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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잠 못 드는 밤 꼭 필요한 ‘대추’

어느덧 추석이다. 벌써 올해의 3/4을 보냈다.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추석이라는 두 글자에 왜인지 마음이 풍족해진다. 제철을 맞아 차례 상에 오르는 과실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한다. 그중에서도 ‘대추’는 특별하다. 시골집 어디를 가나 한 그루는 꼭 마당 안에 두었던 대추나무. 무엇이 그렇게 중했기에 대추나무를 아끼고, 중요한 제사에 대추를 올렸을까? 또 다른 가을 제철 과실 밤은 율(栗), 그리고 대추는 조(棗)라 했다. 한가위 차례 상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한다. 어쩜 그렇게 건강에 좋은 과실만 올렸을까. 하지만 선조만의 지혜가 아니다. 현대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게 바로 대추다. 특히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면 더욱 그렇다. 보통 대추는 허약한 체질을 가진 이들에게 쓰는 본초다. 마음이 허하여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갖은 걱정거리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새벽이 될 때까지 잠에 못 드는 이들도 있다. 이럴 때 대추는 효능을 발휘한다. 또한 잠을 못 자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면 학업이나 업무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커피는 줄이고 대추차를 마시면 한결 잠자리에 들기가 쉬워진다. 잠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일상적인 활동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오래 유지되면 치매의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그렇다면 대추를 더욱 가까이해야 한다. 대추에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도 다른 과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하다. 물론 대추를 다른 과실처럼 직접 먹어도 좋지만, 차로 마셔도 훌륭하다. 곧 다가올 환절기와 겨울철을 대비해서 대추고를 만들어 틈틈이 따뜻한 물에 타 마셔도 좋다. 다만 체질 또한 체크해야 한다. 평소 자주 긴장하고, 불안이 심하거나 불면증이 있고, 위장이 약하고 마른 체형을 가진 경우 대추는 제대로 효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몸이 뚱뚱하고 열이 많거나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면 잘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 후 이용하는 게 좋다.

2025-10-07 05:00: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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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제사와 차례 그리고 성묘의 차이

제사(祭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인간의 보편적인 신앙이자 풍습이다. 그 대상은 토템을 포함한 천지의 신과 조상들이었다. 따라서 제사는 유가(儒家)로부터 비롯된 것도 전유물도 아니다. 그럼에도 제사는 유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을 다스리는 도(道)에서 예(禮)가 필요하다. 예에는 오경(五經)이 있는데, 제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예기') 유(儒)의 어원 자체가 '사람(人)이 비(雨)를 구하는(需) 것'으로 이는 무당을 뜻한다. 이들은 주나라부터 왕실 족보를 체계화하고 제례를 관장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현재 제사는 크게 기제사(忌祭祀)와 차례(茶禮), 그리고 흔히 성묘(省墓)라 부르는 묘제(墓祭)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는 모두 조상을 추모한다는 의미는 같으나 그 기원과 형식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반적인 제사인 기제사는 해마다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 특정한 분을 기리는 의례다. 시간은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子時, 23시 30분∼01시 30분)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다. 형식도 길고 복잡하다. 제사의 '제(祭)'는 고기 육(肉)과 보일 시(示)가 결합한 글자로, 사육제(謝肉祭)가 변형됐다고 할 정도로 고기는 물론 밥과 국, 생선과 전, 과일 등 많은 음식이 올라간다. 이처럼 제사 음식이 푸짐한 것은 많은 참석자들의 식사까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차례는 술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특정한 사람이 아닌 특정한 날(설, 추석) 오전에 조상님께 드리는 집안의 통합 의례다. 음식도 명절의 특식인 떡국이나 송편을 올리고 제철 과일과 채소 위주의 소제(菜祭)로 검소하다. 과정도 제사는 술을 세 번 올리고 반드시 축문(祝文)을 읽는 삼헌독축(三獻讀祝)이나 차례는 축문 없이 술을 사용해도 한 번만 올리는 등 간소하다. 유교에는 명절 제사가 없다. 따라서 차례는 후손이 모여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성묘는 순전히 토속신앙에서 출발했다. 유가는 신주(神主)라 불리는 위패(位牌)에 제사를 지내고 불교는 화장을 권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가야 사람들은 수로왕릉 옆에 사당을 짓고 일 년에 네 차례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지금까지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묘제로 이어지고 있다. 성묘는 중국에도 없는 풍속으로 주자도 집안에 조상의 사당인 가묘(家廟)의 제례는 자세히 규정했으나 무덤의 제례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은 무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당시 전체 송사(訟事)에서 묘지 소송(山訟)이 무려 80%를 차지 했다고 한다. 유교권 국가 중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하지만 당시 유학자들도 묘제의 간소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퇴계 이황은 '묘제가 예법에 없다'고 했고, 율곡 이이도 '일 년에 네 차례 묘제는 너무 많다'고 했다. 심지어 성호 이익은 성묘는 '일년에 두 차례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성묘 제사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상을 잘 모시기 위함이지만, 무덤을 잘 쓰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지리학의 영향으로 기복신앙과 연결이 된다. 퇴계도 "예법에 없어도 풍습에 따라 성묘하고 제사 지내는 건 좋지만, 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명분은 조상 공경이지만 속내는 다른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처럼 우리 제례도 모든 문화처럼 관습에 유교, 불교 최근에는 서양 종교까지 혼합되면서 발전해 왔다. 예법에 '시대 흐름에 적합한 예'라는 '시례'(時禮)'가 있다. 제례도 근본정신은 기억하되 시대와 세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생사(生死) 중 생일은 1년에 한 번 하는데 제사는 1년에 몇 번이나 지낸다. 요즘은 생일잔치도 꼭 그날 아니고 여러 명 합동으로도 한다.

2025-09-30 10:00:1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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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지난 여름의 유혹, 복숭아의 달콤하고도 아찔한 비밀

찌는 듯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올 여름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던 달콤한 과일, 복숭아의 탐스러운 모양과 향긋한 과즙을 떠오르게 한다.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복숭아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식품 알레르기를 단순히 '특이 체질'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다.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특정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항원)을 우리 몸이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위장한 '가짜 적'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글로불린 E(IgE)이라는 특별한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이 항체는 비만세포나 호염기구(basophil) 같은 특정 면역세포 표면에 결합하여 일종의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그 후 동일한 식품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이 항원들이 세포 표면의 IgE와 결합하면서 면역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은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화학물질을 방출시켜서 두드러기, 호흡곤란, 복통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을 촉발시킨다. 식품에서 기인하는 알레르기는 식품 불내증이나 식중독과는 전혀 다른 면역반응에 의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픈 경우라면 반드시 우유 알레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식품 불내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식품 알레르기는 앞서 설명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으로, 아주 미량의 원인 물질만으로도 전신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식품 불내증은 유당분해 효소(락타아제) 결핍처럼 특정 성분을 분해하지 못해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관에 불편함을 일으키는 문제로 면역계와는 관련이 없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드물다. 또한, 구토나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 때문에 세균성 식중독과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식품 자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에 대한 특정 개인의 면역 반응이므로 위생상태와 무관하며, 원인식품을 섭취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세균성 식중독은 식품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오염된 세균이나 그 독소가 원인으로 작용하며, 해당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 된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18종의 식품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들은 우리식탁에 매우 흔하게 오르내리는 것들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달걀(난류)은 흰자(난백)와 노른자(난황) 모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빵, 과자, 마요네즈, 어묵 등 수많은 가공식품에 알부민과 오보글로불린 등의 이름으로 숨어있을 수 있다. 우유는 영유아기에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 중 하나로 치즈나 요구르트뿐만 아니라 초콜릿, 빵 등에도 카제인과 유청 등의 형태로 포함된다. 콩(대두)은 된장, 간장, 두부, 콩기름 등 한식의 기본 재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간장이나 대두유는 발효 및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이 대부분 분해되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밀은 빵, 국수, 과자 등 주식과 간식에 함유되어 있고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주요 항원으로 작용한다. 땅콩 및 호두와 같은 견과류는 소량만으로도 '아나필락시스'라는 치명적인 전신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가장 위험한 알레르겐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종류의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다른 견과류에도 교차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게, 새우 등의 갑각류 및 고등어, 오징어, 조개류 등의 어패류는 '트로포미오신'이라는 근육 단백질이 주된 알레르겐이다. 성인이 되어 갑자기 발생하는 알레르기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등의 육류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정 육류를 제한하면 철분 결핍이 올 수 있으므로 대체 식품을 통한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 복숭아나 토마토 같은 특정 과일에 함유된 단백질이 구강 점막에 닿아 입술 부종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복숭아 속에 함유된 특정 단백질의 구조가 꽃가루 단백질과 매우 유사하여,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복숭아 단백질을 꽃가루로 착각해 발생하는 교차 반응의 일종이다. 이 외에도 메밀과 식품의 변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보존제, 갈변억제, 항산화제, 표백제등으로 사용하는 식품첨가물로서 아황산염 등이 주요 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황산염은 체내에서 불활성화되므로 일반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과다 섭취하거나 아황산에 민감한 사람은 천식 발작, 두통, 복통, 메스꺼움, 두드러기, 위점막 자극, 호흡곤란등 과민반응을 경계해야한다. 특히 아황산 성분은 와인을 장기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미생물과 잡균의 번식을 억제할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 뮈슬레(muselet)를 개봉하기 전에 표시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단순히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돌변할 수 있다. 본인의 알레르기 원인식품을 정확히 진단받아 회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가공식품 구매 시에는 반드시 원재료명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달콤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하는 복숭아, 그 이면에 숨겨진 면역학적 비밀을 이해함으로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 /연윤열 (사)식품기술사협회 이사

2025-09-29 16:00: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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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땅콩버터의 유행과 함께 각광받는 건강 식품 '땅콩'

작년부터 '땅콩'이 인기를 끌었다. 몇몇 연예인들이 땅콩버터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면서 대중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사과와 함께 먹는 방식이 각광을 받았는데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사과와, 풍미가 풍부하다 못해 화려한 땅콩버터의 조합이 인기를 끌었다. 땅콩은 흔히 견과류로 분류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는 그 이름처럼 '콩'의 일종이다. 땅콩의 장점은 견과류로 보든, 콩류로 보든 영양소 면에서는 뒤질 게 없다는 점이다.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으며 따로 기름으로 짜서 쓸 만큼 지방 함량이 높긴 하지만,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중관리가 힘들어진다. 체중이 늘면 심혈관질환, 당뇨 등 성인병 관리에도 비상이 걸린다. 땅콩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은 이러한 걱정을 잠재워준다. 땅콩은 혈당지수(GI)가 낮을뿐더러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질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시키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땅콩의 돋보이는 점은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말린 땅콩 100g에는 1일 권장량을 상회하는 비타민 E가 들어있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는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피부 건강에 좋다. 또한 비타민 B군은 물론 몰리브덴, 구리, 철, 아연, 인, 망간, 칼륨과 같은 필수 미네랄이 함량이 높다. 아몬드 등 슈퍼푸드라 불리는 다른 견과류와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다만 땅콩버터로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풍미를 높이기 위해 설탕이나 소금, 기타첨가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땅콩버터의 유행과 함께 100% 땅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제법 시중에 많으니 되도록 성분표를 살펴보고 구매하는 게 좋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땅콩은 가급적 껍질이 있는 햇땅콩을 10분 정도 볶은 후, 약간의 소금과 함께 블렌더로 갈아주면 된다. 다만 이렇게 만든 경우 냉장 보관을 하고 되도록 2, 3주 이내에 먹는 것을 권장한다.

2025-09-29 05:00: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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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인터넷 시대에 특히 조심해야 할 ‘통매음’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SNS, 인터넷 커뮤니티, 메신저앱, 문자, 이메일, 게임 내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매체를 통한 소통의 경우, 사람을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평상시보다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에 기대어 모욕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 성희롱 등에 해당하는 표현까지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통매음'이라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통매음'을 문제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매음'의 정확한 이름은 '통신매체음란죄'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범죄가 바로 통신매체음란죄이다. 인터넷상에서는 해당 범죄를 '통매음'이라고 짧게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통신매체음란죄는 법 조문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실무에서는 주로 세번째 요건 충족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상대방에게 도달' 요건과 관련하해 중요한 기준이 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5도986 사건). 해당 사안은 피고인이 트위터에서 피해자와 논쟁을 벌이다가 피해자가 자신의 계정을 차단하자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굳이 인용하지는 않는다)을 게시하면서 트위터의 맨션(mention) 기능을 활용해 '@' 표시 뒤에 피해자의 계정을 명시한 사안이었다(위와 같이 특정 계정을 멘션하면 원칙적으로는 해당 계정주에게 알림이 간다). 해당 사안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계정을 차단해 알림이 가지는 않았지만, 다른 계정으로 피고인의 계정을 확인했다가 위 게시글을 보게 되었고 피고인을 통신매체음란죄로 고소했다. 그리고 해당 사안의 항소심은 "피해자의 차단에 따라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신매체음란죄의 구성요건인 '상대방에게 도달'에는 '상대방이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전제한 후, 해당 사안에서 피해자가 문제된 계정을 검색하면 손쉽게 해당 게시글을 볼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나중에 별도의 검색 행위로 해당 게시글을 확인한 것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즉, 대법원은 차단 기능의 사용 등으로 해당 게시글이 직접 피해자에게 전송되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었다면(SNS 등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여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경우 등) 이를 통신매체음란죄에서 말하는 '상대방에게 도달'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통신매체음란죄의 적용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인터넷상에서의 발언 등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5-09-28 10:28:06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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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의 확대, 스테이블 코인

"네팔에서는 은행을 이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래도 공항에 가면 돈을 바꿔주는 사람이 있어요. 괜찮아요." 인도가는 비행기 안 옆에 앉아있던 네팔인은 등을 돌리고 5만원짜리 뭉퉁이 돈을 세기 시작했다. 1, 2, 3, 4…50. 250만원을 다 센 네팔인은 다시 돈을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더니 이내 통장을 꺼냈다. '생활비' 250만원이 인출된 통장내역에 작은 글씨로 꾹꾹 눌러쓴 네팔인은 "한국어를 아느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1년간의 한국생활. 그는 네팔의 동쪽에서 지내다 이제는 카트만두에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그는 당장 생활비로 현금이 필요해 돈을 인출했다. 나머지 돈은 송금(한국→네팔)하는데 시간이 걸려 급한돈만 가져온 것이다. 그는 "송금이 오래 걸릴 때도 있는데, 그건 동쪽에 살 때 더 그랬다며 아무래 카트만두에 살게되면 시간이 줄어 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현금은 공항에 가면 (루피로) 바꿔주는 사람들이 있다며 괜찮다고 했다. 최근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Stable) 코인(Coin)'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치 변동성이 거의 없는 디지털 화폐다. 다른 무엇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 코인의 목적은 바우처도 투자목적도 아닌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위한 규제 체계 마련을 국정운영 계획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등을 담은 2단계 가상자산법이 발표될 예정이다. 15년전 우리는 돈을 송금하려면 은행을 방문하거나 자동입출금기(ATM)로, PC를 통해 온라인으론 돈을 송금해야 했다. 지금은 모바일로 지문만 인증하면 모든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도 무료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스테이블 코인이 공식화되고,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빨리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성이 확대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들이 월급날의 기쁨을 함께 누리길. 네팔 사람들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금융을 맛보길 기대한다.

2025-09-28 09:15:19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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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다가

사회적동물인 인간은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열고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시하지 못할 행운이다. 친구에게는 무엇인가 베풀 때는 생색내지 말고, 받을 때는 당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도와주면서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고, 어차피 받을 것이면 당당하게 받아야 떳떳하게 갚을 수 있다. 어려울 때, 지나치게 굽실거리면 상황이 바뀌면 고마워하기보다 거들먹거리기 일쑤다. 채근담에 "군자는 남이 나에게 덕을 베풀면 절대 잊지 않고, 남에게 덕을 베풀 때는 뽐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위료의 말을 통하여 "진시황은 어려울 때는 남에게 쉽게 겸손을 떨지만, 뜻을 얻으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잡아먹을 사람이라며 "그가 천하를 호령하게 되면 천하는 모두 그의 노예가 될 것이니 사귀지 말라"고 했다. 수백 년 동안 갖은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한 거대한 진 제국이 불과 몇십 년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 까닭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 하지만 참 어려울 때 정성을 다해 도와준 친구에게 처음에는 고마워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얕잡아 보기도 한다. 자신의 "지저분한 모습"을 많이 봤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용 가치가 없어졌다는 뜻인지? 모른다. 중국 동진 때 촉 땅을 평정한 장군 환온(桓溫)의 위세가 높아지자 이를 경계한 황제 간문제(簡文帝)는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은호(殷浩)를 중용하여 견제하려 했다. 어릴 적 죽마를 타고 놀던 환온과 은호는 이때부터 서로 시기하고 맞서는 앙숙이 되었다. 그러다 중원정복에 나선 은호가 패하고 돌아오자, 환온이 앞장서 은호를 사지로 내몰아 죽게 한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타다가 버린 죽마를 주어서 타던 그놈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얼마 후 간문제는 환온의 세력 확장을 두려워하여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였다. 뛰어난 인재들이 뜻을 모았으면 큰일을 성취하였을 것인데, 서로 으르렁거리다 나라도 시끄럽게 하고 자신들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자신을 알아줄 친구를 뒤늦게 만나는 불행 아닌 행운도 있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평소에는 현실 세계를 무시하지 못하고 요모조모 이해타산을 따질 수도 있고, 밑지는 장사를 싫어하고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도 이 세상 하찮은 명리(名利)를 뿌리치고 순수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짐승들과 달리 오직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만이 누리는 귀하디귀한 보배다.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손해를 볼 때도 이익을 볼 때도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가능한 일이다. 정신세계가 고결하지 않은데, 어떻게 손에 잡히지 않는 명예를 위하여 눈앞의 권세와 재물을 외면하겠는가? 오늘날 세상은 친구도 적도 구분하기 어려운 혼돈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환온과 은호의 예에서 보듯, 힘센 인물들도 서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면 빛나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기는커녕 욕설이나 힘껏 퍼붓다가 시정잡배 이름을 남기고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탐욕에 포위된 풍진세상에서도 고결한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고 인류는 발전해 나가는지 모른다.

2025-09-25 15:32:2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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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9>가장 미국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실버 오크

<299>미국 캘리포니아 '실버 오크' '아메리칸 오크 vs 프렌치 오크.' 오크 숙성은 와인의 맛을 해석하는 열쇠 중 하나다. 와인의 깊이와 다양한 풍미가 바로 오크 숙성을 통해 나온다. 대결 구도로 잡아봤지만 사실 어느 오크가 더 낫다는 우열 가리기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오크든 포도품종 혹은 와인의 스타일에 맞게 누가 더 잘 썼느냐의 문제다. 미국에서도 프랑스 와인을 따라잡겠다며 프렌치 오크를 무분별하게 쓰던 시절 미국 오크를 고집했던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은 힘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오크가 매력을 배가시켜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가장 미국적인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실버 오크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실버 오크의 최고재무책인자(CRO)인 팀 던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실버 오크의 철학은 오직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에 집중해 미국산 오크 배럴만을 사용해 숙성하며, 음식 친화적인 장기 숙성용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버 오크는 팀의 아버지인 레이먼드 투미 던컨과 와인메이커 저스틴 메이어가 1972년 공동으로 세운 와이너리다. 2001년부터는 던컨 가문이 경영권을 완전히 갖게 됐다. 현재는 2대인 데이비드 던컨이 회장직을, 팀이 CRO를 맡아 가족 경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버 오크는 오크통 제작소인 A&K 쿠퍼리지에서 자체 오크통을 제작해 쓰고 있다. 팀은 "실버 오크는 미주리산 미국 오크 제작소를 보유한 첫 와이너리"라며 "캘리포니아 까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오크의 독특한 향과 풍요로운 맛이 더해졌을 때 가장 미국적인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실버 오크는 가장 미국적인 와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1972년 첫 빈티지는 한 병에 6달러에 팔렸지만 1981년엔 12달러로 가격이 두 배가 뛰었다. 물론 이제는 현지에서도 1980년대의 열 배는 넘게 줘야 살 수 있다. '실버 오크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은 실버 오크를 대표하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와인은 오픈과 함께 바닐라향이 한가득 올라오며, 이내 블루베리 등 진한 과실향과 다크 초콜릿, 향신료 뉘앙스가 이어진다. 입에서는 버터 풍미보다는 타닌의 구조감과 좋은 산미가 균형감을 잘 맞춘다. 팀은 "오크를 사용하는데 있어 섬세함과 균형을 추구한다"며 "알렉산더 밸리 포도는 특성에 맞게 50%의 새 오크를 사용하며, 나파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의 경우 새 오크의 비중을 더 높여 개성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투미 셀라는 실버 오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실버 오크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과 미국 오크만을 고집하는 만큼 다른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은 투미라는 이름이 붙는다. 투미는 레이몬드의 미들네임이자 할머니의 성이다. , '투미 소비뇽 블랑'은 라임 등 시트러스로 시작해 노란 열대과일까지 과실향이 풍성한데 쌉쌀하게 느낄 정도로 산도도 좋다. 나파 카운티와 소노마 카운티에서 키운 포도를 절반씩 섞어 복합미가 인상적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릴 와인이다. '투미 피노 누아'는 미국 오크가 아닌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섬세한 피노 누아 품종에는 프렌치 오크가 더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잘 익은 과실향에 향신료와 약간의 흙내음이 느껴지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한식 중 고르라면 육회다. 익히지 않은 한우의 철분이 피노 누아의 미네랄과 잘 어울린다. '타임리스 나파밸리'는 아들들이 레이 던컨에게 바치는 헌사 와인이다. 소다 캐년 랜치 포도밭에서만 생산된 포도로 만드는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2017년에 첫 선을 보였으며, 지금까지 6개 빈티지만 나왔다. 싱글빈야드지만 6개의 마이크로 빈야드로 구성되어 있어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블랜딩 한다. 비율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2018 빈티지는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각각 41%, 37%며, 까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도 들어갔다. 과실과 꽃 향이 복합적이며, 신선한 산도와 우아한 타닌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

2025-09-25 11:51:3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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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진정한 사회적 통합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서, 2024년 한국의 사회갈등수준은 10점 만점에 8.1점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념(진보와 보수), 빈부(부자와 가난한 자), 노사(경영자와 노동자), 노동시장(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젊은 사람과 나이가 든 사람), 지역(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젠더(남자와 여자) 갈등은 시간을 더해가면서 완화보다는 되려 악화가 되는 듯하다. 또한, 동 조사 결과에서 14개 갈등집단 중 이념, 즉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3%로서 빈부(75.6%), 노사(74.6%), 노동시장 구조(71.6%), 세대(69.2%), 어느 것보다 높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분류기준이 사회적 관점이라 한다면, 좌파와 우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의미가 국가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좌파, 우파로 혼용되어 사용된다. 좌파와 우파란 말은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유래한다. 당시 의회에 모인 사람 중 질서유지를 원하는 쪽은 우측,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편은 좌측에 앉았는데, 여기서 이런 말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갈등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이념 갈등이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이념 갈등이 앞서 객관적 수치로도 제시되고 있듯이, 매우 심각함에 있다. 둘째는 이념 갈등이 다른 사회갈등과 상호작용을 하는 특성에 있다. 사람마다 지닌 가치관, 관념, 의식, 소득, 자산, 거주지역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이 음양의 원리처럼 조화를 이룬다면 사회발전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갈등은 조정되지 못하면서 결국엔 진보와 보수의 극한대립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탄핵국면 이후 진보와 보수세력 간 이념 갈등은 남남갈등으로 더욱 불거져 국론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까이 지난 6.3 대선 결과를 보자. 여느 선거가 그랬듯이,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과 보수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재연한 듯 하다. 먼저, 지역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호남, 광주, 세종,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에선 국힘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동과 서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성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2030세대 남성이 국힘을, 그리고 2030세대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세대별 정당지지도는 젊은층(MZ세대), 중장년(40~59)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높지만, 노년층(특히 70대)의 경우 국힘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대선후보별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49.2%, 국힘이 41.15%, 개혁신당이 8.3%로서 어느 정당 후보도 과반수(50%)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도를 채택한 국가라면 후보 당선의 정당성과 사표방지 등을 위해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선거를 치른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경우엔 후보정당 지지자들 간 승복 대신에 반목과 갈등이 선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선거제도가 국민을 통합해 내는 과정이 아니라 국민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다른 조사 내용을 더 살펴보자. 우리 사회갈등의 책임이 어디가 높은가에 대해 국회라는 응답이 88.7%로 11개 기관 중 제일 높게 나왔고, 다음이 언론 87.9%, 정부 83.5% 순으로 책임 수준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들 국회와 언론은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각각 15.2%, 10%로서 시민단체(21.4%), 정부(18.3%), 종교계(17.7%)보다 부족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어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배타적 진영의식에 빠져 있고, 역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듯하다. 우리의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대표·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와 헌정 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된다. 득표율과 의석수를 괴리시키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중선거구제 채택, 한 표라도 더 많은 승자가 독식하지 않도록 프랑스식 결선투표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중간평가와 책임정치를 가능케 하는 4년 중임으로의 대통령 임기 개헌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갈등에 책임이 큰 국회, 언론,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선거법과 헌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연임과 결선투표가 국정과제 1호로 채택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거제 등의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은 빠져 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으로부터 개헌 제시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적 통합이 개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국민 인식이 아닐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9-25 10:16: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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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문턱 높은’ 장애인 예술활동증명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했다. 예술인의 권익 보호와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덕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복지 시스템 속으로 편입할 수도 있게 되었다. 재단 출범과 함께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시행되었다. 예술인 복지사업 참여를 위한 기본 절차로, 공공재원 투입 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술, 문학, 음악 등 15개 예술 분야에서 창작·실연·기술지원 및 기획의 형태로 활동하는 '직업 예술인'이 대상이다. 예술활동증명은 필요성 및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예술인 요건에도 예술활동증명 완료 자격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행복주택 입주 시, 어린이집 입소 맞벌이 부부 확인 필요 시 등의 인정 자료로도 사용된다. 예술활동증명 분야별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공통적으론 최근 3년 내지는 5년 동안의 공개 발표된 일반예술활동 또는 신진예술인으로써 최근 2년간의 활동을 증명하면 된다. 신진은 해당되지 않으나 1년간 120만 원 이상 또는 5년간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술활동 수입'으로도 신청 가능하다. 9월 현재 음악 다음으로 많은 증명현황을 나타내고 있는 미술 분야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근 5년간 5회 이상의 단체전 참가 실적 혹은 1회 이상의 개인전 경력이 필요하다. 신진예술가는 최근 2년 동안 1회 이상 미술·사진·건축 작품을 관련 매체에 발표하거나 전시한 실적 등이 요구된다. 다만, 단순히 정량적 기준만을 적용하진 않는다. 각 분야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은 예술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예술활동의 지속성과 직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여기엔 전문 전시공간에서의 전시 여부, 활동이력 등도 포함된다. 이는 취미 활동과 직업적 예술 활동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다소 엄격해 보이지만 예술을 업(業)으로 하는 한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다. '예술성'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이다. 문제는 장애예술인의 경우다. 그들은 물리적·경제적 제약, 사회적 편견, 제도적 지원 부족 등 삼중의 어려움 속에서 작업을 잇고 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비장애 예술인에 비해 창작 공간 확보, 네트워크 교류 측면에서 또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만 해도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구조와 환경은 물론 전시 기회나 작품 판매를 통한 수입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방귀희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의 최근 인터뷰 발언에서처럼 "전시회에 불러준다거나, 같이 하자고 한다거나 그런 게 없기"에 비장애 예술인마냥 일정 기간 내 전문전시공간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진 예술활동증명에 있어 장애예술인을 위한 기준이나 절차는 없다. 비장애 예술인과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고 지원 서류와 활동 증빙 방식 또한 비장애 예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현행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에겐 과도한 장벽이자, 역차별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활동증명이 예술인으로서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장애예술인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 논의를 비롯한 장애 당사자의 입장과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장애예술인의 환경을 이해하는 심의위원들이 선임되어야 한다. 동등해 보이는 기준이 오히려 차별을 낳는 지금,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9-23 10:36:54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