허상인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플라톤은 현실의 허망한 그림자를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로 가자고 한 듯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거울 대칭처럼 현대의 과학 기술이 이제 진짜 허상의 세계로 인간을 이끌고 있다. 현실 자체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거나 혹은 현실에 가상을 입히거나 아예 다른 현실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여 만드는 기술을 합쳐서 XR라고 한다. 보통 XR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상현실(VR), 현실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붙이는 증강현실(AR), 증강 현실에서 가상의 존재나 사물이 현실에 실재하는 어떤 것과 기계적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R)까지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정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시뮬레이션하여 전자로 구성되는 혹은 정보로 구성되는 메타 우주를 인간이 만들고 이곳으로 인간이 이주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실재 지금 세계에서 실행되고 있다. 위의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 기원 전 한 철학자가 말한 철학적 담론 혹은 생각이 현대에서 실재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것은 현실이며 이 불만족스럽고 뭔가 무너져 가는-엔트로피라고도 한다- 이 우주를 벗어나 영원한 그리고 완전히 자유롭게 원하는 데로 모든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진리의 세계인 이데아가 가상현실이라는 기술로 바뀌어 그곳으로 인간이 떠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가상현실은 전자와 정보로 구성된 거울에 비춰진 평면의 세계이며 경험되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구이면서 경험으로 실재하는 그런 수학의 허수 같은 공간, 플라톤이 말한 동굴인 듯한 완벽한 진리를 가지는 이데아의 세계인 것이다. 플라톤의 욕망이 이제 실재로 2000년이란 시간을 건너 실현되는 것인가? 인간은 항상 경계에서 무경계로 옮겨 가면서 자신이 가진 진리가 해체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그냥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이 되면서 중심에서 쫒겨나 우주와 지구의 경계가 사라진 것, 두 번째는 하나님의 피조물로써의 인간과 영혼 없는 다른 동물들과의 경계를 사라지게한 진화론이라는 해체, 세 번째는 내 행동의 중심이 나라고 알고 있었으나 나라는 존재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는 그래서 무의식이라는 혹은 다른 주체라고 말한 프로이트의 무의식 그리고 나머지는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지성과 지능 만큼은 만물의 영장임을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능으로 유일하다는 생각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인형인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확실한지 모르나 적어도 하나는 아니라는 것이 뇌과학과 시뮬레이션 과학으로 인해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진리가 해체되는 시기를 지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도 이제 시뮬레이션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장자의 호접몽이란 이야기는 독자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 읽었던 고전인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이야기를 필자는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미인 선녀들이 나와서도 있지만 소설 속 주인공 성진이 현실인 다리에서 만난 팔선녀에 대한 욕망 때문에 부귀영화의 삶을 사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 속 현실이 필자에겐 마치 아침마다 거울에 비춰 진 필자의 얼굴은 실재가 아니라 가상이며 진짜 현실은 거울을 보는 필자라는 믿음을 되돌려 실재는 거울 평면에 있는 가짜인 모습이 사실은 실재 나이며 실재라고 믿는 거울에 비춰지는 필자는 오히려 가짜인 듯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3-24 15:10:5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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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봄철 충혈되고 피로한 눈을 보호하는 '결명자'

봄이 오면 함께 찾아오는 게 있다. 바로 졸음과 피로다. 겨우내 실내에만 있던 탓에 체력이 약해진 탓에 쉬이 피로가 느껴지고 춘곤증 때문에 수시로 졸음이 쏟아진다. 이럴 때마다 많은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커피부터 찾곤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커피 대신 봄철 먹으면 좋은 것으로는 '결명자'차가 있다. 결명자(決明子)는 결명차 혹은 결명이라 불리는, 콩과의 한해살이풀의 씨앗을 말한다. 결명자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필수 아미노산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칼슘, 칼륨, 마그네슘, 인, 몰리브덴과 같은 미네랄 성분이 가득 들어있다. 결명자는 가루를 내어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통 차의 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결명자는 눈을 맑게 만들어 주는 본초이다. 『본초강목』에서는 결명자가 간에 있는 열을 내려 눈이 충혈되거나 눈물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전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이면 간 기능이 떨어져 눈 또한 침침해지고 피로해지는데 이렇듯 눈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을 때 본초로 활용되는 것이 결명자다. 실내에서 장시간 모니터나 책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사무직 종사자나 학생들의 경우 눈의 피로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과 같은 봄철에는 건조한 날씨와 황사, 미세먼지 때문에 눈 건강을 지키기가 더욱 쉽지 않다. 이럴 경우 결명자를 차로 우려 수시로 마셔 준다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은 물론 눈을 건강하고 맑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결명자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두통을 다스리기도 하는 만큼, 평소 스트레스로 자주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통과 정신적 피로가 심한 사람들이라면 결명자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몸에 열이 많아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 역시 찬 성질을 가진 결명자차를 수시로 마셔 주면 좋다.

2025-03-24 05:44: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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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절차 개시된 거래처, 물품공급 계속해도 될까?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개인사업자나 소자본 기업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규모의 기업들까지 법원을 통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거래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급한 물품의 대금을 전액 변제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그간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맺어왔던 회사 입장에서는 미래에 예정하고 있던 물품의 공급 또한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큰 고민에 휩싸인다. 물품을 여러 곳에 공급할 수 있고, 신설 거래처를 언제든 만들어나갈 수 있는 회사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거래처가 가장 크거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회사들은 공급 중단을 고민하게 되는 것 자체가 회사의 존폐를 결정지어야만 하는 중대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공급된 물품대금은 그 이전에 공급한 물품대금채권의 변제율과는 별개로 다른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해 전액 변제받을 수 있다. 회생절차의 진행과 관계없이 채무자인 거래처가 언제든 수시로 변제해야 하는 채권을 '공익채권'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2호)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한 공급으로 생긴 청구권(동법 제179조 제8호)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동법 제179조 제8의2호)에 해당하기만 하면 된다. 특히 해당 물품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채무자 회사의 영업에 필수적이어서 채무자 회사가 회생절차 중에도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게 되면, 해당 계약의 상대방인 회사의 채권 역시 공익채권이 된다(동법 제179조 제7호). 설령 위 경우들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개시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행한 자재의 구입 그 밖에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는 데에 불가결한 행위로 인해 생긴 청구권도 공익채권이다(동법 제179조 제12호). 통상적으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이 이뤄지고 나면 채무자 회사가 영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구입하는데 있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게된다. 회생절차개시신청 자체가 터무니없어 법원이 신속하게 이를 기각하지 않는 한 그 사이에 물품을 공급한 회사의 물품공급대금이 공익채권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공익채권조차 변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정이라면 법원이 채무자회사에 대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볼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결국 파산절차로 들어서게 되면 아무리 회생절차개시신청 이후에 공급한 물품의 대금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전액 변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회생절차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이뤄지기 이전에 공익채권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 지급을 독촉하거나 회생담보권, 회생채권과는 달리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법원이 채무자회사에 대해 영업에 필수적인 공익채권의 변제를 위한 일부 자금의 차입을 허가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채권 회수를 도모해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거래가 중단될 경우 사업의 존폐를 좌우할만한 거래처가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했다면, 바로 물품공급을 중단하기보다는 회생절차개시신청 이후 공급될 물품들의 대금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것이 맞는지, 공익채권을 수시로 변제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적 여력이나 자금 융통이 가능한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5-03-23 14:26:16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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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6>부르고뉴 마리아주의 정석…제철 한식재료를 만나다

<276>부르고뉴 와인과 음식 궁합 '국룰(국민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만큼 통용되거나 유행하는 규칙)'을 깰 때가 되었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 마리아주에 있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샤블리 와인엔 굴'도 물론 맞지만 이 작은 울타리에 갇혀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 세상 와인이 다양한 만큼 어울리는 음식도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아니다 싶었던 재료에 소스만 바꿔도 와인과 잘 어울리는게 바로 마리아주의 세계다.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가 부르고뉴 와인과의 마리아주 정석을 풀어냈다. 그것도 프랑스 요리를 기본으로 하되 제철 한식 재료를 적절히 활용해서 말이다. 요리는 시그니엘의 야닉 알레노 셰프가 선보였다. 전날까지 와인과 함께 최종 테이스팅을 하며 요리 순서나 일부 생선 종류와 소스를 바꿀 정도로 공을 들인 페어링이다. 시작은 샤블리 와인이다. '샤블리, 도멘 루이 모로' 2023 빈티지로 부라타 치즈에 토마토를 같이 곁들였다. 도멘 루이 모로는 전형적인 샤블리 스타일이다. 청사과와 백복숭아 같은 과실향에 미네랄과 유질감이 잘 느껴진다. 좋은 산미가 토마토의 산미, 입안을 가득 채운 크림과 잘 어우러진다. 집에서도 따라하기 좋은 페어링이다. '이랑시, 퓌 드 쉔, 도멘 베레' 2021 빈티지는 캐비어와 성게알이 들어간 바닷가재 콩소메와 함께 했다. 콩소메는 맑은 수프를 말한다. 피노누아 품종으로 캐비어와 마시면 비리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붉은 과실미와 산미감이 잘 어울렸다. 이랑시가 낯설 수도 있겠다. 샤블리 바로 옆인 그랑 오세루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피노누아 품종의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아뺄라시옹(AOC·원산지 통제 명칭)으로 섬세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샤블리, 비에이 빈뉴, 2023, 도멘 세귀노 보르데'는 푸아그라와 매칭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80~100년에 달한다. 윤효정 소믈리에는 "보통 푸아그라에는 소테른 등 스위트 와인을 떠올리지만 본고장에서는 샤블리 와인과 푸아그라는 교과서같은 페어링"이라며 "한국에선 샤블리 하면 굴만 많이 생각하지만 푸라그라와 마시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몽따니 프리미에 크뤼, 본느보, 2020, 메종 올리비에 르플레브'와는 익힌 굴이다. 보통 소믈리에들은 굴이 나온다고 하면 오크 숙성한 와인은 피한다. 이번 페어링의 키는 소스인 홀렌다이즈다.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다 보니 오크 숙성 와인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메인 요리로 들어간다. 먼저 생선요리다. 서서히 익힌 농어를 된장 크림 소스에 곁들였다. 와인은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포레, 2020, 라 메뉴팩츄어- 벤자망 라로쉬'와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볼로랑, 2020, 도멘 당리'다. 이번에도 키는 소스에 있다. 된장의 짭졸함에 버터같은 진한 풍미로 복합미와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두 와인이 잘 어우러졌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끌리마' 포레와 볼로랑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끌리마는 부르고뉴 지역 고유의 떼루아를 정의하는 표현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한우 안심 스테이크에는 레드 와인인 '마르사네, 끌로 뒤 로아, 2020, 도멘 뒤 비유 콜레주', '본 프리미에 크뤼, 쿠셰리아, 2020, 도멘 피에르 라베'가 따라졌다. 마르사네는 꼬뜨 드 뉘 지역 북단에 위치한다. 쥬브레 샹베르땡이나 샹볼 뮈지니 등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지만 힘 있는 피노 누아를 잘 만드는 지역이다.

2025-03-20 15:30:4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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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단상]기업 발목잡는 정치, 성장 엔진 멈출판

미국의 무차별적 통상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개발 비용만 최소 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업은 1970년대 처음 논의된 이래 경제성,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여러 차례 중단됐던 장기 공전 사업이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은 결정된 것은 없다지만, 트럼프의 "한국이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라는 말 한마디는 한국 기업 처지에서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우선주의' 실체를 드러낸 것은 처음도 아니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달 21일(현지시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미 통상 사절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미 행정부의 '패스트 트랙' 지원을 받으려면 "최소 1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조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돼야 미국 정부가 세제 혜택 등 투자 인센티브를 주는 패스트 트랙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미국에서 장사하기가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란 말로 들린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국내 기업은 반(反)기업 정책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다사 발의 됐다. 이들 법안이 실현되면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은 쉬워지고, 기업 경영진은 남발하는 소송을 감당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은 경영 분쟁에 시달리는 일이다. 경영권 방어장치기 없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은 기업이다. 정치권은 반기업 정책 대신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맘껏 날수 있게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5-03-19 13:23:08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