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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

아무런 죄 없이 겪는 숱한 익명의 비극을 목도할수록 희망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공허하게 들린다. 고통과 불행을 마주할 때, 우리는 곧잘 "이 세상이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인류의 역사는 아픔과 상처로 점칠 된 여정이었고, 제 아무리 밝은 미래를 소망한들 달라진 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수단,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및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국민의 도탄과 잔혹한 결과들은 21세기에도 인간의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매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증오와 폭력, 무고한 이들에게 부여된 참상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과거의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의 '전쟁' 연작은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존엄성 상실을 새긴 목판화다.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작가 개인의 비탄과 사회적 비극을 거친 선과 어두운 명암으로 버무렸다. 전쟁의 끔찍함을 되돌아보며 만든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난 후인 1922년 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인 1953년,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다양한 이유로 감금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괴로움과 내면의 절규를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 빗댔다. 일그러진 얼굴에 비명까지 얹어 억압적 상황마저 읽게 하는 이 작품 외에도 '풍경 속의 인물'(1945)이나 '인물 삼부작'(1972) 등의 많은 작품들이 인간이 처한 실존적 공포를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다. 난민들의 유류품들을 전시공간에 펼쳐놓은 '빨래방'(2016)과 3500개의 난민 구명조끼를 이용한 '해돋이'(2017)와 같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설치작업은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시리아 난민들의 비극을 상기시킨다. 175명의 정치적 망명자들의 초상화를 레고로 만들어 전시한 '궤적'(2014)에서 마냥 현대사회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다. 콜비츠에서부터 아이 웨이웨이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불안과 절망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냥 이대로 무력함에 좌절하는 것이 전부일까. 이에 대해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는 4부작 <비르케나우(Birkenau)>(2014)를 통해 역사적 비극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추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나치에 의해 110만명의 사람들이 학살된 죽음의 장소인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촬영된 4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사진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림 위에 여러 겹의 페인트를 덧칠해 가려버렸다. 형상의 가독성을 해체시킴으로써 끔찍한 역사에 반대하며 애도를 녹여낸 것이다. 이들 작업의 공통점은 결국 잔인한 세상과 인간의 연약함을 직시하되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고통이 몸을 휘감더라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고통에 맞서 싸우는 행동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가리킨다. 이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페스트'(1947)를 통해 희망 없는 상황에서도 행동하고, 연대하면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저항이자 승리라고 말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입장과 결이 같다. 오늘날의 세계가, 인간의 삶이 여전히 비극으로 넘쳐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체념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작품마다 각인시켰다. 그것은 엄혹한 현실을 바로보면서도 더 나은 가능성을 믿는 용기였다. 비록 당장은 세상을 바꿀 수 없을 지라도, 무기력함이 억누를 지라도.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4-08 11:31:2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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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정치 성향, 타고나는가…진화유전학과 성격심리학으로 읽는 인간의 정치

어느 순간 한국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게 혹시라도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과 맞짱 뜨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는 사회게 되었다. 연예인 가십이나 야한 농담, 혹은 코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뭔가 더 심각한 주제가 되어 버렸다. 어떤 경우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신의 성적 취향은 어떠세요?"라고 묻는 주제보다 더 무례하고 위험한 주제가 되었다. 특히 공공 장소에서 강의를 하거나 할 때 정치적 성향을 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밥줄 끊어지기 좋은 주제중 하나가 정치적 성향이 아닐까 한다. 명절처럼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끼리 밥상머리에서 정치 얘기가 나오는 순간,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지고 눈치를 보게 된다. 어떤 이는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는 "아무개는 정이 안가"라며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 극단적인 차이는 단지 신문을 어디서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진화유전학과 성격심리학은 정치 성향이 부분적으로 유전적인 기질과 성격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의 일부는 이미 우리 뇌와 성격 속에 '기본값'처럼 설정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약 30만 년 전부터 현대 인류의 형태로 진화했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태도 역시 이 오랜 진화의 결과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먼 과거 어떤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자원을 발견해 살아남았고, 또 어떤 사람은 낯선 존재를 회피함으로써 위험을 피했다. 이러한 생존 전략의 차이는 유전적인 기질로 남았고, 오늘날에는 정치 성향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낯선 것, 변화, 외부 집단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마치 "저기 저 이상한 열매, 혹시 독 있는 거 아닐까?"라고 의심하던 선조들의 사고방식과 닮았다. 반대로 진보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 개방성이 높다. "이 낯선 열매, 맛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진화적으로도 살아남은 것이다. 뇌 과학적으로 보면 이런 차이는 편도체(amygdala)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 차이로 설명되기도 한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을 감지하고,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이 부위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반면, 전두엽은 문제 해결, 계획, 창의적 사고와 관련이 있는데, 진보적인 사람들에서 더 활발히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 차이는 '누가 더 뛰어난가'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피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성향은 위기 상황에서 집단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고, 반대로 새로운 자원과 기회를 탐색하는 개방성은 평화로운 시대에 유리하다. 말하자면, 진보도 보수도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양 날개였던 셈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모델로 '빅5 성격 이론(Big Five Personality Traits)'이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다섯 가지 요인으로 구분된다.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새로운 경험에 대한 관심, 창의성, 상상력), 성실성(Conscientiousness, 책임감, 계획성, 규칙 준수), 외향성(Extraversion, 사교성, 활력,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우호성(Agreeableness, 협조적이고 친절한 성향), 신경성(Neuroticism, 불안, 감정 기복 등 정서적 민감성). 이 중에서 특히 정치 성향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두 요소는 개방성과 성실성이다. 연구에 따르면,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왜일까?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다문화 사회, 환경 보호, 성소수자 인권처럼 기존 질서와 다른 '새로운 이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사회 규칙, 전통, 가족구조처럼 이미 존재하는 질서와 규범을 중시한다. 이들에게 진보적인 변화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세를 신설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개방성높은 사람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경제 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어"라고 걱정할 수 있다. 같은 이슈를 보면서도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치 성향이 100% 유전자나 성격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 환경, 사회적 배경, 교육 수준, 미디어 소비 습관 등도 정치적 입장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도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질 수 있다. 필자의 가족을 봐도 그렇다. 본인의 글을 읽어본 독자는 필자가 매우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동생은 반대까지는 아니여도 필자가 볼 때 약간 클래식-이걸 보수적이라고 한다고-하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면 아이러니한데 부모님의 성향이 동생과 더 가까운 듯 한 느낌은 필자의 고향에 대해 공상에 빠져들게 한다. 혹시 '난 어디 다리에서 주워온 존재가 아닐까'라는. 여러 연구들은 정치 성향의 약 30~50% 정도가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즉, 어떤 사람은 진보적인 성향지니고 태어났고, 어떤 사람은 보수적인 성향에 더 적합한 뇌와 성격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다. 남은 부분은 환경과 경험이 채운다. 이렇게 보면, 정치적 논쟁이 격해질 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아, 저 사람은 위험 회피 성향이 나보다 강하구나" 혹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상대를 보는 눈이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정치는 단순히 법과 제도에 대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세상을 더 안전하고, 더 공정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내면의 표현일 수 있다. 진화유전학과 성격심리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은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의 표현일 뿐,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꼭 싸울 필요는 없다. 그들의 말 속에 담긴 '공포'와 '희망'이 다를 뿐이라는 걸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당신은 무지개를 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그들은 그 무지개 뒤의 먹구름을 먼저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누군가와 신문 기사를 보고 "그래도 보수는 나라를 지켜"라고 말하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어보자. "이 분의 편도체가 오늘도 열일 중이시군…."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4-07 14:35: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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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봄철 졸음 쫓고 피로 싹 날리는 '돌나물'

돌나물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이는 나물이다. 아파트 화단 같은 데에서도 곧잘 자생한다. 돌나물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돈나물, 돗나물로도 불리는데 사전에서는 돌나물만을 표준어로 인정한다. 자생력과 번식력이 무척 강하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5월이 되면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그 전에 연한 잎을 재취해 나물로 무쳐 먹는다. 달래나 냉이만큼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대표적인 봄나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다른 봄나물 종류와 비교해도 영양소 측면에서 돌나물은 뒤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C가 있다. 채소류 중에서는 비타민 C 함량을 놓고 봤을 때 손에 꼽히며 다른 과일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렌지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돌나물 100g만 섭취해도 비타민 C 1일 권장량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함께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손꼽히는 베타카로틴 함량 역시 돋보인다. 그래서 봄철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주고 이유 없이 찾아오는 피로감도 줄여준다. 그 밖에도 비타민 B1, 엽산, 비타민 K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몸에 활력과 에너지를 되찾아준다. 돌나물에는 필수 미네랄도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주목할 만한 미네랄로는 골격 형성, 항산화 반응에 작용하는 망간이 있으며 칼슘의 경우 대표적 완전식품인 우유나 달걀보다도 월등하게 많이 들어있다. 돌나물에는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이소플라본도 들어 있다. 여성들의 경우 골다공증이나 각종 갱년기 증상 때문에 갱년기를 스트레스와 함께 보내기도 하는데 요즘 같은 봄철에는 돌나물 무침으로 칼슘과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면 갱년기를 좀 더 건강하게 보내는 데도 좋다. 봄철이 되면 눈 건강 또한 유의해야 한다. 피로해진 눈에도 돌나물이 좋다. 건조하고 먼지 많은 봄 공기에 눈이 쉽게 충혈이 되고 피로해지며 침침해질 때 돌나물에 구기자, 결명자 등 눈에 좋은 재료들을 함께 넣어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2025-04-07 05:53:0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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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보험계약시 고지의무 위반은 계약해지 사유

갑이 을 보험회사와 피보험자를 갑의 약혼자인 병으로, 보험수익자를 갑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병이 보험계약 체결 직전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과 보험계약 체결 당일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보험계약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중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를 통해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이후 병이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다. 갑이 을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을 회사는 갑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 체결 직전 병은 급성 신우신염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과 보험계약 체결 당일 위 병원 의사로부터 "백혈구, 혈소판 등의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되어 감염내과, 혈액내과 진료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있었다(이하 '계약 체결 전 치료사실'이라 함). 그런데도 갑은 이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마찬가지다(상법 제655조). 다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했거나 부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상법 제655조 단서)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금지급을 다툰 이 소송에서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고, 만일 그 인과관계가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상법 제655조 단서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진료의뢰서에 기재된 내용인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지속적 증가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주된 지표이고, 병이 진료의뢰서 발급 시점으로부터 4개월가량 지난후에야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긴 하였으나, 실제로는 계약체결 이후 위 진료의뢰서를 지참하여 내원한 상급병원에서 요로감염증 및 급성 신우신염으로 계속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오다가 위 진단을 받기에 이른 것이어서, 4개월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증가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계약 체결 전 치료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을 회사는 갑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72941 판결). 이처럼 보험계약 체결시 당시에는 그리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고 보이는 점이라 하더라도 고지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2025-04-06 12:49:0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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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전셋집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월세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계약 247만6870건 중 월세 계약은 142만8950건으로 전체의 57.7%를 차지하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임대료인상을 제한하는 임대차법 변경으로 인한 신규 전셋값 상승, 1~2인 가구 증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전세사기 여파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전세금이 원체 비싸서 월세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여전히 갭투자가 유효하다고 보는 서울의 아파트도 2024년 4분기 월세 비중이 44%로 아직은 전세보다 적지만, 이 또한 직전 분기 대비 3.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세제도는 한국 주택 임대차 시장의 독특한 형태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고성장 시기에는 집주인들이 연 15~20%의 고금리 환경에서 보증금을 받아서 은행에 예치하거나 투자의 기회비용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전세비율은 극에 달했다. 집값도 전셋값도 꾸준히 오르던 시기에는 전세를 낀 채로 주택을 매입하고, 보증금을 올려가며 다시 전세 낀 집을 늘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했다. 이는 다주택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1980~90년대의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 금리가 5% 미만, 2010년대부터는 2% 이하로 하락하면서, 집주인으로서는 전세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 부담 문제가 부각되면서, 임대인들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 월세가 대세가 되는 흐름은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전세계약이 줄어들면 실거주 수요가 핵심이 되고, 입지가 좋은 지역(서울, 강남, 주요 학군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요지역의 집값은 유지되고 실거주 선호가 낮은 지역은 가격 조정이 커지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의 채무이자 세입자의 채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재정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공식적인 가계부채 규모 (2024년 기준 1862조원)에는, 전세보증금(약 800조~900조원 규모로 추정)규모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주택 임대 시 보증금(Security Deposit)이 존재하지만, 그 규모가 훨씬 작고 보통 1~3개월치 임대료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왜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세비율이 한창일 때 생겨난 또 다른 문제는 전세담보대출이다. 이는 무주택자가 목돈을 끌어서 전세금을 내고 그 채권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소비하는 중복 대출의 문제이다. 전세제도가 약화되면 가계 대출구조도 단순해지고 채무불감증을 예방할 수 있다.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전체 대출의 총량이 줄지만, 리스크 또한 줄어들고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은 이 같은 변화를 통해서 금융권은 물론이고 국가 전반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내실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일부 지역의 집값에 거품이 있다면 가장 큰 원흉은 전세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변화는 굳이 정부가 의도하지 않아도, 이 같은 전세제도의 축소가 일어나면서 시장이 자정 작용을 하는 셈이다. 돈이 없어서 월세를 산다는 뿌리 깊은 시선까지 바뀌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경제라는 것은 굳이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생물이라는 원론적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5-04-03 16:59:2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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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8>와인 시장 불황을 이길 키워드…프리미엄·구세계

프리미엄, 구세계. 와인 수입사들이 꼽은 올해 와인 시장 불황을 헤쳐나갈 두 가지 키워드다. 인기가 시들하다고 하나 와인 수입은 정점을 찍었던 당시보다 줄었을 뿐 절대적인 수치는 팬데믹 이전보다 많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규모가 2배 이상 훌쩍 늘었으니 우리도 와인 좀 마시는 나라인 것은 분명해졌다. 오히려 유행을 빼고 일상 속으로 와인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이 무슨 와인을 마실지가 관건이다. 먼저 프리미엄 와인이다. 양보다 질. 싼 값으로 많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찾던 시대는 지나갔다. 무알콜, 저알콜 주류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를 만큼 술 자체를 덜 마신다. 와인도 한 번 마실 때 제대로 된, 좋은 와인을 마시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음은 구세계 와인이다. 칠레같은 신대륙이 와인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같은 와인 종주국은 취향을 한 단계 올리고 싶은 와인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묵직한 레드와인 일색에서 화이트 와인으로, 레드와인이라고 해도 우아하고 복합미있는 스타일로 선호가 바뀌는 것도 구세계를 찾게되는 이유가 됐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올해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와인 라인업 강화는 물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력까지 확충했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프리미엄 와인 시장은 단순히 가격 경쟁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탈리아 테누타 디 트리노로, 파소피시아로나 프랑스 로템 뮈니에 등과 같은 프리미엄와인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업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템 뮈니에'는 부르고뉴의 DNA를 남부 론에 심은 와이너리다. 부르고뉴에서 가장 인기있는 생산자인 '루시엔 르 무앙'의 두 부부가 론 밸리로 가서 그르나슈 품종으로 승부를 걸었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품종과 같이 그르나슈 역시 우아함과 복합미를 가진데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한없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로템 뮈니에 사우마 이노피아 블랑'은 그르나슈 블랑이 주품종이다. 과실과 허브향에 미네랄까지 복합적이며, 산미는 선명하지만 우아해 블라인드 테스팅을 했다면 부르고뉴 화이트인가 착각했을 와인이다. 이노피아는 라틴어로 결핍을 뜻한다. 황무지같은 척박한 테루아에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양조 방식이 모두 함축적으로 들어간 이름이다. '로템 뮈니에 사우마 옴니아'는 그르나슈와 쉬라즈, 무드베드르를 섞은 가장 전형적인 샤토뇌프 뒤 파프 와인이다. 옴니아는 라틴어로 모든 것을 뜻한다. 샤토뇌프 뒤 파프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의도다. 이탈리아 '테누타 디 트리노로'는 전설적인 양조가로 꼽히는 안드레아 프란게티가 토스카나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설립한 와이너리다.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에선 큰 관심이 없던 까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품종으로 '테누타 디 트리노로'를 탄생시켰고,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이탈리아의 슈발 블랑으로 극찬을 받았다. '레 쿠폴레'는 테누타의 세컨 와인이다. 포도밭을 특성에 따라 50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눠 매년 테이스팅에 따라 4~5곳은 트리노로, 나머지는 레 쿠폴레를 만드는데 쓰인다. 지난해 테누타에 쓰인 포도나무가 올해는 레 쿠폴레 양조에 쓰일 수도 있어 프리미엄 와인 가운데서는 가성비 최고로 회자되는 와인이다.

2025-04-03 14:41: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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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트럼프 상호관세 초읽기… 파급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는 2일(미국 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 부과율도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지난달 12일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이달 3일 자동차 관세, 5월 3일 이전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예고로 전 세계가 트럼프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세계 8위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 품목 1위로 전체 수출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이 오락가락하며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3월 우리 수출은 트럼프 관세 전쟁의 간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중국 수출이 1위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줄면서 크게 감소한 반면, 대미국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우리나라 기준 수출국 1위 자리가 미국으로 고착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미국 수출 의존도가 커지며 트럼프 관세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트럼프 관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27년 GDP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해 세계 GDP가 0.6% 하락하는 것과 비교하면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가 겨냥하는 중국의 경우는 트럼프발 관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5399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0%를 밑돌며, 전월 대비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 철강, 정제유, 신발 등 수출이 감소했다. 주요 교역국별로는 미국, 일본, 홍콩, 대만, EU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한 반면, 한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중국은 그러나 트럼프 관세 부과에 대응해 멕시코와 캐나다 등 우회 수출을 통해 대응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우리의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이나 미국 중심의 수출을 다변화해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제기된다. 양자, 다자 무역체계를 구축하는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일·중 경제통상장관이 만나 세계무역기구(WTO)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일중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논의를 추진키로 한 건 의미가 크다. 한일중FTA는 직접적으로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일중FTA는 아시아 지역 내 공급망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 등 무역 통상 정책을 추진하는데 추가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한일중FTA 협상 가속화 논의는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는 카드로 유의미한 수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중FTA 협상이 실제 타결될지와 관계없이, 각국별 다양한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통상 환경이 변화하는 시기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4-01 16:48:2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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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지능과 윤리

요즘 인공지능(AI), 뇌과학, 두뇌 계발 프로그램까지 '지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시험을 잘 보는 능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고, 성공의 열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지능과 윤리는 어떤 관계가 없을까? 더 똑똑한 사람이 더 '착한' 사람일까?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매우 지적인 인물이다. 전도유망한 대학생이고, 세상의 구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위대한 인물은 일반적인 도덕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탐욕스러운 노파를 살해한다. 그의 생각엔, 한 명의 무가치한 그리고 악한 생명을 없애고 많은 사람을 돕는다면, 그건 정당한 '계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뒤, 그는 점점 양심의 가책과 고통에 시달린다. 이성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감정과 도덕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결국 그는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는 길을 택한다. 윤리적으로 볼 때, 라스콜니코프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어쩌면 '윤리적 공감'이 결여된 인물이다. 그가 옳고 그름을 머리로만 판단했고, 타인의 고통을 '숫자'처럼 계산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몰랐던 것은 자신에게 이성만이 아닌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짜 윤리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윤리적 문제들에 정답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계산적인 사고가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윤리성을 정량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어쩌면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필자의 생각에는 몸무게를 재려고 자를 들고 있는 것 같은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지능(intelligence)은 보통 문제 해결 능력, 추론, 암기력, 언어 능력 같은 인지적 능력을 말한다. 반면 윤리(ethics)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엔 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개의 영역일 수 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더 능하다고 한다.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도 "전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거나 "이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라며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똑똑한 머리가 반드시 바른 선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윤리적인 판단에도 높은 사고 능력은 필요하다.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는 공감 능력,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는 통찰력,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는 논리성 등은 전부 일종의 '사회적 지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아닐까? 즉 윤리란 윤리적 의사선택일 수 있지않을까? 도덕률처럼 상황 별로 정해진 답이 없는 즉 답을 찾아가는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윤리적으로 계속 고민하는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날 AI가 인간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똑똑함이 인간다운 가치를 향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그것이 사람을 해치거나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다면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생각에 한국은 나라 전체가 오디션에 중독된 사회이다. 1등이 모든 것을 갖고 인정받는 나라로 어려서부터 훈련된다. 승자 독식과 양육 강식의 철학이 은연중에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어려서 부터 장미반과 들꽃반까지 성적에 따라 성적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리고 거기에 대칭되어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순위가 정해진다. 어쩌면 이자체가 파쇼가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은 많이 하면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그냥 성적이라는 오디션 대회에서 남을 이기기 위한 슬로건 정도로 여기지 않는가? 지능은 속도이고, 윤리는 방향일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속도와 방향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지혜로운 존재'가 되고 윤리적인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똑똑한 두뇌'가 아니라 '좋은 머리와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가진 인간'이 아닐까? 인공 지능을 개척한 천재 중 한명이 튜닝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 설 수 있는지 혹은 인간 지능에 해당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아주 천재적인 방법 중 하나로 제안한 방식이 튜닝 테스트이다. 즉, 어떠한 인간적인 단서 없이 대화-보통 글이다-만으로 상대가 로봇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 대상을 인간성이 있는 것으로 보자라는 다소 기능적인 방법이다. 이제 이러한 테스트를 통과하는 AI의 시대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때 통과한 AI가 인간인지 여부보다 인간 중에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제 다른 측면에서 기계적인 작업뿐만이 아니라 AI에게 인간이 윤리를 배우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하다. 그래서 필자는 글을 마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챗 GPT에게 물어볼까 한다.

2025-03-31 11:17:4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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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일해백리, 100가지 이로움을 가진 '마늘'

마늘은 거의 모든 한식 요리에 양념으로 들어가며, 따로 반찬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한식이 건강에 좋다고들 하는데 마늘도 한몫을 한다. 게다가 일해백리(一害百利)라는 말도 있다. 독한 냄새를 제외하면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 하여 마늘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 정도로 마늘은 몸에 좋은 음식이다. 한국인만 강조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나 싶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이 원산인 마늘은 이미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때부터 재배되어 왔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노동자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마늘이 제공되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병사들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늘을 섭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력 보강 식품으로도 마늘은 유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성분이 마늘을 건강식품으로 만들었을까? 첫 번째는 알리신(Allicin)이다. 알리신은 마늘에 존재하는 활성 화합물로, 마늘의 강한 향과 다양한 건강 효능의 주요 원천이다. 기본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며 강력한 항균 효과가 있다.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그냥 마늘도 좋지만 3, 4월에 제철을 맞이하는 '풋마늘'도 빼놓을 수 없다. 풋마늘은 아직 덜 자란 마늘을 일컫는다. 마늘통이 굵어지기 전에 수확하여 잎과 줄기 전체를 식용으로 사용한다. 풋마늘은 흡사 대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소 면에서는 대파보다 월등한 함량을 자랑한다. 무침이나 겉절이로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풋마늘을 아삭하게,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풋마늘의 대로 만든 장아찌가 있다. 봄나물인 달래와 함께 담그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곧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올 무렵이면 마늘의 꽃줄기인 마늘종도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마늘이나 풋마늘보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의 함량이 높다.

2025-03-31 05:44: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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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업자도 재건축사업시 위탁자 가능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이나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조합인 경우, 조합과 토지등소유자 사이에 조합원 지위에 관해 종종 분쟁이 발생한다.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을 상대로 공법상의 당사자소송에 의해 조합원 자격의 확인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사업 또는 재건축사업의 방법에 관해 조합이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25조 제2항). 실제로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 해당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재개발사업 및 재건축사업 실무에서의 통상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이러한 조합 시행방식에 대한 예외 중 하나로 신탁업자 등의 '지정개발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이처럼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사업시행을 위한 조합이 설립되지 않으므로, 조합원의 지위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위탁자가 조합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9조 제1항). 따라서 위탁자 지위에 관해 분쟁이 발생하면 토지등소유자는 신탁업자를 상대로 마찬가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의하여 '조합원' 개념에 대응되는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등소유자가 아직 신탁업자와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일까? 이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는 '위탁자'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상대로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두52427 판결). 대법원은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가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는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신탁업자에게 신탁한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는 위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소송에서 피고가 된 신탁업자는 이를 근거로 토지등소유자가 토지 또는 건축물을 신탁업자에게 실제로 신탁하지 않은 이상 그 토지등소유자를 '위탁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탁자의 지위가 반드시 신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토지등소유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재건축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 위탁자는 토지등소유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의 의미는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어 토지등소유자가 토지 또는 건축물에 관해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므로(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탁자가 도시정비법상 토지등소유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규정으로 해석될 뿐"이라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위 사건의 원심 역시 동일한 판단했다.

2025-03-30 09:08:13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