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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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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회사 인수자격, 기존 거래처도 있어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회사가 통상적인 회생절차를 밟을 경우가 있다. 회사의 수익성, 자산의 가치 등을 평가받아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높은 상황, 즉 지금 당장 파산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영업을 해나갔을 때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수 있는 변제율이 높은 상황임이 인정되는 경우다. 법원은 이 경우 채무 일부를 면제하고 회생계획에서 정한 기한내에 채무를 변제해 나가게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 외에도 회사는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거나 회사의 영업을 양도하는 등 M&A 절차를 추진할 수도 있다. 인수자로부터 거액의 인수대금을 수령하고, 해당 인수대금으로 조기에 채권자들의 채권을 변제하는 방법이다. 청산가치가 높아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채무자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제3자가 채무자 회사의 거래처이거나 주주에 해당하는 등 긴밀한 관계에 있었을 경우다.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이뤄지는 M&A과정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즉 법원을 통해 채무 다수를 탕감 받고 채무자 회사의 기존 경영자와 인수자가 서로 이득을 나누고자 하는 음모가 있는 것인 양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와 실질을 준수했다면, 단지 채무자 회사나 그 경영자가 인수자 사이 특정관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회생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M&A에 따라 채무자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자격이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0. 11. 자 2007마919 결정). 채무자회생법 제205조 제5항은 '채무자 회사의 자본감소 후 신주발행 시, 주식회사인 채무자의 이사나 지배인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행위로 인하여 회생절차개시의 원인이 발생한 때, 회생계획에 그 행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주주 및 그 친족, 그 밖에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는 신주를 인수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31조의 2에서는 '회사의 채무자인 이사나 그 특수관계자, 회사인 채무자의 감사, 회사인 채무자의 지배인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행위로 인하여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거나, M&A의 인수인이 현재 및 과거의 거래관계, 지분소유관계 및 자금제공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위 이사, 감사, 지배인과 채무자 회사의 경영권 인수 등 사업운영에 관하여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직접 해당 M&A를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의 결의에 부치지 않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채무자의 재정파탄이 이사, 감사, 주주 등으로부터 촉발됐고 M&A 인수인이 그들 본인, 특수관계인 이거나 경제적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면, 단지 채무자회사 또는 그 경영진과 매우 밀접해 보인다는 등의 '의심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누구도 인수자의 지위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래된 거래관계가 있다는 등 채무자 회사의 사정을 잘 알만한 특정 요인이 있는 인수인은 M&A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 채권자들이 회생채권을 조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추후 채무자 회사를 더욱 빠르게 재건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갑작스런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거래처가 급히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우, 사업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회사라면 이러한 회생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 하다. 또한 채권자 입장에서도 채무자 회사의 재정 파탄에 기존 경영진이나 주주의 중대한 책임이 인정된다거나, 회생절차 내 M&A의 진행에 악의적인 의도가 포함된 것이 명백하지 않다면, 채무자 회사 또는 그 경영진과 밀접한 제3자가 인수인으로 나서더라도 실리를 중시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25-04-20 11:22:3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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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0>韓 와인바가 美 뉴욕으로…나기정 탭샵바 대표

<280>나기정 탭샵바 대표 인터뷰 평일 오후 6시 탭샵바 청계점. 익숙한 듯 들어서서 와인을 고르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쭈뼛쭈뼛 두리번 거리는 손님도 있다. 한두 번이 아닌 것 처럼 혼자 와서 와인 한 잔을 두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이도 있다.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자신 만의 방식으로 와인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5호인 서울 합정점까지 그간 다녀간 이들만 6만명이 넘는다. 2022년 12월에 1호 동대문점이 문을 열었으니 3년도 채 되지 않아서다. 재방문율은 50%가 넘는다. 이 정도면 나기정 탭샵바 대표가 20년 전 꿈꾸던 와인의 대중화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 아닐까. 새로운 꿈은 전 세계 주요 메가시티로의 진출이다. 첫 타자는 미국 뉴욕이다. 빠르면 연내다. 한국의 와인바가 뉴욕 진출이라니. 괜찮다. 한국은 몰라도 와인은 알테니 말이다. 그게 나 대표를 와인에 빠져들게 한 힘이기도 하니까. 나 대표를 만난 곳은 3호점인 도산점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들이 와인을 마실까부터 시작해 이제는 세계 주요 도시에 탭샵바 거점을 두고 앱에서 와인을 주문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 와인주막차차에서 탭샵바까지 나 대표의 와인 외길 인생이 시작된 것은 2005년 영국에 유학을 가면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와인 자체가 낯설었을 뿐 아니라 와인, 남들이 볼 때는 그냥 술인 것을 공부까지 하겠다는 별종이었다. 와인 MBA로 이론을, 귀국 후 와인 수입사에서 실무를 익히고는 바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당시 한식과 와인을 접목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와인주막차차'가 그의 첫 작품이다. 주막이란 네이밍은 고심의 결과물이다. 해외의 비스트로나 펍 등을 떠올리자니 식당이자 선술집이었고, 카페, 호텔 역할까지 했던 주막이 딱이였다. 나 대표는 "스시라면 일본을 떠올리는 것 처럼 음식은 그 나라의 이미지가 된다"며 "음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는 우리가 매일 먹는 한식에서 와인과 접점을 만들어야 시장이 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차육쌈'과 '차돌라면'은 의외로 와인과 어울렸고, 난제였던 와인 고르기는 학위 논문에서 제안했던 '와인사다리'를 활용해 쉽게 접근토록 했다. 한식과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탭샵바에선 매일 통영 양식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굴을 맛볼 수 있고, 순대튀김은 안 시키면 서운한 메뉴다. 팬데믹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코로나19로 와인주막차차가 문을 닫게 됐는데 나 대표의 눈에 와인 소매 시장이 급성장하는게 보였다. 와인샵 '와인도깨비'를 열었더니 월 매출이 1억원을 웃돌 정도로 잘됐다. 팬데믹으로 와인 수요가 급증하자 대형 와인샵에서 러브콜이 왔다. 와인샵 옆에 여러 종류의 와인을 잔으로 맛볼 수 있는 탭과 음식 공간을 운영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고가 와인을 잔으로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에 탭 자체는 소위 대박이 났지만 돈은 되지 않았다. 테이스팅이라는 것 자체가 80~100종 이상 다양해야 하고, 또 싸야 한다. 마진은 적고, 디스펜서 기계는 비싸다. 빠르게 망하게 딱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좋았든 힘들었든 모든 여정이 탭샵바로 귀결됐다. 탭과 샵과 바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보니 살 길이 알아서 찾아졌다. 탭 만으로, 샵 만으로, 바 만으로는 안되던 일이 다 해결되더란 말이다. 나 대표는 "여러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총망라한 것이 탭샵바"라며 "와인바로 F&B의 기본을 갖추고, 샵으로 소비자 경험이 쌓였다. 탭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지만 사람을 불러들인다. 여기에 샵과 바를 붙여 일상에서 가볍고 싸게 매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 한국판 웨더스푼? 와인계 스타벅스?…와인 이커머스 플랫폼! 한국에서는 동대문을 시작으로 청계와 도산, 여의도, 합정 등 5개 매장을 열었다. 보통 매장 한 곳당 매출이 30억원 안팎으로 올해 연매출은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는 서울에만 20개의 매장을 내는 것이지만 해외 진출과 동시에 진행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싱가포르, 대만 등 메가시티를 살펴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앱을 통해 와인을 주문하고 배달하려면 필요한 최소한의 거점 네트워크가 20개다. 나 대표는 뉴욕에 매장을 열기 위해 이번주 초에도 뉴욕에 다녀왔다. 기관 투자자들과도 만남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선 F&B가 전통 산업으로 취급되지만 미국에서는 샐러드계의 스타벅스라는 스위트그린처럼 앱과 편의성을 입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일반음식점에서 와인을 팔 수 있는 규제는 풀렸지만 아직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류 배달은 막혀 있다"며 "일단 스타벅스와 같이 사이렌오더로 주문하고 개인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향후에는 B마트와 같은 와인 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2025-04-17 15:57:1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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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폭삭 속는 세상

올 봄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란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억척스러운 어머니 아래서 야무지고 똘똘하게 자라난 오애순과 무쇠처럼 성실하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양관식의 인생 이야기다. 봄에 만난 사람마다 빠지지 않는 화두였다. 어떤 사람은 두번, 세번. 어떤 이는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으로 다섯차례 이상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콧끝이 찡했던 이유는 불우했던 어린시절과 삶을 희생했던 부모님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어릴적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 살 만 하다 했더니 세상을 등진다고.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 처럼. 며칠 전 4월에 우박이 내렸다. 벚꽃이 핀 봄에 비와 눈이 섞여 내린 날도 여러차례다. 겨울 같은 봄이다. 어떤 사람은 요즘의 이상기후를 '트럼프 날씨'라고 했다. 전 세계와 '관세 전쟁'을 펼치면서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는 트럼프를 빗댄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10%의 관세(기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표했다. 또 대(對)미 무역 흑자가 많은 주요 무역국에는 개별적인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했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한국 25% ▲일본 24% ▲베트남 46% ▲유럽연합(EU) 20% ▲대만 32% ▲인도 26%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중국에는 기존 20% 관세에 새롭게 부과되는 34%포인트(p)를 더해 54%의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정책이 발효된 지 13시간 만에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했다. 물론 중국(총 145%)은 예외였다. 트럼프가 물러선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집권 숙제는 무역적자 해소와 부채 축소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 넘는 관세 전쟁 이후 미 국채 금리가 4.5%까지 치솟았다. 누군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을 대거 팔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렇게되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부채를 줄이기는 커녕 늘어나는 구조다. 국채 금리에 연동되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른다.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미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 전쟁이 트럼프에겐 부메랑이 된 셈이다. 무역이 줄어 들면 경기침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90일 관세 유예 결정에 대해 시장에선 "트럼프가 채권 시장에 굴복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정치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최근 메트로신문이 주최한 재테크포럼에서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미국 자산가들의 탈(脫)미국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자산가들이 로마,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주택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자산(주식·채권 등)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분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많은 남편들은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실제로는 '학씨'로 불리는 부상길이 70%라고 한다. 실제와 다른 착각 속에 살아가는 셈이다. 정치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파면된 전 대통령은 여전히 공감능력이 부족한 '유체이탈'이다. 국민 모두를 생각하기 보다 자기편만 생각한다. 반성도 사과도 없다. 백성들은 그냥 폭삭 속았다. 검사출신이어서 똑똑하고, 정치 신인이어서 순수할 줄 알았다. 실제로는 폭삭 속았을 뿐이다. 어쩌면 미국 국민들도 폭삭 속을 수도 있겠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하며 트럼프를 선택했지만 그의 집권 초반 그림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4-17 07:25:2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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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서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서 G2,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1차 패권전쟁이 한참이던 2018년말 파이낸셜타임즈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올해의 용어로 선정했다. 어원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학자였던 투키디데스가 당시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신흥세력 아테네와 기존의 패자 스파르타간의 전쟁 원인과 과정을 기술한데서 비롯된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강국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흔들면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학자들은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표현한다. 최근들어 이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2500여년전 벌어진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간 쟁패 양상이 세계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됐고 지금 또 그 앞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는 현재의 미중갈등을 지켜보면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사태의 향배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2년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지난 500년간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에 도전했던 주요 사례 16개 중 12개가 전면전으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많겠지만 우리의 우선적 관심은 75%의 무력 전쟁화 비율이다. 지금 지구촌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무지막지한 관세폭탄과 기술 및 공급망 전쟁, 세계 경제·안보의 블록화가 진행중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양강의 패권전쟁인 만큼과거사례로 볼때 무력충돌로 귀결될 확률이 70%대에 이를 수 있다. 전쟁으로 확장하지 않고 상호 통제되는 25% 확률 상황인 '투키디데스 함정에서의 탈출'에는 크게 두자지 사례를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 구소련의 경우처럼 추격자가 내부붕괴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20세기 초중반 기성패자 영국과 신흥강국 미국간의 평화적 패권이양이다. 작금의 미중 갈등은 아직은 군사력 다툼이 아닌 제조업을 포괄하는 경제적 능력 분야여서 다행스런 상황이다. 이 양상이 기축통화 지위의 수성과 탈취라는 통화전쟁으로 연장될 것이란게 대체적 전망이다. 미중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집권때 무역전쟁으로 표면화했지만 대중국 견제의 시작은 2010년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이상 '투키디데스 함정'의 현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이 원만하게 넘어가지 않고 더욱 첨예해지면 군사적 충돌 확률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그 조짐은 미약하지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전격적인 국지전이 궁극적으로 미-중간 분쟁으로 확산될 여지는 있다. 이럴 경우 주변국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중간 극한 충돌 와중에 대한민국은 지난 60여년간 이어온 성장경제의 종언을 걱정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버블경제 및 구조조정 지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동력 상실과 성장의지 위축, 경제 양극화와 만성화된 정치·사회 갈등 등 대내적 위기 징후는 널려있다. 외부적으로도 고도성장의 토대가 됐던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의 종식, 미국의 관세폭탄과 자국우선주의 및 신먼로주의, 중국 경제의 위축과 대중 수출 급감, 한중 기술격차 소멸 등 K-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악재들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상에 지극히 밝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금의 갈등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갈등 상황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파국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며 중국의 상대적 제조업 우위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타협한다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동트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속담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2025-04-16 17:14:48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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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꽃가루 알레르기(화분증; 花粉症)

길가에 개나리꽃이 허드리지게 피어나고 아파트 단지 화단의 철쭉이 꽃망울을 수줍게 터뜨리는 완연한 봄이 왔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에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을 그렇게 기다렸건만,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콧물과 재채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던 봄이 순식간에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봄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는 일본 생활을 하기 전까지 봄 꽃가루 알레르기는 없었다. 그런데 10여 년의 일본 생활을 겪으면서 봄에 꽃가루 알레르기가 후천적으로 발병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일본 환경성의 전국 역학조사에 따르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2019년 기준으로 일본 국민의 42.5%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일본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봄에 TV 광고의 절반 이상이 꽃가루 알레르기 관련 의약품 광고라 참으로 심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남의 일일 뿐이었다. 그런데 주변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지인 중 한 명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몸속에 꽃가루를 담을 수 있는 양동이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평생 그 양동이에 봄마다 꽃가루를 채우기 시작하는데 그 양동이에 쌓인 꽃가루가 가득 차서 넘치게 되면 그때부터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동이 크기가 작은 사람은 일찍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양동이 크기가 큰 사람은 평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양동이는 그리 크지 않았던 듯하다. 과학적으로는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되지만 매우 알기 쉬운 설명이었다. 그 정도로 일본인들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봄 꽃가루 알레르기 원인은 매우 명확하다. 그것은 번식을 위해 대량의 꽃가루를 방출하는 삼나무 때문이다. 비교적 습기에 강해 건축용 자재와 가구, 욕조 재료로 사용되는 삼나무는 원산지가 일본이다. 수백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란 삼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일본 정부는 황폐해진 산림에 삼나무를 빼곡히 심었다. 전쟁 후 나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삼나무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부터 일본은 지진과 습기에 강한 삼나무를 이용해 주택을 지었기 때문에 빠른 도시 재건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런데 1970년대 수입 목재 가격이 하락했고, 아파트와 맨션 등 콘크리트 건물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재배한 삼나무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렇게 필요한 목재보다 많은 삼나무가 일본 국토에 늘어나게 되면서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시골에 사는 사람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골에서는 방출된 꽃가루가 땅으로 떨어지면 흙으로 흡수되는데 도시에서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에 부딪혔다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이같이 일본 국민의 40% 이상을 괴롭히는 꽃가루 알레르기 원인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바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미 높은 키로 자라버린 나무를 모두 베어버릴 수도,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도 전부 걷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모순인 것은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눈이 따갑고 콧물과 재채기 등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이 시기에 알레르기 약부터 안경과 마스크 등 꽃가루 대책 상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기 때문에 꽃가루가 널리 퍼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04-15 10:16:05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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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AI를 활용한 맞춤형 영양 솔루션①

[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AI를 활용한 맞춤형 영양 솔루션① 전분이나 셀룰로스와 마찬가지로 단백질은 매우 작은 분자로 구성된 거대 중합체인데, 그 구성단위를 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아미노산은 10~40개의 탄소·수소·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적어도 1개의 아민그룹(-NH2-)에 속하는 질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미노산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우리 몸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로부터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을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필수아미노산은 류신 (Leucine), 이소류신 (Isoleucine), 발린 (Valine), 라이신 (Lysine), 트레오닌 (Threonine), 트립토판 (Tryptophan),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메티오닌 (Methionine), 히스티딘 (Histidine) 등 총 9가지이다. 이 아미노산들은 단백질 합성과 신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위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근육 성장과 회복, 신경 전달, 면역 기능 등 여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양한 단백질 식품, 특히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콩류 등을 통해 이들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은 20여 종류다. 특정 단백질 분자들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아미노산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종종 그 20여 가지의 아미노산 대부분을 포함한다. 짧은 아미노산 사슬들을 펩타이드라고 한다. 미오글로빈은 근육 세포에 산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로, 특히 적색 근육 섬유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미오글로빈의 농도는 근육의 종류와 활동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빠른 폭발적 힘을 요구하는 백색 근육 섬유는 미오글로빈 농도가 낮은 반면, 일반적으로 지구력 운동을 주로 담당하는 적색 근육 섬유에는 미오글로빈 농도가 높다. 이는 지속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성인의 근육 조직 100g당 0.5~1.5g 정도의 미오글로빈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감소증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동물들은 미오글로빈 단백질을 갖고 있는데 사람의 미오글로빈 단백질 구조와 참치의 미오글로빈 단백질의 구조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매우 유사하지만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서열은 매우 다르다. 개인의 유전체, 대사체, 마이크로바이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예측된 구조를 기반으로 치료약 처방처럼 개인의 질환별 건강상태나 영양불균형에 맞는 메디푸드 개념의 영양소 레시피 처방이 가능해 질 것이다. 식품을 섭취하는 1차 욕구는 배고품에 기인한다. 식량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시대, 국가)에서는 1차 욕구에 머물게 되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식품의 섭취욕구는 건강지향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인구분포 역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메디푸드와 같은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근감소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근육을 유지하고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근력이 유지되어야 정상적인 보행과 낙상 등의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단백질은 면역 체계의 주요 구성 요소다. 고령자들은 면역력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단백질 섭취를 통해 면역력을 강화함으로서 감염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단백질은 신체조직의 회복과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령자들은 상처나 수술 후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빠른 회복에 필수적이다. 단백질 섭취가 적절하면 철분, 칼슘 등의 흡수가 향상되어 전반적인 영양 상태가 개선된다. /연윤열 ESG 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5-04-14 14:54:0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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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게임 배경음악 저작권 침해와 소멸시효 기산점

우리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특정한 제작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 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 하나의 저작물로도 평가된다. 동시에 개별 구성요소 역시 별개의 저작물이 되거나 다른 저작물을 게임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의 배경음악(BGM)의 경우에도 게임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다. 게임을 위해 별도로 창작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미 창작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과정에서 게임의 배경음악을 직접 창작하거나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작자 등이 다른 저작자의 음원을 무단으로 게임의 배경음악 등으로 사용했을 때는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이와 관련해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참고할 만한 판결이 선고돼 소개해 본다. A사는 자신이 출시·유통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일부 장면에서 저작자인 B의 음원을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에 B가 문제를 제기했고 A사는 해당 음원을 해당 게임에서 삭제했으나 그 삭제 시점까지 해당 음원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부당이득이 문제됐다. 먼저 해당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상 원인 없이 이용료 상당액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저작권자에게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봐야 하므로,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관해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이용대가로서 지급했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책임이 있고, 그와 같은 이익은 현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선의의 수익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들에 따라 해당 사건에서도 상고심(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존재가 인정됐다. 다만 A사의 소멸시효 주장이 문제됐다. 대법원은 상사 소멸시효기간(5년)이 아닌 민사 소멸시효기간(10년)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심과 판단을 같이 했으나,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시작일)과 관련해서는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심은 "게임이 출시된 시점과 음원이 삭제된 시점 사이의 기간 동안 날마다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하지 않고, 음원의 사용일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A사가 음원을 게임에서 삭제한 시점부터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해 그때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는 음원이 수록된 게임을 출시한 날로부터 그 음원을 게임에서 삭제한 날까지 계속해서 B의 허락 없이 음원을 이용함으로써 날마다 새로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B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제한 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게임이 출시된 시점부터 해당 음원이 삭제된 시점까지 날마다 성립하고 B는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도 각각 별개로 진행된다"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64462 판결). 위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게임의 배경음악 등과 같이 계속적 사용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사용일별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되므로 그에 따라 시효 완성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저작권자 등으로서는 더욱 조속한 권리 행사가 요구된다는 점을 실무자들 역시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2025-04-13 09:35:1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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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9>다시 기본으로…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 좋은 땅에서

<279>원조 유기농 와인 美 본테라 포도 없이도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포도주에 포도가 없어도 될 정도로 넣는 첨가물이 많아졌다는 자조적인 비유다. 지금이야 내추럴 와인부터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까지 친환경이 트렌드지만 1980년대만 해도 포도밭엔 제초제와 비료를 쏟아붓고, 와인을 만들 때는 첨가물을 넣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치노에 자리를 잡은 와이너리 본테라는 1987년 설립 당시부터 단순한 유기농 와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과 환경 보호를 핵심 가치로 뒀다. 와인 양조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면 몰라도 미국에선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 좋은 땅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에서였다. '본(Good)+테라(Earth)'라는 이름 자체도 라틴어로 좋은 땅이란 뜻이다. 유기농이란게 마음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포도알이 촘촘히 영그는 만큼 사이사이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병충해의 피해도 다반사다. 포도가 건강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 이소리 소믈리에는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려면 건조하면서 시원하게 순환이 잘되는 기후가 갖춰져야 한다"며 "멘도치노 카운티는 건조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면서 해안가에서 시원한 공기가 유입되는 천혜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본테라는 화학 비료와 살충제나 제초제는 쓰지 않는다. 첨가물도 와인의 산화를 막기 위해 필수적인 아황산염만 기존 와인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해서 쓴다. 본테라는 재생 유기농법 인증과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 관련 데메테르 인증은 물론 전세계 와이너리 가운데 처음으로 트루 제로 웨이스트 인증과 비콥인증까지 받았다. 포도를 건강하게 키웠다고 해도 와인의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착한 와이너리라고 한들 맛의 수준이 선한 영향력을 따라 오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터. 그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본테라 와인이 빛을 본 것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위에 오르면서다. '본테라 에스테이트 콜렉션 카베르네 소비뇽'은 작년 10월 열린 '서울의 심판'에서 레드와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맛으로도 인정을 받은 순간이다. '서울의 심판'은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파리의 심판'의 한국판 행사였다. 와인을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 남매 중 누나인 기바야시 유코는 이 행사에 참석해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프리 사이즈의 트렌디 한 벨벳 재킷이 떠오르는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본테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기존 미국의 오크 풍미가 짙은 와인을 생각하면 안된다. 시원한 해안 기후에서 포도가 천천히 잘 익으면서 과실미는 물론 산미를 잘 갖추고 있다. '본테라 에스테이트 콜렉션 카베르네 소비뇽'은 검붉은 과실향과 함께 숙성에 따른 연필심과 가죽 등 아로마가 복합적이다. 타닌은 골격이 잘 갖춰졌지만 무겁지 않으며, 잘 살아있는 산미와 균형감이 좋다. 이 소믈리에는 "요리로 치면 가능한 좋은 재료를 구해 자체의 맛을 충분히 낼 수 있도록 조미료 등은 쓰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맛을 덜어내는 것과 같다"며 "아무리 뛰어난 소믈리에라고 해도 유기농 와인인지 아닌지 테이스팅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첨가물 등이 없이 포도 본연의 맛을 강조한 좋은 와인이라는 것은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4-10 16:13:3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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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6월3일, 정책 대통령을 뽑자

"이번 대선은 기간이 짧아 정책선거보단 정치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단체에서 일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조기 대선은 어느때보다 정책선거가 중심이 돼야한다. 특히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있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이달 4일 대통령 탄핵까지 우리 사회는 둘로 극명하게 갈라져 고통을 겪었다. 이때문에 소통, 화합, 공존 등이 중요한 아젠다가 됐다. 그런데 이 와중에 먹고사는 문제가 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26년째 언론에 몸담고 있는 기자가 소상공인, 중소기업 사장님, 대기업 관계자 등에게 "어렵다"는 말을 올해만큼 많이 들어본 때가 없다. 97년 IMF나 2008년 금융위기는 난리도 아니었다는 말이 이구동성이다. 미래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경제지표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췄다.기획재정부가 연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정책 효과 등을 감안해 타 기관보다 성장률을 다소 후하게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성장률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2%대 아래'로 전망한 것은 올해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IB들은 한국에 대해 1% 중반대, 심지어 1%가 안될 것이라고 전망한 곳도 있다. 현실은 더욱 최악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0.2%로 마이너스를 겨우 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2분기 당시 -0.2%로 뒷걸음질 친 이후 세 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2분기에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도발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점입가경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일만 남았다. 한은은 '트럼프 관세'로 세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 한국의 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돌아가는 모양새라면 이 수치도 낙관적인 분위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1%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성장률을 2%대로 올리기 위해선 최소 9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 주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더욱 힘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2만6000명(-1.8%) 감소했다. 반면 1인 자영업자는 1만3000명(0.3%) 늘었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일하는 사장들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1.7%로 10년 만에 최고치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금리로 물가를 잡아야하는 한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계가,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다. 오는 6월3일. 우리는 '정책 대통령'을 뽑아야한다.

2025-04-10 15:44:4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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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스승의 이름으로

바둑 영화 '승부'는 스승과 제자 사이를 다룬 단순한 드라마는 아니다. 어쩌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넘어서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바둑판 통과의례이며 성인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훈현과 이창호, 한국 바둑의 양대 거장 사이에는 스승과 제자이면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떠오르게 하며 언제가 살해당해야 하는-정신분석적 개념이다-아버지의 존재와 법과 질서로써 언젠가 넘어서야 하는 아들의 묘한 긴장과 숙명이 있다. 라캉의 말을 빌리면 이창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기 존재인 아들의 이름을 넘어서서 스스로 아버지가 되어야 할 숙명을 통과해야 하며, 아버지인 조훈현은 언젠가는 아들에게 죽어주어서 법과 질서를 물려줘야주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라캉에 따르면 '아버지의 이름'은 아이가 상징계에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 구조다. 어머니와의 융합된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는 '아버지'-법과 금지의 상징-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질서와 규율을 부여하는 상징이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있어 그런 상징적 아버지일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카리스마로 바둑계를 지배하던 조훈현은 세계 바둑계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법이자 질서였고, 이창호는 그 질서 안에서 '좋은 아들'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진짜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아들은 언젠가 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청소년기의 단순한 반항이나 배신이 아니라, 상징계 내에서의 성숙과 독립을 쟁취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창호가 조훈현과 맞붙는 장면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규정짓던 질서-'아버지의 이름'-에 대한 도전이자,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한 투쟁이며 모범답이라고 여겼던 세상에 대한 아버지의 정답을 버리고 자신만의 방법과 질서를 만들고 그래서 따르기만 하던 아버지의 알던 답을 버리는 탈피를 통해 모호하고 불안한 답 없음의 세계로 진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영화 속 바둑판 위에서 이창호는 조훈현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말은 적고 눈빛은 차갑다. 그는 스승인 조훈현이 가르친 그대로 바둑이라는 승부에서는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규칙과 세계를 가진 '주체'인 것이다. 그리고 조훈현은 그 냉정함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본다. 아마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나의 아들이 괴물이 되어, 결국 나를 이기는군…." 그럼에도 이 영화는 조훈현이 비극의 주인공이 아님을 알려준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의 규율을 넘어설 때, 그것은 한 세계의 종말이며 죽음이지만 이 죽음이라는 희생을 통해 또 다른 세계가 시작 됨을 말해 주는 듯 하다. 스승이자 상징적 아버지였던 조훈현은, 제자의 승리를 통해 더 큰 의미로 완성된다. '아버지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에 의해 폐기 처분되고 아들이 스스로 아버지가 되어 법과 질서가 된다. 그러나 죽은 아버지인 조훈현은 폐기 되지 않는다. 그 스스로가 다시 이창호의 아들이 되어 아들이 마주해야 하는 숙명인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가 된 이창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음 세대로 이어짐이 단순한 아버지의 폐기로 끝나지 않는 다는 걸 보여준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문제가 있다면 건강한 권위를 가진 아버지의 부재가 그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도록 통제하면서 언제가 자신의 법과 질서에 도전하여 자신만의 법과 질서를 만들려는 아들에게 죽어주는 그런 아버지의 존재 말이다. 이런 아버지의 부재는 건강하지 못한 어머니, 아들이 세상으로부터 상처 받고 돌아 왔을 때 포근하게 안아주고 다시 세상을 향해 승부 하도록 하는 어머니가 아닌 세상에서 마주해야할 아들 자신의 승부를 대신 해주는, 그래서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그런 병든 어머니를 만들게 된다. 필자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이는 그대로 딸과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로 바꿔도 다르지 않다. 건강한 아버지의 부재는 아들로 하여금 다시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면 자신의 도전을 성취하지 못한 열등감을 숨기기 위해 폭력적이면서 잔인하며 자신의 강함을 항상 확인해야 하여서 강함과 폭력적인 것을 구분 못하는 어린 아이 수준의 불안한 조폭인 아들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4-09 16:24:39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