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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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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임의제출물 압수 시 임의성 증명은 검사의 몫

수사기관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 증거물을 압수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영장에 의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다만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그런데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 된 것'인지에 관해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임의제출물에 대한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A가 증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15178 판결 등). A는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 4명의 신체를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그런데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된 휴대전화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됐다. A는 현행범 체포 당시 목격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겨 위축된 심리상태였고, 목격자 및 경찰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달려들기도 한 적이 있었다. 경찰서로 연행돼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일부 범행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추후 A가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이 맞는지에 관해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문에 수사기관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없이 압수하기 위해선 임의제출자인 A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와 임의제출 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분명히 고지하고 이를 조서에 남겨둬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인 A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와 임의제출 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고지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었다. A는 사건 당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1회 처벌받은 이외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었고, 임의제출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를 반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진술하는 등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할 경우 나중에 진술을 바꾸더라도 이를 되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가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는지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면서 임의성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법리와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휴대전화 제출에 관해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는데(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 사건 휴대전화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9431 판결). 즉, 임의제출 된 압수물에 대해 그 임의성에 대해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에서는 임의제출의 의미와 절차 및 압수물을 임의제출 할 경우 나중에 생각을 바꾸더라도 이를 되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이를 조서에 남겨둬야 그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임의제출물의 임의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직접 검사에게 그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도록 촉구한 뒤 이에 대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24-06-02 14:03:3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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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유럽 시멘트공장서 배운 지혜

최근 오스트리아, 그리스에 있는 시멘트공장 두 곳을 취재차 다녀왔다. 지구온난화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CO2)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인 시멘트를 놓고 글로벌 시멘트기업들이 어떤 해법을 찾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시멘트는 철강, 석유화학에 이어 세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2016년 당시 4457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시멘트는 2022년엔 3722만t까지 배출량이 줄었다. 주택 등 건설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면서다. 오스트리아 빈 인근에 있는 홀심,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있는 타이탄의 시멘트 공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들 글로벌 회사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더 많은 혼합재를 사용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 비중을 낮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클링커를 만드는 소성과정은 시멘트 전체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CO2의 90% 가량이 발생한다. 유연탄 등 연료를 이용해 1450℃의 고온으로 주원료인 석회석과 부원료를 회전식가마인 킬른에서 가열하기 때문이다. 홀심의 오스트리아 매너스도프 공장은 건설폐기물을 보관하는 초대형 창고를 기자에게 공개했다. 밀폐된 곳이라 밖으론 먼지가 날리지 않지만 내부는 마치 바람부는 사막처럼 뿌연 먼지가 자욱했다. 매너스도프 공장은 기존의 주원료, 부원료에 건설폐기물까지 섞어 클링커를 제조하고 있다. 전체 제품 중 절반이 넘는 57%가 탄소 저감 시멘트다. 내년에는 클링커 비중을 66%에서 60%까지 줄인 시멘트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리스 타이탄그룹은 석회석 혼합시멘트 등 저공해 제품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23.4%에 이른다. 오는 2026년까진 이 비중을 2.1배 더 늘린다는 목표다. 타이탄 공장 관계자는 시멘트 제조시 150년된 벽돌도 활용한다며 자랑했다. 시멘트산업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은 클링커를 적게 사용한 시멘트를 생산하고, 제조 과정에서 유연탄을 탄소 배출이 덜한 연료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유럽은 클링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혼합재가 총 10종이다. 우리나라는 4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2종류만 섞어 써야한다. 혼합재 최대 사용량도 유럽은 36%지만 한국은 10%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시멘트가 유럽에 비해 더 많은 클링커를 사용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멘트업계에서 KS 표준을 개정해 다양한 혼합재를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대체원료의 확대와 함께 중요한 것이 유연탄 대신 쓸 수 있는 대체연료다. 화석연료인 유연탄은 폐플라스틱에 비해 많은 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폐플라스틱이 열량은 더 높다. 취재차 방문한 이들 공장은 순환자원인 대체연료 사용 비중이 70%를 훌쩍 넘고 이를 더 높이기위해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으로 만든 시멘트를 놓고 '쓰레기시멘트'라며 일부에서 공격하고 있다. 유럽에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시멘트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2024-06-02 11:37:3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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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9>빛의 여신이 깨어난다…앙리오 뀌베 에메라

<239>샴페인 앙리오 와인이 시간의 예술이라지만 샴페인은 기다림의 차원이 다르다. 일반 와인의 숙성 과정은 물론 샴페인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병 속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장장 12년이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의 '앙리오 뀌베 에메라'가 결이 고운 기포를 품은 빛의 여신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샴페인 앙리오의 셀러 마스터인 알리스 떼띠엔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서로 다른 그랑 크뤼에서 재배한 포도가 같이 조화를 이룰 때까지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숙성한다"며 "마실 때도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을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셀러 마스터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와인 메이커를 넘어 포도밭 관리부터 양조까지 모두 다 책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앙리오의 셀러 마스터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앙리오 뀌베 에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포도재배가 아주 특별한 해에, 오로지 6곳의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골라 만든다. 2006 빈티지는 금빛의 작고 섬세한 기포가 계속 올라오는 가운데 신선하면서도 산도는 모나지 않았다. 잘 익은 복숭아와 졸인 과일같은 달콤함, 버섯향과 미네랄 느낌까지 복합적인 아로마가 집중력 있게 이어졌다. 떼띠엔 마스터는 "2006년은 햇빛이 좋고 온도가 많이 올라가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힘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해였다"며 "더운 날씨 속에 종종 태풍 등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으로 신선함과 섬세함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입에서는 쌉쌀한 자몽과 스파이스를 느낄 수 있어 한식과 곁들이기도 좋다. '앙리오 브뤼 수버랭 NV'는 1808년에 설립된 앙리오가 선보인 첫번째 와인이다. 샤도네이 50%에 피노누아 45%, 피노 뫼니에 5%를 섞어 만들었다. 기본급이지만 앙리오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다 26개 포도밭 각각의 테루아와 빈티지가 가진 다양성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시그니처 샴페인이기도 하다. 일관되게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몇 년간 숙성해 저장해놨던 리저브 와인을 30%나 썼다.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 역시 앙리오 입장에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샴페인이다. 샤르도네만으로 만든 첫 번째 샴페인이다. 우선 이름을 뜯어보자. 블랑 드 블랑은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을 말한다. NV는 논 빈티지(Non Vintage)로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만들었단 얘기다. 떼띠엔 마스터는 "샹파뉴는 테루아가 굉장히 다양해 같은 품종인 샤르도네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져 어느 포도밭의 샤르도네인지가 중요하다"며 "앙리오의 블랑 드 블랑은 한층 밝으면서 풍부한 아로마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샴페인잔으로 일반적이었던 플루트 잔은 이제 샹파뉴에선 찬밥이 됐다. 입구와 볼이 좁지만 길쭉한 그 잔 말이다. 마리아주에 대한 도전만큼 이제 와인잔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볼 때다. 어떤 잔에 따라 먹는지에 따라서도 맛도, 향도 달라지는게 바로 와인이다. 떼띠엔 마스터는 "플루트 잔은 샴페인의 기포를 유지시키기에는 좋지만 아로마를 충분히 느낄 수 없는 등 샴페인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적당히 볼륨을 느낄 수 있는 잔이 좋으며 화이트 잔은 물론 보르도 잔이나 부르고뉴 잔도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2024-05-30 15:25:3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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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기상이변과 식량안보

지구온난화에 의한 지구촌 곳곳의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는 듯 하다. 지구촌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폭우와 홍수, 고온이나 한파 지속, 폭설, 폭풍 등이 하루가 멀다고 할 정도로 낯설지 않게 우리에게 들리곤 한다. 요즘 가까이 아시아만 보더라도 섭씨 40도가 넘는 고온이 계속되는 태국과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인도가 그렇고, 러시아에서는 홍수로 인한 우랄강 범람이 그렇다. 특히, 브라질 경우 북부지역이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에 남부지역은 대홍수로 인해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수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는 한 그 발생빈도는 더 커지고 이로 인한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단일 국가나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일컬어지는 온실가스만 보더라도 국가 간 비협조와 이견이 존재한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낮은 개도국들은 산업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자신들 이해관계에서 맞는 말이다. 특히, 주요 탄소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 들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은 해를 거듭할수록 빈번할 것이다. 이는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혹한 경고일 지도 모른다. 기상이변은 우리 생활에 일상으로 다가와 있다. 이는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기상이변과 관련하여 치수, 배수, 안전시설 등에 대한 사전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무엇보다 우리의 식량안보에 대한 대비를 주문한다.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발생한 곡물 가격인상은 식품인플레이션과 함께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농림축산부의 2022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은 각각 44.4%, 20.9%로 낮은 편이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매년 발간하는 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rity index)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22년 조사 대상 113개국 중 39위로 평가됐다.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는 곡물자급률이 낮으며, 밀과 옥수수, 콩은 각각 1.1%, 4.2%, 23.7%로 매우 낮다. 우리는 연간 1700만톤에 해당하는 부족한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의 수입국이다. 현 정부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2022년 12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기초 식량작물 생산확대에 의한 식량자급률 제고와 안정적 해외공급망 확보를 제시했다. 필자는 정부안에서 추가적인 보완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농지면적의 확대가 긴요하다. 우리의 국토면적 대비 농지면적 비율은 2002년 18.7%에서 2021년 15.4%로 감소추세에 있다. 이는 중국이 쓰촨성과 저장성의 일대에서 과수원과 임야 등의 녹지공간이나 유휴지를 농경지로 바꾸는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일이다. 둘째, 지방소멸지역에 대해 민간기업이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곡물을 경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금 및 세제 등의 지원조치가 요구된다. 이는 지방소멸과 고령화로 농사를 지을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만금 등과 같은 유휴지역에 대해서도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지원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국가 차원의 해외농업개발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우리는 농어촌공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농업자원개발과 지원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해외에 진출한 일본의 해외 곡물 생산 능력과 비교하면, 우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지역에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된 밀·옥수수·콩과 같은 작물 경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불가피한 일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먹거리 위험도 점점 커짐을 의미한다. 식량안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바로 치국안민(治國安民)이 아닐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05-30 08:51:3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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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유종의 미 사라진 21대 국회

21대 국회가 마지막 날까지 실망만 남긴 채 오늘로 종료됐다. 21대 국회는 민주당 계열이 192석, 국민의힘 계열이 108석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원하는 거대 여당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잇딴 당정의 실책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당 자리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내내 여야의 협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제21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인 29일까지도 여당과 야당은 대립과 비난을 이어가,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21대 국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 대 강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민생 법안은 철저히 외면됐다. 유통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비롯해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지원이나 사회적 통제 등을 다루는 법안들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수년 째 공허한 울림만 계속 되는 국민연금 개혁도 다음 국회로 넘어간다.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이 무려 1만6370여 건에 이른다. 민생을 내팽개친 책임은 국회에 있는데, 21대 국회는 마지막날까지 그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여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 때문에 각종 상임위,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책임은 오롯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져야 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씌웠다. 그러면서 "민심을 거스르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라며 정권이 몰락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일부 야권에선 대통령 임기단축이나 탄핵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란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인들이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바로 지난달까지,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후보들은 '국민을 대표하겠다'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떠들었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서로 권력을 갖겠다며 싸우고 있다.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안들은 제쳐둔 채 말이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만한 것은 2021년과 2022년 예산안이 정해진 시한 내에 통과됐다는 것뿐이다. 토론과 협상이 사라진 국회의 갈등양상은 행정부로 옮겨갔다. 거야(巨野) 주도의 국회에서 통과시킨 4개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로 이어진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화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은 대통령의 14번째 재의요구권 행사 법안으로 기록된다. 이런 극과 극의 대립, 강 대 강의 대치는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예전처럼 몸싸움을 안 한 게 어디냐는 조롱이 나오는 걸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문제다. 22대 국회는 이번 21대 국회보다 갈등과 반목의 깊이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에 대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재추진을 선언했다. 지금 선진국들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온갖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부존자원도 없고 땅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는 그들보다 더 혜택과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선 그런 생각이 '1'도 보이지 않아 암울하다.

2024-05-29 16:02: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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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노동법원, 사회적 합의 가능할까

노동 분야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당일 오전 고용부와 법무부 양 부처 차관이 만나 노동법원 설립 논의와 관련된 일정, 방향, 원칙들을 논의했다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총선 이후 열린 첫 민생토론회에서 노동법원의 대통령 임기 내 설치를 추진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었다. 이틀 뒤엔 이 장관은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갖고 노동법원 설립 논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었다. 노동법원은 노동법과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판사들이 참여해 분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노동분쟁 사건은 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행정소송, 대법원 판결 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8심까지 갔고, 그 과정에서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노동법원을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의 경우 노동사건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경제적인 소송절차를 진행한다. 윤 대통령도 노동법원 설립 추진을 지시하며 "임금체불 소송이 민형사로 나뉘어 상당 기간 소요됨에 따라 한시가 급한 노동 약자들에게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법원 설립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노동법원 설립 논의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 얘기가 나오면서 전담 법원이나 전문재판부 설치가 제안됐고, 이후 18대~21대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그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노동법원의 관할 범위나 다루는 내용, 노사 참여 여부 등 쟁점이 많았고, 각 쟁점에 대한 노동자와 사용자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법원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노사 분쟁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신뢰가 없었다는 얘기다. 노동법원 설립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은 맞지만, 과거처럼 같은 쟁점에서 노사 이해당사자가 첨예한 의견차를 보인다면 사회적 합의가 나오기는 힘들다. 이 장관도 노동법원이 임기 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 조건이라고 했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 한정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있다. 이 장관은 노동법원 설립이 관련 쟁점이 너무 많아 결론이 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수준에서 임기 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노동법원 설립을 먼저 공론화한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되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법원이 재벌기업에 유리한 판단을 한다는 노동자측 인식을 불식시키고 그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도 노동법원을 설립하겠다는 목적을 공유한다면, 한 발 양보하는 자세와 결단이 필요하다.

2024-05-27 16:49:0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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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을 생각하며

장 발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장 발장하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쳐야 했던 가난한 사람, 19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한 죄수, 미리엘 주교의 관용과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개과천선한 사람,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하여 소도시의 사장이 되고 수백만 프랑의 돈을 은행에 예치한 갑부, 가련한 여성 팡틴의 딸인 코제트를 학대로부터 구출하고 사랑으로 양육했던 아버지 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 발장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잘 모른다. 무엇보다 그렇게 돈을 버는 활동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잘 모른다. 또 그렇게 개인이 돈을 버는 것과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게 상충되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동시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더 모른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로 들어가 보자. 시점은 1815년, 그러니까 산업혁명(1760년) 55년 후, 프랑스혁명(1789년) 26년 후 즈음에 몽트뢰유쉬르메르라는 작은 도시다. 영국의 흑옥(黑玉)과 독일의 흑구슬을 본떠서 만드는 공업이 형성되어 있었다지만 원료가 비싸서 임금도 지불할 수 없는 침체된 지역이었다. 장 발장은 이 도시에 몰래 숨어 들어와서는 그 '검은 패물'의 제조법에 전무후무한 변화를 일으켰다. 자연의 진액으로 만드는 수지 대신에 칠 공법을 사용하였고, 팔찌에는 용접한 쇠고리 대신에 쉽게 끼울 수 있는 쇠고리를 개발하였다. 빅토르 위고는 '이 아주 작은 변화는 하나의 혁명이었다.'고 기록했다. 지금 보면 장 발장의 기술혁신은 환경 변화 속에서 발 빠르게 기회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의 원형에 가깝다. 첨단산업이 발전한 현대의 벤처정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①소비자에게 새로운 품질 도입 ②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③새로운 시장의 개척 ④원재료의 새로운 공급원천 추구 ⑤산업내 독점적 지위 창출 등 슘페터 학파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5가지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빠진 것이 없다.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적었다. 이 아주 작은 변화는 실제로 원료값을 크게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첫째, 노임을 올려서 그 지방에 혜택을 주었고, 둘째, 제조법을 개선하여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었고, 셋째, 훨씬 싼 값으로 팔면서도 수익을 세 배나 올려서 제조자 측에서도 이득이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고안에서 세 가지 결과가 생겼다. 장 발장의 기업가 정신은 평생학습을 통해 피어올랐다. 장 발장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끊임없이 변화와 적응을 추구하였다. 새로운 기술, 시장 동향, 경영 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학습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성과 성찰을 잊지 않고, 윤리적인 성품을 통해 사람들의 학습에 역할모델이 되었다.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그토록 비상하게 개량해 놓은 그 공업의 급속한 진보 덕분에 몽트뢰유쉬르메르는 중요한 교역 중심지가 되었다. 굶주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거기에 갈 수 있었고, 가기만 하면 틀림없이 빵과 일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가난한 집에도 조금의 기쁨이 없는 일이 없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5-27 11:01: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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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기관지를 낫게 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잔대'

기술의 발달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연평균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해독 작용을 하는 식재료가 제법 많다. '잔대'가 그중 하나이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잔대는 주로 동아시아 주변에서 자생하며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다. 잔대의 본초명은 사삼(沙參)이다. 실제로 인삼과 비슷하게 생겼다. 인삼, 단삼, 고삼, 현삼과 함께 5대 삼으로 묶이기도 한다. 잔대는 모양새가 몹시 비슷한 더덕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아예 더덕과 같은 종류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잔대와 더덕은 다른 종류로, 뿌리를 잘라 보면 더덕에서는 하얀 진액이 나오지만 잔대는 그렇지가 않다. 약초를 캐는 사람들은 잔대의 가루를 예비로 소지했었는데 이는 뱀에게 물렸을 시 해독 효과가 있는 잔대로 긴급처방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잔대는 뛰어난 해독 작용을 한다. 마른기침이 나고 목에 끈적한 가래가 달라붙어 있을 때 치료해주는, 대표적인 '보음약'이다. 잔대의 찬 기운은 폐로 들어가서 열을 가라앉히면서 촉촉하게 적셔 주고, 거담 작용으로 기침을 멎게 해 준다. 다만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찬 사람은 기침과 가래가 있을 때에만 사용한다. 잔대는 약간 맛이 달고 쓰며 배변을 돕는 식이섬유, 특히 장 건강에 좋은 이눌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식재료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뿌리는 더덕처럼 구이로 요리하고, 어린 잎사귀 역시 무침이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건강을 위해 달여서 차로 마시나 먹기 좋게 건조 후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기도 한다. 인삼처럼 꿀에 절여 먹기도 하는데 잔대 역시 인삼 못지않은 사포닌이 많다.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잔대. 매년 미세먼지 때문에 기관지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유해 물질 배출에 좋은 잔대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2024-05-27 05:14: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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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재건축 새 아파트 '이전고시 이후' 매도해도 조합원 지위는 유지

재건축조합원 A씨는 이전고시일 이후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B씨에 매도했습니다. A씨는 당시 조합의 이사였기 때문에,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매계약의 특약사항으로 '조합원의 지위와 권리는 A가 계속 유지한다'고 약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B씨는 조합측에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승계했다'는 신고도 당연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조합은 A씨에 '조합원 지위가 없다'고 봤습니다. 조합의 정관에 '조합원이 건물 및 토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조합원만이 조합의 이사 자격이 있다고 하면서, A씨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통제하면서 이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했고 조합 임시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는 조합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21구합51209 판결, 부산고등법원 (창원) 2022. 7. 20. 선고 2021누11459 판결) 조합은 공사가 완료되면 준공인가를 받는데, 그 후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집행하는 이전고시의 효력이 발생하면,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받을 대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권리귀속이 확정되고 조합원 등은 이를 토대로 다시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4848 판결). 결국 위 사건의 주요 쟁점은 '조합원이 사업시행구역 안의 건물 및 토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정관의 규정이 '이전고시 이후'에도 적용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의 정관 중 '조합원 자격상실 관련규정'은 재건축사업 이전고시 이후 조합원이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처분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 A씨에게 여전히 조합원 지위가 있다고 봤습니다. 위 정관은 '이전고시 이전'에 구 아파트를 매도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이전고시 이후에까지 조합원 지위와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결부지어 조합사무를 처리할 필연성이 없다는 점'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합의 이전고시 이후의 주요 업무인 청산금부과처분은 관리처분계획의 집행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조합원이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조합원 지위와 별도로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민법상 사적차지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과 매수인은 조합원 지위와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별도로 처분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합은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2두52874 판결).

2024-05-26 15:07:5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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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8>샴페인의 새로운 기준, 폴 당장…"쉽게 즐겨라"

<238>佛 폴 당장 에 피스 CEO 장 밥티스트 인터뷰 "기본 원칙은 마시기 쉬운(easy to drink) 샴페인이다.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또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샴페인, 경험하고 나면 생각을 하게끔 만들지 않고 미소지을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그간 샴페인이 입고 있던 옷은 화려했지만 다소 불편했다. 특별한 자리에나 내놔야 했고, 가격을 따지는 것은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마시는 술이려니 했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폴 당장 에 피스(Paul Dangin et Fils, 이하 폴 당장)는 그런 고정관념을 모두 깼다. 음식과 같이 즐기기 쉽게 했고,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으려고 했다. 장 밥티스트 폴 당장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 음식을 맛보니 미식에 대한 정교함과 함께 크게 튀는 부문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폴 당장 샴페인이 추구하는 바와 같았다"며 "폴 당장은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직접 와인을 양조하기 때문에 품질 대비 가격대가 좋다"고 설명했다. 쉬운 접근성에 폴 당장만의 개성이 더해졌다. '폴당장 뀌베 47' 골드'는 신선한데 진하고, 섬세하면서 묵직했다. 은은한 오크향과 길게 이어지는 힘은 여느 레드와인 못지 않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기도 했지만 샴페인으로서는 생소하게 솔레라 방식을 사용하면서다.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배럴마다 10% 정도씩 추출하고, 그만큼을 새 와인으로 채운다. 깊은 맛과 신선함을 고루 갖출 수 있다. 샴페인계의 전설로 꼽히는 자크셀로스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폴 당장의 첫 샴페인은 1947년 피노누아 100%로 만들었는데 47 골드는 이를 기념기 위해 200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며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 중인 60개의 배럴은 모든 통을 한 해에 3번씩 테이스팅을 해서 최상의 배럴을 골라 47 골드를 만든다"고 전했다. '폴당장 뀌베 장 밥티스트'는 이름을 걸고 내놓는 와인이다. 이번엔 샤르도네 100%로 만들었지만 품종과 비율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오마카세'처럼 장 밥티스트의 선택에 따라 만드는 와인이다. 기본적으로 마시기 쉬운 원칙은 지키지만 복합미를 더했다. 폴 당장 샴페인은 1980년부터 영국 왕실에 들어가고 있다.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되는 와이너리 가운데 샴페인은 딱 두 곳 밖에 없다. 하나가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로랑페리에, 다른 하나가 바로 폴 당장이다. 여왕의 시대가 지고 왕의 시대가 오면서 많은 와이너리들이 교체됐지만 폴 당장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장 밥티스트 대표는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은 와인 소비자 역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찾는 성향"이라며 "샴페인에 대한 이해와 시장성숙도가 높아 앞으로 제품군도 더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05-23 15:06:26 안상미 기자