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김준형의 '청맹과니'] 당스 마카브르(죽음의 춤)

14세기 유럽에는 엄청난 재앙이 닥쳤다.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다. 쥐벼룩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이 전염병은 단시간에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 재앙을 '신의 분노'로 생각했다. 인간이 탐욕에 빠지고, 사치스런 옷차림을 하고, 아이들이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흑사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성직자들은 특별미사를 열었고, 회개를 한다며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로 몰려서 화형 당했고, 유태인들은 흑사병을 퍼뜨렸다는 누명을 쓰고 학살당했다. 가장 기괴한 행동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춤을 추면 죽은 영혼과 교감할 수 있고, 흑사병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아지경에 빠져서 추는 이 춤을 '당스 마카브르(danse macabre, 프랑스어로 죽음의 춤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하지만 모여서 함께 추는 춤은 전염을 더욱 확산시켰다. 결국 이 질병은 유럽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갔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에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면,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정말 끔직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정책을 내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8월에 발표된 '다자녀 가구 지원정책'일 것이다. 요지를 살펴보면, 다자녀의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꾸고,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자동차 취득세 감면, 문화시설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자녀 부모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과연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아이를 낳는 부모가 있을까? 새 차를 사기 위해서, 문화시설 할인을 위해서 아이를 낳는 부모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사실 실효성이 있으면 더 큰 문제다. 아파트를 얻기 위해 아이를 낳는 부모가 있다면, 윤리적으로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가 눈에 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 및 불안'이라고 진단했다. 무척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니 결혼할 용기가 없고, 결혼을 해도 부모가 될 용기가 없다. 아이를 하나 낳으면, 엄청난 양육비와 사교육비에 둘째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게 진짜 저출산의 원인이 아닐까? 인구 절벽은 현재 우리사회의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이 필요하다. 물론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 및 불안'이라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난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심각한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정책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어설픈 정책은 '당스 마카브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3-12-13 10:38:46 구현재 기자
기사사진
[홍경한의 시시일각] ‘문화민주주의’의 후퇴 속 저무는 한 해

한 해가 저문다. 하지만 전년 대비 달라진 건 없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윤석열은 대통령이다. 아직 3년 반이나 남았다. 희한하게도 유독 이 부분에서만 시간이 더디다. 느린 세월의 유속만큼 다양한 일들이 있었으나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있다. 바로 지난해 9월 UN총회에서의 '바이든 날리면' 의혹과 16번의 해외 순방 동안 약 600억원을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것,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등이다. 관계개선을 명분으로 한 일본에 대한 일관된 저자세와 과거사 '퍼주기' 정책도 상기할만한 장면이다. 이 중 '바이든 날리면'은 또다시 청각테스트를 해야만 하니 그냥 넘기자.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된 직후 발생한 윤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사실도 지나가자. 수해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7월 두 번째 나토 순방에서조차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명품숍에 들릴 만큼 '명품'에 남다른 애착을 지닌 그다. 짚어봐야 할 것은 해외순방이다. 윤 대통령은 약 1년 반의 임기 동안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전 세계를 누볐다. 순방 비용은 올해 책정된 예산 249억원을 다 쓰고도 모자라 예비비 329억원까지 추가로 끌어 썼다. 같은 기간 이명박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비슷한 횟수로 해외에 나갔지만 순방비는 윤 대통령이 역대 최대다. 문제는 순방 효과다. 일각에선 막대한 경제 성과를 말하지만 많은 수가 '가계약'(양해각서, MOU)이다. 그 사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65조원가량 줄었고,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부산엑스포(2030세계박람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패하며 막을 내렸다. '잭팟' 운운하던 폴란드 방산수출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그 외에도 많다. 외교적 성과가 거의 없거나 가성비가 최악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외교 개념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이다. 지난해엔 1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가 있었다. 정부는 예방과 대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12월 현재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찾아볼 수 없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24살의 청년이 작업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으나 원청 기업 대표를 비롯해 관련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언제나 그러했듯 대한민국엔 피해자만 있다. 작년이나 올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또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치적 대북 상황, 물가상승과 성장률 둔화,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는 현재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 그만큼 올 한해 서민들의 삶은 버겁고도 퍽퍽했다. 미술계는 어떠했을까. 미술 시장의 침체를 빼면 1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이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 컴백했다는 것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새롭게 선임돼 업무에 들어갔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이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 여러 국제행사가 의무적으로 치러졌으며 두 번째 한국을 찾은 프랜차이즈 아트페어인 영국의 '프리즈'는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리며 돈을 쓸어갔다. 하지만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위기에 있다. '땡윤 뉴스'의 부활은 5공 시대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하고 언론사들에 대한 검찰의 빈번한 압수수색은 이제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게 됐다. 전문성 없는 '친윤 검사'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은 언론 장악을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전시에 참여한 예술인만 특정해 정부 지원금 수령 내역을 뒤지는가 하면 국회 전시 예정이었던 정치 풍자 미술 작품 기습 철거, 부마민주항쟁기념식에 가수 이랑 공연 배제 등 통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는 이미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 그만큼 문화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 그 후퇴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12-12 13:14:22 김현정 기자
기사사진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하루

3년만에 마을 대동회가 열렸다. 코로나로 멈췄던 시간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넘쳤다. 대동회는 마을 주민 전체가 모여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총회다. 주말 오전 10시 마을 회관, 인삿말과 덕담이 오가고 사업보고 및 결산, 감사보고, 마을 회칙 안건 제출 등 회의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회칙 개정 관련에는 설전이 오갔다. 매번 이런 시간이면 진지하기만한 분위기가 낯설 지경이다.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느 누구도 틀린 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 다 맞는다. 어떤 때는 서로 다른 의견인데 다 맞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결론에 도달한다는게 놀랍다. 문득 국회의원들을 데려다 대동회에 참여시켜도 좋을 듯 싶다. 아파트에 살던 날도 생각 났다. 아파트단지에선 반상회를 가졌다. 반상회에는 주로 부녀들이 많았고 아내가 참석했었다. 나도 두어번 함께 나가 인사도 나눴던 것 같다. 우린 신혼으로 어린 편인데다 처음 아파트 생활이라서 주로 듣고 분위기 파악에 열중했었다. 하지만 반상회에 다녀온 뒤로 주민들과 인사도 나눌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반상회는 한달에 한번. 동단위로 주민 끼리 안건, 제안 등을 토의하고 화합을 다지는 시간이다. 내가 살았던 곳은 서울 외곽도시 저층 주공아파트 단지로 지금은 재건축이 이뤄졌다. 당시 희안한 게 있었다. 15, 17, 19평형으로 이뤄진 단지내에서 같은 평형에 사는 주민들끼리만 서로 친했다. 아이들도 그랬다. 같은 동에서도 15평 주민이 17, 19평 주민과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았다. 거꾸로 19평 주민이 17, 15평 주민과는 따로 놀았다. 그런 모습에 어느 날 아내에게 15평 혹은 19평 사는 주부 중에서 친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아내 역시 친한 사람은 17평 뿐이고 다른 평수의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걸 구분하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굳이 그런 적도 없고 그럴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 '그냥 그렇게 됐다'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런 칸막이는 아파트를 떠날 때도 여전했다. 여기서는 누구도 집 평수나 재산 정도로 친분이 나눠지거나 교류가 한정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속에 회의가 이어지고 안건 토의가 이뤄졌다. 가장 큰 토의는 마을 땅 매매건, 아파트에서 마을 청소와 단지 가꾸기였던 걸 생각하면 차이가 컸다. 마을 주요 사업만해도 그렇다. 총무의 보고에 따르면 잣나무골 진입로 다리 신설, 창고 신축, 회관 주변 대형 화분 설치, 마을 일부 상하수도 설치, 마을 야유회, 하천 일부 복개 등등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일부는 노인들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것도 있고, 일부는 마을 예산을 투입하거나 지자체 사업 협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게 총회가 끝나고 주민 회식에 등장한 식사. 올해는 특별히 소머리국밥이 나왔다. 엊저녁부터 부녀회 두분이 회관 주방에서 소머리를 밤새 고왔다고 하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을 만큼 너무도 맛있었다. 소머리국밥은 전통도자기와 더불어 우리 지역의 명물이다. 국밥과 수육이 차려지고 막걸리 한 순배가 돌고 나자 주민들은 3년 만에 치뤄지는 총회가 어느 때보다도 즐겁다고 이구동성이었다. 회의하고 밥 같이 먹고, 웃고 떠들고. 연초 대보름을 기약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날 회관앞에서 척사대회가 열린다. 윷놀이하며 장작불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술도 나눈다. 기대된다. 단지 함께 모여 행복한 하루, 어울려 산다는게 실감나는 날이다.

2023-12-12 10:05:18 이규성 기자
기사사진
[한용수의 돌직구] 공급망 위기, 정치·외교적 이유 들여다봐야

흑연에 이어 요소, 인산암모늄 등 공급망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용 요소수 제조나 농업분야 비료에 쓰이는 요소의 경우 4~5개월 사용 물량을 확보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시한부 대책에 불과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통제도 당장 영향은 미미하다고 해도, 장기적으론 우리 수출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우리 중간재 투입이 하락한 영향이 꼽힌다. 지난달 13개월 만에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대중국 수출은 마이너스다. 중국이 최근 통관 심사를 지연하며 요소 수출을 막은 것은 자국 내 수요 증가에 따른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소 통관 지연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치적인 배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공급망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상황을 보면, 정부 당국자의 말처럼 이번 요소 수출 통제가 정치적인 이유가 배제된 것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공급망 위기는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공급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획득, 생산,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최근 겪는 공급망 위기는 대부분 중국 의존도가 극히 높은 원료의 수급이 막히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망 위기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우리 수출의 최대 품목인 반도체에 필요한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이달 들어선 배터리 음극재 소재인 흑연 수출길도 막혔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 노골화되는 형국이다. 미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이 연말까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데, 중국이 지켜보기만 할지는 의문이다. IPEF 참여국들은 이미 지난 5월 공급망 협상은 마무리했고 무역, 청정경제, 공정경제 분야 협상만 남겨둔 상태다. 공급망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반대편에 서게 된 셈이다. 중국과 미국의 공급망 전쟁에서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늦었지만 공급망 위기 대응 기반이 되는 공급망안정화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8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지 106일 만이다. 정쟁에 몰두하던 여아가 최근 중국이 반도체 핵심재료부터 요소까지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법안에 따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물자나 서비스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정부는 11일 경제안보 공급망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공급망기본법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정화·위기대응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내년 6월까지 설치하고, 경제 안보 품목 도입·생산에 기여한 민간 기업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는게 골자다. 공급망 위기 대응에는 무엇보다 다변화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국가나 지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대체품을 자국 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불필요한 공급망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외교적 전략과 노력이 중요한 시기다.

2023-12-11 16:42:26 한용수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가까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 약초 '구기자'

약으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식물들은 왠지 산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적지 않은 약초들이 인적 드문 곳에서 자라난다. 그런데 어떤 식물들은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심지어 도시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기자'가 그렇다. 구기자라고 하면 보통 구기자나무의 열매를 의미한다. 『동의보감』에는 "허약한 몸을 보하고 근육과 골격을 강하게 만들며 음을 강하게 하고 정기를 보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렇듯 참으로 귀한 약재이지만 구기자나무는 여느 집의 담장 아래나 정원에서 관상용 수목으로 쉽게 접하곤 한다. 구기자 열매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이에 더하여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 비타민 C나 에너지 대사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티아민 역시 가득 들어 있다. 무기질 중에서는 칼륨 함량이 돋보인다.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이들은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칼륨이 효과적으로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을 적절히 조절하고 피를 맑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 구기자라고 하면 빨갛고 예쁜 열매를 먼저 생각하는데 그 잎과 새순 역시 식용이 가능하고 열매만큼이나 몸에 좋으며 근래에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기자 열매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지만 칼슘은 꽤 부족하다. 하지만 구기자 잎에는 칼륨은 풍부하면서도 칼슘 또한 그만큼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비타민 K 함량의 경우 식재료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비타민 K는 혈액의 정상적인 응고를 돕고 골 대사에 있어 중요한 작용을 한다. 구기자 잎에는 비타민 K가 양배추보다 무려 4배나 많이 들어 있다. 보통 구기자차라고 하면 열매로 만든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잎사귀 역시 얼마든 차로 음용이 가능하다. 구기자의 새순 또한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물론 영양소도 열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몸에 좋은 구기자의 가치를 몰라보고 지나쳤다면, 이제부터라도 가까이 있는 구기자로 겨울철 건강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2023-12-11 16:10:39 메트로 기자
기사사진
[신세철의 쉬운 경제] 견리사의와 견리망의 다리

어느 깊은 밤중에 양상군자가 부잣집 담을 넘으려 하는데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에게 고깃덩이를 던져 주면서 술 한잔 마시듯 기분 좋게 먹고 짖지 말라고 부탁했다. 견공이 대답하기를 ”당신이 밤손님이 아니라면 감지덕지하며 먹겠지만, 야밤에 도둑을 지키는 의무가 있는 내가 어찌 당신 같은 도둑이 준 고기를 먹을 수 있겠소? 견공을 어찌 탐관오리로 착각하고 수작을 부리냐며 도둑을꾸짖었다. (이솝 우화, ‘도둑과 맹견’에서 간추림) 이익이나 이권에 눈이 어두워 의리를 잊거나 외면하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자세를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어쩌면 세상에 는 무턱대고 받아먹으려는 개보다 못한 철면피가 많다는 경고인지 모른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3년 사자성어는 견리망의’라고 한다. 이익을 보면 어느새 도리를 외면하는 사회 풍토를 개탄한다는 뜻이다. ‘도둑이 외려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과 ‘무능한 자가 재능있는 체한다’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 모습을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사쿠라 노름’을 즐기는 뻔뻔스러운 인사들을 빗댄 말일 게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이 세상모든 불행의 원인인 탐욕에서 벗어나 사람의 도리를 지킬 수 있다. 감사하는 자세가 없으면 이권에 따라 눈초리가 돌아가 신의를 잃기가 쉽다. 작은 일에도 감사해야 조그만 잘못도 지나치지 않아 돌이키지 못할 불행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 모르는 무리에게 친절하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저 자신이 대단해서 그런 줄 알고 오히려 거들먹거린다. 감사할 줄 모르면 남의 것은 우습게 보면서 자기 것만 애지중지하다가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다. 욕심이 많다 보니 작은 이익만 보여도 금방 돌아서서 공사 간의 은혜를 거리낌 없이 저버린다. 그들은 자랑 스러운 패배가 명예롭지 못한 승리보다 오래도록 빛난다는 사실을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에 잠에 들어서도 모두 감사할 일로 둘러싸여 있다. 의식주 어느 것 하나도 이 사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자세로 주변까지도 떳떳하게 만들지만, 감사할 줄 모르면 견리망의하여 알게 모르게 사회에 해를 끼친다. 이런 파렴치한들이 권력이나 재력을 움켜쥐면 조직과 사회는 고달프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허둥지둥하는 까닭은 감사할 줄 몰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벗어버린 자들이 여기저기 설치기 때문 아닐까?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기만 하면 견리망의에서 견리사의로 가는 ‘희망의 다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다.

2023-12-11 14:20:22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여지윤의 부동산 세상] 조합의 남은 재산 분배, 함부로 하면 손해배상책임질 수 있어

갑(甲)재건축조합은 을(乙)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고, 乙은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乙은 2018년7월 甲조합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12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조합이 항소했지만 2021년6월 항소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조합은 1심 소송 도중인 2019년5월 조합원총회를 열어 조합을 해산했고, 해산 당시 남은 조합재산 약 21억원을 조합원 411명에게 배분했습니다. 乙이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조합에게 공사비를 지급받으려 해도, 조합에는 아무런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乙은 조합원들이자 청산인들을 피고로 해 공사대금 지급청구를 주위적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이 해산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종전 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잔여재산을 배분하기로 결의했으므로, 민법 제711조(이익 또는 손실에 대하여 분배의 비율을 정한 때에는 그 비율은 이익과 손실에 공통된 것으로 추정된다)에 따라, 위 결의에는 소송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결의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했습니다. 乙은 또 청산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채권신고가 없더라도 청산에서 제외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민법 제89조 후문) 청산인들이 그 직무를 위반해, 乙의 채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乙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24. 선고 2021가합567759 판결). 법원은 "조합은 '민법상 조합이 아닌 법인'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조합에 관한 민법 제711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乙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16일 조합이 해산등기를 접수했고, 청산인들이 취임했는데, 잔여재산은 해산등기 접수일 전에 조합원들에게 지급됐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미 청산인 업무를 개시할 무렵에는 잔여재산 분배가 마쳐진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들에게 청산인으로서의 직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시공사인 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5. 25. 선고 2022나2035665 판결).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도 채권자의 채권 실행을 방해할 경우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등).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제3자 채권침해' 법리에 따라 乙의 채무자는 조합이고, 피고들은 채무자가 아닌 제3자라 할 것이지만, 피고들이 乙의 채권 실행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봐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조합과 청산인들은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조합이 乙에게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합의 책임재산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乙의 채권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조합의 2019년 5월 해산결의 당시 이미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 ▲조합과 피고들이 위 소송에서 乙의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조합원들에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를 전제로 조합이 취할 조치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점 ▲청산인들이 조합장, 이사였던 자들로서 乙과의 공사도급계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청산인들에게 乙이 조합으로부터 변제받지 못한 공사대금에 대해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다만 청산인들이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바 귀추가 주목됩니다.

2023-12-10 12:27:41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19>연말, 마법을 기다리는 시간…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219>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와인이 시간의 예술이라지만 샴페인은 기다림의 차원이 다르다. 일반 와인의 숙성 과정에 샴페인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병 속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좋은 포도를 확보하기는 또 얼마나 힘든지. 샴페인이 생산되는 샴파뉴 지역의 경우 비싼 값에라도 포도밭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 드물고, 등급이 높은 그랑크뤼는 말할 것도 없이 마을급 단위로도 포도를 조달하기가 힘들다. 기존 대대로 이어져온 샴페인 하우스가 아니라면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 바로 샴페인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는 처음하는 도전이면서도 최고를 목표로 잡았다. 세계 최고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클락이 샴페인을 손을 잡았으니 말이다. 로칠드 가문 270년의 명예를 건 셈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의 프레데릭 메레스 제너럴 매니저는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샹파뉴 지역의 포도 생산량 가운데 30%만이 샤도네이지만 로칠드는 사용하는 포도품종의 70%가 샤도네이로 기본급 샴페인에도 높은 비중으로 사용한다"며 "샹파뉴 지역에서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을 정체성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롱 드 로칠드의 샴페인은 샤도네이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으면서도 전량 1등급 또는 그랑 크뤼 밭에서만 조달한다. 높은 숙성력에 우아한 샴페인 스타일이 가능했던 이유다. 메레스 매니저는 "원료 자체의 순수성이 잘 발현될 수 있게 당도가 전혀 없거나 낮은 수준으로 당을 추가(도사쥬)한다"며 "최고급 원재료인 샤도네이가 제공하는 미려함에 탄탄한 산미구조, 테루아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좋은 포도로 사용하면서도 초기즙이라는 퀴베만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나머지 즙은 로칠드 샴페인에는 쓰지 않고 시장에 팔아버린다. 여기에 매년 일관된 스타일의 품질을 얻기 위해 40% 이상을 이전 3년 안팎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한다. 보통 다른 샴페인 하우스들의 리저브 와인 비중이 10~15%임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콩코르디아 브뤼'는 기본급임에도 샤도네이의 비중이 60%에 달하고, 리저브 와인의 비중이 40%나 된다. 그래서 산미와 골격이 어느 것 하나 튈 것없이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4년간의 숙성 시간을 보여주듯 매끄럽고 편안하다. 식전주로도는 물론 해산물이나 흰 육류 등 음식과도 궁합도 좋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 100%로 만들었다. 샤도네이에 집중하는 바롱 드 로칠드에선 간판격인 샴페인이다. 좋은 블랑 드 블랑답게 산미는 짜릿하고 쨍하다. 샤도네이 전형의 감귤류와 이국적인 말린 과일의 향, 숙성에 따른 브리오슈와 버터향도 느낄 수 있다. 입에서는 우아하면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로제'는 일반적인 로제 와인보다는 핑크 샤도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샤도네이의 비율이 94%로 블랑 등 블랑에 가깝다. 처음부터 샤도네이가 중심인 고급 로제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로칠드 로제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낮춘 양질의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와인을 섞어 만든다. 때문에 산미구조가 탄탄하면서 라즈베리와 석류 등의 향이 복합적이다. 토마토나 붉은 과일과 함께 참치와도 잘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12-07 16:29:33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선진국시장 편입의 불편한 진실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선진국시장 편입의 불편한 진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6일부터 전격적으로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거래소의 회원권을 지닌 증권사는 유동성거래자로서 적용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당분간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됐다. 공매도를 통해서 헷지거래나 차익거래를 하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단방향 공매도(naked short)를 하던 이들에겐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이들의 공매도 잔고 청산을 위한 솟커버링으로 인해 당일 시장지수는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 오른 5.66%, 그리고 코스닥지수는 57.40포인트(7.34%)나 상승했다. 이처럼 역대급의 지수상승에 동원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1.1조원 수준이었다. 이에 여러 언론기관에서는 당분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MSCI 선진시장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먼저, 예고도 없는 공매도금지 조치가 우리 자본시장 신뢰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동안 필자가 주장했던 건 불법공매도의 근절이었지 공매도 금지는 아니었다. 전날 일요일의 금지발표와 익일 월요일의 전격 시행은 파격이었고, 혼란이었으며, 전무후무한 자본시장 조치로 기억될 것 같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필자는 시장의 양적·질적 요건으로서 유동성이 높고, 가격변동성이 낮으며, 가격발견이 효율적이어야 하고, 예측가능성 또한 높아야 함을 지적한다. 그런데 사전 예고도 없는 공매도의 전격 금지가 우리 시장에서 얼마나 긴급하게 요구되었을까?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하루를 즐겁게 지내려면 이발을 하고, 한 달을 즐겁게 지내려면 승마를 하고, 1년을 즐겁게 지내려면 집을 짓고, 평생을 즐겁게 지내려면 신뢰를 지키며 살아라'. 불교에서 최고의 친척은 '신뢰'라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신의와 신용으로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말도 있다. 그런데 신뢰라는 자산은 좀처럼 쌓기 어렵지만 잃어버리기 또한 매우 쉽다. 신뢰의 이런 특성이 반영된 개념이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우리가 보통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는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관계에서 보면 예고도 없는 갑작스러운 공매도금지 조치는 우리 자본시장 신뢰수준의 한 단면을 보였는지 모른다. 다음으로, 언론에서 언급한 공매도 금지조치에 따른 우리의 MSCI 선진시장 편입 어려움에 대해 살펴보자. MSCI 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지수로서 선진국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된다. 역대 정부에서 2008년, 2015년, 2021년, 2022년에 4차례 선진국시장의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먼저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라야 하고, 다음 1년 이상 경과 후 편입대상으로 결정하고, 이후 1년 이상 경과 후에 최종적으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 우리 자본시장은 편입요건 중 예전부터 경제규모 및 발전 가능성, 시장규모와 유동성은 모두 충족된 상태이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개방과 자본출입의 용이성 등을 따지는 시장접근성에서 외환시장의 문제로 인해 지난 3차례에 걸쳐 고배를 마셨다. 이에 직전 정부에서는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허용과 외환규제 자유화에 의한 역외 원화거래 허용,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외환시장 영업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한국은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은 MSCI가 매년 블랙록, 피델리티와 같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마다 한국이 신흥시장에 머물 때와 선진국시장에 편입될 때 각자의 이해득실이 다르다. 이는 우리의 단순한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이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그들의 외환시장 문제 거론은 어쩌면 형식적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이런 경제적 이유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간 한국은 규모가 크고 변동성도 꽤 큰 시장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최적의 투자처가 되어 왔다고 본다. 보수적 투자 성격의 패시브(passive) 자금은 선진국시장 위주로 투자하며, 공격적 성격의 액티브(active) 자금은 주로 신흥시장에 투자한다. 현재 신흥시장에 있는 나라 중 규모가 큰 국가는 중국, 한국, 인도, 러시아 정도뿐이다. 한국의 선진국시장 편입 여부를 결정하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설득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장기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과 제도가 구축되어야만 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도 제고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3-12-07 08:38:31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연윤열의 치유보감] 장수(長壽)를 위한 몇가지 조언

2023년 11월 현재 대한민국 총인구는 5155만800명이다. 이중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18.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70년에는 1747만명으로 증가해 46.4%로 예상되고 있다. 약 45년후 한국사회는 약 절반 정도가 고령인구가 된다. 국제기구에서는 인구를 나이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0~14세까지는 유소년인구로 분류하고 15~64는 생산가능인구라고 부른다. 이들 생산가능인구는 국가의 경제활동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으로 65세 이상의 인구를 고령인구라고 부른다. 이러한 인구 구분 기준을 바탕으로 UN은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UN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해당 국가를 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 되면 해당 국가를 후기고령사회 또는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25년간 장수와 노화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싱클레어 박사는 그의 저서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세포안에 DNA라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DNA는 뉴클레오타이드의 중합체인 두 개의 긴 가닥이 서로 꼬여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는 고분자화합물이다. 사람의 체세포에는 46개 염색체로 이뤄져 있고 부모로부터 각각 23개씩 물려 받는다. 염색체는 유전정보 DNA를 담고 있으며, DNA는 다시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네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네 가지 염기만 있을 경우 염색체 복제가 완전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TGCGTAG라는 DNA가 염색체에 담겨 있다고 하자. DNA 복제효소는 A(왼쪽)에서 G(오른쪽)방향으로 복제를 시작한다. 복제는 오른쪽 끝에 있는 G염기 앞에 있는 A염기까지만 이뤄진다. 그 다음의 염기가 없기 때문에 복제효소 텔로머라제가 G염기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G염기를 복제하려면 해당 염기 뒤에 또 다른 염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을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DNA의 작은 조각들이다. 텔로미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끝'과 '부위'의 합성어다.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길이가 짧아진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세포가 분열할 때 DNA 복제가 말단까지 이루어질 수 없어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약 200개의 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텔로미어 염기 수는 태어날 때 1만 개 정도지만, 35세에는 7500개, 65세가 되면 4800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노화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러나 복제효소 텔로머라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분열을 멈추지 않는 암세포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긴 쥐는 사람보다 빨리 죽기 때문에 단지 텔로미어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동안에 염색체와 DNA를 복제하는 효소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복제를 계속할 수 없다. 텔로미어가 없는 상태로 세포가 분열된다면 세포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없어질 것이다. 이 때 각 염색체는 자신의 DNA를 보호하고 인접한 염색체들과 엉겨 붙지 않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의 소실을 지연함으로써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DNA 불안정성 변이에 의한 암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주장이다. 노인이 되어 갈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환경을 가능한 적게 하고 명상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 등을 지속하게 되면 텔로미어가 안정되고 길어질 수 있다. 노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는 첫째, 단백질 섭취 등 균형잡힌 영양공급이다. 고령자에게는 근감소증과 함께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골격근에서 단백질 합성이 부족하게 되므로 단백질 요구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매 식사마다 골고루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매 식사마다 가능하면 고기, 생선, 두부 등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자. 둘째, 자신에게 맞는 꾸준한 운동이다. 정상적인 보행을 위한 하체 근력운동뿐만 아니라 유산소운동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한발 서기 등의 균형운동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다. 비타민과 미량의 미네랄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및 조직의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체내에 저장될 수 없으므로 균형잡힌 식생활을 통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게 중요하다. 무기질처럼 특정 비타민이 부족하면 결핍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고령자를 위하여 우리나라 한국산업표준 KS규격에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품질기준을 제정하였다. 고령친화식품이란 고령자의 식품 섭취·소화·흡수·대사 등을 돕기 위해 식품의 물성 및 영양 성분 등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도록 제조·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경도, 점도, 영양성분)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하였다. 1단계(치아로 섭취)는 치아로 씹어서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한다. 단백질6g/100g이상, 리보플라빈0.14㎎/100g이상, 식이섬유2.5g/100g 이상 섭취해야 한다. 2단계(잇몸으로 섭취)는 잇몸으로 으깨어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하는데, 비타민A 70μg RAE/100g이상, 나이아신1.4㎎ NE/100 g이상이다. 3단계(혀로 섭취)는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한다. 비타민C10㎎/100g이상, 비타민D1.5μg/100g이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기반구축사업으로 전남바이오진흥원에서 화순에 신축중인 '기능성HMR실증실용화지원센터'에서 고령친화식품등 (초)고령시대에 대비한 메디푸드와 케어푸드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12-06 10:39:33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