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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또 전기요금 인상되나… 에너지 자립 정책 필요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25일 서부텍사스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90.03달러로 연말까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대중교통 요금도 영향을 받으면서 서민 고충과 시름도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수장인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0일 취임사를 통해 11개월째 내리막을 걷는 수출 반등, 첨단산업 초격차 확보와 함께 에너지 정책을 취임 이후 추진할 3가지 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에너지 정책 실패로 넉달 전 물러난 정승일 전 사장의 후임으로 나선 김동철 신임 사장도 취임사에서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와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한전 적자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회사채 발행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한전 협력업체 도산과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전 누적적자 규모는 205조8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이자 비용만 4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에너지 수장들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화두로 꺼내면서, 4분기 전기요금은 소폭이라도 인상이 유력하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단가로 구성되는데, 한전은 지난 21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전 분기(3분기)와 동일한 1kWh(킬로와트시) 당 최대치인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연료비는 하락했으나 한전 누적 적자를 감안한 것이다. 한전은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한전 적자 누적은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만료 1년 전인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현실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을 kWh당 51.6원으로 추산했는데, 1,2분기 인상분이 21.1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30.5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1,2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1년 전보다 40% 이상 인상된 상태다. 정부가 당장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 적자 해소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전 적자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구조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춤을 추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기저 전력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에너지 수장들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의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물가 인상을 거론하며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현행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내 산업부에 신청하면 전기위에서 심의 의결을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하는 방식인데, 물가안정법에 따라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요금 조정 수준을 협의한다. 올해 2분기에는 처음으로 정치권이 가세해, 당정이 협의하다 결국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2023-09-25 16:22:2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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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탈진실 시대의 통계마사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순간순간 미봉책에 열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구차한 변명을 해야 한다. 열성 지지자들이 감성에 빠져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으니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그냥 밀어붙여도 박수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사회에서 진실인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로 당장 앞가림만 하면 된다. 과거에 잘못했거나 미래에 잘못될 일은 과거나 미래의 일이지 현재는 잘못이 아니라는 이현령비현령 감정적 사고가 지배한다. 그런 환경에서 가짜뉴스, 가짜통계, 환상세계가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울고 웃게 만들기 쉽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 또는 감정에 호소가 대중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탈진실 시대'에는 여론을 이끌기 위해 선전, 선동하려면 진실과 이성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편이 설득력이 커진다는 아이러니가 전개 된다. 세상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럴듯한 말로 감정을 자극해야 동조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교언영색, 호언장담 허언에 맹목적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는 적극 팬덤으로 변한다. 전 미국대통령을 막무가내 지지하여 의사당에 진입한 이들이 비이성적 맹신 세력이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탈진실 시대에는 통계 숫자를 그럴듯하게 마사지하는 '좋은 통계' 작성 유혹을 받기도 쉽다. 특히 팬덤들은 가짜인지 진짜인지 가리려 들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함성을 지르며 믿으려 들기 때문이다. 통계를 마사지하면 왜곡된현실을 사실로 착각하게 만들어 엉뚱한 선택을 유도하여 경제를 골병들게 만든다. 포퓰리즘 국가들이 재정적자를 천정부지로 확대하여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모라토리움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서 가짜통계가 다반사로 번졌음을 생각해보자. 조직과 사회의 실체를 나타내야 할 통계를 덧칠하다가는 각 경제 주체에게 허상을 믿도록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쉽다. 오늘날 각국 경제는 싫으나 좋으나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실시되면 해외 신용평가지수가 낮아질 위험이 있어 죄 없는 가계와 기업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좋은 통계' 작성에 기울인 노력을 '나쁜 통계'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힘썼다면 진짜 나쁜 통계가 개선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자는 자로(子路)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참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爲政17)"라고 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 논어 學而8)고 강조하였으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허물을 고치려 들겠는가?

2023-09-25 10:02:0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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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차례상에 꼭 올라가는 인기 생선 '조기'

그 어느 때보다 식탁이 풍성해지는 추수의 계절.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라고 하면 차례를 빼놓을 수가 없고, 지역과 집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례상에 꼭 들어가는 '조기'가 있다. 수입산이 적지 않지만 서해 인근에서 나는 참조기를, 그중에서도 영광 법성포산 굴비(소금 절여 통으로 말린 조기)를 최고로 꼽는다. 수입산이 많다는 것은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잡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다. 구이, 찌개, 조림, 찜, 탕 등 어떠한 방식으로 조리를 해도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조기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다른 바닷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조기는 단백질 함량이 20%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이다. 루신, 라이신처럼 다양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르기닌이 눈에 띈다. 몸매 관리에 매진하는 헬스인(health人)들이 애용하는, 정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양 성분으로 잘 알려진 아르기닌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도 필수적인 아미노산이다. 조기에는 다른 생선류는 물론 아르기닌이 많다고 알려진 굴이나 돼지고기 등에 비해서도 더 많은 아르기닌이 함유돼 있다. 또한 살코기와 함께 고소한 맛을 배가시키는 조기의 지방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대표적이다. EPA와 DHA는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하여 혈관 건강을 지키고 심근경색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오메가-3는 등 푸른 생선 종류에 많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조기에도 그에 못지않은, 100g 기준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EPA와 DHA가 충분히 들어있다. 그 외에 뼈 건강 유지와 면역력 강화로 현대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양소 중 하나인 비타민 D와 DHA를 합성하는 비타민 B12 등 다양하고 풍부한 비타민도 조기의 강점이다.

2023-09-25 09:27: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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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 변호사의 생활법률] 빌린 돈 갚기 싫다고 재산을 처분하면 어떻게 될까?

B는 A로부터 사업자금으로 7억원을 대여받으면서 2년 후 반드시 갚겠다는 각서를 써 줬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B의 사정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A로부터의 독촉과 강제집행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B는 처 C에게 거래처로부터 받을 대금채권을 양도하고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C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 경우 A는 B에게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형법 제327조). 민사재판의 집행을 확보하고 그 실질적 적정을 기함으로써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호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고의로서 강제집행면탈의 의도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강제집행면탈죄에서) 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란 '채권자가 이행청구의 소 또는 그 보전을 위한 가압류ㆍ가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기세를 보인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또한 "강제집행면탈죄에 있어서 허위양도라 함은 실제로 양도의 진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상 양도의 형식을 취해 재산의 소유명의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은닉이라 함은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발견하는 것을 불능 또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바, 진의에 의해 재산을 양도했다면 설령 그것이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채권자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결과가 됐다고 하더라도 강제집행면탈죄의 허위양도 또는 은닉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허위양도행위로 인해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돼야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채권자가 가압류나 가처분을 했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나 소송을 제기할 태세를 나타냄으로써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이르고, 이러한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본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B는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양도 및 소유권 이전 등의 행위를 한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당시 변제일시가 이미 지난 상황에서 A가 가압류 등 보전처분 또는 본안소송으로 대여금반환 소송을 제기하거나 그러할 태세를 보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B가 배우자 C에게 한 채권양도 및 소유권 이전 행위가 진정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역시 강제집행 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단,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허위로 양도, 이전한 것이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될 수 있다.

2023-09-24 13:04:2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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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규제를 규제해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이 요즘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규제개혁'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99%를 차지한다. 절대 다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역대 정권 중에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정권은 하나도 없다. 대못을 뽑겠다, 전봇대를 옮기겠다, 가시를 제거하겠다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 장관급인 국무조정실 산하의 규제조정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이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개혁하기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런 차원에서 규제개혁은 민관이 한목소리를 내는 거의 유일한 어젠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중순 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여야가 힘을 모아 킬러규제를 혁파해야한다고 소리쳤다. 김기문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규제개혁의 90%는 정부 의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10%가 입법사항인데 이 중 노동분야의 경우 99%가 입법이 필요해 (규제개혁을 위해선)정부, 기업, 국회가 하나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 입법 활동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8%에 그쳤다. 사견으로는 58%도 후하게 준 점수다. 규제를 개혁하기위한 입법보다 더 많은 규제입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국회고 의원님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일삼고 있는 지금의 국회 모습만 보더라도 이번 21대 역시 별볼일 없이 막을 내릴 것이 뻔하다. 거기에 국민과 나라는 없다.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원하는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개혁 목소리가 높은 곳이 또 벤처업계다. 4차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기존 규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리걸테크(LegalTech·법률+기술)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기득권 세력과 신산업의 충돌, '타다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참여자간 첨예한 대립이 그것이다. 한쪽은 규제를 없애달라고 아우성이다. 한쪽은 더 규제를 해달라고 난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개혁의 방향은 국민 대다수의 편익에 무게중심을 둬야한다. 소수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들 이유가 없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도 지난 8월 말 전북 전주에서 열린 '2023 벤처썸머포럼'에서 "(정부의)규제개혁 노력에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미미하다. 특히 신산업 분야는 기존 직역단체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 편익과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사전 허용 후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파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을 갈망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처럼 높지만 늘 결과는 시들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모든 것이 '단절'되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수인계되는 것이 바로 '규제'다. 마치 이 정권에서 규제를 다 없애면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 없어 '배려'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다.

2023-09-24 10:45:4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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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10>궁극의 균형미란 이런 것…할란 이스테이트 2019

<210>美 할란 이스테이트 "조화로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진정 위대한 와인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할란 이스테이트 2019에 대한 로버트 파커紙 평가) 특유의 밀도로 풍미가 가득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산도와 미네랄 느낌이 해맑더니 검은 과실의 깊이감은 고전적인 나파밸리 와인이다. 민트향이 야생의 숲인데 입 안에 들어온 와인은 정제된 실크같이 유려하다. 자꾸만 뱉은 말을 뒤집게 한다. 조화로운 모순이라고 평한 이유를 알만 하다. 보통 좋다는 와인일수록 까탈을 부릴 때가 많다. 시음 적기가 10년 뒤인 와인을 일찍 오픈하면 단단한 타닌만 얼르고 달래다 마지막 남은 몇 방울에서만 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반대로 적기를 놓치면 시들한 모습만 보다 끝난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10년 뒤에 마시면 정말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마셔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서다. 2019 빈티지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소믈리에들을 대상을 시음회를 했더니 다들 어리둥절 했다. 대체불가 컬트와인, 믿고 마시는 할란이지만 2019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남달랐다. 비결은 밸런스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튀는게 없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궁극의 균형미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겠다는 와인이다. 워낙에 균형이 좋다보니 이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산미는 적당하고, 타닌은 부드럽다. 궁극의 균형미는 완벽을 위한 집념에서 나왔다. 설립자 윌리엄 할란(빌 할란)은 처음부터 캘리포니아 특1등급(First Growth) 와인을 목표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1등급 밭을 둘러보고는 나파밸리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 이게 1972년인데 와인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 1996년이다. 그 사이 와인과 양조, 포도재배를 연구, 또 연구했다. 1987년 첫 와인을 나왔지만 품질이 목표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고, 정식 출시는 1990년 빈티지 부터다. 고집은 여전하다. 지금도 포도 재배는 물론 와인 양조 등 모든 과정에서 외주없이 엄격한 규칙을 고수한다. 단위 면적당 소출을 극도로 제한해 얻은 농축된 과실은 일일이 낱알로 선별해 연간 2만병 이하의 와인만 내놓는다. 빈티지의 기복이 크게 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19년엔 하늘까지 도왔다. 날씨 말이다. 그 해 나파밸리는 겨울엔 비가 많은 오너니 봄은 선선했다. 포도 나무의 싹이 트는 속도를 늦춰 산도와 풍미가 풍부한 와인을 생산하기 적합한 조건이 됐다. 꽃이 필 무렵부터 여름까진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특히 카버네 소비뇽 품종에서 집중력 있는 맛과 신선한 산미, 고전적인 스타일을 갖춘 와인이 생산될 수 있도록 했다. 음식과의 궁합을 고민한다면 와인의 복합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숙성 또는 발효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면 된다. 같은 소고기라도 숙성된 것을 굽거나 아니면 기본 재료에 발효시킨 소스를 곁들여 먹는 식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9-21 16:16: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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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추석물가와 짜장면

민족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보면 오르지 않은 게 없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한국물가정보 조사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만9000원,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때 비용은 40만3280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비용은 최저 평균값이다. 이 때문에 벌써 추석 차례상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자 차례를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으로 전월 대비 0.9% 올랐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석유 제품이 크게 뛰고, 농산물과 서비스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판매 가격을 조사해 작성하는데, 통상 1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추이를 보면 소비자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것이 확실하다. 앞서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라 석달 만에 3%대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9%나 올랐다. 추석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사과, 복숭아 같은 과실 물가는 1년 전보다 13% 넘게 상승했다. 신선식품인 채소 원가를 보면 지난 8월 초 깻잎 1㎏ 한 상자가 1만2000원에서 9월에는 2만원, 얼갈이배추 한 단이 4000원에서 1만원으로, 미나리 한 단이 4000원에서 8000원으로, 열무 한 단이 4000원에서 1만원으로 뛰었다. 신선 식품 뿐만 아니라 식용유도 지난해보다 10% 오르는 등 식품 전반의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폭우 피해로 과일과 신선 식품 출하량이 줄면서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식 물가도 오름세다. 올해 4월 7.6%까지 올랐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3%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많게는 10% 이상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짜장면으로, 지난해 8월 평균 6300원이었던 짜장면 한 그룻 가격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0% 가량 오른 7000원으로 뛰었다. 평균 가격이 무색하게 이미 8000원에서 1만원 넘게 받는 곳도 많다. 다른 외식 품목도 마찬가지다. 냉면과 삼계탕, 비빔밥 등 대표 서민 외식 메뉴는 이미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국민 간식이라 불리는 피자(라지 사이즈) 한판과 치킨 1마리도 배달비 포함하면 3만원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떠안은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 겁날 정도다. 당장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가 걱정이다. 정부가 추석 명절 물가 관리를 위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은 깊게 체감을 못 하는 분위기다. 물가 안정은 서민 생활의 기본이다. 먹고 사는 민생 물가가 무섭게 뜀박질할수록 정부나 국회의원들한테 배신감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민생은 뒷전인 채 서로 편을 갈라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 나라 살림 꾸리고 정치하는 분들 제발 정신 바짝 차리기를 바랄 뿐이다.

2023-09-21 10:28:3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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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행정의 벽

김구림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4년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당대 최고의 실험미술가로 꼽히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다. 1960년대 초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회화, 퍼포먼스, 전자예술, 비디오아트 등이 고루 출품됐다. 작품 수만 230여점에 달한다. 지난 7일엔 어느 한 장르로 귀속되지 않는 작가의 동시대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을 새롭게 구성해 주목을 받았다. 김구림이 직접 연출한 이 공연에는 영화와 무용, 음악, 연극을 잇는 4개 파트 70여명의 공연단이 함께 했다. 특히 마지막 파트인 연극 '모르는 사람들'에는 작가가 직접 출연해 동일 언어 속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를 은유함과 동시에 세월을 초월한 현역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김구림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전시는 아쉬울 수 있다. 비좁은 공간에 작품을 다닥다닥 늘어놓는 수준에 그친 전시 구성(그가 남긴 아방가르드 유산에 대한 탐구 따윈 찾을 수 없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를 실망시킨 건 자신의 마지막 개인전이 될지도 모를 전시에 꼭 선보이고 싶었던 작품들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실제 그는 개막식이 열린 지난 달 24일 "아방가르드(전위)한 것이 하나도 없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고리타분한 것들만 늘어놨다"며 행정 규제 등으로 자신의 주요 작업을 재현하지 못한 데 대한 분노와 섭섭함을 밝혔다. 김구림이 그토록 시도하길 원했던 작품은 광목천으로 건물을 감싸는 '현상에서 흔적으로'이다. 그러나 미술관의 반대에 부딪혔다. 등록문화재인 미술관 외벽에 작품을 설치하려면 타기관과의 협의 등이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서양 근대 모더니즘 양식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본관은 2008년 7월 등록된 문화재 375호이다. 등록문화재에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선 문화재보호법과 그 밖의 관련 법규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일반 건축물이 아니다 보니 여러 절차와 시간이 소요됨이 사실이다. 다만 등록문화재는 현상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규제가 적다. 외형을 보존하되 '활용'에 방점을 둔다. 또 다른 등록문화재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나 구 벨기에 영사관을 리모델링해 사적 제254호로 지정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도 마찬가지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건축물에 어떤 손상도 주지 않는다. 천만 감는 것이지 나사 하나 사용할 일이 없다. 의지만 있다면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 신고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행 가능성을 고민해 볼 수도 있었고, 내년 2월 마무리되는 8개월의 전시기간 동안 실현 가능하도록 대안을 찾는 등의 적극적 소통이 있었다면 작가의 섭섭함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행정의 벽은 높았다. 끝내 김구림의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재현되지 못했다. 작가가 원할 경우 오래된 건물의 벽을 허물거나 문화유적을 비롯한 미술관 건물의 주추가 드러나는 작품까지 허용하는 외국과는 차이가 있다. 그들은 원형에 손상이 가지 않는 한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한다. 우린 다르다. 행정이 예술을 앞선다. 균형도 아니다. 무조건 우위다. 미술관은 동시대성이 반영된 혼돈의 실험실로, 오브제로, 작가들의 자율성을 간섭하지 않는 탈규제의 공간이 돼야 하지만 갑갑한 행정은 미술관도 예외 없다. 의식 있는 기획자, 작가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한다. 심지어 예술의 창의성마저 행정의 일부로 귀속시킨다. 이는 국공립미술관 모두 같다. 건조한 행정은 미술의 진보를 가로막는 한국미술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김구림의 불발된 작품이 의미하는 것처럼 관에 집어넣어야 할 대상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09-20 13:54:3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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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아! 좋은 세상'

벌초하러 고향가는 길, 나와 아버지는 연례행사 처럼 서해대교를 건넌다. 마침내 다리 위, 올해도 아버지는 말하신다. "참 좋은 세상이다. 차 타고 바다를 건너는 날을 살 줄이야." 사실 이 말은 인천대교를 건널 때도 하신 적 있다. '좋은 세상이라니' 내게도 그런가. 한식, 추석과 설 명절. 대개 아버지와 내가 서해대교를 건너는 때다. 그 외에도 고향 친지 등을 만나기 위해서도 다리를 건넌다. 서해대교 개통 이전 명절 때 10시간은 보통, 다리가 생기고는 평소 한시간이면 고향에 닿는다. 간혹 석양무렵 바닷길을 붉게 물들인 장엄함이란…. 아버지와 이 다리를 건넌 이력은 벌써 20여년전째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전 아버지는 시골에서 분당으로, 나는 서울에서 곤지암으로 각각 주거를 옮겼다. 아버지는 환갑 한참 넘은 나이에 신도시민이 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등졌고, 나는 산골로 살러 왔다. 그후 두어해 지나고부터는 이렇게 귀향길을 동행하며 '좋은 세상 타령'을 나누고 있다. 처음부터 다리를 건넌 건 아니다. 서해대교가 생기기전 한동안 삽교천방조제길로 고향엘 오갔다. 방조제길 이후 바다 위 다리가 생기고, 그 다리를 건너는 여정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지금 아산만 일원은 생산량, 물동량, 기업 및 창업수 등에서 울산을 육박할 정도로 번성, 풍경마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곳곳에 국가공단, 지방산단 등은 물론 관광·휴양단지가 들어서고 마을마다 공장이 늘어서 옛 모습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길을 헤멘 적도 여러번이다. 대개 자동차, 제철, 배터리, 전자, 에너지, 화학 등 여러 연관산업을 망라해 공장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청년시절 아버지는 염전의 염부였다. 바닷물을 끌어다 말리고, 햇빛에 구운 소금을 끌고, 다시 지게로 짊어지고 나와 창고에 부리고. 고된 노동과 피땀 어린, 징글맞은 그 바다다. 그런 당신에게는 감동이라니. 하여튼 다리 하나로 아버지에게는 좋은 세상인지 몰라도 내게는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속으로 되뇌인다.'아버지와 나는 왜 다른 세상에 함께 사는건가요?'. 올해도 벌초하러 가는 길, 서해대교를 건너며 아버지는 또 똑같은 감격을 토로하셨다. 그리고는 10년 후, 20년 후 그 이후의 세상은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한동안 멍했다. 아버지는 또 "이 다리, 우리 당진사람이 놨댜"고 하신다. 다리가 완공돼서 고향사람들을 초대, 잔치도 했단다. 진짜인지, 지어낸 말인지. 어쨌든 당진 사람이 20리 바닷길에 다리를 놨다는 전설 하나가 지어진 거, 생길만도 하긴 하다. 아니면 당진 사람은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걸로도 감격해하는 아버지 모습도 나쁘진 않으니. 총연장 7310m. 서해대교는 물동량 뿐만 아니라 그렇게 우리 부자의 한 세월도 너끈히 건너주고, 이어주고 있다고나 할까. "아버지. 이 다리는유. 엄청난 지진이 와도 끄떡없고유. 태풍이 와도 미동도 없대유." 아버지의 감격을 더해주느라 겨우 맞장구친 말이다. 나의 어설픈 리액션에 '그려이~'하고 놀라시는 모습도 여전하다. 나도 내 아들과 서해대교를 오가게 될거다. 그땐 무엇으로 나는 '좋은 세상'타령을 하게 될지, 아무튼 나는 서해대교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다리 하나로 아버지에게는 좋은 세상이니 나도 그렇다고 하자. 다만 더 오래 아버지와 여길 함께 건너다니고 싶다.

2023-09-19 09:19:15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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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먹고 사는 단계를 지나면

부서 회식이 끝났는데도 술자리를 더 갖자는 직원들의 요청을 뿌리친다. 또 다시 변함없는, 밤 늦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언제부턴가 자동문에 기대어 마치 스캔이라도 하듯 차창 밖의 밋밋한 야간 도시를 관람한다. 그날 문득, 낡은 상가 윗층의 창문이 열리고, 백열등으로 환한 공간이 빤히 드러난다. '쉘 위 댄스'(1996년 개봉, 일본영화)의 주인공 스기야마 씨는 그렇게 해서 마침내, 춤이라는 새로운 발견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한국판 영화포스터엔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라고 쓰여 있었다. 또 다른 한 사람, 에두아르드 C. 린드만. 독일-덴마크계 이민자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마구간 청소부, 벽돌공장 노동자, 식료품 배달부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다. 22세에 미시간농업대학(현 미시간주립대학교)에 진학하여 수많은 지적인 자극을 받고, 형식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1학년 준비반을 거쳐 정규과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성인교육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 업적을 쌓았으며, 그 가운데 바로 '성인교육의 의미(The Meaning of Adult Education: 1926년 발행)'가 있다. 스기야마 씨와 린드만 선생님이 무슨 관련이 있겠는가? 물론, 린드만 선생님은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1885년생으로 1953년에 타계하였으니 무려 43년 후의 영화다. 그렇지만 린드만 선생님이 얘기한 '성인교육의 의미'가 이 보다 더 잘 표현된 것은 없으리라. 린드만 선생님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성인학습은 '빵과 버터' 단계를 지나면 언제 어디서나 문화적 목적을 향해 진화한다. 우리로 치면 '밥과 김치'가 해결되면 그 다음은 문화다. 성인교육은 무엇이 좋은 음악, 좋은 그림, 좋은 문학이라고 정해진 기준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진정으로 무엇을 즐기는지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야말로 '쉘 위 댄스'의 스기야마 씨인 셈이다. 린드만 선생님이 덴마크에서 만난 '농부 화가'의 이야기도 뜻깊다. 그는 농부를 천직으로 삼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사는 것을 꿈꾸었다. 그는 농부로 능력이 뛰어났지만 그 일이 자신의 품성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성인교육기관의 한 독일인 교사가 농부의 열망을 알아보았고, 미술수업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감을 맛보았고, 다시 한번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다. 린드만 선생님은 "그림 그리기는 먹고살기 바빠 전혀 할 수 없었던 그의 품성의 한 부분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또한 "그의 단정한 그림에 너무도 매료되어 그 그림을 사겠다고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고, 내가 여가의 산물에 값을 매기려 한다며 나를 심하게 비난했다"고 적었다. 왜 그랬을까? "그가 여가와 학습에서 찾아낸 모든 것을 내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부끄러운 감정에 젖어든다"는 것이다. 린드만 선생님의 통찰은 더 나아간다.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부유한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예술이 결코 해방하는 힘이 될 수 없다. 예술과 감상, 즐거움은 고유의 감각을 가졌거나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속해 있다. 성인교육은 이러한 자질을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것일 뿐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3-09-18 14:56:28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